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184
제183화
강설이 접객실에 마련된 손님용 소파에 앉자, 대화는 시작되었다.
“본의 아니게 이 근방에서 이름을 떨치고 계시는 분을 모시게 되니 제가 갑자기 긴장을 다 하네요.”
“그렇게 신경 써 주시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연락도 하지 않고 갑자기 찾아온 건 제 잘못이니까요.”
“그래도 손님은 손님인걸요.”
푸드드득…
강설은 대화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해야 했다.
그는 거의 열 마리에 육박하는 까마귀들을 생성해, 본체는 따로 둔 채 가티프가의 저택 부지를 샅샅이 수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야오옹…
강설은 접객실에서 한가롭게 볕을 쬐는 고양이들을 바라보았다.
척 봐도 5마리는 넘어 보이는 게 세리스가 키우는 고양이들 같았다.
세리스 가티프가 강설의 시선이 고양이에 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불편하신가요?”
“네?”
“제가 정을 주는 아이들이요.”
“아, 괜찮습니다.”
“그래도 죄송해요, 처음 오신 분들 중에는 거북해하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강설은 알록달록한 고양이들을 한차례 둘러보았다.
‘…고양이들에게서도 희미하게 아까의 냄새가 나는군. 저 여인 때문인가?’
의문은 금방 사라졌다.
이곳에 고양이 때문에 온 것이 아니었으니.
푸드득…
까마귀들이 부리와 발로 저택 곳곳의 문을 여닫았다. 강설의 머리에는 그들이 확인한 정보가 계속해서 쏟아져 들어왔고 하나의 지도처럼 형상화되었다.
– 큭큭… 대화보다는 다른 데에 정신이 가 있군.
‘알면 조용히 좀 해주겠어?’
– 저 여자는 네가 물밑에서 이런 짓을 벌이고 있는 줄 꿈에도 모를 거다.
우르의 말대로 세리스 가티프는 강설에게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고 고양이를 쓰다듬었다.
미야옹…
“그래, 그래… 아, 그런데 아까 전 정문에서 소란이 일어난 건 어떤 이유에서였을까요?”
간단히 말해 왜 남의 저택에 와서 소란을 피우느냐는 것이다.
방문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는 것은 손님의 의무이니 강설은 사실대로 말했다.
“조경택이란 사람이 어제 이곳에 왔습니까?”
“조경택….”
조경택은 실명을 밝히고 활동한다고 알고 있었다.
닉네임을 괴상하게 지은 사람들이 실명으로 활동하는 경우는 이미 꽤 많았다.
“네, 맞아요. 일전의 의뢰를 성공적으로 끝마쳐주신 데 보답하기 위해 식사를 한 번 대접했었어요.”
“…그리고?”
푸드드득…
세리스 가티프가 곧이곧대로 이야기해 줄 리가 없었다. 강설은 그녀의 관심을 돌려둔 채로 직접 조경택의 흔적을 찾고 있었다.
스륵…
저택의 본관 대신 별관으로 보낸 까마귀에게서 반응이 찾아왔다.
‘…그쪽인가.’
강설은 본관에서는 의심 가는 것을 찾을 수 없었기에 모든 까마귀를 별관으로 향하게 했다.
푸드드득…
까마귀들이 저택의 정원을 가로지르자, 정원의 관리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 까마귀가 저렇게….”
까마귀들의 대이동을 전혀 모르고 있는 세리스 가티프가 말했다.
“식사를 그대로 마치시고 잠시 머물다 오후에 떠나셨어요. 혹시 몰라 잠자리도 준비해두었지만, 한사코 거절하셨어요.”
“그렇군요. 한데….”
강설의 눈이 그녀를 정확하게 응시했다.
“그때의 일로 감사를 표한 건 조경택뿐만이 아닌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세리스 가티프는 잠시 침묵하다 답했다.
