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185
제184화
끼이이익…
쿠우웅!
우르가 닫힌 문을 바라보고 말했다.
“음, 닫히는 순간 마법진이 다시 생성되는 복잡한 술식을 부여해 두었군.”
“문제가 되나?”
“전혀. 오히려 상대방 측에서 침입을 눈치채기 어렵게 만들어 준다. 나였다면 설계부터 뜯어고쳤을 텐데….”
강설은 방금 문을 열었을 때의 우르의 능력을 떠올리고 질문을 던졌다.
“우르, 방금 그 능력은 뭐였지?”
“능력? 내가 능력을 사용했나?”
“문에 새겨진 마법진을 집어삼켰잖아.”
“그건 능력이라고 볼 수도 없는 것이다. 마법이 누구에게서 태어났는지 모르느냐?”
우르는 최초의 마도사.
그의 행동을 이해하는 것은 현재의 강설도 어려운 일이었다.
“다만, 제한은 있지.”
“제한….”
“이게 다 내가 네놈의 소환수로 전락해서다. 간단하게 확인해 보니 이 몸으로는 해석, 분해, 응축이 한계다.”
“그게 무슨 소리지?”
“간단해. 마력과 관련된 물건이나 마법 그 자체를 해석할 수 있고 또 그걸 토대로 마력으로 분해할 수 있다.”
“응축은?”
“분해한 마력을 압축해서 덩어리로 만드는 거지.”
“그걸 어디다 쓰는데?”
“어디다 쓰긴, 당연히 적을 죽이는 데 쓴다.”
“…….”
“현재 내 유일한 공격수단이기도 하다. 간단히 말해, 마법을 집어삼켜 저장해 둔 후 마력으로 응축시켜 적에게 쏘아내는 것이지.”
“…그거밖에 못 하는 거야?”
“닥치거라! 이것도 다 너 때문이다! 네가 유약하기에 내 힘을 죄다 덜어낸 후에야 소환할 수 있었지 않나! 이토록 무력한 상황은 나로서도 참으로 견디기 힘들다!”
“흐음….”
“그리고 이 몸은 애초에 전투보다도 다른 것들을 주로 해왔다.”
“다른 것?”
우르가 음흉하게 웃었다.
“육성과 조율이지. 나로 인해 세상에 이름을 남긴 마도사들이 얼마나 많은지 너는 모를 것이다.”
“그야 모르지, 마도사라는 이름도 남지 않았으니까.”
“…그건 착오다. 뭔가 문제가 생긴 게 분명해.”
강설은 대화를 잠시 멈추고 아까 떠오른 돌발 모험의 내용을 확인했다.
[스물세 번째 모험이 시작됩니다.]
[모험 23. 스톡홀롬 증후군]
모험 23. ‘스톡홀롬 증후군’
악당에게 동조하고 감화되는 일은 흔치 않은 경우입니다. 하지만, 분명히 일어나는 일입니다.
당신을 한차례 궁지로 몰아넣었던 말라쿠스는 어렸을 적, 정체불명의 괴한들에게 두 눈과 가족을 잃었습니다.
그는 분노 속에서 절규하며 살아갔습니다. 당신은 그의 품에 남아있던 편지를 보고 그의 과거를 알아냈습니다. 말라쿠스는 뻔뻔하게도 편지를 확인한 자에게 원수의 복수를 부탁했습니다.
당신이 그의 부탁을 들어줄지 혹은 무시할지는 당신의 그 날 기분에 따라 좌우될 정도.
그만큼 말라쿠스와 당신의 관계는 가볍습니다.
하나, 우연히도 말라쿠스의 가족을 빼앗았던 흉수의 특징을 가진 자를 발견했으며, 또 우연히도 그자가 숨겨둔 게 분명한 비밀스러운 공간에 지금 당신이 들어와 있습니다.
참으로 공교로운 날입니다.
당신에게.
아니, 우연히 당신을 맞이한 적에게도.
어찌 됐건, 당신은 지하실의 비밀을 확인할 생각입니다.
목표 : 지하실의 비밀 확인
이 모험은 돌발 모험입니다.
현재 남은 시간 「약 3일」
‘그래, 정말 공교롭네.’
강설은 말라쿠스의 과거 따위, 솔직히 관심도 없었다.
그가 어떻게 살아왔건, 또 과거에 어떤 일을 겪었건 알게 뭔가?
