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233
제232화
“처음부터 이럴 작정이었던 건가?”
“입이 새빨갛습니다. 조금 정리한 후에….”
스읍….
천주가 설홍의 입 주변을 닦았다.
매콤한 양념이 그녀의 새하얀 천에 닦여 사라졌다.
“노, 놀랐잖느냐! 단순한 정탐인 줄 알았거늘….”
“그래서 어땠습니까?”
설홍이 주변을 슬쩍 훑어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이것 또한 계획의 일환이겠지?”
“맞습니다.”
“주변에서 청중이 연호하는 이름 때문에라도 알겠더구나. 사실은….”
그녀는 강설에게 다가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이럴 계획이지?”
“…누가 얘기해줬습니까?”
“맞혔느냐? 청중이 궁금하지도 않은 대산의 이력을 줄줄 읊어대며 얘기하니 머릿속에 어떤 그림이 그려졌다.”
“맞히셨습니다, 놀랍군요.”
“바, 바보가 아니면 맞힐 수 있는 것이었지. 너무 추켜세우지 않아도 된다.”
강설은 정말로 설홍에게 놀랐다.
직접 정보를 수집한 것도 아니고 청중이 이야기한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큰 틀에서 맞추다니.
‘생각보다 재능이 있는 건가?’
현재, 그녀가 가진 힘이 없어서 오히려 과소평가되고 있는 건지도.
“하지만 정해진 기한 내에 성사될까?”
“그 부분이 걱정이신 거로군요.”
“이 계획은 결국 곽성이라는 자를 끌어내지 않으면 전부 소용없는 일 아닌가?”
“맞습니다. 그래서 거기까지 이르려면 하나의 과정이 더 필요합니다.”
“어떤….”
강설이 설홍에게 다음 계획을 설명했다.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설홍이 꺼림칙한 얼굴로 말했다.
“그만한 사람을 다 어디서 동원하느냐?”
“돈이면 귀신도 부리지 않습니까?”
“틀린 말은 아니다만… 정작 사람도 부릴 돈이 없는걸. 설마 그대의 돈을 탈탈 털어 사용할 생각은 아니겠지?”
“그래도 되겠지만 이 돈은 더 중요한 곳에 쓰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 * *
요천에서 잠자리가 편안한 곳을 꼽자면 초호화 객실을 보유한 상화장이나 토호가 머무는 저택 등이 있을 것이다.
하나, 그중에서 최고로 편안한 잠을 이룰 수 있는 곳은 단연 투기장 관리자의 침실이었다.
그곳에서, 뒤척여도 베개에 붙은 나비가 날아가지 않는다고 이름난 침구에 몸을 누인 중년이 잠에서 깨어났다.
끔찍한 비명과 함께.
“끄아아아아아악!”
밖에 있던 시비가 화들짝 놀라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
“허억… 허억….”
“…또 악몽을 꾸신 건가요?”
“허어억… 허어억….”
중년은 전사의 심장의 주인, 곽성이었다. 얼굴을 가로지르는 큰 흉터와 사백안은 그의 인상을 흉악하게 만들었다.
실제로도 그랬고.
“허억… 헉… 주제넘게 나서지 마라.”
“……예.”
“나가 있도록 해. 부르지 않으면 내 방에 발을 들이지 마라.”
“죄송합니다.”
시비가 종종걸음으로 물러나 사라졌다.
곽성은 잔뜩 풀어헤친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방금, 꾸었던 꿈이 계속 아른거렸다.
– 곽성… 말해주시오….
– …대산?
대산의 죽음.
곽성은 어린아이도 아니건만 천둥이 치는 날이면 잠들기가 두려웠고, 악몽이라도 꾸는 날에는 떠나가라 울었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쏟아지던 소나기가 대산을 데려갔다.
대산은 비 오는 날 죽었다.
곽성은 그래서 비가 오는 날이 싫었다.
