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244
제243화
가만히 지켜보던 무리의 대장이 청년을 말렸다.
“그만해, 방법이 이것밖에는 없으시다잖아. 우릴 위해 오신 분에게 그런 말을 쏘아내는 건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렇지만….”
“내가 자네 아버지와 일했던 것 알지? 날 봐서라도 조금 화를 누그러트려 줘.”
“…제길.”
“설홍 님, 저희끼리 이야기를 좀 하겠습니다.”
설홍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설홍과 광부들이 앞으로의 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강설은 한 가지 실험을 하고 있었다.
치직…
치지직…
방호 우산 너머로 손을 내밀어 보는 강설.
찌릿한 감각이 손을 타고 전해졌다.
‘견딜 만해. 다음은….’
강설은 아예 몸을 방호 우산 너머로 내밀어 보았다.
치지지직…
“크윽….”
막대한 귀기.
하지만 야훔의 도깨비 장갑 덕에 귀기를 조금은 다룰 수 있게 된 강설은 약간의 통증을 느꼈을 뿐, 다른 이상은 확인하지 못했다.
“뭐 하는 거야?”
그의 옆에 치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실험.”
“재밌어 보여, 나도 할래.”
“위험할걸?”
“네가 하면 나도 해. 자, 봐!”
치우가 손을 쑥 내밀었다.
그리고 곧장 비명을 질렀다.
“끄아아아아악! 이, 이게 뭐야….”
아예 쪼그라들 뻔했던 치우의 팔.
치우는 깜짝 놀라 황급히 손을 뺐다.
마치 갑자기 심해에 빨려 들어가 강력한 수압에 찌그러지는 듯한 감각이었다.
“호오… 호오… 아프다. 이거 아프구나?”
“그러게, 위험할 거라니까.”
“어째서 너는 움직일 수 있는 거지? 이상하네….”
스으윽…
갑자기 손을 내미는 치우.
그 안에 무시할 수 없는 힘이 깃들어 있었다.
파아앙-!
강설이 팔을 휘둘러 치우의 손을 쳐냈다.
“뭐 하는 짓이지?”
“시험. 넌 얼마나 강한 거야? 왜 알 수가 없지?”
“이곳에 와서 쭉 방해만 하는구나.”
“방해? 아닌데?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그런 걸 방해라고 하는 거다.”
“그런가? 그럼 어쩔 수 없지.”
팟-!
치우가 자세를 바로잡고 강설에게 공격을 가했다.
파악-!
파아악-!
강설은 공격을 쳐냈을 뿐 어떠한 힘도 드러내지 않았다.
“어째서 반격하지 않는 거지? 힘을 보여봐, 난 궁금한 건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알 바 아니다. 광부들이 불안에 떨고 있으니 눈에 띄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재밌네. 어디, 이건….”
후우웅…
치우의 손에 바람이 모였다.
[치우가 바람 분쇄를 사용합니다.]
[근접 공격이 잠시 원거리 공격으로 바뀝니다. 또한 기본 피해량의 30%만큼 원소 추가 피해를 입힙니다.][치우가 바람 분쇄를 사용합니다.]
[근접 공격이 잠시 원거리 공격으로 바뀝니다. 또한 기본 피해량의 30%만큼 원소 추가 피해를 입힙니다.]
파아아앙-!
파아아아아앙-!
비탄을 휘둘러 어렵지 않게 쳐내는 강설.
강설과 치우 둘이 이런 난리를 벌이자 금세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무, 무슨 짓입니까!”
“지금 뭣들 하는….”
강설은 치우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이 자식… 설마 대하보다 강한 건가?’
가볍게 휘두른 공격에 담긴 힘이 어마어마했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강설도 밤까마귀를 사용해야 하는지 잠시 고민했을 정도로 치우의 힘은 범상치 않았다.
강설은 몰랐지만 치우는 무술로는 후계순위 1위인 태율과 막상막하로 꼽혔다. 자타공인 최강의 용화라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
반면, 치우 또한 잠깐의 충돌로 놀란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 자식… 엄청나게 강하잖아?’
