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229
제228화
강설과 설홍을 지켜보고 있는 기록관 중 청년이 말하였다.
“설홍과 원래 알고 있던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래 보이는군.”
“무모해요! 저렇게 계획도 없이 산채 한복판에 뛰어들다니….”
“보여주는 걸로 봐서는 무력에 꽤 자신이 있는 모양이지만, 휘창이 괜히 관병을 피해 오랫동안 도망칠 수 있던 게 아니다. 그래봐야 도적놈이지만 우습게 볼 상대는 아니야.”
“만용은, 죽음의 문턱을 자신도 모르게 밟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저렇게 무신경한 자가….”
“안타깝지만, 검술의 수준도 그리 높지 않아 보입니다.”
그때, 강설과 설홍이 우산으로 시야를 가렸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보았는가?”
“…못 봤어요.”
“못 봤습니다.”
강설의 움직임을 기록관이 놓치고 만 것이다. 기록관 중 노인이 당부했다.
“움직임을 놓치지 마라, 전부 기록한다.”
강설은 설홍을 안전한 위치에 내려놓고 도적 떼에게 뛰어들었다.
츠팟-!
“끄아아아악!”
그리고 검의 형태로 변한 비탄을 휘둘러 도적의 팔을 잘랐다.
휘릭-!
타아아악-!
비탄에 베인 목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아직도 강설의 위치를 찾지 못한 도적이 산더미였다. 그만큼 강설의 움직임이 벼락이 번쩍이는 것처럼 신속했다.
그러나, 강설의 얼굴은 불만족스러웠다.
그것은 비탄 또한 마찬가지였고.
‘익숙하지 않다.’
비탄이 한차례 성장하며 발현된 가장 큰 변화는 비탄의 형태가 그의 뜻대로 변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어떨 때는 이점이었지만, 또 어떨 때는 그다지 이점이 되어주지 못했다.
특히나 검은 관련 능력이 없는 강설이 능숙하게 다루기에 어려움이 따르는 병기였다.
동방에서는 검을 만병지왕(萬兵之王)이라고 꼽는다.
그만큼 검은 다루는 데 깊이가 있는 날붙이였고 강설이 갑자기 절세의 검객이 될 수는 없는 법이었다.
콰지직-!
“끄으으윽….”
콰슈우우우욱-!
“으아아악!”
물론, 비탄이라는 절세의 무기 덕에 사람을 베고 찌르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았지만 차라리 손으로 직접 때려 부수는 게 더 효율적일 것 같았다.
‘어쩔 수 없군.’
휘리릭-!
비탄이 그의 뜻을 알아듣고 곧장 투갑으로 변모했다.
철컥…
“잡아! 저 새끼 잡으라고! 내 앞에 데려와!”
휘창은 강설이 수하들을 하나씩 죽여나갈 때마다 발악하듯 소리를 질렀다. 그 기세가 제법 난폭했으나 정작 직접 나서지는 않았다. 도적단의 두령답게 영악하게 행동한 것이다.
파아아악-!
검은 투갑으로 뺨을 후려치면 사람의 머리가 터졌다.
휘릭…
콰지익!
뒤돌아 발로 가슴을 차면, 그 부분이 크게 함몰되었다. 가슴이 함몰된 도적이 입으로는 피를 쏟아내며 절명하는 건 당연한 수순.
파아악!
파아아아악!
손이 번뜩일 때마다 머리가 수박 터지듯이 터져나갔다. 당사자들 외에 누군가 봤다면 지옥도가 따로 없다고 여겼을 것이다.
“히… 히이익….”
“귀신이다, 귀신이야!”
도적 떼가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것은 그때쯤이었을 것이다. 하나, 너무 늦었다.
후우웅-!
파아아아악!
파아아아아악!
파바박!
푸화아아악!
동시에 세 개의 머리통이 터져 피 분수가 휘몰아칠 땐 도적 떼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강설은 압도적인 능력치를 바탕으로 도적단을 그야말로 짓뭉개고 있었다. 뼛조각과 피와 뇌수가 뒤범벅되어 원래의 형태를 알 수 없는, 그런 잔여물이 사방에 널려 있었다.
지금, 초마다 사람이 죽어 나가고 있었다.
수십 명의 사람을 죽이는 게 수십 마리의 파리를 죽이는 것보다 오히려 쉬웠다.
적어도 파리는 이렇게 한 자리에 모여있지 않았으니까.
푸화아아아악!
강설은 피를 뒤집어쓰면서도, 이것을 악행이라 생각하진 않았다.
그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사람을 꼬챙이에 꿰어 자랑스럽게 공포를 형상화한 흉측한 구조물이 버젓이 산채에 전시되어 있는데 그런 생각은 사치였다.
