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202
제201화
지이이잉…
“저기….”
지이이이잉…
강설의 몸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다.
그가 지닌 불세출의 영향 때문인데, 그 모습이 상당히 괴이했다.
“괘, 괜찮아요?”
필리아는 미친 듯이 흔들리고 있는 강설을 무시하려 했지만, 그 정도가 너무 심해지자 기어코 괜찮은지 물었다.
“괘… 괜찮습니다. 거, 거의 다 오, 온 것 같네요.”
– 표정은 무뚝뚝한데 자동 바이브레이션 ㅋㅋㅋ
– 괜찮은 거 맞아?
– 혼자서만 스마트폰 진동 소리 내는데 ㅋㅋㅋ
– 아 개웃겨 ㅋㅋㅋ 무슨 경운기냐고
– 이것이 킹 엔진이다!
강설 일행은 기이한 떨림이 점차 강해지는 방향으로 계속해서 걸었다.
노을이 지는 시간, 산등성이를 타고 계곡 쪽을 향해 계속해서 나아가는 가운데…
쏴아아아아아아…
“이런 곳에 폭포가 있었네요?”
“그러게요, 꽤 큰 규모인데….”
– 경치 죽이네; 여기에 좌판 깔고 백숙 먹으면 키야…
– 한방어쩌고피닉스백숙 : 15만원
– 좌판 그대로 밀어버리세요.
지이이이잉…
떨림이 폭포에 다가갈수록 거세졌다.
“여기가 맞는 것 같은데….”
강설이 갑자기 계곡물에 몸을 던졌다.
첨버어엉-!
“스, 스노우맨?”
“형?”
그는 계곡을 헤엄치며 구조를 파악했다.
‘여기군.’
촤아악…
강설이 물밖에 고개를 내밀고 말했다.
“이쪽입니다. 폭포 밑으로 통로가 있어요.”
“정말요?”
“그럼 저도….”
일행은 복장이 물에 젖는 건 아랑곳하지 않고 폭포 밑으로 헤엄쳐 들어갔다.
계곡 바닥에서 흙먼지가 일었지만 수영에 나름 자신이 있는 강설이 다른 둘을 이끌어 폭포 뒤편에 숨겨진 동굴에 닿게 했다.
“푸후….”
“하아… 하아….”
“옷을 말려야 합니까?”
강설이 묻자, 필리아가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는 금방 말라요. 관련 능력이 있어서….”
“저도요, 그냥 가죠.”
“알겠습니다.”
강설도 고개를 끄덕이고 안으로 향했다.
휘이이이이이이이…
축축하고 수상한 바람이 불어왔다.
[어디선가 귀곡성이 당신을 부릅니다.]
[어딘지 불길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한차례, 진동 인간이 되었던 강설과 다른 일행은 동굴 안으로 들어갈수록 진동이 잦아드는 것을 느꼈다.
“여기가 맞나봐요.”
“네.”
강설이 별다른 힌트 없이 이곳의 위치를 알아낸 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확실하게 밝혀진 승급 장소는 모두 5곳.’
그가 영원의 세계를 플레이할 때 알게 된 장소들. 지도를 쫙 펼쳐 놓으면 손가락으로 콕콕 짚어서 그 위치를 찾아낼 수 있을 정도였다.
동부, 서부, 남부, 북부 그리고 중앙까지.
승급 장소는 각기 하는 역할은 같았지만 주어지는 시련은 제각각이었다.
특이한 점은, 해당 지형에 어울리지 않는 굉장히 이질적인 장소들만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
그건 남부 승급 장소 또한 마찬가지였다.
‘귀문(鬼門).’
이곳에서 등장하게 될 귀신들은 동방에서는 꽤 흔한 편이었고 대응할 방법도 많았다.
하지만, 이곳이 남부인 이상 귀신을 처음 본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에 대한 대응책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곳은 그 때문에 더 악명이 자자한 장소였다.
“…다 왔나 봐요.”
쿠구구구궁…
요란한 부적이 잔뜩 붙은 문이 그들을 맞이했다.
“그런가 보군요. 진동이 멎었습니다.”
귀문에는 총 4개의 관문이 있다.
이 문은 그 중 첫 번째 관문.