“아아… 일행분들 말씀이시군요. 물론이죠. 그분들께는 여러 번 대접한 기억이 있습니다. 소녀의 과자가 맛있다고 해주셨던걸요. 신이 나서 자주 어울려달라고 했었죠.”
그녀의 시선이 탁자로 향했다.
탁자 위의 과자는 그녀가 조금 손댄 것 말고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제가 만든 과자는 드셔보시지 않는 건가요?”
“과자를 좋아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이곳에 손님으로 온 게 아닙니다.”
“…….”
얼핏 보면 강설이 그녀를 겁박하고 있다고 느껴질 수 있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곳에 간다고 했던 사람들이 실종된 상황이었으니 다르게 보아야 할 것이다.
가티프 세리스가 한숨을 길게 쉬었다.
“하아… 스노우맨 님께서는 일전의 일로 브리스핀 백작님과 인연이 있으시다죠?”
“그렇습니다.”
갑자기 이 얘기는 왜 꺼내는 것일까.
“소녀 또한 브리스핀 백작님과 큰 교분이 있어요. 지극히 개인적인 일로 이렇게 불쑥 찾아와 소란을 만들어내시면 곤란해요.”
“…듣고 보니 그렇군요.”
강설은 수긍하는 척하며 세리스 가티프의 손등을 유심히 보았다.
– 손등에 검은 장미 문신. 중성적인 목소리와 그리 크지 않은 신장. 몸에서 나는 약품 냄새. 모두 기억이 납니다. 편지에 그 사람의 향기를 묻혀두었습니다.
‘없군. 장미 문신.’
말라쿠스를 지옥에 떨어트린 장본인이 세리스 가티프가 아닌 걸까?
단순히 우연의 일치로 조경택이 이곳에 들렀다 사라진 것이고 말라쿠스가 남긴 향기가 세리스의 향기와 우연히 비슷한 것일까?
‘아니다, 뭔가 있어.’
미야오옹!
흰 고양이 한 마리가 세리스의 무릎으로 뛰어들었다.
고양이 특유의 교태가 가득 담긴 울음을 내뱉으며 세리스의 품에 얼굴을 비볐다.
그리고는 고양이가 갸르릉 거리며 강설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 에메랄드빛 눈동자는 마치 강설에게 세리스를 귀찮게 하지 말고 얼른 돌아가라고 재촉하는 듯했다.
세리스는 그런 고양이를 차분히 달랬다.
“응, 알았어요. 알았어.”
고양이가 세리스의 관심을 끄는 사이, 마침 강설에게 좋은 소식이 도착했다.
푸드득…
‘…찾았다!’
까마귀들이 별관에서 비밀스러운 흔적을 찾아낸 것.
강설이 벌떡 일어났다.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착오가 있었나 보군요.”
“이해해요, 아무래도 가깝게 지내시던 분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가 하는 마음이셨겠죠. 저라도 그랬을 거예요.”
“대접, 감사했습니다.”
“별말씀을요. 쥬리, 손님 정문까지 모셔다드려.”
“예, 이쪽으로.”
저벅… 저벅…
강설이 고용인을 따라 순순히 물러나자 세리스 가티프는 한숨을 쉬었다.
“휴우우… 갔어요.”
미야오옹…
“이제 괜찮아요.”
그녀는 대체 누구와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그런데 바로 그때.
스르르르륵…
그녀가 안고 있던 고양이가 펄쩍 뛰어내리더니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바로 인간의 모습으로.
“흐냐아아아… 싫다, 싫어. 의심받다니.”
“그, 그러게 전이자를 건드리는 건 여러모로….”
사람이 고양이였던 흔적은 간드러진 꼬리와 쫑긋한 귀, 그리고 찢어진 눈망울에만 남아있었다.
세리스가 안고 있던 고양이는 수인족 여인이었다.
“여러모로?”
“그게….”
“세리스… 주제넘게 나서지 마. 모든 것은 너희의 주인인 내가 결정해.”