“흐히히히히… 대산… 어째서 아직도 날 괴롭히느냐? 내가 너를 섭섭하게 했더냐? 그래서 귀신이 되어 비 오는 날 나를 찾아오는 것이냐?”
망자의 대답이 들릴 리 없었다.
곽성은 기진맥진한 몸으로 화려한 의자에 앉았다. 부와 힘을 가졌으되, 전보다 행복하지 않았다.
모든 걸 걸고, 도전하던 도전자의 위치가 감흥 없는 정복자의 삶 따위보다 훨씬 가치가 있었음을 그때는 몰랐다.
“어째서였을까….”
– 대산, 네 이름은 이제부터 대산이다.
– 대산… 내 이름….
예전, 그러니까 아주 예전에 거구의 노예를 산 적이 있었다. 노예의 신분으로는 가진 배를 다 채우지도 못했을 텐데, 상당한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에도 꽤 유명한 도박꾼이었던 곽성은 한눈에 그가 평범한 자가 아니라는 걸 눈치챘다.
당장에 그를 사들였고, 대산이라 이름 붙였다. 내친김에 대산보다 왜소했던 그의 동생까지 사들였다. 동생에게는 대하라 이름 붙였다.
– 네가 가진 가능성을 내게 보여라.
곽성은 대산에게 무예를 가르쳤다.
물론 곽성이 직접 가르친 것은 아니었다. 곽성은 그 흔한 호흡법 하나 제대로 펼칠 줄 모르는 자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교관을 들였다.
처음에는 혹시 재능이 없을지도 몰라 비싼 돈을 들이진 않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대산은 그저 노예일 뿐이었으니까.
한데…
– 재능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대산은 저보다 더 훌륭한 스승을 만나야 할 것입니다.
주제넘게도 돈을 받고 제대로 일을 하지 않은 것일까? 처음으로 들였던 무예 스승은 대산의 재능을 가르치기엔 자신이 부족하다 말했다.
그래도 손해를 보진 않았는가 보다 하며 다음 스승을 들였다. 그리고 그 행위는 몇 년이 지나도록 계속되었다.
– 제 부족한 능력으로는…
– 천재입니다! 대산은 역사에 남을…
– 신왕산에 정식으로…
대산은 평범한 인물이 아니었다.
수백, 아니 수천수만의 생명 중에서도 단 하나 나기 힘든 대단한 재능이 있었다.
곽성은 어느 날부터 놀음에서 손을 놓았다.
놀음꾼이 놀음을 관두는 경우는 딱 2가지 경우밖에 없었다.
돈을 전부 탕진했거나, 놀음보다 재미있는 것을 찾았거나.
곽성은 후자였다.
– 대산, 널 세상에 내보일 거다. 가서 부서져 봐라.
– 꼭 부서져야 합니까?
– 그럼? 세상이 널 가만 내버려 둘 것 같으냐? 네 재능은 흔한 것이다. 세상에는 너보다 미친놈들이 많다.
대산은 웃었다.
예전, 곽성은 그의 앞에서 표정을 드러내는 노예들을 전부 타박했었다.
한데, 어째서인지 대산의 웃음은 타박하지 못했다.
곽성은 전사의 심장에 대산이라는 맹수를 풀어놓았다. 그때까진, 노련한 사냥꾼이 나타나 대산의 멱을 움켜쥘 거라 여겼다.
– 대산! 대산!
– 또 대산이 이겼어!
– 와하하하! 요즘 대산 때문에 보러온다니까?
한데, 대산은 부서지지 않았다.
그는 맹수가 아닌 타고난 사냥꾼이었다.
대산은 투기장 위에 올라서 만인을 희롱하며 마음을 주물렀다. 그에게 마음이 어루만져진 것은 곽성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는 냉소적인 인간이었다.
타인의 노력을 폄하하고 세상의 그릇됨을 이유 삼아 방탕하게 사는, 그런 냉소적인 인간.
