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249
제248화
거병들이 광산으로 들어간 지 시간이 꽤 흘렀다.
이미 광부들을 되찾았지만, 사람들은 소둥 광산 주변에 잔뜩 모여서 소식을 기다렸다.
“승, 승강기가 움직입니다!”
“다시 이상을 일으킨 것 아니더냐?”
“아닙니다! 밑에서 뭐가 올라옵니다.”
광산의 주인인 성치를 포함하여 구원을 받은 광부들까지. 모두가 숨을 졸이며 승강기가 지상으로 올라오기를 기다렸다.
이 같은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 몇 번의 밤이 지나고 몇 번의 낮이 찾아왔을까.
용화 방재, 그리고 이번 일과 관련된 기록관들 또한 광산 입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설홍은 이곳에서 죽어선 안 되었다.
이런 곳에서 죽기엔 너무나 아까운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녀와 유대 관계에 있는 그녀의 용석 또한.
하나, 방재와 기록관들은 상황의 위중함을 알았다. 대악귀 어둑시니의 봉인이 풀린 이 상황은 이미 개인의 힘으로 어찌해 볼 만한 수준을 한참 넘어섰다.
“대주술사님의 도착은 아직이더냐?”
“홍연에서 출발하신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토마쿠에 도착하시려면 아직 한참 남은 것으로….”
“쳇! 설홍의 말이 정말이라면 어둑시니가 세상에 나온 것이다. 한데 어찌 이리 태평하단 말이더냐?”
방재와 그의 수하가 대화를 나누는 사이, 광산 입구가 시끄러워졌다.
“온다! 오셨다고!”
철컹…
철컹…
어둠 속에서 사람들의 앞으로 나서는 거병들. 거병의 숫자가 꽤 되었기에 그 모습은 꽤 장관이었다.
모두가 설홍이 탄 거병만을 찾았다.
그녀의 죽음으로 이 기적이 끝난다면, 토마쿠의 주민들은 앞으로 신앙을 져버린 삶을 살지도 몰랐다.
“저기 있다!”
“설홍 님이 살아 돌아오셨어!”
“조종석에 한 명 더 있는데?”
“설홍 님의 용석 님이시다! 살아계셨다고?”
치이이이이…
조종석이 개방되며 설홍과 강설이 내려왔다. 씻지도 못하고 광산을 들락거린 탓에 설홍의 얼굴은 거뭇거뭇했다. 그것은 강설 또한 마찬가지였고.
둘의 얼굴이 다른 점은, 설홍의 얼굴은 눈물을 계속 흘린 탓에 검댕을 지운 눈물 자국이 또렷하게 새겨져 있다는 것.
소식을 전하는 화공들이 화구를 들었다.
도술을 부려 현상을 그려내는 그들.
그들은 지금 결정적인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붓을 들고 기다렸다.
곧, 그들이 기대한 순간이 찾아왔다.
털퍼덕하는 소리와 함께 광산의 주인, 성치가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모자라 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절을 했다.
“두더지들의 삶을 가엾이 여긴 천지신명께서 내려준 은혜라 생각하겠습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성치.”
“참으로 고생하셨습니다. 용화 님께 입은 은혜를 살아가는 동안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와아아아! 설홍 님!”
“설홍 님! 여기 좀 봐주세요!”
사랑받지 못하고 살아온 설홍.
용궁을 나설 때면 그녀를 배웅하는 이 한 명 없었다.
모두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 여겨졌던 지난 삶.
“여기요! 여기!”
“돌아오셨군요!”
“다행이다! 다행이야! 흑….”
수많은 사람에 둘러싸여 있는 지금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과거였다.
“설홍!”
“방재 오라버니.”
“어떻게 된 것이냐? 네 용석이 무사한 것은 알겠다. 하나 중요한 문제가 있지 않았느냐?”
방재가 설홍의 입에서 진실을 알게 되길 기대하며 물었다.
“어둑시니, 어둑시니는 어떻게 된 것이냐? 놈은….”
“쓰러졌습니다.”
“…뭐?”
“어둑시니는, 쓰러졌습니다.”