강설은 마치 일처럼, 그들을 도륙했다.
푸화아악…
도적 따위는 그저, 약간의 움직임만으로도 짓이기는 게 가능했다.
“으아아악!”
“도, 도망쳐!”
다다다다…
양쪽으로 흩어져 도주하는 무리.
각자 제발 강설이 자신들 대신 반대편 무리를 쫓아주기를 바랐다.
팟-!
강설은 좌측의 무리를 먼저 쫓았다.
그는 마치 양 떼에 뛰어든 늑대처럼 용서 없이 그들을 물어뜯었다.
“제, 제발….”
“저리 가아아아!”
푸화악!
퍼어어억!
반대편에서 내심 안도하며 거리를 벌리려 할 때, 강설의 손에서 사슬이 쏘아졌다.
촤르르르르륵-!
비탄은 사슬이 되어 날카로운 촉을 매달고 그들에게 날아갔다.
푸슈우우욱!
“커, 커어어어어억….”
도적의 심장이 비탄에게 꿰뚫렸다.
“사, 살려….”
비탄은 멈추지 않고 다른 도적의 발을 낚아챘다.
“어어어억!”
쿵…
사슬에 발이 얽혀 넘어진 도적은 자신보다 앞서 도망치는 자를 양팔로 붙잡았다.
“사, 살려줘… 나 좀 살려줘!”
“놔! 놔 이 새끼야!”
촤르르르르륵…
사슬이 그대로 말려 들어갔다.
그들은 강설이 있는 곳까지 순식간에 끌려왔다.
쿠직!
강설은 그들의 머리통을 짓밟았다.
고작해야 몇 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산채의 도적들이 단 한 명을 제외하고 전멸했다.
“뒈져어어어어!”
휘창이 커다란 박도를 위에서 아래로 세게 휘둘렀다.
팍-!
하지만, 박도는 강설의 손에 붙잡혔다.
“죽어! 죽으라고오!”
휘창의 근육이 부풀었다.
으지지지지직!
부푼 근육이 끊어질 듯, 휘창은 박도를 내리긋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
그런데 어째서 박도는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일까. 마치 바위와 마주하고 있는 것 같았다.
“너, 너어어… 뭐야아….”
휘창이 박도에 준 힘이 점차 빠져나갔다.
강설은 그를 참으로 우스운 자라 생각했다. 아마도, 약자에게 이만큼 가혹한 자는 또 없을 것이다.
‘…시험해볼까?’
어지간한 능력이 전부 먹통인 현재, 혹시나 소환수가 없더라도 발동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능력.
스으으으으…
강설의 손끝부터 손목까지가 검은 그림자로 뒤덮여갔다.
[밤까마귀 형상을 취합니다.]
치지지지지직…
강설이 인상을 썼다.
살이 타는 듯한 통증이 손목 어림에서 느껴졌기 때문이다.
‘안 되겠군.’
[불안정한 상태로는 밤까마귀 형상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밤까마귀 형상이 해제됩니다.]
빠지지직-!
애석하게도 밤까마귀는 사용할 수 없었지만, 강설은 그래도 남아있는 기운을 이용해 붙잡은 박도를 부숴버렸다.
그는 그대로 반대편 팔을 이용해 휘창의 머리를 붙잡았다.
“으으으….”
상대가 강철마저 맨손으로 부수는 위용을 선보이자, 휘창은 공포에 질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휘창의 시선에 강설은 점점 거대해졌고 본인은 점점 작아졌다.
“으으으으으으으….”
스스로 무릎을 꿇고 굴복하는 휘창.
물론, 용서는 없었다.
퍼석-!
푸화아아아악!
휘창은 그렇게, 머리가 으깨져 죽었다.
소환술을 사용할 수 없더라도, 한낱 도적 떼 정도는 우습게 격파할 수 있었던 강설.
‘괜한 걱정이었군.’
이처럼 압도적인 능력치는 그를 아예 다른 차원의 존재로 만들어 놓았다. 아마 휘창보다 어느 정도 강한 이라도 강설에게 똑같이 패배할 것이다.
“그대….”
설홍이 다가왔다.
피와 눈물, 그리고 콧물로 뒤범벅된 얼굴은 어린 나이의 그녀가 감당하기엔 너무 슬픈 모습이었다.
휘릭…
강설은 비탄을 다시 우산으로 돌려보냈다.
이미 비를 한참이나 맞았지만, 그래도 눈썹 위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게 그리 기분 좋진 않았다.
그가 설홍에게 우산을 씌워주기 위해 다가가려 하자 그녀가 멈칫했다. 강설도 그것을 느끼고 그 자리에 멈추었다.
“어머니를… 어떻게 알고 있는 건가?”
