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19
제18화
한편, 강설과 아덴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던 두 남자가 있었다.
그들 중 한 남자가 자리를 벗어나려는 강설을 가리키며 말했다.
“야.”
“왜?”
“보여?”
“뭐?”
“저기 저 새끼.”
“아! 보인다. 로브 쓴 놈?”
남자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제 딴엔 감춘다고 감춘 것 같은데 장비가 워낙에 빛나셔야지. 저 상인 놈이랑 하는 얘기 내 염탐으로 똑똑히 들었어. 과연… 좋은 장비는 저런 식으로 꼼수를 부려야 얻을 수 있는 건가?”
“세 보이는데….”
“그딴 게 어딨어? 고작해야 여기 온 지 한 달째인데 생긴 대로 노는 거지. 칼로 쑤시면 다 들어가.”
“길드는? 재수 없게 인원 많은 길드랑 엮이면 피곤해질 텐데….”
“미어캣 새끼들이 모여 봐야 미어캣이지. 잊었냐? 지금처럼 질서 없는 곳에서 센 놈이 어떤 놈인지?”
질서가 없는 곳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는 평소에도 혼돈을 원했던 자들이다.
“거리낄 게 없는 놈이야.”
“그래, 네 말이 맞아. 근데 작업 치려면 둘 더 있어야겠는데?”
“길드에서 두 명 빌려오면 되지.”
“오케이.”
두 남자는 서진철과 백상규.
원래부터 질이 나빴던 자들이다.
선수는 선수를 알아보는 법.
그들은 콩고리에 넘어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친해졌다.
그리고 그들과 비슷한 가치관을 지닌 자들이 모여 길드가 만들어졌다.
길드 구성원들의 면면은 굉장했다.
얼굴 전체에 문신을 한 사람부터 진한 칼자국이 나 있는 사람, 만두 귀에 목이 코뿔소처럼 두꺼운 사람까지.
겉모습만 봐도 벌벌 떨 만한 인상들이었다.
그런 사람 중에서도 유독 뜻이 맞는 몇몇이 서진철, 백상규와 어울렸다.
이 무리는, 콩고리에 넘어와 사람을 죽인 적이 있었다.
그 사람이 지니고 있던 장비와 돈을 노리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단지, 그 결말은 지구와 달랐다.
이곳에선 전이자들의 신변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에 아무런 처벌도 수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한 번 쉬운 길을 골랐던 승냥이들은 두 번 다시 가시밭길을 향해 눈을 돌리지 않았다.
이곳에선 자신들이 왕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넌 길드로 가서 둘 데려와. 난 얘기하고 있을 테니까.”
“좋아.”
서진철이 뱀 같은 눈을 하고 협회를 빠져나갔다.
홀로 남은 백상규가 강설과 이야기를 나누던 아덴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평범한 분은 아닌 것 같군, 여기서 뭘 하는 거지?”
아덴이 의미를 알 수 없는 웃음으로 그를 맞이했다.
* * *
“안 가면 안 되는 거야?”
“꼭 죽으러 가는 거 같잖아….”
“알아보니까 이번 모험은 쉽댔어. 걱정하지 마.”
제한 시간이 다가올수록 사람들은 초조해졌다.
하루, 혹은 며칠.
또 보름이나 한 달 등.
각자의 모험은 저마다의 시간을 가진다.
이제는 도시 정문에서 물소 떼처럼 달려 들어오는 경우는 좀처럼 없을 거라는 얘기.
‘조금 가혹하긴 하군.’
모험도 모험이었지만 진정으로 가혹한 것은 휴식 기간이었다.
휴식은 무려 한 달이나 지속되어 사람들의 정신과 육체에서 긴장을 빼앗아 갔다.
이것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매번 모험을 나설 때마다 지옥으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을 맛보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에 반면, 강설은 상대적으로 다른 이들보다는 훨씬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임할 수 있었다.
적어도 그는 자신이 향하는 지옥의 길 정도는 꿰고 있었으니까.
“죽으면 안 돼! 알았지?”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
“또 여기서 보는 거야. 응?”
헤어지는 연인들처럼 울고불고 난리가 난 전이자들은 곧 빛무리에 휩싸였다.
