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204
제203화
야훔의 검은 장갑이 능력을 발동했다.
[상대의 격이 자신보다 낮더라도 깨달음 확률이 낮아지지 않습니다.]
[전투 중, 깨달음이 발생할 확률이 대폭 증가합니다.]
[깨달음으로 파생된 새로운 능력의 숙련도 축적은 그 연마 지점이 ‘능숙함’부터 진행됩니다.]
깨달음과 관련된 파생 능력이 잔뜩 발동했다.
이 능력이 좋은지 나쁜지는 지금 이 상황에서 크게 중요치 않았다.
강설은 지금 귀문의 주인인 야훔과의 전투를 코앞에 두고 있었으니까.
파아아앙!
“으윽!”
“꺄아악!”
야훔이 허공에 손을 내젓자 한여명과 필리아가 저 멀리 튕겨 나갔다.
“파리들은 제쳐두고….”
쿵-!
쿵-!
쿵-!
쿵-!
열두 귀신이 거대한 기둥 4개를 들고 와 강설과 야훔을 기준으로 사방위에 박아넣었다.
지이이이잉…
팡!
팡!
“형!”
“스노우맨!”
강설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장벽 같은 게 생겨나자 고개를 갸웃하고 생각했다.
‘일종의 링 같은 건가?’
저 기둥을 설치한 과정이 외부의 개입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나한테는 그게 더 좋지만.’
한여명과 필리아는 야훔과의 싸움에서 큰 도움이 되기는 어렵다.
이런 말을 하기에는 조금 과하다 싶기도 하지만 걸리적거린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지금, 그에게 도움이 될 만한 동료는 역시 카렌과 카루나뿐.
휘리릭-!
휘릭-!
카렌과 카루나가 동시에 소환되었다.
고오오오오…
셋이 뿜어내는 기운에 야훔이 코를 씰룩였다.
“오만방자한 인간 녀석… 셋이라? 하면, 이쪽도 수를 맞춰야겠지. 만다!”
“예!”
“후혼!”
“예이!”
“들어와라!”
스르르륵…
열두 귀신 중 둘이 기둥의 장벽을 넘어 합류했다.
강설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여기는 규칙도 뭣도 없는 건가? 영 제멋대로군.”
“히히히… 자신이 없는 모양이구나?”
“그건 또 아닌데, 저기서 멀뚱멀뚱 보고 있는 나머지들도 들어오는 건가?”
“하기야… 그렇게 느낄 수 있겠군. 좋다! 이제부터는 다른 귀신의 개입은 없을지니. 이 야훔이 확언하마!”
참으로 더러운 수작이었다.
야훔은 공명정대와는 거리가 먼 도깨비였으니.
그래도 강설은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한 야훔에게서 이 정도의 양보를 끌어낸 것만 해도 다행으로 여겼다.
그는 다음 수에 집중했다.
‘야훔은 구름의 귀신. 조심해야 한다.’
일월성운(日月星雲).
동방의 귀신 중에서도 강력한 귀신들이 주로 사용하는 희귀한 도술.
그중에서도 야훔은 구름의 힘을 사용했다.
훙훙훙훙-!
“번잡스러우니, 모두 꺼지거라.”
야훔이 방망이를 휘돌리며 기운을 모았다. 새하얀 연기 같은 게 방망이 주변으로 모이다가…
콰아앙-!
그가 바닥을 찍자 사방으로 흩어졌다.
순식간에 시야를 완전히 가려오는 하얀 안개.
[야훔이 구름 도술 : 도깨비 길을 사용합니다.]
[모두가 안개 속에서 길을 잃습니다.]
사아아아아…
“…….”
“히히… 이제야 좀 조용하구나.”
카렌과 카루나가 강설의 눈앞에서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그것은 아까 난입한 두 귀신도 마찬가지.
‘명백히 내 쪽이 손해다.’
아마, 야훔도 그것을 알고 둘을 흩어버린 게 분명했다. 두 귀신도 강하다고 봐줄 수 있겠지만, 강설의 두 소환수에 비하자면 약간 처졌으니.
“감히 내 물건을 가지고 도망치려고? 어림도 없다.”
“도망은 안 쳤어. 자수하려고 왔는데.”
야훔은 시종일관 태연한 강설의 모습에 위화감과 불쾌감을 동시에 느꼈다.
“오만방자한 인간이… 처음부터 끝까지 죄를 읍소하지 않는구나. 가장 먼저 그 입부터 철저히 뭉개주마!”
