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194
제193화
도굴꾼 골런.
강설의 말 중 하나였고, 함께 게임을 즐기던 신들에게 스노우맨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각인시켰던 존재이기도 했다.
골런은 처음에는 평범한 강설의 말 중 하나였다. 적어도 그가 기이한 곳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전에는.
[당신은 기질 : 습관성 도벽을 얻습니다.]
[앞으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의 물건을 훔칩니다.]
[당신은 자신이 무덤 애호가라는 걸 깨닫습니다.]
[당신은 모든 무덤을 파헤쳐야만 직성이 풀립니다.]
모험가에게는 아니, 정상적인 말에게는 치명적인 이 2개의 능력을 각성하고 난 뒤에야 강설은 골런의 진로를 정할 수 있었다.
골런은 그날부로 무덤을 파헤치는 도굴꾼이 되었다.
강설의 말 중 하나였던 리안이 엄청난 선천 능력을 각성한 반면에, 골런은 특이한 후천 능력을 각성해 강설을 골치 아프게 했다
습관성 도벽이라는 능력은 골런이 마을로 들어갈 수 없게 만들었다.
휴식도, 정비도 제대로 취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생각 없이 마을로 들어갔다가 그도 모르는 사이에 타인의 물건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고 경비대에게 밤낮으로 쫓기기 일쑤였다.
또한 정상적인 임무를 노리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임무 과정 중에 무덤의 흔적이 발견되면 임무의 제약은 무시한 채로 무덤만 파헤쳤으니, 그야말로 단세포 생물이 된 것 같았다.
하지만, 모든 일에 어찌 그림자만 있겠는가.
[당신은 돈 냄새를 맡을 수 있게 됩니다.]
[숨겨진 보물을 금세 찾아낼 수 있습니다.]
[당신은 기질 : 수집광을 얻습니다.]
[당신이 수집한 물건을 판매할 수 없는 대신, 지정된 장소에 수집하는 것만으로도 능력치가 증가합니다.]
한참 무덤을 파헤치던 중 얻게 된 새로운 능력들.
이는 골런이라는 말이 애벌레에서 나비로 크게 도약할 수 있게 해 준 능력이었다.
돈 냄새라는 능력은 항시 발동하지는 않았지만, 일단 돈 냄새가 발동하면 그 무덤은 대박이나 마찬가지였다. 파헤치면 바위 밑에 숨은 따개비들처럼 보물이 가득했다.
이는 골런이 보물을 전보다 월등히 많은 양을 빠르게 수급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리고 대망의 수집광.
어차피 마을에 들어가지 못해 보부상이나 암시장에 내다 팔았던 보물들. 그 때문에 제값을 받지 못했지만, 골런은 눈물을 삼키며 팔아치웠어야 했다.
쓸 수도 없는 물건을 가지고 있어 봐야 소용이 없었으니까.
하나, 수집광이라는 능력이 생긴 후로는 그럴 이유가 사라졌다. 아니, 오히려 보물을 잔뜩 사들이기라도 해야 할 판국이었다.
무덤을 파헤치고, 그곳에서 나온 보물들을 정해진 장소에 처박아둔다.
그리고 이는 능력치 상승으로 이어진다. 또, 상승한 능력치를 바탕으로 더 큰 무덤을 파헤친다.
성장의 가닥이 잡힌 골런은 그야말로 급진적인 성공 가도를 달렸다.
그의 창고는 배를 불리고 이에 따라 골런은 동레벨 대의 다른 말들을 압살할 정도로 강해졌다.
하지만, 그것이 계속되지는 않았다.
그가 보물을 한정된 장소에 저장해둔다는 비밀 아닌 비밀이 플레이어들 사이에 퍼져나갔고 그의 보물을 노리는 자들이 대거 등장했다.
그와 같은 직종인 도굴꾼과 유적 사냥꾼뿐만 아니라 일반 모험가들까지.
그리고 그들 중에는 일부러 모험을 방해하거나 다른 말의 전리품을 강탈하는 잔혹한 머더러 또한 섞여 있었다.
