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21
제20화
부서진 마차와 쓸데없는 것들로 가득 채워 짐처럼 위장한 가짜 짐들이 바닥에 사정없이 팽개쳐져 있었다.
“으으으….”
“가만…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 새끼….”
원래의 시나리오대로 운 좋게 살아남은 백상규와 서진철.
다만, 머리는 위기 상황에서도 빠르게 회전하지 않았던 건지 아직도 마차의 잔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기초적인 능력을 조금만 갈고닦았더라면 이 같은 상황에서 큰 무리 없이 빠져나왔을 것이다.
두두두두….
저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제길… 제길… 여기서 벗어나야 해!”
“몸아! 제발 움직여!”
그들은 착각하고 있었다.
죽음에 맞서 투쟁했던 일반인들보다 자신들이 우월하다고. 그런 그들에게 공포 혹은 두려움을 선사한 자신들이 더 강한 인간들이라고.
“빌어먹을! 빌어먹으으을!”
하지만, 과연 그것이 사실일까.
말발굽 소리가 서서히 가까워졌다.
어느새, 사람의 목소리까지 들려왔다.
“하! 하!”
“……었습니다!”
족히 수십은 되어 보이는 어수선함이 그대로 전해져왔다. 말들이 일으키는 먼지구름이 백상규와 서진철에게도 보였다.
그 무리는 눈 깜짝할 새, 사건 현장으로 다가왔다.
모두 얼굴에 쿠조와 같은 문신을 하고 있었다.
“흠… 사달이 난 것 같습니다.”
“…….”
스윽.
이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말에서 내리자, 다른 사람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말에서 내렸다.
그 남자는 현장을 쓱 둘러보더니, 작게 말했다.
“쿠조를 찾아.”
“예!”
“예!”
“찾아라! 보르고 님의 명령이다! 쿠조의 시체라도 건져야 한다.”
그들은 일사불란하게 흩어져서 잔해를 수색했다.
푸화악.
“컥….”
시체의 얼굴을 확인해서 문신이 없거나 쿠조와 전혀 닮은 점이 없으면 한쪽으로 치워버렸고, 혹여 숨이라도 붙어 있을 땐 그대로 목을 베어버렸다.
백상규와 서진철은 부들부들 떨면서 제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랬다.
“여기, 찾았습니다!”
“쿠조냐?”
“예! 확실합니다!”
“가겠다.”
보르고가 움직일 때마다 사람들이 따라서 우르르 움직였다.
이윽고, 그가 쿠조의 시체에 당도했다.
턱!
그는 한 손으로 쿠조의 시체를 너끈히 들어 올렸다.
쿠조의 덩치가 결코 작지 않은데도 정말 엄청난 힘이었다.
그는 힘줄이 잔뜩 돋은 팔 대신 다른 팔을 이용해 쿠조의 몸을 수색했다.
그리곤 쿠조의 시체를 땅바닥에 팽개쳤다.
콰직.
어딘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광경보다 오히려 보르고의 바뀐 표정을 더 두려워했다.
“흐… 흐흐흐….”
그는 뭔가 화가 난 것 같은데도 웃고 있었다.
그렇다고 눈치 없게 따라 웃는 자는 없었다.
보르고는 웃는 악귀였다.
화가 나면 오히려 웃는 자다.
그리고 그 평생, 그가 웃을 때 함께 웃었던 자들은 모두 죽였다. 그러니 아무도 따라 웃지 않는 것이었다.
보르고가 웃음을 뚝 그치고 다시 무표정하게 말했다.
“없다.”
“…이런.”
“지도가 없어. 해석본도.”
“어, 어찌 된 일일까요?”
“그건, 이제부터 알아내야겠지.”
그렇게 말을 한 보르고가 고개를 훽! 하고 돌렸다.
“읍….”
그는 끔찍한 눈빛으로 정확히 백상규와 서진철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서진철이 놀라 숨을 삼킨 것도 그 때문이었다.
저벅.
저벅.
보르고가 그들에게 다가갔다.
“살아있군. 멀쩡히.”
