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196
제195화
강설이 지금은 무덤이 된 도굴꾼의 거처를 구상하던 초창기의 일이다.
“그러니까 왜 이게….”
혼자 구석진 곳에 처박혀서 게임판에서 눈을 못 떼고 있는 남자.
잎사귀와 가지가 덕지덕지 달린 기이한 모양의 가면을 쓴 신이 홀로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주로 솔로 플레이를 즐기는 플레이어였다.
그에게 강설이 다가갔다.
“저… 오동통통오동나무 님.”
“그러니까 왜… 어? 스노우맨, 무슨 일입니까?”
오동통통오동나무는 당시 유명한 플레이어였다.
강설은 그에 반해 영원의 세계를 플레이하며 이렇다 할 족적을 남긴 적이 없었으니 상대적으로 위축되었다.
“부탁드릴 일이 있어서요.”
“부탁? 아아… 부탁!”
오동통통오동나무는 특이한 자였다. 다른 이들과는 어울리지 않으며 오직 혼자서만 게임을 즐겼다.
그럼에도 꽤 이름이 알려진 것은 그의 말 때문이었다.
“지난번에 도움 주신 일이 있었으니 저도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물론, 이건 어느 정도는 빈말입니다. 사실 부탁 들어주기 싫어요.”
“…….”
그는 성격도 특이했다.
“그 골렘학자, 아직 살아있는 거죠?”
“안부가 너무 살벌한 거 아닌가요?”
“아….”
“네! 살아있죠! 절기까지 연성했지요. 이건 비밀입니다.”
“저, 절기!”
이때 당시엔 영원의 세계가 초창기였음을 감안하더라도 상위 플레이어가 턱없이 부족했다.
그 이유인즉슨, 뭐만 하면 모험에서 다들 죽어 나자빠지니 다들 위험한 모험을 기피했고 그 결과로 성장이 현격하게 둔화되었다.
가끔 위험한 모험을 연달아 성공시키는 플레이어들도 있기는 했지만 결국 허탈한 죽음을 맞이했다.
즉, 절기를 깨우친 말 자체가 흔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런데 강설이 찾아온 이 남자는 상위 플레이어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절기를 연성했다고 하니 어렸던 강설의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발 담근 분야의 고수는 누구나 선망의 눈초리로 바라보기 마련이다. 강설도 그러했다.
“와… 대단하시네요. 전 언제쯤 절기 문턱이라도 밟아 볼까요?”
“하하핫! 저 정도는 무리겠지만, 스노우맨 님도 싹이 보입니다.”
“정말요?”
“물론 빈말이에요.”
“…….”
이러니까 겉돌지.
어렸던 강설은 대화의 불편함을 감내하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부탁이….”
“부탁은?”
“제가 백지 파수 골렘을 한 기 양도받았는데….”
“들었어요. 손해를 보는 거래였을 텐데. 거래한 보물은 꽤 값진 거 아니었나요?”
“네. 그래도 그보다는 골렘이 급해서….”
“그런 부족한 파수 골렘으로는 아무것도 지킬 수 없을 텐데….”
“…그래서 도움을 좀….”
오동통통오동나무가 입을 벌렸다.
“아! 혹시 개조가 그 부탁인가요?”
“네, 맞아요.”
“골렘이라면 저 오동통통오동나무가 전문이죠. 개조? 물론 제가 하는 건 아닙니다. 지금 전 제 말이 하게 될 일을 생색내고 있을 뿐! 그보다, 어떤 식으로 개조하려는 거죠?”
“그러니까 개조하려는 방향은….”
이야기를 다 들은 오동통통오동나무가 난색을 표했다.
“음… 괜찮겠어요? 효율이야 끌어올리면 되지만 그런 걸 보물창고에만 처박아두는 건 좀 아까운데.”
“어차피 제힘은 보물창고에서 나오니까요.”
“그리고 보물의 능력을 사용한다고 해서 무적은 아니에요. 보물 중에는 흉물에 버금가는 제약을 가진 것들도 종종 있는데 말이죠.”
“그래도 그게 아니면 지키질 못하니까요. 제 전투 능력은 오히려 평범한 축이니까.”
“…좋아요! 그럼 바로 시작하죠! 스노우맨 님의 보물창고… 아니, 그 뭐였죠?”
“골런이요. 도굴꾼 골런.”
