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247
제246화
【셋이야! 셋이라고, 셋!】
“아.”
비탄이 강설의 말에 발끈하여 소리치자 강설이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이 음절을 내뱉었다.
“맞아, 셋이지.”
잠깐의 싸움을 통해서 얻어낸 능력.
강설은 그간 수많은 칭호와 능력을 얻어왔다. 그중에서도 꽤 값어치가 나가는 것들이 존재했는데 바로 능력 습득, 깨달음의 확률 증가 등이었다.
실제로 그 덕분에 소환수들은 날이 갈수록 강해졌다. 새로운 능력을 깨우치고 힘을 키워갔다.
어찌 보면 만족스러워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강설은 언제부턴가 지금 이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 나는 강해지지 않는 거지?’
강설은 토키와의 만남 이후로 이렇다 할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프래넌과 우르가 도움을 주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소환술에 관련된 부분이었고 강설 자체가 강해지는 것에는 무관심했다.
하지만, 강설은 알고 있었다.
17년 넘게 영원의 세계에 몸담았었는데 자신의 상태를 진단할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스스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이 지금의 강설일 것이다.
‘이대로는 위험하다.’
능력치는 날이 갈수록 치솟는데 그것을 활용할 방안이 전혀 없었다. 그나마 토키에게 배운 격투술 정도가 유일한 정도.
그마저도 수준이 그리 높지는 않았다.
지금처럼 압도적인 상대를 만났을 때는 더더욱 그 단점이 부각 되었다.
강설이 아는 영원의 세계는, 선택한 직업이 모든 앞날을 결정하지는 않았다.
검사를 선택했다 하더라도 능력치에 따라 얼마든지 마법을 익힐 수도 있었고 신관이라 하더라도 전선에 나서 무기를 휘두를 수 있었다.
그 말은, 강설의 그림자 소환사 또한 얼마든지 개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설은 더 강해질 수 있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강해지지 못한 것일까?
어둑시니와 맞선 강설은 그 이유를 깨달았다. 아니, 대하와의 일전에서도 한 번 겪었던 일이다.
강적과의 투쟁이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그 진리가 지금 다시 한번 눈앞에 펼쳐졌다.
스으으으으으…
어둠이 공간을 잠식했다.
이미 어둑시니의 영역 안에 있었고 눈 또한 감고 있었다.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감각으로는 느껴졌다.
그림자 손이 새로이 변형된 능력, 감각 영역.
밤까마귀의 직업에 따라 능력들이 변형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아예 다른 능력으로 탈바꿈할 줄이야.
강설은 감각 영역의 사용 방법을 순식간에 체득했다.
‘가상의 팔이 하나 더 있는 것 같다.’
등에서 뻗어 나온 가상의 팔이 허공을 휘적거리는 느낌. 그리고 그 가상의 팔로부터 정보가 전해져왔다.
핏-!
소리를 듣고 반응하면 늦는다.
강설은 이미 수차례 같은 공격에 당했기에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카아아아앙-!
첫 번째 칼날을 막았다.
‘잡았다!’
감각 영역이 어둑시니의 칼날을 감지했다.
“거기구나!”
곧장 비탄이 휘돌아 어둑시니의 연계 공격을 쳐냈다.
[어둑시니가 사각을 사용합니다.]
[적의 가장 취약한 부분에서 어둠 베기가 발동합니다.]
“흡…!”
촤아아악-!
허리를 뭉텅 베어내는 어둑시니의 칼날.
– 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가?
“더럽게… 치사하네.”
귀신의 힘에도 종류가 있듯이 그들이 사용하는 도술에도 결이 존재했다.
어둑시니가 가진 힘의 결은 예리함에 집중되어 있었다. 인간으로 따지자면 조용하고 극악무도한 검객이라 할 수 있다.
촤라락…
내장이 쏟아질 뻔했지만, 그곳을 부여잡고 조금 버티자 금방 살이 아물었다.
강설은 어둑시니가 아까보다 더욱 강해진 것 같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 느낌은 의심에서 확신으로 바뀌었다.
“힘의 회복이 점점 빨라지는군….”