한데, 대산을 만나고 나서는 그 좋아하던 놀음도 끊고 그에게 관심을 기울였다.
– 대산, 할 수 있다! 할 수 있어!
– 으아아아아아아!
– 무패의 사나이! 촌각의 악마 대산이 정복자가 됩니다!
– 와아아아아아아-!
곽성은 그날, 10살을 넘은 이후 처음으로 눈물을 흘려보았다. 평생에, 그런 함성을 느껴본 적이 없었기에.
대산이 그의 뿌리를 뒤흔들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러나, 그의 불씨는 곧 다시 사그라들었다.
대산이 세상을 떠났기에.
그리고 시간이 흘러 대산이 죽은 이후, 곽성은 세상에 남겨졌다.
“젠장할 자식… 그만했으면 됐지 않으냐? 뭐가 그리 억울해서 나를 괴롭히느냐….”
쏴아아아아…
휘장을 걷으면 비가 오는 창밖이 보였다.
대산, 그를 잃은 날이 보였다.
* * *
“무리입니다.”
“어째서?”
전사의 심장을 다시 칸의 품에 들이라는 시련을 수행 중인 또 다른 용화 소료.
그녀는 내심 자신이 있었다.
그녀가 비록 용의 적자는 아니었지만, 그녀의 가문이 가진 힘은 상당한 편이었다.
특히나 요천은 그녀의 가문이 일어선 지역의 바로 지척이었으니 오래전부터 요천의 토호들과 유착을 가졌었다.
그래서 지금, 요천의 토호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맞이한 상대의 답답한 대답에 잠시 아찔해진 것이다.
“그런 식의 접근은 불가능하다는 말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죠? 이 소료가 전사의 심장을 되찾는 것이 불가능하다니?”
“전사의 심장은 오로지 승자의 것입니다. 지금으로선 곽성에게 그것을 내놓으라 명할 수 없습니다. 적어도 이곳 요천에서는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겁니다.”
“허튼소리! 곽성이 투기장의 지배자가 된 후, 단 하나의 동화도 제국에 상납하지 않았습니다! 참으로 불순한 자가 아닙니까? 내 직접 그와 만나서 얘기할 테니 자리를 만들어….”
“그마안! 소료!”
“뭐, 뭣?”
“네 어미를 생각해 굳이 시간을 내어 널 만났다. 한데, 너는 아직도 이곳이 네가 보호받던 용궁인 줄 아느냐!”
버럭 성을 내는 요천의 토호.
소료는 감히 누군가가 자신에게 이렇게 윽박지를 줄은 상상도 못 했던 지라 멍하니 상대를 쳐다봤다.
“내 말이 불쾌한가?”
“…당신, 지금 뭐라고 한 거죠?”
“여기는 용궁이 아니다. 너에게 웃는 낯으로 대하던 사람들만 있는 곳이 아니란 말이다! 네가 곽성의 인물됨을 알기나 하느냐!”
“그의 인물됨을 내가 궁금해해야 하나요?”
“당연하지.”
“어째서?”
“내 경고를 무시하고 함부로 그와 접촉했다간….”
토호는 소료를 위해서 말했다.
“네가 시체로 돌아올 테니까. 곽성은… 그런 자다.”
“…….”
“이곳에선 아무도 너를 지켜주지 않아, 명심해라.”
잠시 후, 처진 어깨를 하고 토호의 저택을 벗어나는 소료.
그런 그녀에게 누군가 다가왔다.
저벅…
저벅…
흠칫 놀란 소료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너구나, 설홍.”
“…안색이 좋지 않네요. 이야기가 잘 안 풀리셨나 봐요?”
“이제는 남의 뒤꽁무니나 쫓아다니다니, 한심하구나.”
“이야기를 좀 하는 건 어떨까요?”
“무슨 이야기를… 마음이 바뀐 것이냐?”
