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183
제182화
[도시의 유력 인사들의 눈과 귀가 사방으로 퍼집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이 자신들의 억울함을 풀어줄 강력한 모험가를 찾아 헤맵니다.]
……
이와 같은 메시지들이 강설의 시야로 주르르륵 떠올랐다.
모험 점수가 쌓일수록 이와 같은 일들이 자주 발생하는 것 같았다.
‘정체가 드러나면 귀찮을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겠군.’
누가 돈 많이 벌었다 하면 사방에서 몰려들어 돈 좀 빌려달라는 게 세상의 순리.
아마도 위험하기만 하고 보상은 별로인 모험을 잔뜩 들고 올 사람들이 한 트럭일 것이다.
“어? 어어? 방금 봤어?”
“메시지?”
“어, 이거 처음 보는 메시지인데 뭐지….”
“그러게?”
강설은 대로변에서 쑥덕거리는 전이자들을 지나쳐갔다.
‘아무래도 나한테만 표시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도시에 있는 전이자 모두에게 뜬 표시인가?’
설령 그렇다 한들 도시에 머무는 전이자와 원주민들이 그를 특정해서 알아볼 방법은 없다시피 했으니 주의만 한다면 충분히 조용히 지나갈 수 있을 것이다.
강설은 주르륵 올라오는 메시지 중 가장 먼저 강설의 주의를 끌었던 메시지인 칭호 관련 정보를 확인했다.
[최초 칭호 : 나는 놈]
관련 업적 :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모험 : 없음)
특수 능력 : 모험의 보상으로 능력 점수를 추가로 획득한다. 이때, 추가로 획득하는 능력 점수는 높은 확률로 1점, 낮은 확률로 2점이다.
– 앗… 또 능력 점수 장난치기!
– 전통의 강호! 능력 점수!
– 솔직히 다른 칭호들도 그지 같긴 한데 이 능력 점수 건드는 게 젤 사기 같어;;
100만 점에 진입했을 때 얻었던 알부자 칭호도 이와 같은 능력이었다.
같은 계열인 1,000만 점에 진입했으니 비슷한 능력을 받아도 이상한 건 아니었다.
다만, 그 효율은 전과는 사뭇 달랐다.
‘한 모험당 낮은 확률로 2점을 준다고? 그렇다는 얘기는… 연계 모험의 경우 최대 4점의 추가 능력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건가?’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능력 점수보다 무려 2배의 능력 점수를 추가로 획득할 수도 있는 칭호.
능력 점수는 능력치와 함께 전이자를 강화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임을 생각했을 때, 새로 얻은 칭호의 효율은 어마어마했다.
‘이래서 앞서나가야 한다.’
그가 휘말린 영원의 세계는 전이자라는 요소가 더해지자 점입가경이었다.
승자가 더 많은 것을 획득하게 만들어 선두에 선 자가 더욱 빨리 달릴 수 있도록 안배를 해두었다.
다행히 강설은 그 선두 그룹에서도 가장 앞에 있었다. 이제 능력 점수 획득에 속도가 붙으면 앞으로도 그 선두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일단 협회부터 들러야겠어.’
정보가 모이는 곳, 시도 때도 없이 날 것의 정보가 돌아다니는 곳이 협회의 커뮤니티였으니.
* * *
강설이 협회에 도착해 분위기를 살폈다.
다들 뭔가에 잔뜩 흥분한 상태인 것처럼 보였다.
‘뭐지?’
협회의 커뮤니티 같은 경우, 보통 자리에 고정된 기기를 이용했지만 조금 발전된 도시의 경우 고정된 자리가 아닌 협회를 돌아다니며 사용할 수 있는 단말기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팀브리안의 경우, 후자였다.
덕분에 커뮤니티의 활동량이 왕성한 편이었다.
(New)[‘그건나도해’ 님의 게시글]
[게시일 : 방금]
[제목 : 오…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씨이이이이이바아알! 천만 점 누군데!
– 우리 마을에 있어! 내가 봤다고! 우리 마을에 있어!