이제, 서진철과 백상규에게 남은 수단은 대화밖에 없었다. 보르고의 심기를 거슬리지 않게 자신들의 쓸모를 말해야 했다.
“주, 죽이지 마세요!”
“살려주세요! 다 말할게요!”
아무렇지 않게 칼질을 하던 자들이다. 저들은 살인에 능숙한 자들이 분명했다.
“지도의 행방을 아나?”
“지, 지도?”
“…모르는가?”
“그건… 잘 모르….”
콰직!
백상규의 목이 순식간에 날아갔다.
보르고의 손도끼에 피가 묻어있는 것으로 봐서 그가 죽인 것이 분명한데, 너무 빨라 확신이 서지 않았다.
“으, 으아아아아아아!”
이 자는 괴물이다.
서진철은 그렇게 생각했다.
“넌?”
“으으으… 지, 지도는 모르지만 누가 가져갔는지는 유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호….”
“스노우맨이라는 남자가 함께 마차에 탔었습니다! 호, 혹시 그자의 시체가 있었습니까? 파랗게 빛나는 지팡이와 깔끔한 로브를 입었습니다!”
“아니, 없었다.”
“그럼 그자가 훔쳐 간 게 분명합니다!”
주변에서 보르고를 보필하던 대머리의 남자가 수하에게 들은 말을 전달했다.
“보르고 님, 아까 마차 무리에서 탈출한 놈이 하나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추격으로 둘을 딸려 보냈는데 전부 뭔가에 으깨져서 시체가 되었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아무래도… 놈인 것 같습니다.”
보르고는 잠시 턱을 괴고 생각하다가 서진철에게 물었다.
“또.”
“네?”
“더 없나?”
“그, 그리고… 놈이 소환사라는 거?”
“소환사라… 재밌군.”
“저, 저는 그럼….”
콰직!
동공이 커진 머리가 바닥을 굴렀다.
포식자 길드의 머더러 4인은 다음 모험을 이어나갈 수 없게 되었다.
보르고는 말에 오르며 말했다.
“놈을 쫓는다.”
* * *
강설은 보르고 무리가 도착하기 한참 전에 이미 도주를 시작했다.
당연히 멍청하게 달려서 도주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습격자들의 말 중 가장 상태가 멀쩡한 말을 골라 안장에 올라탔다.
– 엥? 말도 못 타면서 웬 말?
– 저것도 재능 찍어야 하지 않나?
– ㄴㄴ 생활 밀접 재능들은 그냥도 발현됨
강설이 어설프게 자세를 잡다가 어느 순간, 말의 움직임에 익숙해졌다.
그러자, 메시지가 떠올랐다.
[의외의 재능! 승마 1을 깨우칩니다.]
[말의 속도를 최대한 끌어낼 수 있게 됩니다.]
– 네, 이렇게요.
– 참 쉽죠?
– ㅎㅎ 모든 사람이 이런 건 아니죠?
– 그건 모릅니다. 시도해 본 사람이 얼마 없어서ㅋ
– 뭔 겜이 다 제 맘대로야. 그럼 나 공형식이도 이 겜 하면 얘보다 잘하겠네?
– 현실 : 공석진 탈락. 공석진 탈락. 레이스 스타트.
강설은 쿠조에게서 얻은 지도를 펼쳤다.
‘유적은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그의 예상대로라면 곧 추격이 붙을 것이다. 그것도 아주 많은 인원이 말을 타고 그를 쫓을 것이다.
‘놈들의 속도가 나보다는 더 빠르겠지. 하지만 그 전에 유적으로 진입하면 된다.’
유적에 진입하면 그들의 기동력은 쓸모가 없어진다.
강설은 그것을 노리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유적 안에서는 적들의 수가 얼마나 되든 상관없다.’
강설이 멀리 드러난 울창한 숲을 눈에 담았다.
“저게 대삼림….”
남부의 초반 굵직굵직한 모험 중 몇 가지가 이 대삼림을 무대로 한다. 대삼림은 그만큼 남부에서 방대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고 또 그 속살을 쉽게 내비치지 않는 신비로운 곳이었다.
그곳을 실물로 마주하자 강설의 마음에 묘한 바람이 불어왔다.