그런데, 어찌하다 보니 자신은 말라쿠스의 복수를 하러 온 사람의 모양새가 되어 있었다.
‘얄궂군.’
우르의 몸을 빌린 보르누일이 말했다.
“오호호… 지하실 규모가 상당하군요. 여기가 평범한 창고일 리는 없겠어요.”
보르누일은 평소에는 우르에게 통제권을 내어주고 그냥 잠을 잔다.
노인은 잠이 없다는 말이 그에게는 통용되지 않는 것 같았다.
[중급 간파가 발동합니다.]
[거미줄이 뭉개진 흔적을 발견합니다.]
[지워지지 않은 발자국을 발견합니다.]
[이곳은 최근까지 관리가 되었습니다.]
마치 탐정이라도 된 것처럼 이곳저곳을 확인하며 안으로 들어가는 강설.
푸드드득…
미리 흘려보냈던 까마귀 한 마리가 반응을 보였다.
‘저곳이군.’
지하실인데도 습한 기운은 좀처럼 없었다.
“끄으으으….”
강설이 따로 떨어진 방으로 들어섰다.
벽에 양팔과 양발이 쇠고랑으로 고정된 사내가 침을 질질 흘리며 앞을 보고 있었다.
“혀, 형?”
“…경택아.”
“형! 형이에요?”
사내는 조경택이었다.
장비는 깔끔하게 벗겨져 있었고 속옷 한 장 말고는 몸에 걸치고 있는 게 없었다.
“형… 도망… 도망쳐야 해요… 여기….”
“괜찮아, 이제 괜찮다.”
“…….”
“내가 왔어.”
조경택이 고개를 푹 떨궜다.
“미안해요….”
“뭐가.”
“그냥.”
콰직!
강설이 힘주어 쇠고랑을 풀었다.
다행히, 조경택은 다친 곳이 없어 보였다.
단지 오래 묶여있었기에 조금 움직임이 불편해 보이는 정도.
“괜찮아?”
“괜찮긴 한데… 여기가 어디죠?”
“…기억이 안 나는 거냐?”
조경택은 정신이 없어 보였다.
눈알을 핑글핑글 굴리며 뭔가를 떠올리려는 건지 연신 하늘을 쳐다보았다.
“나… 무슨 일을 당한 거지?”
“어떻게 된 거냐?”
“동료들의 일 때문에 가티프 가의 고용인에게 안내를 받고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는데… 그 이후로 기억이 없어요. 깨어나 보니까 이곳이에요.”
“…몸은 움직일 수 있겠어?”
“예, 다행히 몸은 정상이에요. 그보다 형은 어떻게….”
강설은 이곳까지 오게 된 사연을 조경택에게 차분하게 설명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뒤, 조경택은 강설에게 감사를 표했다.
“저 때문에 이곳까지….”
“생각보다 간단했어.”
“그리고 형… 이거 위험한 모험이라고 표시되어 있는데… 저 위험한 모험은 처음인데….”
가끔 메시지로 뜨게 되는 위험한 모험 표시.
하지만 그다지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알카트론이 특수한 경우였지.’
위험한 모험이라고 해서 다 극복하기 어려운 난이도가 등장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 레벨의 평균치보다 위험한 모험에 저런 표시가 들러붙는 것 같았다.
‘레벨만 비슷하면 상관없다.’
지금의 강설은 그런 것에 크게 연연할 만한 급이 아니었으니까. 알카트론에서도 생환하지 않았던가.
이곳은 팀브리안 한복판, 귀족 사유지 지하실이었다. 뜬금없이 알카트론 급의 모험이 출현할 일은 없었다.
“걱정 안 해도 돼.”
“그, 그럼… 동료들이, 제 동료들도 이곳에 있는 걸까요?”
“아직 시간이 있으니, 일단 찾아보자.”
찍찍… 찌지직…
그들은 발밑에서 얼쩡거리는 쥐를 걷어차며 전진했다.
강설은 소지품에서 혹시 몰라 여분으로 들고 다니는 장비를 조경택에게 사용하게 했다. 아무래도 벌거벗고 다니는 것보단 나았다.
“…이거 전부 희귀 이상이네요?”
“불편하더라도 이곳에서 나갈 때까진 그거 입고 있어.”
“…예.”