어둑시니가 자연사라도 했단 말인가.
방재는 설홍을 잠시 바라보다 강설에게 시선이 넘어갔다.
“설마… 내가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
설홍이 방재에게 사실대로 말했다. 감춰서는 불필요한 의심을 받을 것이다.
“소둥의 비정상적인 귀기는 모두 어둑시니로 인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어둑시니가 소멸하자 방호복을 입지 않아도 될 정도로 귀기가 잦아들었습니다.”
“설홍… 정말이냐? 어둑시니가 죽은 것이야? 거병의 무기가 놈에게….”
지휘관이 다가와 고개를 저었다.
“저희가 도착했을 땐 이미 상황이 끝나 있었습니다.”
그 말은, 강설 혼자 어둑시니를 처치했다는 말이 된다. 폭탄선언이나 다름없는 말.
방재는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섰다.
“자세한 건 기록관들이 확인하겠지. 진위는 그때 밝혀질 것이고. 고생했다, 설홍.”
“감사했습니다, 오라버니.”
“쉬어라.”
“예.”
며칠 후, 어둑시니의 생명이 다했다는 소문은 토마쿠에서 시작되어 인근의 다른 지역으로, 그리고 결국엔 칸 전역에 퍼졌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사실에 기뻐하기보다는 몸을 떨었다.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어둑시니의 부활이 일어났기에.
그 말은, 전설 속 악룡 화그무 또한 부활할 수 있다는 얘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칸의 대주술사가 소둥 광산에 도착하여, 전투의 흔적을 확인하고는 이렇게 말했다.
– 어둑시니의 부활은 사실이다.
그리고 이렇게 맺었다.
– 또한 어둑시니의 죽음 또한 사실이다.
검댕이 잔뜩 묻은 설홍과 그녀에게 절을 하는 성치의 모습, 그리고 그 뒤로 수 기의 거병들이 서 있는 그림과 함께 대주술사의 이 말이 더해져 토마쿠에서 벌어졌던 기적과도 같은 일이 칸의 국민들에게 전해졌다.
* * *
“부르셨습니까.”
“…어서 오게. 달영.”
용제 홍천이 어둑한 밤에 한 사내를 불러냈다. 용제의 부름을 받은 이의 복색이 특이했다.
다른 복장은 용제의 신하들과 별다른 게 없었지만, 그 눈에 칭칭 동여맨 안대만큼은 확연한 차이점이었다.
사내, 달영은 영안족의 인물이었다.
영안족은 칸에서 그 뿌리가 깊은 특별한 존재로 역사에 남을 만한 인재들을 배출해왔다.
영안족은 성인식을 치르면 실명한다.
이중적인 의미가 아닌, 정말로 시력을 잃는다.
그리고 그것을 대가로 남들과는 다른 특출난 능력을 얻게 된다. 칸의 역사에 영안족이 깊이 개입해있는 것도 이러한 능력을 바탕으로 이뤄낸 것이었다.
“하늘을 보고 계셨습니까?”
“그렇네. 자네만큼은 아니지만 읽는 흉내는 낼 수 있으니 말이야.”
달영은 천문을 읽을 수 있었다.
시력을 포기한 대신, 하늘의 기운을 헤아릴 수 있었다.
그는 이 능력을 토대로 칸에서 천문관이라는 직책을 맡게 되었다.
“모르겠더군. 그래서 자네를 찾았네.”
“확인해보겠습니다.”
잠시 용제와 나란히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달영.
보이지 않아도, 볼 수 있었다.
“그래, 하늘이 어떻게 나왔나?”
“좋지 않습니다.”
“명쾌하군.”
“큰 별의 기운이 쇠했습니다. 며칠 전만 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자네도 알고 있을 거야. 저 별은 나의 별일세.”
“…….”
“그래… 그랬어.”
“용제 님의 기운이 잠시 저무는 일은 늘 있어 왔습니다. 아마도 최근 건강이….”
“건강 문제가 아닐세. 오랫동안 양분이 빠져나간 토양이 황무지가 되는 건 당연한 이치지. 세상에는 거스를 수 없는 게 있다는 말을 내 입으로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그 말은 사실일세.”
