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255
제254화
천주와 치우는 갑자기 스위치라도 켜진 것처럼 분주해졌다.
“이럴 수가! 이틀 뒤라니! 연회가 이틀 뒤라니! 제각 님은 어째서 이리 일정을 촉박하게… 아니지! 이틀이면 충분하지!”
천주는 마치 신과 대화하듯 독백을 이어나갔고 치우 또한 턱을 괴고 중얼거렸다.
“맞춤으로 하려면 이틀로는 부족한데… 그렇다고 아무것이나 입힐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하아….”
정작 당사자인 설홍은 눈만 끔뻑거리며 주변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계속해서 작아져만 가는 그녀였다.
“치우 님, 혹 쓸 만한 시비가 있으신지요?”
“천주는 이런 거 잘 모르나?”
“한참 전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언젠가 분명히 올 날이었는데 이리 수행을 게을리하다니! 저는 정말….”
“내 쪽도 무술 쪽 하인들은 많지만 이런 행사에는 전부 무지하다고.”
“에잉… 쯧… 그럼 어쩔 수 없이….”
그때, 밖에서 소란이 일었다.
“설홍 님에게 용건이 있는 자들이 방문했습니다. 조속히 설홍 님을 모시는….”
천주가 벌떡 일어나 거처의 문 앞까지 달려 나갔다.
“무슨 일… 응?”
그녀는 문밖에 서 있는 3명의 아리따운 여인들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움직임부터 입고 있는 의복까지, 전부 고급스러워 잠시 그녀가 기억하는 용화 중에서 비슷한 얼굴이 있었는지 고민했다.
“곽성 어른께서 저희를 보내셨습니다.”
“…곽성 어른이?”
“예, 여기 서찰이 있습니다.”
사락…
넘겨받은 서찰을 한참을 들여다보던 천주가 만면에 웃음을 띤 채 설홍에게로 달려갔다. 그녀의 관절이 과로했다 싶을 정도로 혹사당했다.
“설홍 님! 설홍 님!”
“왜 그래, 천주. 누가 왔어?”
“이걸 읽어보시지요. 구원이 도착했습니다!”
“…구원?”
이상한 소리를 늘어놓는 천주에게 의문을 느낀 설홍은 천주가 건네는 편지를 받아 들고 그것을 읽어 내려갔다.
– 곽성입니다.
“곽성 어른이 보내신 편지네.”
“어른이라뇨! 설홍 님이 훨씬 높은 위치입니다.”
“우리가 그런 관계가 아님을 알잖아, 천주.”
“그…렇기야 하죠.”
“아무튼.”
– …하여 용쟁의 어려움을 헤아립니다. 설홍님이 지금껏 마땅한 시비 한 명 부리지 못하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이 곽모 도저히 모른 척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들은 어렸을 적부터 제가 거느리며 교육했던 아이들이니, 평생토록 설홍 님을 잘 보필할 것입니다. 혹, 마음에 들지 않으신다면 언제든 말씀해주십시오.
“…….”
곽성의 인장이 찍힌 서찰이었으니 이 내용은 거짓이 아닐 것이다.
“보급입니다! 후방에서 보급이 도착한 겁니다!”
“천주, 그들은?”
“문 앞에 세워두었습니다. 이곳으로 들일까요?”
“응, 부탁해.”
뒤이어 등장한 시비들은 모두 설홍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여인들이었다.
하나같이 절색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상적인 여인들이었다.
“화아라 하옵니다.”
“청아입니다.”
“휘아예요, 설홍 님.”
– 케르베로스다!
– 아자 돌림!
어쩜 이리 말투도 통일이 안 됐는지 신기할 따름이었지만, 모두 곽성이 신뢰하는 자들이라 하니 섣부른 판단을 최대한 자제했다.
강설이 그들을 예리한 눈초리로 훑었다.
‘무술을 익혔어.’