“머뭇거리면 안 됩니다.”
“예.”
“예, 형!”
강설이 부적이 다닥다닥 붙은 문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당신은 이곳에 들어갈 자격이 있습니다.]
[귀문(鬼門)의 시험이 개방됩니다.]
[짧은 시간, 문이 열립니다.]
[숨겨진 모험 ‘거머쥘 영광’의 추가 정보를 얻었습니다.]
[돌발 모험 ‘거머쥘 영광’이 발생합니다.]
[이 모험은 매우 위험합니다.]
[이 모험은 연계 모험이므로 다음 모험을 선택할 수 없습니다.]
[휴식을 건너뜁니다.]
[다음 모험을 시작합니다.]
[스물일곱 번째 모험이 시작됩니다.]
[모험 27. 거머쥘 영광]
* * *
강설 일행은 천천히 어둠 속을 걸었다.
저벅…
저벅…
다치지도 피곤해 보이지도 않았지만, 이전과 달라진 점이 하나 있었다.
“뭐랄까… 허전하네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강설은 일행의 투덜거림에 고개를 끄덕였다. 한여명의 검은 예비로 들고 다니는 다른 검으로 교체되어 있었고 필리아의 활도 마찬가지였다.
불세출을 다섯 개나 가지고 있는 강설은 무려 5개의 장비를 교체해야만 했다.
모험 27. ‘거머쥘 영광’
당신은 이 세상에 딱 하나만 존재하는 물건들을 꽤 많이 수집했습니다.
이 신비로운 물건들은 다른 물건들과는 명백히 다른 기운을 내뿜습니다. 그리고 이런 기운이 당신을 어딘가로 이끌었습니다.
자격을 갖춘 당신을 누군가 이곳에 초대한 것일까요? 당신은 아주 자연스럽게 이곳을 거닐고 있습니다.
단 하나 불편한 점은 주인이 당신의 물건들을 빼앗아갔다는 점입니다.
이곳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모르나, 그의 장난을 멈추고 정당한 보상을 얻어내야 할 것입니다.
목표 : 귀문의 끝에 도달.
이 모험은 돌발 모험입니다.
이 모험은 위험한 모험입니다.
현재 남은 시간 「알 수 없음」
불세출을 5개 이상 모아오지 않은 한여명과 필리아에겐 아마 다른 뉘앙스의 모험 설명이 떠올랐을 거다.
– 템빨로 여까지 온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하라는 건가?
– 불세출 5개 모아서 왔는데 그걸 쏙 뺏어가 버리네;
– 도둑맞는 거 아니야?
그들의 걸음은 바로 2번째 관문에 도달하면서 멈추었다.
쿠우우웅…
악귀의 얼굴을 한 문이 그들을 반겼다.
[중급 간파가 발동합니다.]
[귀신만이 이 문을 열 수 있습니다.]
강설이 한여명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
“아마 이 너머부터는 각자 행동할 것 같습니다.”
“그럴 확률이 높겠네요.”
“모두, 위험하다 싶으면 돌아가도 괜찮습니다.”
– 여명이는 남아.
– 문은 열고 가.
– 책임 안 진다는 얘기 ㅋㅋ
한여명과 필리아 모두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자신 있거든요.”
“…필리아는?”
“저도요. 걱정은 감사하지만 도움은 괜찮아요.”
강설이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문을 열죠.”
“네!”
한여명이 오른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치지지지지지지직…
검은 기운이 악귀의 얼굴을 타고 눈으로 흘러 들어갔다.
번쩍-!
악귀의 눈이 검게 차오르자,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끼기이이이이익…
휘리리리릭-!
안에서 무수한 손이 빠져나와 그들을 덮쳤다.
쿠우우웅-!
문이 닫히고, 셋은 문 너머로 사라졌다.
* * *
[마법 저항 주사위를 굴립니다.]
[마법 저항 주사위의 눈이 2가 나왔습니다.]
[1여명이 피의 번뇌에 빠져듭니다.]
한여명이 피로 물든 길을 걸었다.
“…왜 날 죽인 거냐?”
“…….”
한여명은 눈을 감고 되뇌었다.
‘이건 정신 공격이다, 무너지면 안 돼.’