지이이잉-
강설을 포함한 전이자들의 몸이 각자의 모험 장소로 전송되었다.
[다음 모험을 시작합니다.]
[세 번째 모험이 시작됩니다.]
[모험 3. 노비라 운송 호위]
모험 3. ‘노비라 운송 호위’
영원의 세계, 판데아의 남쪽에는 다양한 자연의 보고가 있습니다. 그중에는 침묵하는 대삼림도 있습니다. 당신은 대삼림 근방에 자리한 도시인 노비라까지 운송 마차 호위를 하기로 계약했습니다.
문제가 될 만한 점은, 노비라로 향하는 길목에는 유적 사냥꾼들을 비롯하여 마적 떼들이 상주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마주치지 않는다면, 별 탈이 없겠지만 만일 이들을 마주친다면 상황이 그렇게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겁니다.
목표 : 노비라까지 마차 호위. 무리의 수와 마차의 수가 줄어들수록 보상이 감소한다.
현재 남은 시간 「71 : 59」
‘3일. 적어도 하루 정도는 편하게 가겠어.’
강설이 모험의 개요를 간단하게 살펴본 후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덴이 잡부에게 마차에 마지막 짐을 싣도록 지시하고 있었다. 강설이 다가가자 그를 알아본 아덴이 두 팔을 벌려 맞이했다.
“하하하! 제시간에 딱 맞춰 왔군, 그래.”
강설의 시선은 더 먼 곳으로 향했다.
험악한 인상의 4인이 그곳에서 강설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사람인가?’
협회에서 자신을 몰래 훔쳐보던 남자.
어떻게 알았는지, 같은 무리로 보이는 자들까지 합세해서 자신을 찾아왔다.
“이번 일을 함께할 친구들이야. 넷은 일행이니 혹여 뒤에서 욕하지 말라고. 다 들키니까 말이야.”
“…알겠습니다.”
백상규가 상어처럼 강설을 살피더니 말을 툭 던졌다.
“빡상이라고 한다. 가는 동안 잘 부탁해.”
이름 대신 닉네임을 말하는 백상규.
실제로 전이자들은 이름 대신 닉네임을 말하곤 했다.
“스노우맨입니다.”
“길기도 해라. 아무튼, 서로 문제 일으키지 말고 조용히 가자고.”
– 저기 제일 문제 일으키실 것 같은데요
– 이야 이거 빡세겠네 ㅋㅋ 다인큐는 정치 당하면 끝장이라고!
– 애들 얼굴 봐라, 전과 3범 미만은 없어 보여.
강설은 그들과 통성명을 나눈 후, 함께 아덴의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호위 임무라고는 했지만, 자네들은 예비야.”
“…뭐라고?”
“예비?”
강설을 제외한 다른 이들이 아덴의 말에 의문을 품었다. 아덴이 멋쩍게 웃으며 답했다.
“이미 호위는 충분하네만, 사람 일이라는 게 계획한 대로만 되라는 법은 없잖나? 그래서 원래의 인원보다 조금 더 뽑은 거야.”
“그럼, 우리는?”
“그냥 눈치껏 있다가 문제가 생기면 나서주면 될 거야. 정찰과 불침번은 이쪽에서 알아서 하지.”
서진철이 백상규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이거 완전 개꿀이네? 어쩐지, 저 새끼 혼자서 모험 고를 때부터 알아봤어. 자기만 이런 품 안 드는 모험 독식하려던 거네?”
“듣자 하니 완전히 썩을 자식이네. 원래 계획대로 가진 거 다 뺏고 쑤셔서 마차 밖으로 던져버리자.”
아덴은 그런 그들의 속삭임을 듣지 못하고 한 마디를 남기고 자리했다.
“저기 가운데에 리본이 3개 달린 마차에 올라타라고. 밥 시간이 아니면 좀처럼 부를 일이 없으니까 낮잠이라도 한숨 자두든가.”
“워후… 복지 끝내주고.”
백상규는 아덴이 떠나자 강설을 쳐다보고 엄지손가락으로 뒤편의 마차를 가리켰다.
“들어가지. 3일이면 금방 친해질 거야.”
“…….”
강설은 말없이 그들의 뒤를 따라 마차에 올랐다.