이제는 서 있는 자세, 눈빛과 신체의 균형만을 보고도 어느 정도 상대에 대해 평가내릴 수 있는 그였다.
치우 또한 범상치 않은 여인들이라 느꼈는지 강설과 시선을 마주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이든 시키시는 일은 전부 해내겠습니다.”
“먼 길을 왔으니 부디 내치지 말아주셔요.”
“설홍 님은 무척 아름다우시네요!”
이들 중, 특히나 휘아가 통통 튀는 목소리와 성격을 가져 설홍을 당황하게 했다.
“아… 으응? 고맙구나. 그보다 곽성 어른께서 너희를 보낸 것이 맞는가?”
“맞아요, 그 늙은이가 분명히 먹는 입을 줄이려고 저희를 보낸 것 같아요. 흑흑… 저희를 버리지 말아주세요.”
괜히 우는 시늉을 하는 휘아.
“버리다니, 그 무슨… 그럴 일은 없다.”
당황한 설홍을 보고는 새로이 그녀의 시비가 된 세 여인이 말했다.
“정말로 상냥하시군요,”
“곽성 님에게 들었던 얘기가 맞았어요.”
“곽성 어른이 무어라 하셨는가?”
“상냥하신 설홍 님에게 도움이 되라 하셨습니다. 분명, 언젠가 곤란한 순간이 찾아왔을 때 곁에서 우군이 되어드려야 한다고.”
설홍이 가만히 입을 다물고 눈까지 감았다.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함은 아니었고, 가슴으로 전해져 오는 곽성의 진심을 만끽하기 위해서였다.
“곽성 어른께서는 참으로 아량이 넓으신 분이시구나.”
“그 늙은이가요?”
“쉿, 휘아야. 설홍 님 앞에서는 말을 가려 해.”
“아! 죄송해요…. 제가 천박했나요?”
설홍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그럼… 저희를 받아주시는 건가요?”
끄덕.
“앞으로 잘 부탁한다.”
“저, 저희야말로요!”
“잘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드릴게요.”
천주가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가 그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연회 준비를 해본 적이 있느냐?”
“주관해 본 적은 몇 번 없어요.”
“주관? 그게 아니라 참석을 말하는 것이다.”
화아, 청아, 휘아는 그들끼리 시선을 마주하고는 천주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참석에 준비가 필요한가요?”
“그럼! 의복이라든가 패물이라든가….”
“아, 그 얘기였구나!”
휘아가 맹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이날 이때껏 익혀온 재주가 그런 것들이니까요. 한데 지금 그 얘기를 물으신다는 건….”
씨이익…
장난기 넘치는 휘아는 그렇다 치더라도 다른 시녀들의 입에도 장난기 어린 미소가 그려졌다.
“연회에 참석하시려는 건가요?”
“연회인가요?”
“연회입니까?”
천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곤란하게도 시커먼 남정네 둘과 늙어빠진 노파뿐이라 큰 도움이 안 되어 너희에게 의견을 구하려고 하는데….”
“기한은요?”
“내일모레다. 할 수 있겠느냐?”
난데없이 후방에서 보급된 곽성의 지원군들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해요!”
* * *
강설은 그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셋만 파견된 건 아닌가 보네.’
아마 그녀들이 부리는 하수인들도 서넛 정도가 더 딸려온 것 같았다. 그들의 봉급은 모두 곽성이 알아서 하는 듯했다.
잠시 후, 정보를 물어온 하수인들의 얘기를 종합하여 설홍을 이끌고 어딘가로 향하는 시녀들.
“홍연에서 귀족들의 행사복을 주로 취급한다는 곳이에요.”
“…홍연에 꽤 빠삭하게 알고 있구나?”
“네! 마음의 고향이죠!”
“와 본 적이 있나?”
“처음 와 봤어요!”
“…….”
“그래도 다 아는 방법이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설홍 님.”
“믿겠다.”
휘아가 가볍게 조언했다.