“지금부터 도굴꾼 골런의 창고를 지킬 무적의 골렘을 연성하겠습니다!”
“와아아!”
“물론, 제가 만드는 게 아니라 제 말이 만드는 거니까 환호는 적당히!”
“…네.”
오동통통오동나무는 역시나, 어려운 남자였다.
* * *
커다란 파수꾼 골렘이 이곳에 오게 된 사연을 잠시 떠올리던 강설.
그때의 기억들이 되살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모험 25-2. ‘쥐구멍 밖 거인’
천정에서 떨어지는 낙석에 목숨을 잃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그렇다고 지금이 좋은 상황인 건 아닙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곳의 지반은 매우 불안정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겁니다.
당신은 전진하기 위해 길을 찾았고, 무덤 쥐들이 사용하던 쥐구멍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쥐구멍은 무덤 쥐들이 보물창고에서 보물을 들고 도주할 때 사용한 통로인 것 같습니다.
저기, 앞으로 향하는 문이 보입니다.
하지만 그 앞을 빙글빙글 돌고 있는 거대한 골렘도 함께입니다.
여기서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저 골렘을 어떻게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목표 : 골렘 격퇴 혹은 들키지 않고 다음 관문으로 이동.
현재 남은 시간 「약 2일」
쿠우웅…
쿠우우웅…
오동통통오동나무가 개조한 골렘이 보물창고를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중앙에는 큰 기둥이 세워져 있었고 골렘은 계속 그 주위를 돌기만 했다.
쿠웅…
쿠웅…
카렌이 고개를 갸웃하고 말했다.
“왜? 그냥 부수면 되잖아?”
강설과 우르 모두 난색을 드러냈다.
[중급 간파가 작동합니다.]
[물리 충격 완화가 작용하고 있습니다.]
[원소 피해 경감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거력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찬란한 거울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생명력 재생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원소 수복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가시 갑옷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
메시지는 이 밖에도 수도 없이 올라왔다. 강설은 잠시 침묵했다.
‘개조를 너무 터무니없이 했나?’
오동통통오동나무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역작.
강설의 선지안이 눈앞을 지나치는 골렘의 정보를 읽어 들였다.
[역작 : 오동나무 파수꾼]
등급 : 영웅
추정 레벨 : 32~36
파수꾼 골렘은 중요한 물건이 있는 곳이라면 어김없이 등장한다. 단, 느리고 둔하며 어설프다.
하나, 오동나무의 파수꾼은 다르다.
그토록 많은 이들이 이 보물창고를 노렸는데 어째서 시체가 적은가 궁금하다면 이 골렘의 발밑을 확인해보면 된다.
보물이 있는 한, 이 공간에서는 파수꾼을 제압하기 어려울 것이다.
놀랍게도 이 골렘은 오동나무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기본 능력 : [임시 보관 3], [보물의 힘 5], [아끼지 않기 3], [말살 5], [자가 재생 5]
특수 능력 : [지속 : 골렘의 영역 2]
강설은 오동나무 파수꾼의 정보를 읽어 들이고 잠시 고민했다.
‘파수꾼이, 멀쩡히 작동 중이면 비집고 들어갈 수 없다.’
방금 파수꾼이 스쳐 지나간 문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파수꾼은 보물의 힘을 사용한다. 이 보물창고 안에서라면 파수꾼을 제압하기 쉽지 않아.’
보물의 힘을 사용하는 골렘.
오동통통오동나무가 개조에 개조를 거듭해 만들어낸 역작이었다.
– 골렘이 매고 있는 저 책가방 뭐냐?
– 저기에 보물 넣으면 세지는 거 아니냐?
– 망태 할아버지 같네.
시청자들이 지적한 대로, 오동나무 파수꾼의 등에는 바구니처럼 생긴 공간이 있었다.
우르가 망설이는 듯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 놈을 부수는 건 가능해 보이긴 한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군그래. 느껴지는 방벽만 해도 열 겹이 넘는다. 저런 무식한 쇳덩이를 때려서 부수려면 하루가 꼬박 필요할 거다. 이쪽은 한 대라도 맞으면 바로 저세상행이고.
카렌이 되물었다.
“그럼 어떡해? 저 골렘 몰래 여길 지나갈 수는 있고?”
“불가능해.”
강설이 딱 잘라 말하였다.
이 방 안의 바닥에는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다.