큼큼…
우르가 그림자 공간 속에서 말을 걸어왔다.
– 피 냄새다.
‘나도 느꼈어.’
강설은 가까운 곳에서 풍겨오는 피 냄새에 경직되었다.
이미 시체나 피에는 익숙해진 그였지만 함께 있는 조경택은 다를 테니까.
“경택아.”
“예?”
“피 냄새다.”
“…….”
“동료들이 있을 수도 있어.”
“…괜찮아요. 지금 진정해둘게요.”
저벅… 저벅…
그들은 비밀스러운 공간에 다다랐다.
“여기는….”
가죽으로 된 자루가 귀퉁이에 쌓여 있었고 그곳에서 썩은 내가 진동했다.
또한 실험대인지 고문대인지 알 수 없는 기구에 핏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조경택이 자루를 열어보더니 고개를 휙 돌렸다.
“우욱… 우웨에에엑….”
속에 있는 것을 게워낸 조경택이 말했다.
“시체예요….”
“…좀 더 살펴보자.”
조경택의 얼굴에는 이제 핏기가 싹 가셔 있었다.
아마도 깨어나자마자 충격적인 장면들을 연달아 목격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스윽…
또 다른 방을 찾았다.
“저기! 저기 제 장비예요!”
“그래?”
“네! 좀 갈아입을게요.”
강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은 마치 보물창고처럼 보였다.
‘아니, 보물창고가 아니겠지.’
아마도 유품일 것이다.
아까 전 방에서 보았던 그 시체들이 지녔던 물건들 말이다.
관리가 덜 된 아까 그 방과는 달리 이곳은 꽤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물건들을 품목별로 분류해두었기에 조경택이 그의 물건들을 찾는 것도 순식간에 이뤄지고 있었다.
강설은 이곳의 물건들의 품질이 그다지 좋지 않음을 확인하고는 다른 것들에 관심을 가졌다.
파라라락…
“문서?”
종이 뭉텅이가 귀퉁이에 놓여 있었기에 강설은 그것에 손을 대었다.
스륵…
스르륵…
토지 권리증이라고 적힌 것들과 각종 재산과 관련된 문서들.
‘이건 그냥 재산이잖아.’
아마 살해한 뒤, 갈취한 것들이리라.
강설은 흉수의 저열함에 치를 떨면서 문서들을 대강 살펴보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
강설이 한 증명서를 손에 쥐고 가만히 멈추었다.
이내 따끔한 기억이 그를 찾아왔다.
– 더는… 무리야… 돌아갈래. 이만큼 했으면 됐잖아?
‘아닐 거야.’
– 그러니까, 모험가 따위는 그만할 거라고. 고향으로 돌아가서 농사나 지을 거야! 가족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이딴 곳에서 죽을 생각 전혀 없거든!
‘
아델린의 토지… 여기, 그러니까….’
황급히 토지 권리증에 기록된 지도상의 위치까지 확인하는 강설.
그런 강설에게 조경택이 다가왔다.
“형? 왜 그래요?”
“…가자, 확인해 볼 게 있어.”
강설이 그를 불안에 떨게 한 토지 권리증을 품에 넣은 뒤, 조경택과 함께 자리를 떴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조경택 홀로 불안해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 * *
그들은 이전보다 빠른 속도로 지하실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얼마 안 가, 다행히도 조경택의 동료들이 발견되었다.
“경택아!”
“효민 누나!”
“나도 있어!”
“강오 형!”
동료들은 총 2명.
다른 인원은 보이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그게….”
“죽었다! 복면을 쓴 망할 개자식들이 죽이는 걸 내가 똑똑히 봤어!”
으드드득…
“빌어먹을 새끼들….”
효민이라는 여인과 강오라는 남자가 구속에서 풀려났다.
몸을 가릴 장비들을 몇 개 챙겨왔기에 그들은 수치스러운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다.
효민은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말했다.
“도, 도망쳐야 해. 경택아! 우리 도망쳐야 한다고….”
“왜? 그 자식들 전부….”
“아니, 우리는 놈들이 하는 얘기를 들었어. 이 일… 우리가 끼어들 만한 일이 아니야.”
“그럼 죽은 사람들은!”
“…….”
하나, 선택권은 그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직, 돌아갈 수 없습니다.”
“당신은 누구… 음? 설마!”
“형이야! 설이 형이 와줬어!”