두두두두…!
말의 속도가 점차 빨라졌다.
그도 말에게 몸을 맡기고 숲을 향해 뛰어들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지나간 길을 일단의 무리가 똑같이 지나쳐갔다.
“하! 하!”
“군데군데 흔적이 보입니다! 아마도 놈이 대삼림으로 향한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놈이 노리는 게 확실히 유적이 맞겠군요, 보르고 님.”
“…재밌군. 감히 내 물건을 노리다니.”
보르고는 보통 약탈하는 쪽이었지 약탈을 당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그리고 약탈을 당한 경우엔 반드시 복수를 행했고.
이들의 추격전은 강설이 대삼림 안으로 들어가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되었다.
“낙엽이 놈의 흔적을 가린다! 흔적을 놓치지 마라!”
“숲속으로 들어갈수록 놈이 숨어들기가 더 수월해질 거다! 틈을 주면 안 돼!”
푸슈슈슛!
추격자들이 쏘아 올린 화살은 대부분 의미 없이 낭비되었다.
간혹 강설에게도 살촉이 무엇인가를 꿰뚫는 소리 정도는 들려오긴 했지만, 우연히 소리를 남긴 것뿐이지 그의 정확한 위치를 알아채고 쏜 것은 아닌 듯했다.
히이히히힝…
‘다 왔다.’
진창 때문에 말이 더 나아가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다행히도 유적은 진창의 바로 앞에 있었다.
‘저기!’
큰 바위 세 개가 한 대 뭉쳐있는 모양.
‘큰 바위 세 개라… 다행히 헤매지는 않았네.’
다음으로는 그 앞에 동상이 있을 거라는 내용.
강설은 추격자들이 따라붙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침착하게 행동했다.
“동상… 찾았다.”
동상이 낙엽 더미에 파묻혀 있었기에 바로 찾아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시간 소모는 많지 않았다.
강설은 이전에 게임에서 진행됐던 지문들이 또렷하게 기억났다.
“동상을 시계방향으로 돌린다.”
강설이 동상을 움켜쥐고 시계방향으로 돌렸다.
끼긱…
끼기기긱…
동상의 마찰음이 잠시 들리고.
철컥!
뭔가가 작동했다.
“됐다.”
쿠구구구구구궁.
변화는 급격하게 이루어졌다.
뭉쳐있던 거대한 바위 3개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굴러갔다.
그그그그그긍.
– 유적 제작자 : (흐뭇)
– 개쩐다 ㅋㅋㅋ 나 이런 거 너무 좋아.
– 뒤에 쫓아오는 무서운 놈들만 빼면…
그때였다.
[보르고가 강철 어깨를 사용합니다.]
[보르고가 어림짐작하기를 사용합니다.]
[보르고가 장애물 격파를 사용합니다.]
쒜에엑…
멀리서 들려온 잠깐의 소음.
강설은 이것이 불길한 징조라는 것을 깨닫고 몸을 틀려고 했다.
하지만, 상대의 수가 먼저 도착했다.
그것은 화살이었다.
우람한 나무 몇 개를 꿰뚫고 날아온.
“흡!”
우연인지 그 화살은 정확하게 강설의 머리를 노렸다.
간발의 차로 머리는 꿰뚫리지 않더라도 귀 정도는 뜯겨 나갈 것만 같았다.
그때.
카아아앙!
카가가가가가각!
쟈마드가 산의 주먹으로, 날아온 화살을 정확히 움켜쥐었다. 그 반동으로 주르륵 밀려나긴 했지만 화살 또한 멈추었다.
“흥!”
“…….”
“가지. 뒤쫓아 오는 놈들이 곧 도착할 거다.”
‘악성 우결 충’님이 광기를 200만큼 후원하셨습니다!
[가슴이 아프다. 이것이 사랑일까?]
– ㅁㅇㅁㅇ!
– 악성 우결충들 다 쳐내….
– ??? : 따, 딱히 널 위해서 화살을 받아낸 게 아니라고!
– 줴에에엔장! 쟈마드 믿고 있었다고 ㅠㅠ
강설이 고개를 끄덕이고 유적으로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그의 몸이 빛무리에 휘감겨 어딘가로 사라졌다.