마차는 얼마 지나지 않아 출발했다.
마차에 실려 이동하는 동안, 강설이 주변의 상황을 살폈다.
‘이 뜨내기들이 무슨 목적인지는 모르지만, 나한테 붙었다.’
그들의 말투, 행동거지, 시선 등에서 거부감이 느껴졌다.
호탕하게 얘기하는 것치고는 상당히 조심스러운 모양새.
더군다나, 공교롭게도 협회에서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던 남자가 같은 모험에 합류했으니 당연히 의심스러웠다.
‘혹시, 트롤인가?’
트롤 혹은 머더러.
전자는 일부러 모험 판에 끼어들어 파티의 모험을 망치는 존재였고 후자는 같은 말들을 살해하는 자였다.
둘의 행동은 파티에 해가 된다는 점에서 비슷했지만, 목적과 방향은 크게 달랐다.
트롤의 목적은 변칙적인 재미 추구, 혹은 판을 깨면서 찾아오는 희열이었고 머더러는 다른 말의 장비였다.
모험을 통해 얻는 것보다 상대 말에게서 빼앗는 쪽이 상대적으로 쉬웠기 때문이다.
물론, 심한 경우에는 살인 그 자체에 의미를 두는 머더러들도 있었지만.
이런 취향의 플레이어들은 천상에서도 존재했다.
당연히 이들과 같이 플레이하려는 자는 없었고, 그럴 때마다 머더러들은 말과 가면을 바꿔 다시 나타나곤 했다.
‘이들이 머더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어.’
강설은 경계하면서도 한편으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일반적인 파티원이었다면 위험에 휘말렸을 때 조금이나마 신경이 쓰이기 마련인데, 이들에게는 그럴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나저나 멍청한 작자들이네. 이 모험이 대체 무슨 모험인 줄 알고 끼어든 거지?’
정보도 없는 모험에 끼어든다는 건 그런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만큼 강자이거나 생각이 없거나 둘 중 하나다.
‘아마도 후자인 것 같은데… 후회하게 되겠군.’
이 모험은 보통 모험이 아니었다.
연계 모험의 경우 난이도에 장난질이 되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가령, 처음 시작할 때는 평범한 모험이었는데 끝으로 다가갈수록 끔찍한 난이도의 모험으로 탈바꿈한다든지.
자기들끼리 떠들던 백상규 무리가 갑자기 폭소를 터트렸다.
“후하하하! 이거 완전, 누워서 떡 먹기네.”
“겁쟁이 하나 물어서 이번 모험은 편하게 가겠어. 안 그래?”
이들이 말하는 겁쟁이란 아마도 아덴일 것이다.
그들은 계속해서 떠들어대다가 문득 강설이 생각난 건지, 고개를 돌려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형씨, 직업이 뭐요?”
“직업?”
“여기 넘어오면서 직업 하나씩 생겼잖아. 댁은 직업이 뭐냐고.”
“소환사입니다.”
“하! 하하! 그딴 시시한 직업도 있었던가?”
“큭크흐흐… 그만해. 쪽팔리겠다.”
“아, 뭐 어때서! 남자가 이렇게 기회의 땅에 왔으면 좀 거창한 꿈을 품어야지. 주먹이나 창, 검이든 뭐든 얼마나 멋있어? 그래서 소환수 뒤에 숨어서 지켜만 보는 건 나는 좀 그래.”
“큭… 아 미안해, 미안합니다. 이 친구가 워낙 할 말은 하는 성격이라. 안 맞아도 이해하는 게 좋습니다. 그래도 이 친구 실력은 확실히 에이스니까 믿어도 됩니다.”
– 에이스는… 죽은 거지?
– 스노우맨 : ㅎㅎ 맞음. 소환사 버프 필요한 듯.
– 얘네 왜 이렇게 깝죽거림? 쟈마드든 카루나든 일어나서 칼춤 한 번 춰야겠는데?
– 파티원 죽여서 뭐 하게. 고기 방패로 쓰면 되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뜬 남자가 강설에게 슬쩍 다가오더니 다시 한번 다른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말인데, 길드는 든 거요?”
“아직 소속된 곳이 없습니다.”