“정말? 정말이야?”
“그래! 그러니까 믿어보라고!”
일행은 강설의 존재를 깨닫자 천군만마를 얻었다는 듯이 활짝 웃었다.
하지만, 강설의 이어지는 이야기를 듣고는 다시 표정을 구겼다.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하, 하지만….”
“형이 하자는 대로 하자, 누나. 우리끼리만 빠져나가는 것도 위험해.”
짧은 설득 끝에, 효민과 강오가 그 뜻을 받아들였다. 또다시 시작된 수색.
하지만, 그 수색은 금방 끝이 났다.
– 저 앞이다.
우르의 말에 강설이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다가갔다. 어떤 인영을 가둔 철제 우리가 사방에 가득했다.
“…그렇군.”
“맙소사… 죄다 그림자잖아요?”
“형, 이거… 괜찮은 거예요?”
강설이 우리에 갇힌 그림자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으어… 으어어….”
그림자는 말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했다. 그림자가 구속된 철창엔 이름이 쓰여 있었다.
아마도 강제로 그림자가 된 이의 이름일 것이다. 철제 우리를 늘어놓은 건 이름의 배열순서인 것 같았다.
‘그렇다면….’
강설이 빠른 속도로 어떤 이의 이름을 찾기 시작했다.
‘…없어, 없을 거야.’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강설은 한 철제 우리 앞에서 멈춰 서게 되었다.
“우으으으으….”
철제 우리에 붙잡힌 중년 남성은 강설을 보고는 무슨 말을 하려 했다.
그 순간.
콰콰콰콱!
단검 몇 자루가 날아와 원래 강설이 있었던 자리에 박혔다.
어둠 속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우후후… 그걸 피했네? 역시 전이자 치고는 괜찮은 움직임인데?”
장내에 등장한 고양이 수인의 모습에 강설이 답했다.
“…아까 그 비린내 나던 고양이?”
“까불기는… 여기까지 오면 어떡해? 다 들켜버렸잖아. 어떻게 할까나… 너 제법 강한 것 같기도 하고….”
뒤에서 효민이 강설에게 말했다.
“너무 위험해요….”
“…….”
효민의 반응에 고양이 여인이 반응을 보였다.
“너… 뭔가 알고 있구나?”
“모, 몰라요….”
“내가 누구게?”
“모른다고요….”
“그럼 내가 누굴 위해 일하게?”
“그만…”
강설이 무덤덤하게 물었다.
“이번에도 영생교냐?”
“호! 맞아! 영생교가 내 뒤를 봐주지. 자,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조경택이 흠칫 놀라며 말했다.
“여, 영생교!”
“후후후… 그쪽 아이는 우리를 알아?”
“…….”
영생교라는 이름이 이제 전이자들에게도 암암리에 퍼진 것인지, 조경택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반면, 강설은 무표정한 얼굴로 여인에게 말했다.
“영생교는 이런 짓을 하지 않아. 이런 데에는 관심이 없거든. 온통 머릿속엔 교주 생각만 그득한 친구들이니까.”
“그걸 네가 어떻게 알지?”
“이런 짓은… 아마도 영생교와 얽히고 싶어 하는 어쭙잖은 녀석이 한 거겠지. 아마도 너 같은.”
“후후… 과거라면 네 말이 맞았겠지만… 지금의 영생교는 조금 다를걸?”
“…그래?”
강설의 시선은 여전히 고양이 여인이 아닌 철창 안으로 가 있었다.
고양이 여인은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자 으르렁거리며 물었다.
“나한테 집중해! 아! 혹시 거기 그림자가 아는 사람이라도 되나?”
“어, 안타깝게도.”
철창에 쓰인 이름.
리안 쿠르오스.
한때, 강설의 말이었던 자.
가족들에게 되돌려보낸 자가, 어째서 이곳에 있는 것일까.
누구에게든 타협이 불가능한 선이 있다.
그 선을 넘으면, 불같이 화를 내게 되는.
강설에게 그러한 선은, 그의 삶.
그의 말이었다.
“너, 여기서 죽을 거다.”
“푸흐… 그래? 어쩐다… 내가 죽으면 영생교가 가만히 있을까?”
선을 넘으면, 강설은 화를 낸다.
“거슬리면 영생교도 죽인다.”
후우우우웅…
강설의 양손에서 거무튀튀한 기운이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