용제가 달영을 보았다.
“나는 무너지고 있어.”
“…모든 걸 극복하셨지 않습니까?”
“내가 극복한 것은 하나의 파도일 뿐, 흐름이 아닐세. 자네, 시대의 힘이라는 말 들어보았는가?”
“일족의 장로님께서 언젠가 말씀해주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시대의 힘, 나는 그것을 시대력이라 부르네. 대륙에 큰 변화를 주도했던 이들에게 이러한 힘이 있었다고 믿고 있지. 시대는 어떻게 변화하는가? 범이 한 산의 왕이 되는 것을 넘어서 맹수의 정점에 오를 수는 있지만, 결코 시대를 바꾸진 못하네.”
용제의 아쉬움이 담긴 말은 계속되었다.
“줄곧, 이 땅의 새로운 시대는 이성을 가진 짐승에 의해 바뀌어왔네. 인간이라는 짐승 말이지. 물론, 이 말이 모든 인간이 시대를 바꿀 수 있다는 말은 아닐세. 새로운 물결은, 반드시 근원이 존재해. 파도가 시작되는 곳 말이야.”
이 순간, 달영은 용제의 최근 행보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게 되었다.
“설마, 이번 용쟁도….”
“그래, 다음 시대를 대비하는 것이야. 칸이 물결에 휩쓸려가지 않도록 파도를 만들어내는 아이를 찾는 것이지. 이미 판데아에는 균열이 시작되고 있어 어둑시니의 부활 또한 그 작은 균열 중 하나겠지.”
“하나 용제께서 이렇게 건재하신데 어찌 용의 꽃들이….”
“노쇠하였네. 무려 300년이나 살았는데 어찌 멀쩡하겠는가. 난 고장이 났네.”
용제가 씁쓸히 말했다.
“최근 들어 종종 정신이 흐릿해졌다는 느낌을 받곤 하네. 이건 노화와는 전혀 다른 현상이야, 아마도….”
“용의 피!”
“그래. 화그무의 피는 내 수명을 늘려주었지만 안락한 최후는 보장하지 않을 생각인 것 같군. 허허… 이보게, 방휴.”
스으으윽…
방휴가 어둑한 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예. 하명을 기다립니다.”
“용쟁을 치르고 있는 꽃들을 용궁으로 초대하게. 나의 자식이 아닌, 칸을 위대하게 하는 손님으로서 대접할 것이야.”
“성대하게 준비하겠습니다. 하나, 그들 사이에 충돌이 생길 우려 또한 있습니다.”
“개입할 필요 없다. 그런 사소한 문제조차 해결 못 하는 자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테니.”
“알겠습니다.”
* * *
부글부글…
따뜻한 물에서 거품이 올라왔다.
“진짜 나았네?”
“랑족의 몸은 인간과 달라! 당연히 순식간에 회복하지. 어떠냐! 하하하!”
치우가 온천에 함께 몸을 담근 강설을 잠시 쳐다보았다.
“하… 하… 제길….”
강설은 랑족도 아니건만 아무런 곤란을 겪지 않은 것처럼 깨끗한 몸을 하고 있었다.
누가 본다면 어둑시니와 싸운 사람이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할 것이다.
“고마웠다, 치우.”
“…흥.”
“방재는?”
“방재는 뜨거운 물을 좋아하지 않나 봐. 그래서 그렇게 차가운 거겠지? 사나이라면 이런 온천을 즐겨야 하는데 말이야.”
노천탕에서 몸을 푸는 강설과 치우.
용쟁은 어둑시니의 부활이라는 큰 사건으로 인해 잠시 중단되었다. 추후 연락이 있기 전까지는 휴식을 취하라는 기록관들의 말.
“으… 따숩다.”
“하….”
치우의 아저씨 같은 감탄사에 강설이 어처구니없어했다.
‘아니, 나도 오랜만인가?’
이렇게 따뜻한 물에 절반이 넘는 몸을 담그고 있으니 잠시 멍해졌다.
부그르르르…
잠시 강설 주변으로 거품이 일었다.