– 정보) 여기 대도시. 유동인구 개많음…
– 연예인 보고 같은 서울 산다고 동네 주민이라 할 놈이네 ㅋㅋㅋ
(New)[‘주머니괴물’ 님의 게시글]
[게시일 : 방금]
[제목 : 이건 아니지…]
태초 마을에 왜 망나뇽이…
– 오박사 : 자~ 오늘의 포켓몬은 뭘까~ㅇ… 으악 시발 이게 뭐야?
– 천만 점 괴물 님 보고 계십니까? 보고 계시면 방패용사 최방패 이름 한 번만…
– 거 으디 최씹니까?
(New)[‘안 돼’ 님의 게시글]
[게시일 : 방금]
[제목 : 공룡의 침략이다!]
공룡의 침략이다! 공룡이 나타났어! 모험 점수 공룡이 나타났다고! 으아아악! 짓밟힌다!
– 뿌직!
– 힘이 센 초식공룡 트리케라톱스!
– ㄹㅇ 천만 점이면 대체 얼마나 센 거지? 그리고 대체 누구야?
(New)[‘씽크스몰’ 님의 게시글]
[게시일 : 방금]
[제목 : 논리적으로 생각해보자고.]
1000만 점이면 모험 혼자서 깨부술 수 있다? 없다?
– 불가능. 점수가 대수냐?
– 대수입니다.
– 그랬군요! 그럼 가능!
– 이렇게 빨리 천만 점을 어케 모은 거지? 대형 모험만 주구장창 조진 건가?
– 대형 모험도 전이자 인원수에 따라 점수 분배 확실하자너. 거기서 기여도에 따라 한 번 더 나뉘고. 차 떼고 포 떼고 뭐하면 남는 건… 글쎄? 마치 내 세후 월급 같다고 할까?
– 그거 꼼수 있음.
– 꼼수?
– 판데아 원주민들 왕창 데려가고 전이자 인원수 극단적으로 줄이는 거. 실제로 그렇게 많이 감.
– 그래? 근데 그것도 위험부담 있어 ㅋㅋㅋ 요즘에는 주민들이 전이자 보상까지 탐내잖아.
– ㄹㅇ 계약서 들이미는 놈들도 있고 막판에 칼 맞는 경우도 있음.
– ㅎㄷㄷ 고담 시티냐 여기. 너무 무섭고…
– 암튼, 도저히 천만 점이 나타날 구석이라곤 보이지가 않는데…
(New)[‘썰쟁이’ 님의 게시글]
[게시일 : 방금]
[제목 : 썰 푼다.]
본인 지인 천칭 소속임.
특급 정보가 방금 도착했다.
천칭 탑에서 얼마 전에 용병 빡세게 끌어왔던 거 알지? 그때 전이자 낀 용병대는 비밀 유지가 어렵다는 식으로 거절당했었던 거도 기억하고?
그때 그 용병단들 모아서 하려던 게 대형 모험이었대.
– 오 시발 더 풀어줘.
– 제발요!
– 그때, 규모 ㅈㄴ 큰 원정대가 꾸려졌는데 거기 전이자가 딱 1명 있었대.
– 와 ㅅㅂ 모험 점수 독식이네! 그럼 이해되지!
– 뭐야 어뷰징이야!? 어뷰징은 인정 못 해!
– 가서 깨긴 깼는데 원정대가 거의 터져서 돌아왔다더라. 어뷰징으로 보임?
– ㅎㅎ 정당한 모험이었네요.
– 근데 거기 성위까지 있었는데 전이자가 캐리했다고 소문났대. 아마 천만 점 그 사람이 그 전이자 아닐까? 시간상으로 딱 맞는 거 같은데.
– 방금 그 얘기에서 신뢰도 급락 ㅋㅋㅋ
– 성위까지 있었다는데 전이자가 캐리? ㅋㅋ
– 믿기 싫음 말든가.
‘내 정보가 생각보다 빨리 퍼져나가네.’