– 온전한 힘을 되찾고 너희 모두에게 두려움을 심을 것이다.
“여기서 나가지도 못할 텐데?”
– 헛소리.
강설은 잠시 상대를 도발하며 신체가 회복할 시간을 벌었다.
그는 이대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어둑시니를 쓰러트리는 것보다 놈이 힘을 되찾는 것이 빠를 거야….’
잠시 생각을 마친 그가, 카루나에게 말했다.
‘카루나, 이제부터는 내가 통제할게.’
– 하지만… 알겠습니다.
카루나에게만 맡겨서는 결판이 나지 않을 것이다.
카루나는 이미 수준 높게 완성된 검사. 그가 이 싸움에서 배울 것은 한정되어 있었다.
‘나라면….’
그에 반해 강설은 검사로서는 상당히 깨끗한, 흰 종이 같은 상태였다. 무엇이든 배우면 그대로 빨아들일 것이다.
카루나와 강설, 두 사람의 힘의 합이 곧 밤까마귀의 전투력이었으니 강설의 이러한 판단은 도박이라고 치부하기 어려운, 그에게 남은 유일한 수였다.
카루나는 초월 등급, 카렌도 마찬가지, 대주술사 쟈마드마저 초월 등급이었다.
심지어 우르는 봉인이 풀리지 않았는데도 불멸 등급이 매겨졌다.
‘그렇다면… 나는?’
나는 어디쯤 와 있는 것인가.
강설의 눈에 투지가 깃들었다.
스스스…
어둑시니가 조금 더 거대해졌다.
– 두려움을 느끼는구나, 네 기운이 바뀐 것과 상관이 있는 건가?
카루나보다 뒤떨어지는 게 강설의 수준이고 그건 그 또한 잘 알았다. 그러니 전보다 두려움을 가지게 되는 건 당연했다.
‘놈을 쓰러트릴 수 없다는 생각을 버려야 해. 두려움을 느끼면 안 된다.’
핏-!
날아드는 칼날.
“후웁!”
카아아아아아아아앙-!
첫 일격에 막대한 힘이 실렸다.
픽-!
채앵…
“크으으윽….”
완전히 쳐내는 데 실패했다.
허벅지 근육이 잠시 끊어져서 휘청했지만 이내 자세를 잡을 수 있었다.
– 나는 곧 어둠이다. 피할 수 없는 걸 피하려 하지 마라.
피범벅이 된 강설이 말했다.
“…조언 고마워. 맞으면서 배우는 편이라.”
[밤까마귀 : 감각 영역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방금 공격으로 가상의 팔이 하나 더 늘어났다.
‘보이지 않으니까 볼 필요가 없고, 피할 수 없으니까 피할 필요가 없어.’
피가 끓어올랐다.
청각, 시각 등 감각을 포기하며 다른 감각을 예민하게 끌어올렸다.
보이지 않는 것, 들리지 않는 것에서 전해지는 정보는 그 자체만으로 상당한 쾌감을 주었다.
‘프래넌이 우르를 제압했던 때를 기억해야 해. 그는 그보다도 훨씬 강한 우르를 제압했다. 어째서지?’
의외성.
프래넌이 우르를 막아냈던 것은 그가 더 강해서가 아니었다. 우르가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그를 공격했기 때문이다.
– 재밌군.
드드드드드…
어둑시니가 공격의 방식을 바꾸었다.
‘이건… 공간 변형?’
광산 전체에 미치던 공간 변형이 강설과의 전투에서 사용되었다.
[어둑시니가 비틀기를 사용합니다.]
[주변 지형이 변화합니다.]
으지지직-!
땅에서 갑자기 돌기둥이 솟아 강설의 가슴을 노렸다.
팟-!
손쉽게 피해내는 강설.
핏-!
뒤바뀐 지형에서 날아드는 칼날.
다행히 감각 영역 안에서 벌어진 일이기에 대응할 수 있었다.
카아앙-!
– 애석하군.
핏-!
“크아아아악!”
왼쪽 발목이 반쯤 잘려 나갔다.
그 충격으로 땅을 구르는 강설.
후속 공격은 없었다.
“하아… 하아….”
