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2
제1화
스륵-
‘어?’
대체 무엇 때문에 이 꿈을 계속 이어나가는 걸까.
강설은 오늘도 같은 꿈을 꾸었다.
구름 위에 지어진 멋들어진 건축물들.
영원의 세계는 분명 어제를 마지막으로 끝이 났는데도, 그는 오늘도 여전히 이곳을 걷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어제와 오늘이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은 아니었다. 분명, 다른 점이 있었다.
‘왜… 아무도 없지?’
분명 그는 이곳에서만큼은 인기인이었다.
꿈을 통해 이 세계의 공기를 들이마실 때면, 어김없이 다른 이들이 그를 맞이하러 와 주었다.
한데, 오늘은 아무도 그를 마중하러 오지 않았다.
불길한 감각이 등을 타고 스멀스멀 올라왔다.
왤까.
왜일까.
강설은 중앙 광장에 도착해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번개 가면을 쓴 자가 강설을 맞이했다.
“아, 주인공께서 오셨군!”
“잡아!”
‘뭐, 뭐야!’
자신에게 달려오는 이들을 보며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눈치챈 강설은 곧장 뒤로 돌아 달렸다.
파지지직!
하지만, 어디선가 뇌전의 고리가 날아와 그의 목을 속박했다.
“크아아아악!”
강설은 뼈 마디마디에 새겨지는 고통에 뇌가 타버릴 것 같았다.
“어딜 내빼려고.”
“이 간악한 인간이….”
“그동안 우리를 속였겠다?”
강설이 바닥에 넘어지자 가면을 쓴 이들이 그를 광장으로 끌고 갔다.
털썩.
마치 죄인처럼 허물어진 그에게 욕설과 조롱이 쏟아졌다.
“너와… 너와 지금까지 말을 섞고 있었다니!”
“감히, 우리와 같은 눈높이로 대화를 해?”
“벌레 같은 인간 따위가 천상을 어지럽히는 동안 다들 뭐 했어요!”
“누가 이자에게 길을 터준 거지?”
“죽여! 죽여야 해!”
“죽이라고!”
아찔한 정신적 고립에도 강설은 자신을 죽이라고 하는 말들이 똑똑히 들렸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어제의 절친한 친구들이 그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왜… 왜 이러는 겁니까….”
“몰라서 묻는 거냐? 드높은 천상에 너 따위 인간이 숨어들어 와 감히 신 행세를 해?”
“그건….”
“되었다. 더는 말을 섞고 싶지 않으니, 이자를 죽여….”
틀렸다.
저들의 눈은 광기에 휩싸여 붉게 변했고, 어떤 말도 귀담아듣고 있지 않았다.
강설이 그를 죽일 거라는 말에 질겁하며 대꾸하려던 찰나, 커다란 눈이 달린 가면을 쓴 자가 사태를 관망하는 것을 멈추고 외쳤다.
“난 그건 반대인데!”
“뭐? 코, 코돈….”
코돈이라는 남자는 이들 중에서도 영향력이 센 편에 속하는 자였다. 강설도 이들과 대화하면서 은연중에 느낄 수 있었던 사실이다.
아무튼, 코돈이라는 남자가 벌떡 일어나 강설에게 다가가더니 주변을 물리쳤다.
당연히 반발이 따랐다.
“지금 뭐 하는 짓이냐, 코돈?”
“지금 우리를 기만하는….”
“워워, 너무 흥분하신 것 같습니다. 진정들을 좀 하시지요.”
“큼… 흠흠….”
코돈은 어째서 자신의 편을 드는 것일까.
강설은 일말의 기대를 품었다.
혹시, 이자가 이 상황을 해결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하지만, 그것은 큰 착각이었다.
“천상에 인간의 피를 흘릴 수야 있겠습니까? 누구도 오물을 침소에서 처치하지는 않습니다.”
“그, 그야 그렇지.”
“그럼 어떻게 하게요?”
“하면, 제 생각을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이자를….”
코돈이 히죽 웃었다.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려보내는 것은요?”
“뭐, 뭐야!”
“그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대로 돌려보내면 이자의 죄를 묻지 않는다고 느끼실 수 있겠지만… 다들 오늘이 어떤 날인지 잊으신 겁니까?”
가면을 쓴 자들이 코돈의 말에 크게 호응했다.
“맞아! 오늘부터 수확을 개시할 예정이었지!”
“그러면… 저자를 돌려보낸다는 게….”
“맞습니다. 저자는 원래 있어야 할 곳인 땅으로 되돌아가 벌레처럼 광기의 제물이 되어 죽어가겠지요.”
“하하하하! 그게 좋겠어! 천상을 저자의 더러운 피로 얼룩지게 할 수는 없지.”