그들만으로 끝났다면 좋았겠지만, 판데아 주민 중에서도 악명 높은 이들까지도 그의 보물을 노렸다.
모험 25. ‘도굴꾼의 무덤’
당신은 우연히도, 누군가의 무덤으로 이어지는 입구를 발견했습니다. 지키는 이도 없으며 누군가의 무덤이라는 근거도 빈약한 이곳에 당신은 발을 들였습니다.
굉장히 어둡고 습한 냄새가 당신의 발을 무겁게 합니다. 당신이 이곳에서 발견하게 될 것은 무엇일까요.
현재로서는 그 미래가 마땅히 그려지지 않습니다.
목표 : 유의미한 발견
현재 남은 시간 「약 3일」
강설이 폐 깊숙이 공기를 빨아들였다.
가티프 가의 지하실과는 또 다른 느낌의 냄새가 그의 코와 폐를 가득 채웠다.
축축하지만 답답하지는 않은, 어둡지만 불안하지는 않은.
‘친근해서 그런가?’
그가 만든 구조에, 그가 만든 함정들이 그득한 장소였으니 불안에 떨 필요도 이유도 없었다.
“오랜만이네.”
– 이곳에 와 본 적이 있나?
“그냥, 그런 느낌이 드네.”
이 장소에 그리 좋은 기억이 깃든 건 아니었기에, 관심을 끄고 살았었다. 골런의 보물을 노리고 다른 플레이어들이 이곳에 침입하는 경우가 그의 사망 이후로도 이어지기는 했는데 사실 큰 의미는 없었다.
‘이곳에 특별한 물건들은 딱히 없으니까.’
서로 붙어본 게 아니라 확신하지는 못했지만, 강설은 전성기의 골런도 지금의 강설보다는 강하지 않으리라 추측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곳은 그런 골런에게도 계륵이었던 물건들을 잔뜩 처박아둔 장소였기에 강설이 이곳에서 쓸 만한 물건을 단 하나라도 발견하면 다행이었다.
물론 그런 물건들이라도 다른 모험가들에게는 당연히 귀중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모험가들이 이곳에 발을 들일 거라는 뜻은 아니었다.
‘수지가 맞지 않으니까.’
골런, 아니 강설이 이곳에 가져다 둔 것들은 보물뿐만이 아니었다.
도난 대책을 위해 다른 무덤에 있는 것을 그대로 옮겨온 파수병도 있었고 사용법을 모르고 손대면 위험한 보물도 가져다 두었다.
그런 모든 위험한 것들을 물리치고 얻게 될 것들의 값어치가 별로라면 이곳에 올 이유도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게 당연했다.
‘나니까 온 거지…. 이곳에서 골런의 유지를 회수해야 하니까.’
파사삭…
백골이 강설의 장화에 잘게 부서졌다.
강설이 앞을 향해 서서히 걸어갔다.
[중급 간파가 발동합니다.]
[근처에 함정이 있습니다.]
알고 있다.
제일 먼저 반겨주는 것은 아마도 유서 깊은 화살 함정일 것이다. 대단한 작품은 아니었고 어쭙잖은 뜨내기들을 걸러주는 데 효과가 있는 함정이었다.
‘작동할 리가 없지….’
골런을 육성했던 시절이 까마득한데 그때 설치했던 함정이 아직도 작동할 리가 없었다.
찌이잉…
핑-!
“…….”
강설이 함정 구간에서 걸음을 내딛자 화살이 발사되었다.
그는 잠시 고개를 까딱한 후 다시 걸음을 내디뎠다.
찌이잉…
찌이잉…
핑!
피이잉!
우연히 발사되었다기엔 함정들이 모두 멀쩡했다.
휘리릭-!
강설이 그림자 손을 사용해 벽에 박힌 화살을 하나 회수했다.
화살을 확인한 그의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번졌다.
‘이건… 내가 준비한 화살이 아니야.’
누군가 화살 함정을 만졌다.
그 사실이 강설을 당혹스럽게 했다.