– 네가 깨우친 것을 나는 오래전 깨우쳤다.
“그런데 어째서 나를 죽이지 못하는 거지?”
– …….
“몇 가지 알아낸 게 있어. 칼날 말이야, 한 번에 최대 세 번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거지? 애초에 말이 되지 않았어. 시야를 차단하는 영역도 그렇고 대처하기 어려운 속도까지. 아닌가? 모든 힘을 사용하면 힘을 되찾는 게 늦어지는 건가? 어느 쪽이야?”
– 그걸 지금에 와서 알았다 한들, 바뀌는 것은 없다.
“아니, 바뀌고 있어! 틀림없이!”
으지직…
[밤까마귀 : 감각 영역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이제는 감각 영역의 팔이 도합 3개로 늘어났다.
– 포기를 모르는군.
“내가 포기하게 만들어 보든지.”
– …좋다.
드드드드드드-!
[어둑시니가 비틀기를 사용합니다.]
[주변 지형이 변화합니다.]
콰아아앙-!
강설이 주변에서 들려온 커다란 소음에 잠시 놀랐다.
‘낙석?’
공간 변형을 이용해 혼란을 가중하려는 수작이었다.
후우웅…
[어둑시니가 공포심 유발을 사용합니다.]
[상대가 느끼는 두려움이 크게 증폭합니다.]
[정신 조작 저항이 발동합니다.]
[어둑시니의 공포심 유발에 저항합니다.]
콰아앙-!
콰아아아앙!
낙석이 계속해서 떨어져 내렸다.
증폭된 감각은 보지 않아도 그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감각 영역 안에 들어온 것에만 집중한다.’
본신의 감각에 더해 3개의 감각이 늘어났으니, 신체를 위협하는 변형에만 주의하면 되었다.
눈을 감고 집중하는 강설.
[어둑시니의 지속 : 불길함이 발동합니다.]
[어둠 베기의 횟수가 상대가 느끼는 두려움만큼 증가합니다.]
핏-!
카아아앙-!
핏-!
핏-!
동시에 두 개의 칼날이 날아왔다.
강설이 몸을 비틀려 띄운 채로 맹렬히 회전했다.
카가강!
카아아앙!
핏-!
피피핏!
‘빌어먹을….’
감각이 늘어나는 것과 별개로 모든 칼날에 대응할 수 있을 만한 상황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그 몸에 늘어나는 무수한 상처.
치이이…
시초의 피가 그의 상처를 다시금 아물게 하고.
피피핏-!
“크윽….”
아문 상처 위로 더 많은 상처가 생겨났다. 강설도 대응 방식을 바꾸었다.
심각한 위협이 되는 칼날들만 쳐내고 급소가 아닌 곳을 노려오는 칼날은 그냥 허용하기로.
“하아… 하아….”
– 네가 언제까지 재생할 수 있을까? 넌 여태 내게 아무런 해도 입히지 못했다.
어둑시니는 끈질기게 대항하는 강설에게 불쾌함을 느꼈다. 아니, 정확히는 이것이 어떤 감정인지 알지 못했다.
“…우리 어쩐지 점점 가까워지는 거 같지 않아?”
– …….
강설이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
“어차피 네게 닿는 건 한순간이야. 그때까지는 지루해도 조금만 참아.”
– 내게 닿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가?
“아, 물론. 그보다 너….”
눈을 감은 강설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조금 작아졌네?”
어둑시니는 그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 정의 내렸다. 불쾌함이 아니었다.
불길함이었다.
– …재생하지 못하도록 갈기갈기 찢어주도록 하마.
“해보시든지. 죽이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드드드드드드…
휘리리릭-!
어둑시니가 휘두르는 칼날의 형태가 바뀌었다.
지금까지는 직도 형태의 면도날과 같은 모습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바퀴 형태의 차크람과 유사한 모습이었다.
이 칼날은 한 번의 공격 후에 되돌아가며 다시금 공격한다.
– 찢겨 죽어라.
[어둑시니가 어둠 베기를 사용합니다.]
[상대가 인지하지 못하면 절삭력이 2배로 증가합니다.]
휘리리리릭-!