이질적인 움직임이 감지되면 오동나무 파수꾼에게 정보가 전달되고, 침입을 들키게 된다.
“날아서 가지 않는 이상, 골렘에게 무조건 들키게 되어 있어.”
오동나무 파수꾼의 등급은 영웅에 불과하지만 한 가지 조건을 내걸어 그 역량보다 더 큰 힘을 얻었다.
바로 이 방 안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
‘문제는 우리는 여기를 지나가야 한다는 거다.’
강설에게 선택지가 떠올랐다.
[이 방은 오동나무 파수꾼이 지키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1. 오동나무 파수꾼과 대화를 시도한다.
2. 오동나무 파수꾼 몰래 잠입을 시도한다.
3. 무덤 쥐의 거처를 수색한다.
4. 한 명이 주의를 끌고 나머지는 탈출한다.
……
모두 적절하지 않은 선택지였다.
특히나 3번은 이 쥐구멍까지 이어지는 길에 터져서 죽어있는 무덤 쥐들의 처참한 시체를 보면 확신할 수 있었다.
– 저 골렘과 충돌하는 건 안 그래도 약한 지반에게 무너지라고 강요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정면충돌은 피해야 해.
카렌이 우르의 말에 웃으며 물었다.
“무너지면 네가 또 꺼내줄 수 있지?”
– 그런 마력은 남아 있지 않아. 그때도 잔존 마력을 겨우겨우 쥐어짜낸 거다.
“그럼 어떡하지?”
강설이 턱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방법이 하나 있을 것 같긴 한데….”
“방법이 있다고?”
우르가 강설이 꺼내려는 말을 짐작하고 말했다.
– 그 초시계를 사용하려는 거냐?
“조금 고민 중이야.”
세쌍둥이, 아니 이미 한 명이 죽은 상태로 사용했으니 쌍둥이가 사용하던 공정한 초시계.
어찌 된 일인지 공정한 초시계가 강설의 손에 들어올 때는 불공정한 초시계로 변해 있었고 등급도 흉물에서 보물로 변해 있었다.
강설은 그 초시계를 활용할 수 있을지 따져보고 있었다.
– 꽤 머리가 돌아가는 편이군. 골렘은 보물을 이용해 체급 차이로 침입자를 격퇴하는 모양인데… 아마도 저 등에 매달린 주입구에 보물을 넣어야 하는 거겠지.
우르는 그 잠깐 사이에 오동나무 파수꾼의 많은 부분을 파악했다.
– 집어넣어라. 네 생각대로 작동이 멈출 거다.
“그걸 어떻게 확신하지? 골렘에게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는 거고 초시계의 남은 잔량이 많지 않을 수도 있을 텐데.”
– 믿어도 좋다. 적어도 품질은 내가 보증하니까. 나는 초시계의 남은 시간과 가동 범위까지 알 수 있다.
황당한 말이었다.
“네가 품질을 보증한다고? 어째서?”
– 카곤의 물건이니까.
“…뭐?”
– 그 초시계, 카곤의 물건이다. 한눈에 보고 알았지.
“네가 살던 제국 말하는 거지?”
– 그래.
황당하지만 초시계는 처음 입수할 때부터 수상했었다.
“능력이 너무 황당하기는 했지만….”
수명을 태워 힘을 얻는 능력이라니… 절대 일반적인 물건은 아니었다.
– 정정하자면 수명을 조작하는 게 아니라 시간을 조작하는 거지. 카곤은 그게 가능할 정도로 발달된 마도 역량을 가지고 있었다.
“시간을 조율하다니….”
– 내가 수감 될 당시에 카곤의 마도 체계는 둘로 양분되었다. 시간과 언령이지. 이건 그중에서도 시간 마도의 부산물이고.
“근데 그렇다면 이걸 여기서 사용하는 게 맞을까?”
그렇게까지 가치 있는 물건이라면 골렘을 쓰러트리는 데 사용하기에는 조금 아까웠다.
하나, 우르의 판단은 달랐다.
– 쓸모도 없는 물건을 가지고 있어 봐야 짐일 뿐이지. 그보다는 안에 있는 마력을 꺼내야 한다. 저 시계는 속에 진주를 품고 있는 조개나 마찬가지야.
“진주?”
– 마도와 마법이 다른 점이지. 마도는 마력을 응축해서 사용해 회수율이 압도적이지. 저 시계에 담긴 마력도 마찬가지다.