난데없이 나타난, 사별한 어머니의 지인.
설홍의 입장에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어깨를 으쓱하는 강설.
“그대는….”
그때였다.
이곳엔, 그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망화 설홍!”
멀리 떨어진 나무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기록관들이 분명했다.
설홍은 고개를 숙였다.
“예….”
“지금부터, 너의 발자취를 평가하겠다.”
처음으로 들려온 것은 청년의 목소리였다.
“포기하지 않고 홀로 나선 용기에 3점의 가점이, 감히 부족한 능력으로 부린 만용에 2점의 감점이 있다.”
다음은 여인의 목소리.
“악인의 폭력에 뜻을 굽히지 않았기에 3점의 가점이, 뜻을 세우기에는 한참이나 모자란 힘에 2점의 감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노인의 목소리.
“결과적으로 시련을 통과함으로써 4점의 가점이, 이 시련에 네가 기여한 바가 극히 적으니 2점의 감점이다. 네가 이번 시련으로 얻은 점수는 고작해야 4점이다. 이 결정에 불복하는가?”
허망하다.
얻은 것이라고는, 깎아 내려진 4점의 점수였을 뿐. 만점이 10점인 이상, 그녀의 점수는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하나, 설홍은 고개를 숙였다.
“참으로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설홍은 기록관의 뜻을 받아들이겠습니다.”
“…….”
“또한, 이번 일로 제 능력의 부족함을 깨달았습니다. 저 설홍은….”
설홍은, 내려놓고자 했다.
가장 쉬운 시련조차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하지 못했고,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이의 도움으로 목숨을 연명했다. 부끄럽고 슬펐다.
그녀의 용쟁은 여기서 끝맺어야 했다.
“성급한 면은 네 어미와 똑 닮았구나.”
“…무슨?”
“네 멋대로 결론짓지 말라, 사망화.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라.”
노인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너는 오늘, 크나큰 천운을 만난 것이다. 검은 사내가 오지 않았다면 너는 이곳에서 꼬챙이에 꿰어 휘창의 전리품이 되었을 것이다.”
“…맞습니다.”
“용화가 어찌 낯선 이의 호의에 기대는가? 너의 뜻은 고작 그러한 힘인가?”
“…….”
“설홍, 검은 남자는 너에게 어떤 존재인가? 평가는 이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설홍의 고개가 모로 돌아갔다.
잠시 노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탓이다.
그리고 이내 깨달은 듯 답했다.
“말씀은 이해했습니다. 하나, 이자는… 우연히 이곳에 왔을 뿐입니다.”
“…그런가.”
그때, 강설이 설홍에게 다가가 우산을 씌웠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설홍을 뒤로하고 그가 기록관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말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무슨….”
설홍의 당혹성.
기록관이 물었다.
“…하면?”
그 즉시, 강설의 입 밖으로 흘러나온 건 용쟁의 구도를 뒤흔들 만한 선언이었다.
“나 강설은, 사망화 설홍의 용석(龍石)이 되고자 합니다.”
“거, 거짓말입니다! 이자는… 이자는….”
설홍이 울먹이며 강설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호의가 두려웠다. 누군가에게 기대는 것이 죄스럽게 느껴졌다. 그녀는 일생에서 탄생이라는 가장 큰 축복을 내려준 어머니를 죽음으로 내몬 존재였으니까.
그런 자신이, 누군가에게 의지하게 되는 걸 두려워했다. 그럴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기록관이 말을 잇지 못하는 설홍에게 이야기했다.
“용화에게 있어 용석은… 특별한 존재다.”
“…….”
“모든 영광을 나눌 수 있고, 모든 짐을 대신 짊어질 수 있는 존재이지.”
그가 물었다.
“사망화, 그대가 받아들인다면 저자를 아직 공석인 그대의 용석으로 임명하겠다. 결정해라.”
“그건….”
설홍이 강설을 쳐다보았다.
강설은 말없이 그녀와 시선을 맞춰주었을 뿐이다.
참으로 신비로운 사내, 어쩌면 정말로 어머니 유화가 내려보낸 신이 아닐까 하는 남자.
믿어도 좋은 걸까.
아니, 이 결정을 후회하지 않을까.
설홍은 입술을 깨물고 답했다.
“…받아들이겠습니다.”
그 순간, 기록관이 천명했다.
“사망화, 이전의 평가를 철회하겠다.”
“…예?”
“용화로서 이 시련을 극복하는데 네 능력이 부족했고 또 기여한 것이 없다는 평가는 기록관 중 누가 오더라도 똑같이 평가할 것이다.”
아까와 같은 평가.
하지만 뒷부분이 더 있었다.
“그러나, 용석은 곧 용화의 의지. 검수가 무디다 하여 그가 휘두르는 검까지 무딘 것은 아니니.”