‘속도는 전보다 줄었어.’
칼날의 속도가 죽었다.
그 말은 동시에 날아오더라도 충분히 쳐낼 수 있다는 얘기.
카아앙-!
카아아아앙-!
휘리릭-!
카아아아앙!
어둑시니는 당황했다.
칼날의 형태가 바뀌었다 해서 속도가 천지 차이로 줄어든 것도 아니었다. 아주 미세한 차이일 뿐.
그런데도, 강설의 대응은 너무도 깔끔했다.
미리 합을 맞춘 훌륭한 칼춤처럼 몸을 이리저리 뒤틀며 아름답게 어둠 속 칼날을 후려쳤다.
어둑시니는 강설의 변화를 감지했다.
그가 점차 강해지고 있음을, 새로운 감각이 깨어나고 있음을.
그리고 그것이 종국에는 자신을 위협하리란 것을.
그 판단이 어둑시니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드드드드드드-!
콰아아앙-!
그런데, 전투 중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떨어지던 낙석이 어둠 속 칼날을 후려쳤다. 이는 어둑시니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이 때문에 칼날이 기괴한 각도로 틀어져 강설의 목을 노렸다.
“큿….”
카아아아앙-!
가까스로 칼날을 쳐내긴 했지만, 그 바람에 강설의 자세가 무너졌다.
어둑시니는 기회가 찾아왔다고 여겼다.
– 죽어라!
모든 칼날을 동시에 강설에게 향하게 했다.
카아앙-!
피피피핏-!
“커… 커허어억….”
이 공격은 어둑시니도 꽤 많은 힘을 소모하여 휘두른 것이다.
그 결과로 칼날 수 개가 강설의 몸에 박혔다.
쿵…
강설이 뒤로 넘어갔다.
스르륵…
어둑시니의 영역이 걷혔다.
그의 눈앞에는 강설이 몸에 굵직한 자상을 입은 채로 허물어져 있었다.
– …….
어둑시니는 눈앞에 나 있는 칼춤의 흔적을 유심히 보았다.
강설은 점차 그에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는 정말로 닿으려 했다.
하지만, 결국은 닿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것이 계속된 싸움의 결과다.
– 내 영역을 여기까지 밀어내다니….
스륵…
– 죽어라.
핏-!
어둑시니의 칼날이 강설의 목으로 날아갔다.
카아아아앙-!
– …무슨!
줄 끊어진 인형처럼 축 늘어져 있던 강설이 비탄을 올려 칼날을 막았다.
“한 번에 못 끝내면… 어떻게 된다고 했지?”
휘리리리리릭…
다시금 아물어가는 살점.
어둑시니는 강설의 몸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았다.
[반복된 재생으로 체내의 모든 혈액이 시초의 피로 대체되었습니다.]
[시초의 피가 끓어오릅니다.]
“몸이… 뜨거워….”
[시초의 피가 변화합니다.]
“으으으으아아아아!”
얼굴에 붉은 핏줄이 잔뜩 돋아난 강설이 흰자위를 보이며 고통에 겨워 고함을 질렀다.
어둑시니가 빈틈을 노리고 칼날을 날렸다.
핏-!
팍-!
– 이건….
강설은 맨손으로 칼날을 잡았다.
칼날은 손을 베고 지나가지 못했다.
그 이유는 강설의 외견에 일어난 변화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지속 : 끈적한 어둠(복합)이 시초의 피와 융화합니다.]
[깨달음! 새로운 능력을 깨우칩니다.]
[밤까마귀 : 시초의 뼈를 깨우칩니다.]
[밤까마귀 : 시초의 뼈가 탄생합니다!]
촤르르륵…
마치 뼈로 만들어진 듯한 갑옷이 강설의 몸을 둘러쌌다.
[시초의 뼈가 희망 포식자와 연결됩니다.]
[시초의 뼈가 희망 포식자의 특수 효과를 복제합니다.]
[시초의 뼈가 복제한 희망 포식자의 특수 효과를 대폭 강화합니다.]
“이제, 버티는 건 포기할게.”
강설이 입매를 비틀며 말했다.
“이제부턴 널 진심으로 박살 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