이 충돌로 인하여 설홍이라는 형제에 대해 관심도 없었던 그가 처음으로 그녀에게 흥미를 느꼈다.
“너, 어째서 설홍에게 복종했지? 네 힘 정도면 다른 힘 있는 용화들이 탐낼 만한 자인데?”
자세한 사정을 밝힐 수 없는 강설은 둘러대었다.
“내게 힘이 있다면 설홍에겐 뜻이 있다. 힘만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어.”
“다른 용화들은 설홍보다 위대해. 너도 알잖아?”
“지금이야 그렇겠지. 하지만 설홍은 누구보다 위대해질 거다.”
“웃기시네. 어떻게?”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
말릴 수 없는 둘이 대화를 이어나갈수록 치우는 과거에 느꼈던 감정을 또다시 느끼게 되었다.
뭔가 꺼림칙하고 불쾌한, 그런 감정을.
괴롭히고 싶고 부정하고 싶다.
그와 그녀를 시험하고 싶다.
“정말로 멍청해! 태어나면서부터 모든 게 정해지는데?”
“그렇게 생각한다면 너와 더 나눌 말은 없다.”
“너! 나랑 승부하자! 나랑 제대로 붙어보자고. 내가 이기면 네 말이 틀린 거야.”
“미쳤군.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잊었나?”
“그야….”
그들이 한창 격론을 벌이고 있는 그때, 갑자기 광산이 진동했다.
드드드드드…
어디선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찾았다….
이곳의 모든 이들이 꾼 악몽에 나왔던 목소리.
설홍이 소리쳤다.
“시간이 없다! 빨리 결정을….”
광부들이 웅성거리며 말했다.
“어, 어떡하지?”
“관 속에서 죽기는 싫다고!”
“하지만 가만히 있어도….”
이럴 때는 대신 용기 내어 줄 사람이 필요했다. 아까의 그 청년이 물었다.
“설홍! 정말… 정말 믿어도 됩니까?”
설홍이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하겠다. 그대들을 지상에 내려놓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
그 말이 신호탄이 되어 광부들과 정비공에 서로를 바라보다가 일제히 사각형의 쇳덩어리로 달려갔다.
적재함을 개조한 것이라 투박하기 이를 데 없는 생김새.
“아악! 꾸겨지잖아!”
“몸을 좀 집어넣어 봐!”
“살 집혔어, 살! 아! 씨발!”
“여기서 며칠 동안 있어야 한다고? 미쳤지?”
“말도 안 돼!”
“입들 좀 닥쳐! 지금 그딴 게 중요해?”
푸쉬이이이…
설홍은 재빨리 최소한의 연료만 남겨둔 다른 거병을 움직여 적재함을 토왕 1호기에 연결했다.
강설과 치우는 서로를 노려보다가 토왕 1호기를 향해 달려갔다.
곧이어 설홍까지 올라탄 토왕 1호기에 시동이 켜졌다.
– 안녕, 세계. 나는 토왕입니다.
설홍이 둘을 보며 말했다.
“치우 님. 모두 방호복을 입으십시오. 강설도.”
“저는 괜찮습니다.”
“나, 나도 괜찮은….”
강설이 치우를 노려보자 그가 입술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방호복이 어딨더라?”
치우는 상황이 급박해 보이자, 아까 소란을 일으켰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놈이 막을 겁니다.”
“알고 있네. 하지만 가야 해. 이곳에선 대항할 수 없어.”
“설홍 님, 출발하기 전에 잠시 할 얘기가 있습니다.”
“할 얘기?”
설홍과 강설이 둘이서만 속닥거리자, 치우는 괜히 심통이 났다.
“왜 나만 빼놓고 너희만 얘기해!”
두 사람은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할 뿐, 치우에게 신경 써주지 않았다.
“하지만….”
“유일한 방법입니다.”
“…알겠네.”
이야기를 마친 둘.
토왕이 땅을 박찼다.
철컹…
철컹…
무게 때문에 뒤뚱거리기는 했지만, 꽤 빠른 속도로 치고 가는 토왕.
그 모습이 퍽 우스웠다.
조잡한 거병이 광산을 내달렸다.