평가가 바뀌었다.
“감점 요소가 사라졌기에, 도합 10점으로 첫 번째 용의 시련을 통과했다. 차후 평가 순위를 매길 것이고 다음 시련은 3일 후에 논의를 통해 내려질 예정이다.”
기록관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계속해서 사망화 설홍과 맺어진, 용석의 이명(異名)을 내리겠다. 그대의 이름은….”
* * *
세상 진귀한 것들이 가득한 이곳.
값을 헤아릴 수 없는 예술품을 비롯하며 눈이 번쩍 뜨일 것 같은 병장기가 벽에 전시된 장소.
이곳은 칸의 황제, 홍천의 거처였다.
그는 거처에 마련된 거대한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그 곁에서, 재상 방휴가 두루마리를 읽어내려갔다.
홍천은 가만히 눈을 감고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재상 방휴는 그의 눈과 귀가 되어 칸의 모든 소식을 전했다.
“태율은 시련에 성공했습니다. 그의 위상과 비교했을 때, 시련이 다소 수월한 편이었다는 평가도 있었지만요. 그래도 자리를 굳건히 하며 평가에서도 최고점을 받았습니다.”
“신요 또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탁월한 통솔력과 번뜩이는 영감을 바탕으로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했습니다.”
“다음은 제각인데, 제각은 다소 실망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기대해봄 직한 아이니….”
“산해는 일을 완벽하게 수행했습니다. 하지만… 그 잔인함과 영악함이 후계의 그릇으로 적합한가에 대해서는….”
차기 용제가 될 후보로 거론되는 수많은 용화. 방휴는 수십 명의 이름을 그 중요도 순으로 줄줄이 읊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방휴의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힐 즈음에 용쟁에 대한 이야기는 끝이 났다.
“이상 주목할 만한 용화들은 모두 각자의 능력을 보였습니다.”
“…….”
그때까지도, 홍천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방휴는 그의 마음을 헤아렸다.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으시는지요.”
“…….”
그는 잠시 고민하다, 씨익 웃으며 다른 화제를 던졌다.
“이런, 이걸 빼먹었군요. 그 아이, 유화의 아이… 그러니까 설홍이 첫 번째 시련에 돌파했습니다. 맡은 시련 자체는 그리 대단치 않은 것이긴 하였습니다만 그래도 전해진 소식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움찔…
홍천이 반응을 보였다.
“들어온 소식에 의하면, 용석을 거두었다는군요. 어딘가의 낭인이거나 무인일 거라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전이자입니다.”
움찔…
홍천의 한쪽 눈썹이 치켜올라갔다.
“간단히 파악한 바로는 그림자로 보이는 힘을 다루며 놀랍게도 신체 능력이 굉장히 뛰어나다고 합니다. 모습이 계속해서 바뀌는 특이한 병기를 휘두르는데 무엇인지 연원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검술 실력은 일천하다는군요.”
스륵…
홍천이 눈을 떴다.
그가 무거운 입을 열어 말했다.
“…아는가?”
“무엇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내가 그 아이, 설홍에게 붙여준 꽃의 이름….”
“사망화였지요?”
“그 뜻도 아는가?”
“사망화는 꽃망울이 맺힐 때, 뿌리에서 양분을 뽑아 사용하지요. 그 때문에 뿌리가 갈라져 꽃을 피우지 못합니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 아니었습니까?”
홍천이 이를 드러내고 소리 없이 웃었다.
“방휴, 그대는 사망화의 다른 특징은 모르는 것인가?”
“…죄송합니다. 용제께서 무지를 깨우쳐주십시오.”
홍천은 말하였다.
“사망화에 그러한 이름이 붙여진 이유는, 그 때문이 아니야.”
“하면…?”
“향기.”
“향기 때문이라는 말씀입니까?”
끄덕…
“향기가… 그 어떤 꽃보다 강하지. 그리하여 주변의 모든 꽃의 향기를 사망화의 향기가 잡아먹어 버려. 그 때문에 향기로 곤충을 매혹해 수분하는 꽃들은 사망화 꽃이 피면 모두 말라 죽게 되지. 그래서 사망화다.”
“…….”
“그런 의미라는 거지.”
“그녀가 사망화인 이유 또한 그것입니까?”
“글쎄… 그보다 그 용석 말일세.”
“설홍의 용석 말이군요.”
“…이명은?”
방휴가 답했다.
“새카맣다 하여 까마귀 돌인 오석(烏石) 즉….”
강설의 특징을 절묘하게 잡아낸 이명이었다.
“흑요석입니다.”
홍천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흥미롭군, 설홍의 다음 시련은?”
방휴가 두루마리를 펼치며 말했다.
“그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