“문으로 들어갈 때는 최대한 당당하게 들어가야 해요. 곽성 어른께서는 가끔 문을 뻥뻥 차며 들어간 적도 있을 정도니까요.”
“그건….”
“그것까지는 바라지 않아요! 자, 들어가시죠.”
“자, 잠깐… 으….”
쇼핑이란 것을 처음 해보는 어린아이처럼 쑥스러움을 한아름 안고 점포에 들어갔다.
“어서 오십시오.”
비단으로 책장을 가득 채운 도서관에 온 듯한 풍경. 저마다 점잖게 혹은 고급스러운 몸짓으로 옷감을 만져보거나 옷을 입어보고 있었다.
이제는 설홍의 것이 된 시녀들은 점포 안에 들어서자마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냉막한 눈길로 주변을 가볍게 훑으며 점원을 다가오게 했다.
“찾으시는 게 있으신가요?”
“여….”
쿡…
“읍….”
“네?”
설홍이 대답하려는 걸 그녀의 옆구리를 찌르는 방법으로 휘아가 막았다.
휘아는 싸늘한 얼굴로 점원에게 말했다.
“중요한 연회에 입고 갈 의복이 필요하다.”
“찾으시는 양식이 있을까요?”
“최대한 단아하고 고급스러운 걸로. 장식은 최대한 줄이고.”
별로 없는 장식으로 저런 분위기를 내려면 옷감부터가 달라야 했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잠시 후, 옷가지들이 입혀진 등신상을 차례대로 설홍의 앞에 대령하는 점원들. 척 보아도 점원들의 상당수가 이곳에 배정된 것 같았다.
“이 중에 마음이 동하시는 게 있으십니까?”
“어….”
쿡…
“읍….”
“없다.”
“네, 다음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암녹색과 같은 칙칙한 분위기의 옷은 필요 없으니 치워버리고 다른 느낌으로 채워 보아라.”
“예.”
울상을 짓는 설홍.
하지만 휘아의 말대로 하는 게 옳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기에 모두 가만히 기다렸다.
곧이어 등장한 옷 중에, 시녀들의 마음에 든 것이 있었다.
“저 옷.”
“눈썰미가 훌륭하시군요.”
“꿀 발린 말은 필요 없다. 입어봐도 되겠느냐?”
“아, 저 옷은….”
화아가 가만히 듣고 있다 고운 미간을 찌푸렸다.
“귀찮구나.”
그녀의 한 마디는 짧은 순간에 많은 의도를 내비쳤고 분위기가 꽤 날카로웠다.
“이, 입어보셔도 괜찮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설홍이 시녀들에게 거의 붙잡혀가다시피 하여 탈의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스르륵…
은은한 청색에 허리를 꽉 조인 옷, 눈길을 끄는 장식은 없었으나 설홍의 하얀 피부와 찰떡의 조합이었다.
“어, 어색하지 않은가?”
강설과 치우는 서로 잠시 쳐다보고는 얕게 웃었다.
“좋은데?”
“좋습니다.”
설홍이 휘아에게 말했다.
“살이 드러나는….”
“겉옷을 걸칠 것이기에 괜찮습니다. 그리고 팔이 약간 드러나는 게 전부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긴 하다만….”
휘아가 점원에게 이 옷으로 하겠다고 말하였다.
“백금화로 한 닢입니다.”
설홍이 가격을 듣고 기겁하여 말했다.
“괘, 괜찮다. 굳이 이런 비싼….”
“오늘은 내가 사줄게.”
“…치우?”
어차피 치우가 아니더라도 강설이 지불했을 금액이지만, 치우가 오늘 사용할 금액을 모두 대신 내겠다고 하는 것은 의외였다.
“응, 그게 제일 예쁘니까. 그거 입어.”
“…고맙다.”
– 제 ㅁㅇㅁㅇ 시스템의 전원이 켜졌습니다.