함정을 해체하는 경우는 차라리 이해라도 할 수 있었다. 그때마다 골런이 수고해서 다시 함정을 정비했던 기억이 있으니까.
한데, 함정을 정비하고 다 떨어진 화살까지 채워놨다니?
이건 마치 주인이 사라졌다고 주인 행세를 하려는 것인가?
찌이잉…
핑-!
찌이잉…
핑-!
강설은 화살 함정에 여유 있게 대처하면서 생각을 이어나갔다.
‘설마 골런이 살아있는 건 아니겠지?’
아닐 것이다.
골런의 죽음은 그때의 당사자였던 강설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누구인가, 이곳을 관리하는 사람은.
화살 함정을 통과하자, 또 한 번 간파가 발동했다.
[중급 간파가 발동합니다.]
[근처에 함정이 있습니다.]
‘여기는 바닥이 꺼지는 함정이 있었었지.’
정비가 상당히 귀찮은 함정이었던 것으로 기억했다.
“…….”
타일이 모두 재정비되어 있었다.
‘이곳도 아까 화살 함정처럼 누가 손을 댄 거겠군.’
유지를 회수하기 위해 다시 방문한 기분이었던 강설은 정체불명의 상대에게 흥미가 생겼다.
가볍게 타일을 밟아보았다.
[함정입니다!]
[발판이 무너집니다!]
우르르르…
꽤 넓은 범위의 발판이 무너졌지만, 강설은 무사했다.
그는 이런 함정에 당할 만큼 굼뜨지 않았다.
강설은 멀쩡한 발판 위에서 무너진 발판 쪽을 바라보았다. 꽤 깊고 어두웠기에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 안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겠지만, 강설은 선지안으로 내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음? 시체?”
바닥에는 강철로 만든 가시가 빼곡하게 솟아 올라와 있었고 그 주변에는 예전에 이곳에 떨어져 죽은 침입자의 시체가 보였다.
강설이 눈여겨본 것은 그들 옆에 새로이 자리한 시체였다.
‘…최근에 죽은 거야.’
시체의 부패가 진행되기는 했지만, 완전히 뭉개지진 않았다.
아마도 이곳에서 죽은 지 오래되지 않았을 것이다.
“…재밌네.”
– 재밌다 선언!
– 미친 ㅋㅋㅋ 뭐가 재밌는 거지?
– 으… 소름 돋아;;
저 시체가 전이자의 시체이든 원주민의 시체이든 중요한 것은 이곳이 최근까지 불청객을 맞이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팟-!
파바밧-!
우르르르…
[함정입니다!]
[발판이 무너집니다!]
팟-!
강설이 발판 위를 표범처럼 내달리자 마치 함정을 무시하고 달리는 것처럼 보였다.
순식간에 발판 함정을 통과한 강설은 기세 좋게 다음 함정들을 격파했다.
바위가 굴러오거나, 천장이 내려오는 함정.
독무(毒霧)가 가득한 방에 감금되는 함정까지.
‘모두 제대로 관리되어 있어.’
이미 함정을 꽤 많이 지나왔다.
강설은 다음 함정을 바라보았다.
탁 트인 부지. 함정의 왕도인 미로였다.
– 오우 미로 너무 반갑고 ㅋㅋㅋ
– 미로는 왼손으로 벽의 왼쪽 면을 짚고 가면 길을 잃을 염려가 없습니다.
–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겠습니다.
– 왜죠?
– 그건 재미없잖아요?
– 좀 놀 줄 아는 녀석인가?
신기하게도, 강설은 미로를 보자마자 이곳을 설계했을 당시가 기억이 났다.
신들은 골런을 육성한 이후로 줄곧 혼자 모험하는 강설에게 가끔 관심을 가져줬다.
– 혼자서 뭐 하고 있어요?
– 함정 설치요.
– 함정? 함정은 왜… 이게 뭐예요?
– 미로요.
– 미로? 와… 굉장히 넓네요?
– 어떤가요?
– …미로 말고도 함정이 꽤 있죠?
– 예? 아… 네.
– 관리는 다 어떻게 하게요?