강설은 다행히 그의 소문을 믿어주지 않는 다른 전이자들에게 감사했다.
의도치 않게 그의 정보가 새어나가면 움직이기 불편할 일도 생길 수 있었으니까.
(New)[‘나도 들었음’ 님의 게시글]
[게시일 : 방금]
[제목 : 같은 얘기 들은 거로 봐서 진짜인 듯.]
그리고 그 전이자 그 성위 제자라는 소문도 있음.
– ㅎㄷㄷ 그럼 마법사겠네? 뿌슝뿌슝 빔 쏘는 마법 나가는 거 아님? 우리 파티 마법사는 맨날 라이터나 지지고 앉아있던데
– 뿌슝뿌슝 빔 마법 가능은 한데 효율 ㄹㅇ 시궁창임, 마력은 많이 퍼먹는데 파괴력도 물음표 제어도 물음표라.
– 만약에 성위 제자인 게 사실이면 우리 중에 제일 출세한 거 아니냐? 아닌가? 왕성 들어간 사람도 있긴 하니까;;
– 아, 그 사람 ㅋㅋ 네베니아 말하는 거지? 전이자 대표로 들어간 사람.
– 응. 근데 나는 그 사람 대표로 뽑은 적 없는데?
– 나도, 나도 날 대표해달라 한 적 없는데?
– 누가 대표로 뽑은 거지?
– 걍 눈가림이지 ㅋㅋㅋ 네베니아 썩은 정치판 한두 번임? 그냥 화합과 소통~ 이러면서 뒤에서 대놓고 해쳐먹는 거지
– 조만간 터지지 싶다. 네베니아 빨리 떠야 하는데… 벌써 국경 인근이나 외곽지역은 전이자랑 뭉쳐서 반발하고 있다는 거 같던데.
– 그래도 왕녀는 착해! 그 왕자 새끼랑 늙은 왕이 존나 민폐임 ㅡㅡ
– 후… 나한테 걸리면 한 방에 끝내줄 텐데.
– 왕성 호위 기사 Lv. 52 : 뭐?
– 제발 한 방에 끝내주세요…
(New)[‘글로벌 시대’ 님의 게시글]
[게시일 : 방금]
[제목 : 천만 점이고 내전이고 나발이고…]
지금 글로벌 시대인 거 다 알고 있지? 국경 너머에서 외국인들 쏟아져 나오는 거?
– 어 ㄹㅇ 외국인들 개많이 보이더라.
– 말이 통하는 게 더 웃겨… 한국어 공용어임?
– 정확히는 판데아 공용어지; 외국인이랑 접촉하면 언어탭 생기는데 거기 보면 판데아 공용어라고 적혀 있음
– 우리가 한국어를 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거지.
이상, 이외의 정보들은 모두 신빙성이 없는 정보 파편들이었기에 강설은 게시판에서 관심을 거뒀다.
‘네베니아를 빠르게 벗어나긴 해야겠네.’
괜히 내전에 휘말렸다간 성장은 성장대로 못하고 고초는 고초대로 겪을 우려가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
‘슬슬 외국인들도 만나겠구나.’
강설은 다른 지역으로 떨어진 외국인들도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한국만 뚝 떨어져서 전이되는 것은 뭔가 이상했으니까.
그러나, 이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현재 판데아의 전이자 생존율은 그렇게 높지 않았다.
원주민과 전이자가 서로를 노리고 죽일 듯이 싸운 지역도 있고 문명이 낙후된 지역에 떨어진 전이자도 무척 많았다.
뿐만 아니라 모험 난이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지역도 수두룩했다.
그 결과, 현재 판데아에 살아있는 전이자의 숫자는 처음 전이된 수의 1/20보다도 훨씬 줄어 있었다.
네베니아의 넓은 영토와 더불어 적당한 모험 난이도 덕분에 한국은 그나마 꽤 많은 생존자를 남긴 것이다.