후웅…
후웅…
야훔이 방망이를 회전시키며 강설을 노려보고 있을 동안, 강설도 나름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었다.
‘우르, 이거 분해할 수 있어?’
– 이거… 주술과는 또 다르다. 시간이 걸린다.
‘널 소환할 수는 없는 건가?’
– 덩치만 큰 덩어리를 소환하고 싶다면 그리해도 좋다. 하지만, 그게 상황을 더 낫게 할지는 확신할 수 없지. 더군다나 저 도술을 멈추지 못하면 나 또한 말려들 수 있다.
‘…그럼 분해를 부탁할게.’
– 알았다.
강설은 미리 전투가 어떻게 흘러갈지를 머릿속에 그렸다.
‘시간 싸움이다. 도깨비 길로 들어간 카렌과 카루나라면 걱정할 게 없지만… 내 쪽은….’
이미 구름으로 제 몸을 감싼 야훔을 밤까마귀만으로 상대해야 했다.
물론 그것이 두렵지 않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강설은 이렇게 답했을 것이다.
전혀.
“쟈마드.”
-이쪽은 준비 끝났다.
팟-!
밤까마귀 상태의 강설이야말로 그 무엇보다 겁낼 게 없는 괴물이었으니.
[난봉꾼의 움직임이 발동합니다.]
[회피율이 10% 상승하며 적중률이 5% 상승합니다.]
쇄도하는 강설을 보며, 야훔이 코웃음쳤다.
“움직임은 제법이다만….”
[하늘 차기, 땅 차기를 사용합니다.]
[둘 중 하나의 능력이 발동합니다.]
강설의 갈피를 잡기 어려운 움직임 속에서도, 야훔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파아아악!
팔을 치켜들어 하늘차기를 막아서는 야훔.
강설은 미리 선지안으로 이 상황을 엿보았으니, 당황하지 않고 다음 수를 이었다.
후우웅-!
후웅-!
덩치가 큰 것치고 상당히 재빠른 야훔. 강설의 주먹은 모두 빗나갔다.
서로가 서로에게 유효타를 날릴 수 없는 탐색전.
갑자기 야훔이 리스크가 큰 공격을 감행해왔다.
“터져라!”
야훔이 오른손에 쥔 방망이가 맹렬하게 횡으로 운동했다.
부우우우웅!
‘동작이 크다!’
슉-!
‘기회!’
강설이 거의 바닥에 달라붙다시피 숙이자, 쟈마드가 경고성을 토해냈다.
“안으로!”
길게 생각할 거 없이 쟈마드의 말대로 안으로 파고드는 강설.
콰지이이익-!
야훔의 왼손바닥이 강설이 있던 바닥을 강타했다.
결과적으로 쟈마드의 조언과 강설의 신속한 판단이 주효했다.
“우선… 한 방!”
강설이 팔을 끝까지 당긴 후에, 야훔의 턱을 후려쳤다.
콰아아아아악!
‘먹혔… 안 돼!’
[야훔이 구름 도술 : 신기루를 사용합니다.]
[허상입니다.]
선지안으로 확인한 상대의 다음 움직임에 강설은 크게 당황했다. 하지만, 대응은 그런대로 신속하게 해냈다.
파아아아앙-!
측면에서 날아온 야훔의 손바닥에 강설이 날아갔다.
“흐읍….”
콰직!
콰지직…
땅에 몇 번 튕기며 자세를 바로잡은 강설.
“하아….”
그의 입에서 피가 흘렀다.
충격적인 상황에 정신을 가다듬는 강설. 그런 그에게 야훔이 말했다.
“히히히히히! 보이는 것만을 믿는구나, 그래서 나는 인간이 싫다! 이곳에 있는 수많은 물건의 혼을 보았느냐?”
스윽…
피를 닦는 강설.
‘방금… 선지안이 없었으면….’
죽었을 수도 있다.
야훔은 우세가 확실시된 것에 신이 났는지 말을 늘어놓았다.
“애초에 귀문의 물건 중 내 손을 거친 건 그리 많지 않지. 그런데도 계속해서 물건의 혼은 이곳으로 모여든다. 바로 너희들의 탐욕 때문이지.”
“누구 말로는 탐욕이야말로 좋은 거라던데.”
“그것은 너희가 탐욕을 통제할 수 있을 때의 얘기고. 알았느냐, 열등한 것아?”
강설이 무표정한 얼굴로 되돌아왔다.
“조금… 열받네.”
그가 우르에게 신호를 보냈다.
‘이것도 분해 가능해?’
