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192
제191화
아침이었던 육편들이 방 안 이곳저곳에 들러붙어 있었다.
사람의 육체가 사방으로 흩어지는 기괴한 소리에 정원 인근의 조직원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강설의 앞은 마르셀로 무리가, 뒤는 일반 조직원들이 막아섰다.
“웬 놈이냐!”
“뭐, 뭐야! 이 새끼 뭐야! 마르셀로! 어떻게 할까?”
수준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하니 사뭇 대담하게 나오는 조직원들.
마르셀로가 말했다.
“닥치고들 있어, 내가 결정할 때까지….”
이 사태로 마르셀로가 분노한 것은 당연한 일. 하나, 그보다 분노해야 할 건 형제를 잃은 점심과 저녁이었을 터였다.
“아침이….”
“손써 볼 여지도 없이 죽었군. 이건 굳이 관을 짤 필요도 없겠어.”
하지만 형제가 죽었는데도 점심과 저녁은 담담한 어조를 일관했다. 하기야 분노는 지금 그들에게 전혀 보탬이 되어주지 못할 것이다.
잠시 한숨을 내뱉으며 머리를 차갑게 식힌 그들은 마르셀로에게 말했다.
“마르셀로, 이건 얘기가 다르다. 우린 귀신만 상대하면 되는 것 아니었나?”
“나, 나도 모르는 녀석이다.”
마르셀로는 카르텔 내에서도 그 잔혹함과 대범함으로 입지를 굳힌 자다. 그런 마르셀로가 예상 밖의 상황을 맞이하자 말까지 더듬으며 항변했다. 정작 미치겠는 건 마르셀로였다.
“누구냐? 무슨 원한이 있기에 이곳까지 찾아와 이런 짓을 벌이는 거지?”
그의 근처에 서 있던 간부가 말했다.
“아무래도 귀신의 조력자인 것 같다. 아까 전 대화도 그렇고 돌아가는 꼴을 보자니 그런 것 같군.”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는 건 질색인데….”
대충 일이 어떻게 풀린 건지 파악한 마르셀로가 강설에게 말했다.
“이름이나 알자고, 친구. 이름?”
“나는 친구를 가려 사귀는 편인데.”
“이렇게 행패를 부려놓고 이름까지 숨긴다… 좋아, 대화는 원래 물꼬를 트는 과정이 가장 어려운 법이니까. 원하는 걸 말해라.”
“원하는 거?”
“목적이 있으니까 온 것 아니었나? 아, 그게 좋겠군. 귀신이 원하던 물건을 주지.”
한여명이 코웃음을 쳤다.
“그 물건은 처음부터 대가로 받았어야 하는 물건인데 이제 와서?”
“물론 알지. 조금 늦은 감이 있으니 이쪽에서도 그만큼 성의 표시를 하도록 하지. 어때?”
한여명은 답하지 않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결정권을 지닌 자는 오로지 한 명이었으니까.
“돈은 필요 없다.”
“그럼 뭘 원하지?”
“너희 모두… 아젤포그에서 꺼져라. 그럼 목숨까지 빼앗진 않아.”
“미친… 완전히 미쳤군.”
아젤포그에서 후퇴한다는 건 카르텔이 외부의 압력에 패했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공포를 먹고 자라나는 조직이 웃음거리로 전락한다는 건 더는 조직을 유지할 수 없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아젤포그는 카르텔의 최전선이나 마찬가지라 염소들이 모두 주시하고 있는 도시였다.
이런 중요한 위치의 아젤포그에서 물러난다면 강설이 아니라 카르텔에게 처분당할 것이다.
상대도 그것을 알기에 저런 식으로 나오는 것이 분명했다.
대화가 통하지 않을 것이라 여긴 마르셀로는 점심과 저녁을 보고 말했다.
“추가금을 주마, 죽은 형제의 위로금까지 챙겨주지.”
“…저자와 싸우라고?”
“방법이 없다. 여기서 물러나면 우리 모두 염소들에게 물어뜯기겠지. 그걸 원하나?”
“리턴이 너무 적어. 리스크에 짓눌려서 목이 부러질 것 같은데.”
“섭섭지 않을 거다. 내 목을 걸고 약속하지.”
“흠….”
점심이 흔들리는 동공으로 마르셀로의 수하 중 한 명에게 다가갔다.
“이봐, 너.”
“뭐? 뭔데?”
“나 대신 벌 좀 받지.”
“무슨….”
점심이 수하의 팔을 붙잡자, 기괴한 상황이 벌어졌다.
[점심이 뒤집어씌우기를 사용합니다.]
[대상이 대신 혼이 납니다.]
으지직…
팔이 180도로 돌아간다는 게 뭔지 확실하게 보여주는 듯한 광경.
“어? 어어… 으아아아아아악!”
“마르셀로가 다른 일을 맡겨서 말이야.”
“주, 죽일….”
“네가 날 죽인다고?”
“…….”
이윽고, 점심과 저녁이 나란히 섰다.
강설은 그들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카루나와의 능력치 차이도 꽤 심한 편인가 보네.’