“…….”
“그리고 내 의지는 곧 그분들의 의지나 마찬가지야. 난 그분들과 오래 거래해왔거든.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어?”
“거스르면… 죽음뿐.”
사락…
수인족 여인이 세리스의 턱을 움켜잡고 말했다.
“그걸 잘 알면서 왜 이럴까? 얼굴을 확 할퀴고 싶어지는걸.”
“죄송해요… 하지만 저 남자가 의심하는 것 같아서….”
수인족 여인의 손등에는 검은 장미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괜찮아, 네 연기가 제법이었으니 아마 당분간은 이곳을 찾지 않을 거야. 네 어미의 피를 물려받아 그런지 남을 속이는 게 능숙하더구나.”
“…저자가 눈치챈 건 아니겠죠?”
“무엇을?”
“전이자들의 실종과 연관되어 있다는 거요. 이미 우리가 꽤 많은 전이자를….”
“아하… 겁도 많구나. 걱정할 필요 없어. 놈은 되돌아갔고 의심이야 하겠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을걸? 설령 확신에 가까운 의심을 품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곳에 와서 너를 닦달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있겠느냐? 제 동생이 어디에 있는 줄 알고… 오히려 그렇게 행동하면 동생의 신변이 위험해진다고 생각할 게다.”
“그렇… 네요.”
“넌 내 말대로만 하면 돼. 그럭저럭 괜찮은 전이자들을 계속해서 거미줄로 끌어모아라. 네 어미가 과거에 떠돌이 모험가들을 사냥했던 것처럼.”
세리스 가티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몸을 떨었다. 그 이유가 앞의 이 여인이 두려워서는 아니었다.
“예… 하지만 너무 불안해요. 그자의 명성도 그렇고 그 눈이… 너무 불쾌했어요.”
“그래 봐야 한 명일 뿐이지. 인간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놈이 아무렴 팀브리안의 명가인 가티프 가의 담이라도 넘겠느냐?”
* * *
그 무렵, 그를 고깝게 여기는 문지기를 지나쳐 가티프 가의 저택 주변을 맴도는 강설.
강설은 주변을 빙- 둘러본 후 결정을 내렸다.
“흠… 담을 넘자.”
– 안 되겠다. 어쩔 수 없으니 범죄를 저지르자.
– 비탄 빵긋하는 소리 여기까지 들린다!
– ??? : 큭큭큭… 네놈의 타락도 곧이다.
이런 허무맹랑한 주장을 그의 강력한 소환수인 우르가 뒷받침해 주었다.
– 크큭… 바보 같지만 가장 빠른 방법이지. 느껴지는 결계나 알람 마법도 없고. 어차피 있었어도 이 몸이 처리했을 테니 상관없었지만. 이렇게 허술하다니… 저택의 어설픈 경계병들을 믿는 건가?
강설에게 선택지가 떠올랐다.
[당신은 세리스 가티프가 말라쿠스와 연관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나, 심증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1. 문지기에게 되돌아가 주의를 끈다.
2. 브리스핀 백작과 함께 가티프 가를 수색한다.
3. 밤이 되길 기다린 후 저택에 잠입한다.
4. 가티프 가의 소문을 수집한다.
……
밤이 되는 것을 기다리는 것도 시간 낭비라 여긴 강설은 까마귀를 부려 담 너머를 확인한 후, 초인과도 같은 움직임으로 높게 솟은 담을 뛰어넘었다.
팟-!
스르륵…
그러한 움직임을 보였는데도, 들려온 소리는 고작해야 풀이 바람에 나부끼는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는 저택 경계병들의 눈을 피해 별관으로 향했다.
‘평소에는 누가 살지 않는 건가?’
손님용인지, 내부에서 인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스륵…
까마귀들이 드나들었던 통로는 너무 좁기에 강설이 들어갈 수 없었다.