철컹…
철컹!
“…보고 있나?”
“예. 지형이 계속 바뀌고 있습니다.”
“장기전이 될 수도 있어. 연료보다도 산소가 걱정이야. 조종석의 정화 수치를 낮추겠네.”
정화 수치는 외부의 공기를 얼마나 걸러줄 수 있느냐였다.
– 현재 정화 수치 9할, 외부에서 공기가 유입됩니다.
“으음….”
강설은 눈살을 찌푸렸다.
설홍과 치우는 방호복을 입고 있었지만, 강설은 맨몸으로 귀기를 견뎌야 했기에 약간의 통증이 있었다.
“견딜 만한가?”
“충분합니다.”
“미안하네, 견딜 수 있다면 견뎌주게. 지금은 연료와 산소 모두 낭비할 수 없으니.”
“알겠습니다.”
치우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앉아 조종석의 전경을 구경했다.
어차피 자신의 일이 아니었다.
용쟁도 단순히 흥미를 위해 참여했을 뿐, 황제의 자리에는 관심도 없었다. 그래서 지금 이들의 행동이 위선이든 정말로 필사적인 행동이든 그것을 지켜보기만 할 생각이었다.
키이이이이-!
마침내, 광산에 도사리고 있던 위협이 실체를 드러냈다.
자그마한 귀신들이 나타나 거병의 진로를 방해했다.
퍼억-!
퍼어억!
토왕이 육중한 몸집으로 그들을 짓뭉개며 나아갔다.
쿠우우웅-!
쿠우우우웅-!
“문이 열렸다는 게 사실이었구나.”
“저렇게 작은 녀석들이 이만한 귀기를 뿜어낼 리 없습니다. 뭔가… 뭔가 더 있을 겁니다.”
그리고 강설의 말은 곧 사실이 되었다.
드드드드…
계속해서 뒤바뀌는 지형, 방금까지 길게 이어졌던 통로가 막다른 벽으로 바뀌거나 분명 위로 향하고 있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밑으로 내려가고 있는 등 공간 변형이 이루어졌다.
치우가 가만히 지켜보다 한마디 툭 내뱉었다.
“공간 변형이 심각해지는 이유는, 점점 놈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거야.”
“…….”
“틀렸어. 놈에게 잡혔다.”
문.
거병의 시야 정면에 거대한 문이 형성되었다. 누군가 말했던 기이한 문양이 새겨진 문은 아마도 저것을 의미한 것 같았다.
다만 정말로 저 크기였을까는 의문이었다. 거병이 오히려 작아 보이는 문의 크기.
“어라? 이거 나까지 죽겠는데?”
치우가 가만히 지켜보다가 문에서 느껴지는 기운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기가 죽는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었는데 문을 앞에 놓고서는 그 생각이 바뀌었다.
“설홍 님….”
“…….”
“계획대로 하셔야 합니다.”
“…….”
“조금이라도 지체하셔선 안 됩니다.”
까드득…
설홍이 이를 꽉 깨물고 대답하지 않았다.
– 도망쳐도… 소용없다.
쿠구구구구구구구궁…
거대한 문이 열리고 곧 장대한 어둠이 드러났다.
키이이잉…
토왕 1호의 하부에 푸른 빛이 흘러나왔다.
쾅!
쾅!
쾅!
아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토왕 1호기. 하나 달리면 달릴수록, 깊은 늪에 빠지는 듯한 감각이 들었다.
치우가 경악했다.
“어둑시니! 이건 어둑시니의 힘이다! 맙소사… 이대로면 도망칠 수 없어!”
“…….”
“관을 떨어트려! 놈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려라! 놈은….”
“…그 입 닥치십시오, 치우 님.”
치우가 강설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하려 했다.
“이봐! 어둑시니가 상대라면 우리는… 어….”
강설은 그 자리에 없었다.
“어디… 갔지?”
순간, 빛이 번쩍였다.
끈적끈적한 어둠을 밀어내는 찬란한 푸른 빛이었다.
조종석을 빠져나간 강설이었다.
치우가 잠시 눈을 의심했다.