일반적으로 동레벨의 전이자와 마물과의 능력치 차이는 어느 정도 존재하는 게 사실이었다.
마물은 보통 다수의 전이자가 함께 상대하여 쓰러트리는 존재였으니까.
휴식 기간의 존재 때문에 전이자와 전이자의 레벨 차이는 존재하더라도 압도적일 수는 없는 상황.
즉, 서로 비슷비슷한 레벨이라는 것이다.
그런 이상, 전설 등급인 카루나의 능력치를 능가할 만한 전이자는 거의 없었다.
강설처럼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성장한 전이자가 아닌 바에는.
‘그리고 이어진 영혼도 있으니….’
거기에, 카루나는 쌍둥이 기사의 이어진 영혼으로 인해 능력치가 본래의 2배까지 치솟아 있었다. 또 강설의 소환수 보조 능력까지 주렁주렁 달고 있기도 했고.
그러니, 세쌍둥이가 동시에 덤볐어도 도륙을 냈을 것이다.
강설의 점수는 1,100만 점을 갓 넘겼을 뿐이었지만 그의 전력을 1,100만 점 그대로 오해하면 곤란했다.
강설은 점수를 월등히 뛰어넘는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었다. 아마도 같은 1,100만 점짜리 전이자가 있다면 그를 압도할 수 있을 정도로.
강설은 상대의 수준이 카루나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눈치채고 굳이 카루나를 앞세울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귀찮은 일이니 직접 나서 빨리 치워버리고 말 생각이었다.
하지만, 우르가 반대했다.
– 벽 너머가 곧이다, 나서지 마라.
한차례, 검은 파동을 습득한 카루나.
한데도 벽을 깨지 않았다니?
강설은 의아한 마음이 들었지만, 어차피 결과는 정해져 있으니 우르의 말대로 따르기로 했다.
점심과 저녁이 마르셀로에게 말했다.
“제압은 불가능하다.”
“상관없어.”
스윽…
점심이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며 말했다.
“이게 뭔 줄 아나?”
강설이 점심이 꺼낸 물건을 잠시 바라보다 말했다.
“…회중시계?”
“그래, 공정한 회중시계지. 우리가 이걸 어떻게 입수했는지 궁금하지 않나?”
“아니, 굳이? 주절주절 말이 많은 편이긴 하네.”
“그럼 요점만 말하지. 이 회중시계를 발동하는 조건은 상대에게 회중시계의 능력을 인지하게 하는 것이다.”
조건부 발동.
터무니없는 능력을 지닌 기물들은 보통 그런 방식으로 발동하고는 했다. 예를 들어 프래넌의 코골이와 이갈이처럼.
“우리는 이 회중시계를 발동해, 800만 점 중반이 넘는 전이자를 사냥한 적도 있다.”
“…그래?”
“3초 만에.”
800만 점이든 1,000만 점이든 솔직히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다만, 점심의 저 자신만만한 말투와 3초 안에 그들보다 강자인 상대를 살해했다는 믿기지 않는 이야기는 흥미가 생겼다.
점심이 말했다.
“10초에….”
저녁이 말을 이었다.
“5년만큼 늙는다.”
“…뭐?”
“시작하지.”
딸칵-!
[흉물 : 공정한 회중시계가 발동합니다.]
[점심의 모든 능력치가 100%만큼 증가합니다.]
[저녁의 모든 능력치가 100%만큼 증가합니다.]
[2초당 1년의 수명을 잃습니다.]
찌이이잉-!
사람이 움직이는데 쇠가 갈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강설도 언제든 밤까마귀로 대응할 준비를 하고 전투를 관찰했다.
점심은 검, 저녁은 가시가 박힌 투갑을 사용했다.
카아앙-!
급작스럽게 이루어지는 첫 번째 기습이 가장 막기 어려운 법인데, 카루나는 무난하게 점심의 공격을 받아냈다.
후우웅…
뒤를 이어 오는 저녁의 공격은 카루나의 발차기에 무산되었다.
으직…
그 소리가 투갑이 으깨지는 듯한 착각을 불러왔다. ‘전력으로 움직인다는 건 이런 것이다’라고 보여주는 것 같은 싸움이었다.
수명을 태우는 능력이라니, 소름 돋기 짝이 없다.
촤르륵…
카루나도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검은 파동을 일으켰다.
질척한 이 기운은 스멀스멀 피어올라 점심의 검을 휘감으려 했다.
휘릭-!
공중에 떠오른 채로 수평으로 강한 참격!
카가가가각!
검에 실려 있는 힘이 한여명을 상대할 때와는 전혀 달랐다. 하지만, 카루나는 어렵지 않게 그 검을 막아냈다.
카루나의 눈에서 귀기가 흘러나왔다.
퍼어어억-!
그의 온몸이 곧 무기였다.
콰자작-!
저녁의 왼손이 카루나의 왼손과 크게 충돌했다.
짓뭉개진 저녁의 왼손.
카루나도 같은 충격을 받아야 옳았다.
그것이 공정하니까.