아무튼, 강설은 어차피 주로 혼자 모험했으니 자신과는 크게 연관이 깊지는 않은 문제라 판단하고 커뮤니티의 다른 기능을 켰다.
역시나, 한소미와 조경택의 편지가 와 있었다.
[친구 ‘나만없어고양이’ 님의 편지]
[작성일 : 열흘 전]
[제목 : 형, 혹시 돌아오시면 만나서 얘기할 수 있을까요?]
형한테 의견을 구할 일이 생겨서요….
‘…뭐지?’
강설은 조경택의 편지를 쭉 읽어내려갔다.
– 자주 어울리던 지인들이 연락이 두절 됐어요. 그때 일리아에서 구해주셨던 그 일행이요. 의심 가는 곳은… 그때 저희에게 의뢰를 맡겼던 팀브리안의 귀족 영애예요. 의뢰 완수의 감사의 표시로 가티프 가의 초대를 받은 적이 있거든요. 저는 따로 볼 일이 있어서 못 갔는데… 지인들은 그날 이후로 몇 차례 더 그 가티프 가에 방문한 것 같아요. 그리고 그 후로 얼마 뒤에 모두 연기처럼 행적이 묘연해졌고요.
‘흠… 수상한데.’
강설은 그의 다음 편지를 읽어보았다.
[친구 ‘나만없어고양이’ 님의 편지]
[작성일 : 하루 전]
[제목 : 형, 죄송해요. 기다리지 못할 것 같아요.]
이렇게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가 동료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거 아닌가 걱정이 돼서… 혹시라도 일이 해결되면 따로 연락 남길게요!
“…이런.”
조경택의 다음 연락은 남아 있지 않았다.
강설은 한소미의 최근 연락을 잠시 눈여겨보았다.
[친구 ‘대학생다죽어’ 님의 편지]
[작성일 : 하루 전]
[제목 : 오빠, 혹시 팀브리안에 들리면 경택이 소식 좀….]
스윽…
시간이 없다.
강설은 최소한의 안전조치로 누군가에게 급행으로 편지를 남긴 후, 자리를 떴다.
* * *
“뭐라고?”
“어제 이곳에 이런 인상착의의 남자가 방문한 적 있냐고 물었습니다.”
“너, 너…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이렇게 설치는 거야?”
가티프 가의 문지기가 마치 자신이 가티프가의 일원이라도 되는 것처럼 역정을 내려고 했다.
– 존나 무대뽀 ㅋㅋㅋㅋ
– 이것이 눈사람식 취조법이다.
– 잠복근무! 적을 잠복시켜버리지.
– 그만큼 다급하신 거겠지~
– 근데 사실 눈사람 입장에서 저렇게 하는 게 제일 빠르고 쉬움.
– 왜?
– 물어봐서 못 봤다 하면 구라치는 거니까 다 도륙내고, 봤다 하면 어디 갔냐고 물어보면 되니까.
– 주변 탐문하고 이럴 사이에 경택이 슥삭 당할 수도 있잖아.
– 몸이 좋으면 머리가 고생하지 않는다. 모르니? 눈사람이면 여기 불도저처럼 밀어버릴 수 있음;
“이 친구가 여기, 가티프 가의 영애분과 친분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제, 이곳에 방문하겠다고 하기도 했었고요.”
“글쎄… 그렇다고 해서 내가 왜 그걸 네게 말해줘야 하는지 모르겠네?”
“…….”
“감히 팀브리안의 기둥이나 마찬가지인 가티프 가의 저택에 와서….”
강설이 거들먹거리는 문지기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뭐… 뭐 하는 짓….”
“말해야 할 겁니다.”
“이 자식이… 너….”
그때, 저택에서 조경택이 말한 가티프 가의 영애로 보이는 여인이 나타났다.
“그만두세요, 조라즈 경.”
“세, 세리스 님. 하지만 이 자가….”
“제가 알아서 할게요. 실례지만 혹… 손님께서는 스노우맨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계신가요?”
강설의 기운이 서늘해졌다.