“뭐?”
백상규와 서진철을 포함한 4인의 입가에 자연스럽게 미소가 떠올랐다.
강설에게 뒷배가 없다는 말에 자신들도 모르게 안심한 것이다.
“이런, 그래도 사람이 의지할 곳은 있어야 하는데.”
“돌아가면 길드 하나 드는 게 좋을 거요. 돌아가면. 우리는 포식자 길드라고 하니까 나중에 관심 있으면 들러보든가.”
“기억해두겠습니다.”
괜히 ‘돌아가면’이라는 말을 두 번이나 얘기하는 게, 마치 기필코 강설을 돌려보내지 않을 거라는 다짐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들은 시종일관 강설을 얕잡아 보거나 무시하는 행태를 보였다. 하지만 그런 행동에도 강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귀찮게 하는군.’
오히려 그들의 대화를 통해서 이들에게 숨겨진 속셈이 있다는 것을 거의 확실시하고 있었다.
이들에겐 안 된 말이지만 그 음흉한 속셈이 뜻대로 될 일은 없을 것이다.
그의 진짜 의도와는 달리 소극적인 대화 태도로 인해 강설은 이들에게 언제든 수확할 수 있는 과실처럼 여겨졌다. 때문에, 가는 내내 백상규 무리와는 별다른 충돌이 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저녁이 되었을 때, 강설은 마음의 준비를 끝마쳤다.
그의 첫 번째 캐릭터와 두 번째 캐릭터.
두 캐릭터 모두 여정 첫날밤에 문제가 생겼었다.
‘그럼 이번에도 그럴 확률이 높다는 거지. 아니, 아마도 거의 확실하게 문제가 생긴다.’
애초에 그렇게 설계된 모험이니까.
“이보게들, 나와서 술이나 한잔하지!”
“술? 술이라고?”
“다행히 별문제 없이 가고 있으니, 번을 서지 않는 우리끼리 한 잔씩들 하자고.”
“여기 정말 최곤데?”
백상규 무리가 마차에서 내려 정지한 마차 주변에 꾸려진 야영지에 다가갔다. 강설도 그들을 따라 그곳에 다가섰다.
꽤 많은 사람이 삼삼오오 둘러앉아 고기를 뜯고 술을 마셨다.
“자, 뜨끈하게 덥힌 술이니까 한 번에 쭉 들이키라고. 죽여줄 거야.”
모두에게 술잔이 돌아갔다.
강설이 술잔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간파가 발동합니다.]
[술에서 이상한 냄새를 감지합니다.]
강설은 천연덕스럽게 고개를 돌려 술을 쭉 들이켜는 척했다.
정확히는 술은 전부 그의 그림자 손에 떨어져 땅으로 스며들었지만, 그것을 본 자는 없었다.
“크흐… 죽여주네.”
“여기도 이제 보니까 살 만하네. 이런 정도 있고 말이야.”
이미 백상규 일행은 술을 한 잔 마신 것도 모자라 다음 술잔을 받고 있었다.
‘아덴이 슬슬 얘기를 꺼내겠군.’
강설의 예상대로, 아덴은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했는지 이상한 제안을 해왔다.
“뭐? 노비라에 가기 전에 다른 곳을 좀 들르겠다고?”
“그렇게 결정이 난 걸 어쩌겠나. 대신, 수당은 세 배로 쳐주지.”
“세, 세 배? 그럼 얼마야?”
“각자 금화 600개씩은 가져가는 거지. 어떤가?”
이런 간단한 임무에 금화 600개라니.
조금만 생각해봐도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챌 텐데 백상규 무리는 판단력이 흐려졌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하하하! 좋네, 좋아. 그리고 우리가 어디로 향할 거냐면….”
그때였다.
강설이 황급하게 소리쳤다.
“숙여!”
“뭐?”
푸슈슈슈슈슛!
마차 행렬에 수십 발의 화살이 날아왔다.
푸욱-!
푹!
“끄어억….”
“커헉!”
강설의 시야로 메시지가 한 줄 떠올랐다.
[‘노비라 운송 호위’의 주요 내용이 변경됩니다.]
[‘노비라 운송 호위’가 ‘마차는 달린다.’로 변경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