뻔하디뻔한 정신 공격일지라도 타격은 있었다. 가끔, 불쾌한 꿈을 꾸면 꿈이라는 것을 자각하더라도 종일 기분이 나쁜 경우가 있다.
지금이 딱 그런 경우였다.
저벅…
한여명이 한 걸음씩 내디뎠다.
목이 잘린 시체가 한여명에게 계속해서 압박을 가했다.
“넌 불완전하다. 겁을 집어먹고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 넌 태생부터 글러 먹은 놈이다.”
“닥쳐….”
“네 가슴에 있는 죄악감을 마주해라. 넌… 우리에게 죄를 지었다.”
“맞아! 우리를 그 칼로 무자비하게 살해했지! 히히히히! 내장이 쏟아져 나와서 부여잡느라 한동안 진땀뺐다고! 이거 봐!”
귀신의 농간이 분명했다.
분명히, 알고 있다.
한데 이 불쾌한 상황은 끝나질 않았다.
시체 중 누군가가 한여명의 심장에 닿는 말을 지껄였다.
“너… 사실, 한노을도 귀찮을 뿐이잖아?”
“…뭐?”
“이제 느끼고 만 거야. 지금 이 악의로 가득 찬 세상은 한노을 같이 평범하고 나약한 인간이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인 것을….”
“…….”
“너도 버거워하고 있다는 것을.”
한여명은 침묵한 채로 걸었다.
“내 말 무시하는 거야? 우리를 죽이면서 깨달은 네 감정을!”
그가 담담히 답했다.
“그래, 맞아… 노을이는 약해서 이런 구역질 나는 곳에서 뒹굴 수는 없어. 근데, 너희를 죽이면서 깨달은 건 그것뿐만이 아니다.”
“무엇을 깨달았지?”
스릉-!
한여명이 검을 뽑아 들었다.
“내 동생이 너희 같은 쓰레기들과 마주하지 않도록, 미리 전부 쓸어버려야겠다고.”
“하아?”
“덤벼라, 귀신이든 시체든 염병할 새끼들아.”
그의 눈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다시 살아난 거라면, 다시 죽여주마.”
푸화아아악-!
한여명이 귀신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
한편, 같은 시각 필리아의 상황.
그녀는 한여명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이었다.
한여명처럼 많은 수의 악인을 살해한 적도 딱히 없었고 그것에 죄악감을 가지지도 않았다.
[마법 저항 주사위를 굴립니다.]
[마법 저항 주사위의 눈이 4가 나왔습니다.]
[필리아가 피의 번뇌에 저항합니다.]
[피의 번뇌가 약화됩니다.]
[필리아가 상실의 번뇌에 빠져듭니다.]
하나, 죄악감 대신 다른 의미의 짐이 그녀의 발길을 무겁게 했다.
“언니….”
나타난 것은 단 한 명뿐이었지만, 필리아는 그것만으로도 괴로움을 느꼈다.
“…….”
“나… 나… 괴로워요….”
“미안해요.”
“어디 있어요? 나… 고통스러워요.”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마음이 여려 평소에도 정을 잘 주지 않았던 그녀는 새로이 심장에 박힌 비수에 괴로워했다.
……
* * *
일행이 번뇌에 허덕이고 있었다.
아마도 악인들을 무수히 쓸어버렸던 강설이라면… 그리고 더 많은 짐을 짊어졌던 강설이라면… 더 많은 번뇌를 뒤집어써야 마땅했다.
그들을 홀리는 귀신들도 그렇게 여겼을 것이다.
[마법 저항 주사위를 굴립니다.]
[마법 저항 주사위의 눈이 4가 나왔습니다.]
[대부가 발동합니다.]
[마법 저항 주사위의 눈에 2의 수치를 더합니다.]
[마법 저항 주사위의 눈이 6이 나왔습니다.]
[스노우맨이 피의 번뇌를 완벽하게 무력화합니다.]
[스노우맨이 또렷한 정신을 유지합니다.]
[정순한 기운이 부정한 기운을 밀어냅니다.]
한여명이 피에 둘러싸이고, 필리아가 짐에 발길을 붙잡혔다면, 과연 강설이 걸어온 길은 어떨까.