물론, 강설이 소유한 것들은 전부 공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희망 포식자가 충격을 집어삼킵니다.]
[희망 포식자가 공복 상태입니다.]
[희망 포식자가 모든 충격을 소화합니다.]
충격이 흡수되는 예측 못 한 광경에 두 형제는 모두 당황했다. 하지만, 당황은 당황이고 전투는 계속되어야 했다.
[저녁이 후폭풍을 발동합니다.]
[일시적으로 잃은 피해의 90%를 회복합니다.]
[잠시 후에 회복한 만큼의 피해를 입습니다.]
후폭풍은 정말 어지간해서는 사용하지 않는 기술이었지만 이미 초시계까지 사용한 마당에 거리낄 게 없었다.
‘미친… 괴물 새끼!’
카루나를 상대하는 저녁은 속에서 욕이 치밀어 올랐다.
초시계를 사용했는데도 동수를 이루는 게 고작이었다. 노련하게 파고들어 손해까지 입으며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혔다고 생각했는데, 단단한 방어력 때문에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조급하면 안 돼….’
그나마 괴물과 이 정도라도 싸울 수 있는 건 초시계 덕분이었다. 지금, 초시계의 페널티를 걱정하면 결코 괴물을 쓰러트릴 수 없을 것이다.
으드득!
카강!
캉!
캉!
심각한 건 점심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심지어 한여명과의 싸움에서 약간의 손해를 보았기에 최상의 컨디션도 아니었다.
‘낭패다! 아침을 잃으면 안 됐는데!’
아침과 함께 세 형제가 합격술을 펼쳤다면 이 괴물을 차디찬 바닥에 쓰러트릴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컸다.
가진 걸 모두 쏟아내야 한다.
휘릭-!
품에서 단도를 뽑아 내던졌다. 카루나는 그것을 구태여 막지 않았다.
[희망 포식자가 충격을 집어삼킵니다.]
[희망 포식자가 공복 상태입니다.]
[희망 포식자가 모든 충격을 소화합니다.]
약한 공격은 막지도 않고 도리어 흡수, 강한 공격은 맞부딪혀 쳐내는 카루나.
지닌 바 역량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는 점심 저녁 형제가 만일, 살아 돌아간다면 지금의 싸움이 그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주변인들의 표정만 봐도 그러했다.
입을 떡 벌리고 벼락이 떨어지는 걸 보는 듯한 표정들.
실제로 그들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장내에 몇 없었다.
그 표정을 마주하자, 점심 저녁 형제의 마음에 이상한 기분이 싹텄다.
카아앙-!
콰직-!
“우웁….”
강한 상대에게 필사적으로 도전하는 이 느낌.
전력으로 질주해 결승선에 도달하기 바로 직전의 짜릿한 감각.
아침이 죽었을 때보다 오히려 지금 이 싸움이 그들을 흥분하게 했다.
그리고 싸움에서 고조된 것은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카루나 또한 이 싸움을 통해 많은 것을 얻고 있었다.
원래였다면 그가 흑기사를 흡수한 후, 한층 더 높은 경지로 나아가야 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못했다.
흑기사의 분노를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그의 분노를 받아들이면, 어딘가 이상해질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최악의 경우, 분노에 사로잡혀 흑기사와 같은 말로를 맞이할 것 같았다.
그 때문에 억눌러왔던 분노와 감정들.
하나, 억지로 누른다고 해서 잦아드는 것은 없었다.
오히려 폭발하려는 반발만 커졌을 뿐. 아마도 그에게 그런 상황이 지속됐다면 위험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지금, 이 싸움이 간신히 잠재웠던 그의 깊은 곳의 분노를 끄집어냈다.
뭔가, 토해내고 싶다.
이 모든 것을 토해내고 정신을 맑게 하고 싶었다.
정신없는 싸움이 잦아들 때쯤, 그는 그렇게 결정했다.
휘리릭-!
철컥-
숨결을 검집 속으로 집어넣는 카루나.
쿠우웅…
콰지이이익!
그가 진각을 밟자, 기이한 충격이 발생하며 약간의 인력(引力)이 발생했다.
드드드드드…
그의 앞에 쌍둥이 형제가 백발이 성성한 머리와 흰 눈썹으로 공중에 떠오르고 있었다. 그들로서도 가진바 힘을 쥐어짜내 최선을 다했다.
하나, 미치지 못했다.
중년을 넘어 노인을 향해가는 그들은 카루나에게서 느껴지는 엄청난 힘에 환희를 느꼈다.
심장이 그대로 터져버릴 것만 같은 이 힘!
“멋…지군.”
스릉-
카루나의 검집에서 뽑혀 나온 것은 검이 아닌 검은색이었다.
검은색이 모두의 시야를 새카맣게 잠식하며 빛을 빼앗았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깨달음! 카루나가 새로운 능력을 깨우칩니다.]
[카루나가 절기 : 밤바다를 깨우칩니다.]
[절기 : 밤바다가 탄생합니다!]
새카만 반원형의 파도가 저택을 송두리째 박살 내며 밀고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