– 아… 그게 마침 생각해둔 게 있는데….
과거의 회상을 떨쳐내고, 현실로 되돌아온 강설은 거침없이 나아갔다.
[당신은 미로에 서 있습니다. 어느 쪽으로 향할까요?]
1. 오른쪽.
2. 왼쪽.
3. 정면.
4. 뒤로 돈다.
……
“오른쪽….”
팟!
[함정입니다!]
퓨퓨퓻!
콰직!
날아온 화살을 모두 쳐낸 강설이 다음으로 나아갔다.
“이번엔 왼쪽.”
왼쪽으로 향하자, 막다른 길이었다.
[이곳은 막다른 길입니다.]
“…….”
– 자신감 있게 다 틀렸다!
– 인생은 자신감이지!
– 뭔가… 뭔가… 구린데 멋져!
강설은 뭔가를 깨달은 듯 미로를 누볐다.
팟-!
[함정입니다!]
팟-!
[이곳은 막다른 길입니다.]
– 이거 좀 이상한데;;
– 아까 여기 뚫려있지 않았나?
– ㅋㅋㅋ;; 무서운 얘기 금지.
– 이거….
그는 결론을 내렸다.
‘미로가… 움직이고 있다.’
지금의 미로는 그가 직접 설계한 미로와는 전혀 다른 구조. 강설은 허탈감에 웃었다.
“난 또 뭐라고….”
그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나와, 쥐새끼들아.”
주변이 조용했다.
“다 아니까, 나와.”
– 쥐새끼?
– 설마! 다른 모험가가!
– 벌써 염소들이 손을 쓴 건가!
그때, 쥐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찍… 찍찍…
드드드드드…
그와 동시에 미로의 벽이 진동하며 구조가 바뀌기 시작했다.
– 뭐야!
– 미로가 화낸다!
드드드드…
강설은 미로가 바뀌는 이 순간에, 과거의 일을 떠올렸다.
– 그러니까 무덤 쥐를 여기서 키우겠다고요?
– 네, 머리가 좋아서 제집처럼 관리해주잖아요? 실제로 유적에서도 빈번하게 나타나고.
– 그게… 진짜 자기 집인 줄 알아서잖아요. 되게 기분 나쁜 마물이던데…. 그리고 보물까지 먹어 치워서 성장하잖아요? 나중엔 골치 아프지 않겠어요?
– 그래서 다른 장치도 준비해뒀죠!
변화한 미로는 마치 권투의 링처럼 강설을 둘러싸고 사방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강설이 디딘 발판이 무너져내렸다.
[함정입니다!]
우르르르르…
강설은 추락하면서 벽면을 짚어 속도를 줄였다.
드드드드…
탁.
바닥에 발을 디딘 강설.
지하는 그리 깊지 않았다.
찍… 찍찍…
뒤뚱거리며 걸어오는 쥐들.
사람만 한 크기의 거대한 쥐들이 강설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 살이 잔뜩 쪄 기분 나쁘게 숨을 쉬고 있는 쥐가 악취를 뿜어냈다.
찍… 찍찍…
강설이 쥐 떼에게 둘러싸여 태연하게 말했다.
“폐업했는데 아직도 손님을 받으면 어떡해.”
찍찍…
원래, 무덤 쥐는 이렇게까지 성장하지 않는다.
‘아마도 건너편에 있는 보물을 먹어 치운 거겠지.’
잔뜩 거대해진 무덤 쥐가 강설을 보며 침을 흘렸다.
휘리릭…
강설이 카렌을 소환했다.
[숨겨진 모험 ‘그 주인에 그 쥐’가 발동합니다.]
찌지직!
쥐 떼가 강설을 향해 달려들 때쯤, 강설이 그녀에게 명령했다.
“전부, 불태워.”
카렌이 칼자루를 움켜쥐었다.
화르륵-!
[카렌의 지속 : 단짝이 발동합니다.]
[지속 : 깜짝 출현이 발동합니다.]
[행복한 코코가 카렌의 능력에 영향을 미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