결국 그는 가장 눈에 띄지 않는 곳의 유리창을 깨트려 침입했다.
빠직…
최대한 신경을 썼기에 아주 작은 소음만 흘러나왔다.
팟-!
파앗!
저택 내부로 잠입한 강설은 아까 전 까마귀들이 확인한 문까지 금방 치달았다.
지하실의 위치에 턱 하니 놓인 기이한 문.
기괴한 문양도 문양이거니와 이런 문을 잡아 뜯거나 부수면 큰 소리가 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잠금은 어떻게 하지?’
– 흐흐흐… 두 눈 똑똑히 뜨고 보아라.
우르가 그림자 공간 속에서 빠져나와 문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이 몸의 진가를.”
[봉인된 우르의 마도(魔道)가 발동합니다.]
[정체불명의 마법을 해석합니다.]
[마법을 해석하는 중입니다.]
[마법 해석이 완료되었습니다.]
[마법진 : 집 지키는 개를 확인합니다.]
[마법진 : 엄살쟁이를 확인합니다.]
……
– 오오… 뭔가 기술자처럼 보여!
– 자~ 드가자~
– 선수 입장!
– 마도가 그래서 정확히 뭔데?
– 그러니까… 글쎄요? 우르만 아는 듯;
“흐음… 별것도 아니라 생각했다만, 생각보다는 수준이 있구나. 그래 봐야 하품이 나올 지경이긴 하지. 그자들은 아마도 이곳의 잠금 마법을 믿고 있었던 것 같다. 어지간한 자들은 낑낑대며 종일 해제해야 하는 마법이니까. 하지만….”
우르가 웃었다.
[마법 삼키기가 발동합니다.]
꿀꺽…
[마법진 : 집 지키는 개를 소화 중입니다.]
[마법진 : 엄살쟁이를 소화 중입니다.]
우르의 울대가 위아래로 움직이자, 문에 새겨진 마법진이 스르륵 모습을 감추었다.
– 마법진은 나 정령맨이 처리했으니 안심하라고!
– 상대의 강함을 칭찬한다 = 그 강한 상대를 이긴 나를 칭찬해라
“이 몸에게 걸린 이상 찰나면 충분하지.”
이렇게 말하며 슬금슬금 강설의 눈치를 보는 우르.
뭔가에 목마른 듯한 표정이었다.
강설은 대충 눈치를 채고 한 마디 했다.
“…굉장하군.”
“크흐흐… 너무 띄우지 말라고. 이 정도는 마도사로서 창피할 정도니깐 말이야.”
“알았다.”
“…….”
“왜 그러지?”
“아니야.”
– 끝이야?
– 칭찬, 멈춰~!
– 빈말은 없는 남자!
– 상대의 부탁은 꼭 들어주는 스윗눈남!
사실, 강설은 우르의 쓸모에 대해 내심 감탄하고 있었다.
쟈마드와 쌍둥이 기사도 분명 도움이 되었지만, 마법적인 부분에서는 강설 스스로 해결해야 했던 지난날.
‘확실히… 도움이 되는군.’
아직 전투는 시험해보지 않았지만, 우르는 그 지식과 특이한 능력만으로도 제 쓰임을 다하고 있었다.
“그럼….”
끼이이이익…
강설이 문을 열자, 어두컴컴한 실내가 그를 반겼다.
그리고, 상황이 변화했음을 알리는 메시지 또한 그의 시야에 떠올랐다.
[숨겨진 모험 ‘스톡홀롬 증후군’의 추가 정보를 얻었습니다.]
[돌발 모험의 조건을 충족합니다.]
[돌발 모험 ‘스톡홀롬 증후군’이 발생합니다.]
[이 모험은 매우 위험합니다.]
[이 모험은 연계 모험이므로 다음 모험을 선택할 수 없습니다.]
[휴식을 건너뜁니다.]
[다음 모험을 시작합니다.]
……
강설의 눈이 어둠을 응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