[습격에서 성공적으로 살아남았습니다.]
[보상이 책정됩니다.]
[연계 모험이 이어집니다.]
[모든 모험이 끝나야 보상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지이이잉-
강설은 세 번째 모험이 끝났다는 것을 알아채고 서둘러 다음 모험을 준비했다.
[다음 모험을 시작합니다.]
[네 번째 모험이 시작됩니다.]
[모험 4. 절제의 전당]
모험 4. ‘절제의 전당’
상행의 마차 호위를 부탁받았던 당신은 엄청난 일에 휘말렸습니다. 당신에게 일을 의뢰했던 아덴은 상인이 아니었으며 이름도 가명이었습니다.
당신은 마차가 공격받은 상황에서도 기지를 발휘해 살아남았고 정체불명의 무리가 노리던 아덴의 물건도 운 좋게 획득했습니다.
하지만, 욕심이 과했던 것인지 물건을 노리는 자들이 따라붙었습니다. 잠시 놈들의 추격을 벗어났지만, 아직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해석본에 따르면 이곳은 절제의 전당이라고 이름 붙여진 고대의 유적. 당신은 이곳에서 추격을 따돌리고 살아남아야 합니다.
목표 : 추격자를 따돌리고 절제의 전당에서 탈출, 혹은 추격자를 전부 제거.
현재 남은 시간 「23 : 59」
– 에… 그러니까… 음… 습격자들이 유적 사냥꾼이라는 거지?
– 불친절해! 알아내는 데 한참 걸렸잖아.
– 진퇴양난이네 ㅋㅋ 유적이면 뚫는 데 시간 걸릴 거고 뒤에서 밀고 오면 걍 붙잡힐 텐디?
– 쟌넨~ 상대는 스노우맨이었습니다.
– 그럼 기대해 볼만 하지ㅋ
강설은 거두절미하고 전당의 입구에 다가섰다.
먼지가 잔뜩 쌓인 장소.
벽면 이곳저곳에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들이 가득했다.
강설은 우선 해석본을 꺼내 첫 관문을 돌파하는 방법을 확인했다.
“다섯 명의 무고한 피가 필요하다라….”
해석본을 죽 읽어 내려가던 강설이 관자놀이를 긁적였다.
곧, 강설의 눈앞에 선택지가 떠올랐다.
[절제의 전당의 문 앞에 섰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1. 틈이 있는지 살펴본다.
2. 다른 입구가 있는지 확인한다.
3. 문에 적힌 문자를 해석해본다.
4. [필요 : 해석본, 제물 5명] 해석본에 적힌 대로 다섯 명의 생명을 바친다.
5. [필요 : 은신 또는 도적] 추격자들이 당도하기 전 이곳에 몸을 숨긴다.
6. [필요 : 고고학 또는 주술사] 해석본이 일부 잘못된 것 같다. 다시 해석한다.
……
강설은 해석본의 내용을 전부 확인한 후, 그의 기억과 대조해 보았다.
결과는 오히려 오래된 기억이 옳다는 확신만 가져다주었을 뿐이다.
그는 제 입맛대로 해석한 해석본을 한 손에 쥐었다.
찌이이이익-! 찌이익-!
그리고 그것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 뭔데?
– 돌았나 봐, 미친 ㅋㅋ 저러면 어케 들어가려고?
– 개고생해서 얻은 건데!
강설이 바닥으로 나풀나풀 떨어지는 해석본 조각을 쳐다보지도 않고 문 앞에 바짝 다가섰다.
스윽…
그리고 손을 품에 챙겨둔 단검으로 그어 피를 흘렸다.
– 5명의 피가 필요하다며!
– 5인분 피 쏟으면 죽어, 인마!
시청자들의 염려와는 다르게, 5명의 피는커녕 5방울의 피가 떨어지자 문이 진동했다.
쿠구구구구그그긍-!
[절제의 전당 첫 번째 관문을 통과했습니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강설이 입매를 비틀어 올리며 쟈마드와 함께 서서히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내가 맞아.”
그는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