– 조금 걸린다. 빌어먹을… 같은 뿌리에서 나왔건만 지독히도 꼬아놨구나. 도술 그 자체를 해석하고 그 이후에 두 가지 도술의 분해를 동시에 진행해야 하니….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 상황.
강설은 이를 앙다물고 전투에 집중했다.
‘집중해야 한다!’
팟-!
으직…
으지지지직…
파지직…
[불벼락 태세로 전환합니다.]
[모든 공격에 불길이 옮겨붙습니다.]
[충격 지점에 폭발이 일어납니다.]
[충격 지점에 뇌전이 퍼집니다.]
[지속 : 옮겨붙는 불길이 적용됩니다.]
[지속 : 뜨거움과 따스함이 적용됩니다.]
[지속 : 찌릿찌릿이 적용됩니다.]
달리면서 불타오르는 강설. 그리고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지켜보는 야훔.
[야훔이 구름 도술 : 뭉게뭉게를 사용합니다.]
[구름이 더욱 짙어집니다.]
파박-!
야훔의 무릎을 박차고 뛰어오른 강설. 그대로 회전하며 오른발을 야훔의 턱에 꽂았다.
파아아악-!
차는 순간, 느낌이 왔다.
‘실체! 하지만….’
또.
선지안은 다른 미래를 보여주었다.
[야훔이 구름 도술 : 신기루를 사용합니다.]
[허상입니다.]
“고고하고….”
야훔의 목소리가 먼저 들려오고.
부우우웅…
구름을 뚫고 야훔의 방망이가 나타났다.
여기까지는 강설의 예측 범위 안.
탁-!
방망이의 기세를 흘려낸 후, 그 힘을 이용해 주먹을 내다 꽂는 강설.
콰지이이익-!
‘빌어먹을… 분명 실체인데….’
어째서 끔찍한 미래만을 보여주는 것일까.
[야훔이 구름 도술 : 신기루를 사용합니다.]
[허상입니다.]
“드높을지니….”
강설은 야훔의 손바닥에 또다시 공격을 허용했다.
파아아아아아앙-!
“커헉….”
강설의 입에서 울컥하고 핏물이 자연스럽게 토해졌다.
충격으로 데구루루 구르는 강설.
“히히히히! 도깨비 야훔의 영토에 온 것을 환영하마!”
“하아… 하아….”
비록, 불의의 일격을 두 차례나 허용했지만, 시초의 피를 이용해 급속으로 재생하는 강설은 무너지지 않았다.
‘저 도술… 신기루가 가장 문제다….’
일단 우르에게 대응책을 맡겨놓기는 했지만, 손 놓고 있을 강설이 아니다.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놈은 실체가 아닌가?’
그의 질문에 쟈마드가 답했다.
– 아니, 실체가 맞다.
전투 중, 강설은 육체를 공유하고 있는 쟈마드와 같은 의문을 가졌다.
‘충돌할 때의 타격감. 놈이 교묘하게 급소는 회피하는 움직임까지….’
‘그래, 무적의 기술이라면 굳이 회피할 이유가 없다.’
‘저 도술이 무적이었다면 야훔이 이 한적한 곳에서 소일거리나 하고 있지는 않았겠지… 놈이 전투 시작 전과 달라진 점이 있나?’
쟈마드와 강설이 동시에 뭔가를 느끼고 의견을 교환했다.
‘마력!’
‘마력이다. 마력이 줄었어.’
강설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전투 중 야훔의 표정.
잠시, 고통으로 일그러졌던 그의 얼굴. 그는 이윽고, 깨닫게 되었다.
‘이건… 환술도 뭣도 아니야. 놈은 실체가 맞다.’
‘그래.’
‘놈은 실체가 분명하고 아마도 저 신기루는… 피해를 받기 전 상황으로 육체를 되돌리는 일종의 반전 능력인 거야!’
그 순간, 신기루의 비밀을 깨달은 강설에게 메시지가 떠올랐다.
[깨달음! 새로운 능력을 깨우칩니다.]
[악몽을 깨우칩니다.]
[악몽은 깜짝 출연 : 피조물의 능력에 영향을 받습니다.]
‘이건….’
새로운 능력을 빠르게 확인한 강설은 미소 지었다.
“왜 웃는 거지?”
야훔이 실컷 얻어맞고도 히죽거리는 강설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일단, 기분 나쁘니 두들겨 주마….”
팟-!
다시 한번 야훔에게 파고드는 강설.
“성급한 것까지! 역시 넌 전부 마음에 안 드는구나!”