기세를 드러낸 것은 아니었지만, 이 세리스라는 여인이 자신의 정보를 알고 있다는 사실이 불길해서였다.
“저를 아십니까?”
“의동생이라는 분께 들었어요. 늘 자랑을 입버릇처럼 하셔서. 한데… 이렇게 뵙게 될 줄은 몰랐네요.”
조경택의 이야기일 것이다.
그는 강설과 지인이라는 사실을 늘 자랑스러워했으니까.
“그 의동생 때문에 왔습니다.”
“손님을 밖에 세워두고 얘기할 수는 없는 법이죠. 조라즈 경, 길을 터주세요.”
“허… 허허….”
“…어서.”
“예, 예! 알겠습니다.”
조라즈라는 문지기가 내키지 않는 모양으로 강설에게 문을 열어주었다.
“마침 다과를 즐기고 있었어요. 과자는 소녀가 직접 만든 것이니 부디 맛보아주시고 감상을 듣고 싶어요.”
“…알겠습니다.”
여인의 여유로운 작태에 강설도 조경택과 관련된 일이 아니었다면, 긴장을 조금 풀었을 것이다.
저벅…
저벅…
저택의 내부는 평범했다.
정말 청소가 잘 되어 있다는 것밖에는 뭐라 달리 설명할 수 없는 곳.
그러나, 이곳에서 강설은 뭔가를 감지했다.
저택 안의 공기가 지나치게 무거웠다.
이상한 느낌을 감지한 것은 강설뿐만이 아니었다.
– 찾았다!
그림자 공간 속에서 우르가 음흉하게 웃었다.
– 이만한 양의 그림자 정수를 단번에 찾을 줄이야… 이곳 어딘가에 그림자들이 모셔져 있다. 널 끔찍이 생각하던 그 늑대도 곧 다시 볼 수 있겠군.
우르가 말했다.
– 이곳의 그림자를 취해라.
강설은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며 저택의 내부를 둘러보았다.
“워낙 갑작스러운 방문이라 소녀의 부족한 대접이 섭섭하다 여기지 말아주세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보다….”
“네?”
스으읍…
강설이 공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정확히는 이곳에서 아까부터 풍기던 향을 깊게 들이마신 것이다.
‘아니, 저택이 아니라 이 여자한테서 나는 냄새다. 이 냄새….’
강설은 품에서 살짝 구겨진 편지를 꺼냈다. 그리고는 편지에 남은 향기를 들이마셨다.
‘맞아, 같은 냄새야.’
편지지에 적혀 있는 내용은 이미 머릿속에 담긴 지 오래. 이 편지지의 주인은 강설이 처음으로 절기를 깨우칠 당시, 그에게 쓰러진 그림자 사냥꾼 말라쿠스였다.
그때, 뭔가 사연이 있어 보이는 그의 시체에서 발견됐던 편지.
– 안녕하세요, 나는 말라쿠스입니다. 나는 눈이 보이지 않습니다. 글이 엉성해도 이 편지를 보시는 분께서 너그럽게 양해해주셨으면 합니다. 나는 팀브리안의 영세 귀족 가문의…
‘그러고 보니… 말라쿠스도 이곳 팀브리안 출신이라고 했었어.’
– 손등에 검은 장미 문신. 중성적인 목소리와 그리 크지 않은 신장. 몸에서 나는 약품 냄새. 모두 기억이 납니다. 편지에 그 사람의 향기를 묻혀두었습니다.
세리스 가티프가 말라쿠스에게 벌어진 참혹한 비사와 관련됐다는 것을 간파한 강설에게 메시지가 떠올랐다.
[숨겨진 모험 ‘스톡홀롬 증후군’의 추가 정보를 얻었습니다.]
[조건을 충족할 경우, 돌발 모험이 발생합니다.]
‘…이곳에, 뭔가 있다.’
세리스 가티프가 접객실의 소파에 앉으며 물었다.
“왜 그러시죠?”
강설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스르륵…
그의 그림자에서 보이지 않는 까마귀들이 저택 곳곳으로 흩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