새카맣게 변한 강설이 푸른빛을 뿜어내는 모습, 그리고 탈출로가 아닌 어둑시니를 향해 쇄도하는 모습을 목격했으니 눈을 의심할 만했다.
“…어? 저 친구…. 이, 이봐!”
콰아아아아아앙-!
귀청이 떨어질 듯한 소리와 함께 어둠이 한 차례 크게 출렁였다.
“네 용석이 지금….”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제발 조용히 있으십시오.”
설홍이 부들부들 떨며 토왕을 움직였다. 토왕은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출발 전, 설홍이 강설과 나누었던 대화들.
– 어둑시니의 영역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앞으로만 달리는 것이죠. 절대로 그의 모습을 보아서는 안 됩니다.
– 알고 있다. 하나 그것은 불가능하다. 만약 우리가 이미 어둑시니의 영역에 들어와 있다면 아무리 달려도 공간 변형으로 인해 그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 아뇨, 가능합니다. 누군가 설홍 님 대신 어둑시니를 보면 됩니다. 어둑시니는 자신을 본 자에게 모든 힘을 집중하는 귀신입니다. 그만큼 절대적이고 그만큼 특수한 귀신이죠.
– 그래서, 누가 어둑시니를 본다는… 설마?
– 어둑시니가 나타난다면, 제가 남겠습니다.
– 말도 안 되는 소리!
– 방법은 그것뿐입니다. 이 상황에 다른 방법은 없다는 거 아시잖습니까? 어둑시니의 힘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질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소둥뿐만 아니라 토마쿠까지 휩쓸릴 거고요.
– 강설!
으드득…
설홍의 눈이 충혈되었다.
그녀는 마치 고정한 것처럼 앞을 바라봤다.
그녀의 용석이 뒤에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절대로 뒤돌아보지 마십시오, 설홍 님. 앞으로만 가십시오.
치우는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왜… 뭐 때문에 이러는 거야?”
“…….”
– 백성들? 용제 치하의 백성들은 모두 용제께 은혜를 입은 거지. 용의 핏줄인 용화는 흙더미에 불과한 그들의 삶을 주무를 권리가 있다!
어렸을 적, 다른 용화가 했던 말은 치우의 가슴에도 여전히 남아있었다. 당시에는 신경 쓰지 않았지만 아마도 그 또한 그 말에 공감했던 걸지도. 그리고 그런 자신을 혐오했던 걸지도.
“뭐하러 이런 위험을 무릅쓰는 거냐고! 흙더미에 불과한 자들에게! 네 용석이 지금 저기 남았다고! 어둑시니에게 죽을 거야! 차라리 광부들을 저기 던져두고….”
이제 그를 향한 존칭도 거두는 설홍.
“강설은 죽지 않는다, 치우.”
“…하.”
“그는 최강의 사내다. 그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
– 어둑시니에게 승리할 수 있는가?
– 장담할 수 없습니다.
– …….
– 하지만, 죽지 않는 것은 가능합니다. 가능한 시간을 끌어보겠습니다.
“강설은 불사신이다. 그는 절대로 죽지 않는다.”
“미쳤군. 왜… 대체 왜… 이런 짓을….”
치우는 설홍에게서 뭔가를 느꼈다.
광기에 가까운 신념 혹은 확신에 가까운 삶의 태도를.
“꽃은 흙에서 피어난다, 치우. 그러니 용화는 칸의 미래를 위해 우리의 현재를 불태워야 한다. 나와 함께 광부들은 지상으로 올라갈 것이다.”
치우는 깨달았다.
설홍이 울고 있다는 것을.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강설과 그러기로 약속했으니까.
“나는… 나는 모두를 가족에게 돌려보내기로 약속했다.”
콰아아앙-!
어둑시니의 힘이 강설에게 집중되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어둠이 옅어지고 있었다.
곧, 어둑시니의 영역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설홍이 소리쳤다.
울림판 너머로 그녀의 울부짖음에 가까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꼭 다시 돌아오마! 그러니까 죽지 마라, 강설! 꼭… 꼭 너를 데리러 올 거야! 이건… 약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