【어푸풉….】
촤악…
그곳에서 비탄이 튀어나왔다.
“…뭐 하는 거야?”
【3분! 3분이나 버텼다!】
“…대단한데?”
강설은 예의 삼아 한 말이었지만 이곳에는 한 명이 더 있었다.
“뭐야, 이 자식! 조그만 게 건방지게 3분이나 잠수했다고?”
【비탄은 비탄 중에서 큰 편이거든?】
“비탄이 여럿이야?”
【아니! 비탄은 하나야. 그러니까 평균도 비탄 맘대로지.】
이상한 논리.
하지만 상대는 치우였다.
“음, 그렇네. 작은 게 아니었구나? 하지만 잠수왕은 나다! 3분? 난 5분도 할 수 있어!”
【해보시지! 나도 기록을 갱신해 주마!】
풍…
그러면서 비탄과 갑자기 잠수 대결을 펼치는 치우를 보며 강설이 한숨 쉬었다.
강설은 아직 이번 모험에서 얻은 물건들을 확인하지 않고 있었다. 어둑시니와 관련된 문제로 이곳저곳에 불려 다니기도 했고 위험한 상황과는 잠시 거리가 있었으니까.
‘그래도 다음 시련이 주어지기 전까진 확인해야지.’
용쟁 초반이었다면 제쳐놓고 보상부터 확인했을 것이다. 그때는 소환술 말고는 가진 게 없으니 최대한 빨리 새로운 것을 얻어야 했으니까.
‘지금은 다르지.’
쪼르르…
강설은 탕에서 손을 꺼내 잠시 바라보았다.
어둑시니를 홀로 쓰러트렸다는 게 이따금 믿기지 않았다.
살아생전 그렇게 아파본 적이 있었나 싶었다. 이미 한 번 죽은 적도 있는데 고통은 어둑시니와의 전투 쪽이 더했었다.
‘이번 전투로 얻은 게 많다.’
아직 확인하지 않은 보상도 있었지만, 보상이 무엇이든 강설이 직접 얻은 것들에는 비하지 못할 것이다.
‘한 번에 절기를 두 개나 개방했으니….’
아수라와 함께 어둠살을 개방했다.
아수라는 초감각의 다른 말이었다.
피부가 마치 거대한 파라솔처럼 늘어난 것 같았다.
감각이 퍼져나가 그 영역 안으로 들어온 것들의 정보를 순식간에 읽어 들였다.
누군가 이 영역 안으로 파고들어 암습을 가할 수 있을까?
강설은 고개 저었다.
지속 능력임에도 절기로 판정받은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공격기인 어둠살.
밤바다가 넓은 범위를 한 번에 타격한다면, 어둠살은 그 틈을 비집고 강력한 참격을 가하는 것이다. 어둠살이 실제로 어느 정도의 위력을 지녔는지는 어둑시니의 최후에서 증명되었다.
이 두 가지 능력을 얻으며 강설은 환골탈태했다. 소환술 못하는 소환술사가 아닌, 소환술도 잘하는 소환술사가 되었다.
– 솬못찐이 이만큼 성장하다니 크흑…
– 맨주먹으로 이 땅에 일어섰소!
– 진짜 무슨 건국 신화 보는 것 같네 ㅋㅋㅋ
– 카렌, 우르, 쟈마드 그립읍니다…
– 네? 그게 누구죠?
강설은 아직도 잠수 중인 둘을 내버려 두고 밖으로 나왔다.
잠시, 밤공기를 쐴 겸 밖으로 나온 것인데 쌀쌀한 바람이 옷깃으로 스며들었다.
조금 답답한 느낌도 들었다.
평온하기는 한데, 뭔가 불편한 느낌.
강설은 이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온전히 돌아온 게 아니라 그런 거군.’
소환수들의 공백은 여전히 존재했다.
카루나 혼자서 모든 걸 해낼 수는 없는 법이니까.
“우르, 실망인데… 괜히 기대했나?”
바로 그때, 강설의 머릿속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 어이.
“…어?”
카루나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 어이.
“…우르?”
– 들리나?
분명, 우르의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