부우우웅…
이전처럼 방망이를 회피한 후, 이어지는 강설의 다음 공격.
콰지익-!
잠시 일그러지는 야훔의 얼굴.
그리고 또 똑같이 밀려드는, 구름 속에 모습을 감춘 야훔의 손.
움찔…
강설이 자세를 움츠리며 공격에 대비했다.
파아아아앙-!
물론, 야훔의 공격은 대비한다고 해서 충격을 모두 상쇄할 만한 위력이 아니었다.
푸화아아악….
피 분수를 뿜으며 날아가는 강설.
‘어째서… 어째서 실패한 거지?’
분명, 악몽을 사용했는데 제대로 발동하지 않았다.
휘청…
또다시 일어서며 잠시 현기증을 느낀 강설. 그는 그 잠깐 사이에도 깨달은 바를 정리했다.
‘알았다… 그래서군.’
강설이 입에서 피를 쏟아내며 말했다.
“어이, 야훔.”
“질긴 생명이로다. 두들기는 맛이 있군그래, 히히히!”
“야훔!”
“왜 부르느냐?”
“이번에, 박살을 내주마.”
야훔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잠시 짓다가 이내 분노했다.
“노는 것도 질리는구나! 어서 끝내주지!”
강설이 마지막 싸움을 위해 가진 힘을 끌어내었다.
파지지지직-!
[벼락의 근원 주술 : 고슴도치를 사용합니다.]
[일대에 거센 기운이 충만합니다.]
[지속 : 찌릿찌릿의 피해량이 500% 상승합니다.]
라무에게서 뽑아낸 벼락의 근원력.
강설은 그것을 휘감고 표정을 굳혔다.
파지지지직-!
강설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하는 야훔.
“익숙한 냄새가 나는구나… 흠흠… 이 냄새는… 라무?”
팟-!
벼락의 탄환이 쏘아졌다.
탄환이 쏘아지는 순간, 내달리며 떠올렸다.
새로 얻은 능력인 악몽의 발동이 실패한 이유를.
‘발동하는 중에 선지안과의 충돌이 일어났다.’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선지안. 거의 미래를 보여주다시피 하니, 선지안의 사용자는 그것에 크게 의존하기 쉬웠다.
‘선지안으로 다음 순간을 보고… 먼저 두려움을 느껴버린 거야.’
악몽은 다가올 미래를 뒤트는 능력, 그 힘을 사용하려는 이가 어찌 미래를 겁내는가.
죽을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는, 능력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
‘죽지 않는다.’
파아앗-!
“죽어라!”
후우우우웅-!
다가오는 야훔의 방망이.
강설은 그 두려운 형상을 똑바로 직시했다. 그리고 그 너머의 무언가를 보았다.
퍼어어어억!
방망이가 최초로 강설의 머리와 충돌했다.
그 일격은 오랜 세월 살아온 야훔에게도 통쾌하고 후련한 한 방이었다.
“하하하하!”
그런데.
시체가 됐을 터인 강설의 목소리가 주변에서 들려왔다.
“보이는 것만을 믿는구나, 그래서 네가 좋다.”
[악몽을 사용합니다.] [최근 피해가 피조물에게 이전됩니다.]푸드드득…
까아아악!
강설이 있던 자리에 까마귀 떼가 나타나서 흩어졌다.
야훔이 사용하던 신기루와 흡사한 능력. 야훔은 한순간 목 뒤가 서늘해졌지만 괜찮았다.
신기루로 받아칠 준비는 언제든 되어있었으니.
하나, 강설이 이번 공격으로 야훔을 박살 내겠다는 약속은 거짓이 아니었다.
“끝이다.”
– 분해, 완료.
[봉인된 우르의 마도(魔道)가 발동합니다.]
[마법 삼키기가 발동합니다.]
[구름 도술 : 도깨비 길을 소화 중입니다.]
[구름 도술 : 신기루를 소화 중입니다.]
후우욱!
자욱한 연기가, 한순간에 사라지고.
쑤우우욱-!
쑤우욱!
“커, 커허어어억….”
야훔의 등판에 두 자루의 검이 박혔다.
카렌과 카루나의 검이었다. 그들의 상대였던 귀신들은 목이 베어진 채로 혓바닥을 내어놓고 있었다.
끔찍한 고통에 야훔의 고개가 들리고, 그는 다가오는 미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끔찍하고, 나쁜 꿈을.
강설의 주먹이, 야훔의 안면을 강타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파지이이이이이익!
거대한 귀신에게 벼락이 내리꽂히는 그 모습은, 마치 신벌(神罰)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