“…그 마력을 어떻게 하게?”
– 지금도 내 마력이 부족해서 불편하지 않나? 그런 차원인 거지.
“시계의 마력을 직접 꺼낼 수는 없나?”
– 그럼 저 시계는 누가 발동하지? 참고로 초시계는 붕괴 직전이라 누가 사용하든 정신을 터트릴 거다.
“…….”
– 저 마력은 내가 아닌 누구도 건들 수 없다. 개성이 짙은 마력을 평범한 마법사가 탐을 냈다간 온몸이 터져서 죽을 거다. 마도의 시초인 이 몸이 아닌 이상에야 저런 순수하게 응축된 마력을 건들 수는 없지.
– 나는 평범하지 않음 ㅋ
– 나는 일단 사람도 아님 ㅋㅋ
– 죽으면 죽지 뭐 ㅋㅋ
결국, 시계를 사용하기로.
쿵… 쿵…
이 와중에도 오동나무 파수꾼은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 누가 시계를 넣을 거지?
강설이 말했다.
“내가 해야지.”
자신이 만들었으니, 자신이 부순다.
– 온다, 준비해라.
휘리릭…
강설은 그림자 손에 시계를 꼭 쥔 후, 타이밍을 기다렸다.
쿵…
쿵…
오동나무 파수꾼이 접근할수록 떨림이 커져 갔다.
쿠우웅…
‘지금!’
강설의 그림자 손이 초시계를 오동나무 파수꾼이 짊어진 주머니에 조심스럽게 넣었다.
쿵…
쿵…
오동나무 파수꾼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계속해서 기둥을 돌았다.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데?”
– 기다려라, 이제 시작될 거다.
그 말과 동시에, 초시계가 발동했다.
[오동나무 파수꾼이 임시 보관을 사용합니다.]
[보관된 물품의 내구력을 소모하여 능력을 발동합니다.]
[오동나무 파수꾼이 보물의 힘을 사용합니다.]
[보물이 가진 힘을 약간 증폭시킵니다.]
[보물 : 불공정한 회중시계가 발동합니다.]
[오동나무 파수꾼의 모든 능력치가 ???% 만큼 증가합니다.]
[2초당 ???년의 수명을 잃습니다.]
째깍째각…
별안간 초침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쿠웅…
쿠우웅…
오동나무 파수꾼은 초시계가 발동했음에도 어김없이 기둥을 끼고 회전했다.
‘한참이 지나야 결과를 알 수 있겠네.’
하지만, 그의 예상과는 반대로 반응은 즉각적으로 찾아왔다.
오동나무 파수꾼이 기둥의 반대쪽 면에 가려질 때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그의 몸.
끼기긱…
기둥을 빠져나와 강설의 시야에 들어올 때쯤의 그의 몸은 곳곳이 부스러져 있었다.
푸스스…
푸스스스…
골렘의 몸에서 흙먼지가 휘날렸다.
강설이 눈을 크게 떴다.
“이게 시간의 힘….”
– 정확히는 카곤의 힘이지. 편리해 보이지만 당시에도 말이 많은 능력이었다. 언령과는 달리 부작용도 심했군. 뭐, 어쨌든….
푸스스…
푸스스스스…
끼이이익…
오동나무 파수꾼의 몸체가 서서히 기울더니, 마침내 쓰러지고야 말았다.
쿠우우우우웅!
[역작 : 오동나무 파수꾼을 처치했습니다.]
[추가 보상이 주어집니다.]
[특수 업적 ‘손 안 대고 코 풀기’를 달성합니다.]
[특수 칭호 「보이지 않는 손」을 얻습니다.]
휘오오오오…
오동나무 파수꾼이 있던 자리에 강풍이 휘몰아쳤다. 거대한 푸른 구체가 둥실 떠올랐다.
– 실례, 요정.
“…어?”
휘리릭…
카렌이 그림자 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봉인된 우르의 독불장군(獨不將軍)이 발동합니다.]
[봉인된 우르가 소환이 해제된 카렌의 능력치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강설이 경계 어린 눈빛으로 우르를 바라보자, 우르가 손가락을 휘저으며 말했다.
“절차상 필요한 과정이다. 그럼….”
파지지직…
[봉인된 우르의 마도(魔道)가 발동합니다.]
[정체불명의 마력을 해석합니다.]
……
푸른 구슬이 실타래처럼 풀어지며 우르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