“나도 찬성이야! 감히 주제도 모르고 천상에 기어들어 와? 벌레처럼 땅에 달라붙은 채로 죽어가라지!”
“코돈, 역시 현명해! 이렇게 하면 가르침을 내릴 수도 있겠군! 감히 신과 같은 눈높이로 어울리려 한 자신의 진짜 주제를.”
코돈은 강설을 보호하려 한 것이 아니었다. 더한 고통을 주기 위해 다른 방법을 선택한 것이지.
강설은 말을 할 수 없었다.
스스로를 신이라고 말하는 저자들이 무슨 수를 쓴 건지,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뇌리에 누군가의 음성이 파고들었다.
– 스노우맨, 들리십니까.
코돈의 목소리였다.
– 당신의 정체가 탄로 났습니다. 길게 설명할 시간이 없습니다. 전할 것만 전하겠습니다.
코돈에게 묻고 싶었다.
너는 누구냐고.
왜 날 돕는 거냐고.
꿈속에서 죽으면 어떻게 되는 거냐고.
코돈은 신들을 교묘한 화술로 현혹하는 한편, 강설에게 계속해서 정보를 전달했다.
– 당신이 살던 곳은 오늘을 기점으로 다른 세상이 될 것입니다. 세계의 병합이 오늘 예정되어 있습니다. 바로 당신의 세계와 영원의 세계, 판데아 말입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지.
‘세계가… 합쳐진다고? 어떻게?’
– 신들은 쇠약해진 힘을 되찾기 위해 신앙 대신 광기를 선택했습니다. 당신들의 고난과 이야기는 이제 광기를 대가로 다른 신도들에게 팔아 넘겨질 것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 스노우맨, 당신과 당신의 종족을 구할 방법은 딱 한 가지입니다. 마지막 모험인 승천에 도달하세요. 그 과정에서 최대한 눈에 띄는 게 도움이 될 겁니다. 광기는 신들이 원래의 힘을 되찾는 데에도 필요한 것이지만, 당신에게도 쓸모가 있을 겁니다.
‘승천에 도달하라니. 말도 아닌 내가 무슨 수로? 지금 무슨 소리를….’
– 참고로, 천상의 일을 입 밖으로 내면 신들이 당신에게 개입할 명분이 생깁니다. 그렇게 되면 당신은 반드시 죽습니다. 부디, 현명하게 처신하셔야 합니다. 행운을 빕니다, 스노우맨.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코돈은 그 말을 끝으로 강설을 한 손으로 집어 들었다.
“하하하하! 자, 그럼 이 벌레가 어떻게 꿈틀거리며 죽어갈지….”
“잠깐! 이대로 돌려보내는 건….”
코돈은 흐름이 뒤바뀌기 전에 재빨리 강설을 구름 밑으로 집어 던졌다.
날개 없이 추락하는 끔찍한 느낌을 간직한 채, 강설이 천상에서 추방되었다.
휘이이이이잉-!
“이런… 벌써 던졌군.”
“뭐, 상관없지.”
코돈이 웃으며 대꾸했다.
“이제, 광기의 수확을 지켜볼까요? 고귀하신 신들이여.”
“후흐흐… 좋아.”
“이제야 다시 우리의 힘을 찾을 수 있겠군.”
* * *
강설은 마음이 텅 빈 것 같았다.
공허한 느낌.
이것은 천상에서의 추락이 가져온 것이기도 했지만, 너무 엄청난 일을 겪고 난 이후의 공황 상태의 여파이기도 했다.
‘진짜… 신들이었다고?’
자신의 꿈속에서만 존재하던 것들이 아닌, 실체를 가진 진짜 신이었을 줄이야.
강설은 방금까지 목을 졸라매던 뇌전의 고리가 사라졌음을 확인하고 목을 매만졌다.
죽다 살아난 기분을 체험한 그는, 어쨌거나 살아있음에 안도의 한숨을 쉰 후 주변을 둘러보았다.
검다.
세상이 온통 까맣게 물들어 있었다.
“…뭐야?”
순식간에,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들.
[영원의 세계가 적용 중입니다… 97%]
[영원의 세계 적용이 완료되었습니다.]
[영원의 세계, 판데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총 7,900,021,232의 생명이 영원의 세계에 합류합니다.]
[캐릭터 설정 공간으로 이동합니다.]
[캐릭터의 능력을 설정해주십시오.]
[잠시 후, 첫 번째 모험이 시작됩니다.]
강설은 그 메시지를 보고 코돈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강설은 말이 되었다.
그가 17년 동안 즐겼던 영원의 세계의 말이.
그의 31번째 최후의 말은 바로 그 자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