– 서둘러 끄세요, 이복형제입니다.
– 안녕, 세계… 나는 실패했다.
– 아차차! 우애였구나!
의복을 계산하고 거처까지 배송을 약속받고는 다음 장소로 향했다.
이날 행동대인 시녀들을 비롯한 작전 참모 천주 그리고 보급관 치우까지 하여 대대적인 행군이 이어졌다.
척 보기에도 값비싼 물건만 취급할 거 같은 점포 여럿을 엄청난 속도로 돌파하는 그들.
– 자랑스러운 기계화 지름 대대!
– 치총무가 쏜다
설홍은 지금, 동화 속 신데렐라였다.
“다음은 당혜입니다! 당연히 최고급으로!”
“최고급으로!”
연회에서 신을 예쁜 꽃신까지 사고, 또다시 전진.
그녀를 위한 호박 마차와 유리구두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다음은 패물!”
“패무울!”
– 그어어어… 패무우울….
– 좀비다! 좀비야!
– 이미 이성이 없어!
처음에는 점차 자신의 모습이 달라지자 설홍도 기뻐했지만, 나중에는 변화한 그녀의 모습을 오히려 본인이 따라가기 버거워했다.
온갖 겉치레가 덧씌워졌다.
그리 나쁘지 않은, 아니 오히려 좋은 겉치레들이.
그러나 설홍 같지는 않은, 그녀 같지 않은.
진이 다 빠질 정도로 빨빨 돌아다닌 탓에 치우도 나가떨어져 먼저 마차에 실려 잠들어 있었다.
‘하루가 짧네.’
벌써 석양이 지고 있었다.
딸의 쇼핑을 돕기 위해 나온 아버지처럼, 2층짜리 점포의 외부 공간에 앉아 낙조를 감상했다.
등 뒤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고된가?”
강설의 시선이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향했다.
설홍이 꼭 야수 갈기와 같은 머리를 가다듬으며 엉거주춤 서 있었다.
내친김에 화장도 미리 확인 차원에서 손을 댔는지 볼이 부자연스럽게 붉게 물들어 있었고 입술도 과하게 생기 있었다.
“고되더라도 조금만 참아주게, 나도 익숙하지 않은 건 마찬가지니.”
둘은 의자에 앉아 풍경을 감상했다.
석양이 내리쬐는 거리에 고급스러운 마차가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설홍이 입을 뗐다.
“예전, 그러니까 아주 예전에 나는 용궁에서 태어난 것이 정말로 싫었다.”
“어째서 그러셨습니까?”
“용궁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귀족들 사이에서 모멸감 따위는 느끼지 않았을 것 같아서.”
“…….”
“배부른 투정이지. 하지만, 그때는 그게 내 세상의 전부였다.”
설홍이 일찍 철이 든 것은, 홀로 살아남아야 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이 시간이 되면 귀족들과 용화를 실은 마차가 시내를 자주 돌아다니지.”
“전부 어디 가는 겁니까?”
“어디로 향할 것 같은가?”
설홍이 빙긋 미소 짓는 것을 보고 강설이 답했다.
“연회로군요.”
“밤이 되어 달이 뜰 때까지도 마차 밖으로 웃음이 새어 나오기도 하지. 나는 용궁에서 그리 눈에 띄지 않는 언덕에 걸터앉아서 그 마차들을 구경했지. 그러다 천주에게 야단을 맞곤 했지만….”
오래된 기억에는 아쉬움이 묻어나왔다.
“그때의 나는 언젠가 나도 저런 마차를 타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을까 하는, 또 그런 날이 오기나 할까 하는 서투른 망상을 주로 했었지.”
“망상이 아닙니다.”
강설은 설홍의 눈을 보았다.
“최근의 나는 꿈을 꾸고 있어.”
“꿈 말입니까?”
“그래, 모두 그대 덕분이지.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야. 능력에 비해 버거운 높이라 숨이 차. 사람들의 환호와 환대가 나를 뒤흔들지.”