강설은 고개를 들어 펼쳐진 길을 바라보았다. 한여명보다 더한 피와 내장, 뼈들이 한데 어우러져 강설을 조소하고 있었다.
“뻔해.”
책임, 그 누구보다도 강한 힘을 가졌기에 짊어진 것들도 그만큼 무거웠다.
아마도, 길을 잘못 들어 누군가 강설의 길을 바라본다면 지옥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어떤 남자가 일어서서 강설을 내려다보았다. 콩고리의 백상아리였다. 그는 쟈마드에게 갈기갈기 찢겨 죽었다.
“히히히… 이 살인귀.”
“…….”
“날 죽일 때 네 표정을 봤어! 즐거워했다고, 분명히!”
그를 도우려는 듯 거대하게 일어난 헤카.
“우리 같은 존재는 어디서든 일어나지. 아무리 죽여도 소용없다고. 넌 단지 강자의 권위를 만끽하고 싶었던 거야!”
휘리릭…
쟈마드가 슬쩍 얼굴을 내비치며 말했다.
“귀신들이 날뛰는군. 널 홀리려는 거다. 귀담아듣지….”
강설이 손을 슬쩍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피식…
쟈마드가 웃음기를 머금고 되돌아갔다.
강설은 귀신들에게 답해주었다.
“음… 그랬을지도.”
“뭐?”
“너희들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고.”
그나마 다행인 점은 밤까마귀를 깨우치는 과정에서 코돈을 털어낸 이후에 신들과 관련된 악몽은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뭐, 상관없지만.’
스르륵…
전혀 모르는 얼굴의 여인이 등장해 피 흘리며 말했다.
“네가… 네가 노비라에만 남아있었다면!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지는 않았을 거야!”
“글쎄… 당시에 내가 있었어도 잔도와 마그라는 못 막았을걸?”
“…….”
“내 몸이 두 개도 아니고.”
강설은 대수롭지 않게 반박하며 나아갔다. 원성이 그에게 쏟아졌다.
“이 위선자!”
“선한 척한 적은 딱히 없는데.”
“그만한 힘을 가지고서도….”
강설이 손을 슬쩍 올리며 걸음을 멈추었다. 귀신들도 묘하게 그의 행동에 이끌려 말을 멈추었다.
“하아… 지겹다. 이봐….”
강설이 권태를 담은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한마디 했다.
“그렇게 억울했으면, 약하면 안 됐지.”
“…뭐?”
이 지옥도에서 강설은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썩 꺼져, 내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그 말에 피와 원망으로 가득했던 공간이 스르륵 사라지기 시작했다.
“히히히히! 재밌는 녀석이야! 기대하고 있을게!”
스르르르…
귀신들이 흩어지자, 문이 드러났다.
“세 번째 문인가….”
끼이이이익…
강설은 다음 문을 향해 들어갔다.
화아아악!
빛이 물감처럼 번지며 멋들어진 야경이 드러났다.
“아하하하하!”
“이거 주세요. 아니, 그거 말고 이거….”
강설은 잠시 혼란스러운 눈초리로 주변을 살폈다.
‘실제로 보니 더 번잡스럽네.’
등롱을 들고 다니는 이들.
번쩍번쩍 빛을 뿜어내는 등불을 잔뜩 매단 점포까지.
생경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야시장.
강설이 축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그곳에 서서 주변을 살폈다.
모두 거적을 뒤집어쓰고는 야시장을 즐겼다.
“와하하하하!”
강설은 다른 이의 갑옷에 반사된 자신의 모습을 확인했다.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엔 도깨비불처럼 생긴 무언가가 타오르고 있었다.
‘…영혼 상태인 건가?’
‘뭐, 대충 그렇다고 넘어가자’ 하고 주변을 맴도는 강설.
쟈마드가 그런 강설에게 조언했다.
“느껴진다.”
“뭐가?”
“우리가 지녔던 물건들.”
“음….”
“이들 사이에 숨어있다.”
우르가 감탄했다.
– 호… 흥미롭군. 사람의 영혼이 아니었어. 이건…
강설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건의 혼이지.”
느껴지는 기운들이 죄다 특이한 것으로 봐서는 전부 불세출 등급은 되어 보이는 영혼들.
강설은 이 불세출의 바다에서, 자신의 불세출을 찾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