쏴아아아…
설홍과 소료는 서로 용석에게 기대어 우산으로 비를 막았다.
“함께 시련을 해결하자는 거 말인가요?”
“물론이야, 지금이라도 네가….”
“그래요.”
“……뭐?”
“언니와 함께할게요. 그 대신, 언니의 계획이 아닌 제 계획으로요. 어떠신가요?”
“완전히… 돌았구나? 너?”
시련의 극복에서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에 따라 평가는 당연히 달라질 것이다. 다른 용화를 도와 일을 해결한다면 결과가 좋더라도 감점을 받을 게 분명했다.
물론, 그걸 감안하더라도 괜찮은 제안이었다. 하지만 소료의 마음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마땅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더라도 설홍이 주도권을 잡는 게 싫었다.
소료는 소인배였고 자신보다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설홍의 밑으로 들어가는 건 끔찍했다. 그 때문에, 이렇게 답했다.
“설홍, 이제 죽는 한이 있어도 너와 힘을 합칠 일은 없을 거야.”
“…안타깝네요.”
“안타까운 건 앞으로 닥쳐올 네 미래고. 흥! 가자!”
“예.”
소료가 떠났다.
설홍이 무표정한 얼굴로 강설을 올려다봤다.
“나를 싫어하는 듯하구나.”
“누구든 싫어하는 눈치였습니다. 어쩔 수 없죠.”
“이제 어떡해야 하지? 소문을 만들어낼 만한 머릿수를… 거기다 믿을 만한 자들로 어떻게 구해야 하지?”
“고민해봐야겠군요. 그래도 방법은 있을 겁니다. 그보다, 설홍 님.”
“왜 그러는가?”
“고개를 돌리지 말고 포목점 앞에 있는 남녀를 확인할 수 있습니까?”
“…포목점?”
“누군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아는 자입니까?”
강설의 말에 설홍이 눈을 흘겼다.
“맙소사….”
“아는 자들입니까?”
“아, 알다마다.”
설홍이 강설이 말한 여인과 눈을 맞췄다. 여인이 말을 걸어왔다.
“설홍, 오랜만이구나.”
“신요… 언니.”
냉혈화 신요.
그 옆에 거구의 사내는 아마도 그녀의 용석일 것이다.
‘강한 자다.’
강설은 사내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고 느꼈다. 사내 또한 강설을 보고 눈썹을 꿈틀거렸다.
“요천에 일이 있어서 왔다, 네가 요천에 있다 해서 와봤다.”
“어떻게… 아직 두 번째 시련을….”
“끝났다.”
“…네?”
“두 번째 시련, 묻지 않았느냐?”
설홍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신요는 태율의 뒤를 바짝 추격하는 후계 순위 최상위권의 용화였다.
분명히 시련 또한 쉽지 않았을 터인데, 아직 제대로 진행조차 되지 않은 설홍의 상황과 정반대였다.
“그렇군요….”
신요의 말에는 일절 상냥함도 담기지 않았다. 냉혈화라는 그녀의 이명대로 싸늘하다 싶을 정도였다.
“혹, 도움이 필요한가?”
“…네?”
설홍은 여기서 신요를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방금 그녀의 입에서 그런 말이 흘러나올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
“어…째서요?”
“도움이 필요해 보여서.”
“…….”
“동정은 아니다.”
촤라락-!
신요의 소매에서 두루마리가 튀어나왔다.
은원록(恩怨錄).
설홍은 그것이 무엇인지 단박에 알았다.
“네게 어떤 도움을 주더라도 여기에 기록할 것이니 걱정은 말아라.”
신요에겐 어찌 보면 강박과도 같은 기벽이 있었다.
그녀는 모든 은혜와 원수를 두루마리에 기록하여 보관했다. 그녀가 냉혈화라 불리게 된 또 하나의 이유였다.