“설홍 님이 그간 노력해온 덕에 얻은 성과입니다.”
“나는 아직….”
“연회를 즐기시지요, 생각이 많으십니다.”
히죽 웃는 설홍과 강설.
“내 어색한 모습을 비웃지 말게,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는 법이니까.”
“설홍 님에게는 그 처음이 조금 늦었을 뿐입니다. 부끄러워할 게 아닙니다.”
“…성실히 임해보겠네.”
강설이 다시 도시를 내려다보았다.
홍연의 야경이 슬슬 모습을 드러냈다.
“응원하겠습니다.”
곧, 청아와 휘아가 그들을 발견했다.
“여기 숨어계셨군요!”
“어서 이리로!”
* * *
연회 당일.
제각이 화려한 홍의를 입고 커다란 궁궐의 입구에 나와 있었다. 이곳은 용궁이 아닌 제각의 사택이었다.
끼이이익…
고풍스러운 마차에서 거한과 여인이 내렸다. 거한과 여인을 바라보는 제각과 유경이 각기 말하였다.
“신요….”
“옆에는 장두겠군요.”
“그래, 가만히 놔두면 내 앞길을 막을 골치 아픈 존재지.”
하아암…
장두가 하품을 하며 두리번거렸다.
“신요가 왔어!”
“신요, 여기다!”
장두나 신요나 연회를 귀찮게 여기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제각의 청이 아니었다면 굳이 참석하지도 않았을 일정.
“아직 안 왔나?”
“장두, 그 큰 눈으로 잘 찾아봐라.”
“신요 님도 눈 크기는 비슷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딱히 눈이 크다고 큰 시야를 가지는 건 아닙니다.”
“일리 있구나.”
“귀찮게 들러붙는 놈들은 어쩔까요?”
“내버려 두어라. 가끔은 이런 것도 필요한 법이니.”
“연회를 싫어하십니까?”
“좋아했었다. 지금은 싫어하지만. 질리도록 어머니 손에 이끌려 다녔었거든. 100번을 넘게 모르는 사람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시간을 내다니….”
“쓸데없는 짓이었군요.”
신요가 장두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다. 딱 한 번, 연회에서 삶에 도움이 될 만한 이를 마주했었지.”
“아! 누군지 알 것 같습니다.”
“그래, 내 스승님이시지.”
신요의 도술은 용화 중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웠다.
“어머니가 성공하셨군요.”
“그래, 그래서 딱히 비판하지는 못하겠구나.”
“그런데… 궁궐에 처박혀 있던 용화들이 전부 쏟아져 나온 것 같군요.”
“…그렇구나. 내 눈에도 꽤 많은 용화가 보인다. 이 정도 규모의 연회는 몇 년 만에 처음이구나.”
“태율은 참가하지 않을 모양인가 보군요?”
“초대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 늘 태율이 등장하면 그가 주인공이 되어버리니까.”
탁탁탁탁…
그때, 흑마가 끄는 마차가 연회장에 도착했다.
“좋은 말이구나, 누구의 마차지?”
신요의 말마따나, 흑마의 몸에는 윤기가 흘렀고 또 갈기는 멋지게 휘날렸다.
마차 또한 이곳에 모인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과하지 않은 멋이군요. 화려함에 취한 멍청이들보다는 훨씬 보기 좋습니다.”
“같은 생각이다. 주인이 궁금하구나.”
“생각보다 별거 없는 사람이면 조금 실망할 것 같습니다.”
용화를 비롯하여 제각의 연회에 초대된 홍연의 유력 인사들의 시선이 방금 도착한 마차에서 떼어질 줄 몰랐다.
“누구지?”
“왜 안 내리는 거야?”
그리고 그때.
끼이이이익…
호박 마차의 문이 열렸다.
신요의 동공이 흔들렸다.
“설… 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