그녀는 은혜를 반드시 갚았고 빚 또한 반드시 받아냈다.
설홍의 얼굴이 확연히 밝아졌다.
강설은 신요가 누구인지 몰랐으나, 설홍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적대할 만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고 여겼다.
“그런데… 어째서 저인가요?”
“뭐?”
“배유 오라버니나 소료 언니도 이번 시련을 함께….”
“그 아이들에게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네?”
“설홍, 난 네게 관심이 있다.”
“제 어머니 때문인가요?”
“전혀.”
“그럼….”
“너와….”
신요의 눈이 강설에게 닿았다.
“저자에게 관심이 있다.”
“…….”
“그러니 미리 빚을 지워두는 것이지. 네게 빚을 지우기 어려워지기 전에 말이야.”
신요는 이해득실을 셈하는 것이 매우 빨랐다. 남들이 설홍의 약진을 무시할 때도 신요는 설홍의 달라진 점을 빠르게 잡아냈다.
스윽…
거구의 남자가 손을 내밀었다.
설홍이 아닌 강설에게.
“장두라고 부르게.”
“…강설입니다.”
강설은 그의 손을 맞잡았다.
손 크기 차이가 마치 조카와 삼촌의 손을 보는 듯했으나 오히려 움찔거린 것은 장두의 손이었다.
“…좋군.”
장두가 짧게 끄덕이고 손을 놓았다.
신요가 설홍에게 말했다.
“그럼, 받아들이는 것이냐?”
설홍은 잠시 고민하다가 강설과 속삭였다.
“제안… 받아들이는 게 맞을까?”
“확실히 도움이 될 만한 사람입니까?”
“신요 언니는… 용궁에서도 큰 오라버니 다음가는 실력자다. 적어도 우리의 작은 부탁 하나 들어주지 못할 사람이 아니라고 본다.”
“평판은?”
“맺고 끊음이 확실하고 정이 없는 걸로도 유명하다.”
“그럼 가릴 데가 아니군요. 오히려 소료보다 나은 선택지입니다. 빚이라고 해봤자, 우리가 부탁할 일은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고요.”
“…좋다.”
설홍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내가 뭘 도와주면 될까?”
“요천 전역에 소문을 하나 내주셨으면 해요.”
“소문?”
“어려운 일인가요?”
“그럴 리가. 사람들을 풀면 며칠이면 해결될 것이다. 소문의 내용은?”
그리고 잠시 후, 강설과 설홍이 신요와 장두의 곁을 떠나갔다.
은원록에 한 줄의 내용이 추가되었다.
“재밌구나….”
신요가 입매를 비틀며 두루마리를 말았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뭘 말입니까?”
장두가 퉁명스럽게 답했다.
“시간이 남는 김에 이곳저곳 들러보자고 한 건 너다. 설홍에게 붙은 용석이 궁금하다고 한 것도 너고.”
“흐음….”
“경계할 만한 자이더냐?”
장두가 미간을 찌푸렸다.
“모르겠습니다.”
“…뭐라고?”
“확실히 평범한 자는 아니지만… 뭐랄까…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평범하지 않지만 평범하다라… 네 말이 정답이겠지. 헛걸음하진 않았군.”
“이제 어떻게 할까요?”
“사람을 풀어라, 믿을 만한 자들로.”
“몇 명이나요?”
“그래도 구색은 갖추는 게 좋겠지.”
얼마 뒤, 요천에 100명이 넘는 외지인이 들어왔다. 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들불처럼 소문을 만들어갔다.
총 3개의 소문이었다.
하나는 현재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검투사 강설이 정복자에 도전한다는 소문.
다른 하나는 검투사 강설이 대산보다 위대한 검투사가 될 것이라는 소문.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곽성이 그의 정복자가 패배할까 두려워 강설의 도전을 피한다는 소문.
전부 처소에서 두문불출하던 곽성이 깜짝 놀라 튀어나올 만한 소문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