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257
제256화
“선물을 준비했다고?”
“예, 그렇습니다.”
“무슨 선물을? 아, 그건가? 연회에서 가끔 마련하는 그거?”
“예. 다만 제각 님께서 심혈을 기울여 마련한 선물은 이전의 다른 선물들과는 그 궤가 다를 것입니다.”
“흐음… 제각이 대체 뭘 준비했길래 그렇게 바람을 잡는 거지?”
“제각 님께서는 공식행사 뒤에 마련된 회담에 참여하여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비고의 빗장을 열어젖히겠다 하셨습니다.”
“…비고를?”
칸의 심장 홍연에 거대한 사택 부지를 보유한 제각이다.
그리고 그것은 제각이 가진 능력의 일부일 뿐 실제로 그가 가진 힘은 더욱 클 것이다.
그런 제각이 특히 귀한 물건으로 취급하여 보관하고 있는 물건들이 어떠한 품질을 가졌을지는 굳이 입에 담지 않더라도 짐작이 갔다.
분명 진귀한 물건들이 즐비할 것이고 그중에서는 운이 좋다면 장두가 사용할 만한 물건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정말인가? 정말로 비고를 내게만 개방하겠다고?”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른 용석분들께도 개방이 약속되어 있습니다.”
“뭐, 이거나 그거나… 아무튼, 제각이 다급하긴 한가 보군. 재물을 잔뜩 푸는 것으로 보니.”
“제각 님께서는 이번 회담에 많은 기대를 걸고 계십니다.”
“흠… 일단 신요 님과 이야기해보겠다.”
“정문에서 말씀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오냐.”
장두가 신요에게 성큼성큼 걸어갔다.
“신요 님.”
“다녀와.”
“어이쿠, 다 듣고 계셨습니까?”
“장두의 목소리가 워낙 커야지.”
“허허….”
장두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습니까? 용석에게 비고를 개방하겠다니, 더군다나 이 시점에서….”
“지금이 용쟁의 와중이란 걸 생각했을 땐 이상할 게 없어. 또, 연회에 방문한 용화의 용석에게 선물로 감사를 표하는 건 나름의 전통이기도 하니까.”
“그래도 비고는….”
“그만큼 잘 봐달라는 의미겠지. 말에 담긴 진심보다는 물질에 담긴 진심을 보아달라는 것이기도 하고.”
“끄응….”
“왜 그러지? 다녀와도 좋다고 했거늘.”
“제가 자리를 비웠을 때 신요 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합니까?”
신요가 기가 차다는 듯한 눈길로 장두를 바라보았다.
“나는 애가 아니다, 장두.”
“하하하! 그래도 제게 신요 님은 언제나 지켜야 할 대상일 뿐입니다. 벌써 제 품에서 벗어나려 하십니까? 아직 백만 년은 이르다고 봅니다.”
“내 앞에서 거드름을 피우다니… 어쨌든 심사숙고하여 마련한 선물을 거절하는 건 자칫하면 옹졸한 처사로 비칠 수 있다. 앞으로의 길에 흠이 남으면 좋지 않겠지. 그리고 용석들이 함께 회담에 참여해 봐야 험악한 분위기만 조성될 수 있어 이미 전언에서도 용화들만 회담 장소에 입장하기로 말을 맞춰두었다.”
“만일 회담 장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다면….”
“잊었느냐?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이번 회담에는 그도 참여한다.”
“그라면… 아!”
“그래, 치우도 회담에 참여하기로 했으니 별문제 없겠지.”
“워… 알겠습니다. 그럼 어쩔 수 없이 비고를 잔뜩 털어먹어야겠군요.”
“아마 네가 털어먹을 법한 물건들은 전부 다른 곳으로 이관했을 것이다. 그래도 구색은 맞춰놓았을 테니 눈요기는 되겠구나.”
“히히… 혹시 떨어져 있는 동안 위험에 처하시면… 아시죠?”
“뭘 안다는 것이냐?”
“구해줘, 장두! 라고 외치기만 하시면 제가 언제 어디서라도….”
신요의 볼이 붉게 상기되어서는 그녀의 입에서 사나운 말이 쏟아져 나왔다.
“헛소리하지 말고 어서 가거라! 그리고 나는 여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아하하하!”
장두는 신요와 이런 대화를 나누는 것이 정말이지 즐거웠다.
거칠 것 없이 살았던 그가 작은 여자아이를 지켜오며 깨달은 것이다.
장두가 제각의 하수인을 따라 터벅터벅 연회 장소에서 걸어 나갈 즈음, 다른 용석들도 같은 제안을 받아 이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강설도 같은 제안을 받았기에 망설이고 있었다.
비고의 물건이 탐난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바로 거절해도 되었지만, 과연 호의를 거절하는 게 옳은 행동인가에 대해서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연회의 들뜬 분위기가 사그라들 때쯤, 치우가 강설을 찾았다.
“우리만 즐기는 것 같아 좀 미안한데.”
“신경 쓰지 마. 이쪽도 나름 즐길 거리가 많아서. 그보다… 봤어?”
“응, 봤어. 다들 나가던데? 무슨 일이야?”
강설은 치우에게 방금 들었던 제안을 그대로 얘기했다.
“흐음… 회담을 시작하기도 전에 점수부터 따겠다는 건가?”
“그럴지도 모르지.”
“이야… 제각의 비고라니 내가 대신 가고 싶을 정도인데… 뭐 어때, 다녀와.”
“하지만 자리를 비우면 설홍이….”
“내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야? 회담 때도 착 달라붙어 있을 테니까 다녀와. 내가 아니어도 신요가 있으니까 허튼수작은 못 부릴 거야. 그리고 주인의 호의를 거절하면 한동안 용화들의 입에 오르내릴 거라고. 모처럼 설홍의 기분도 좋아 보이니 그 마무리를 씁쓸하게 할 필요 없잖아?”
– 웬일로 맞는 소리를?
– 치우, 정체성을 되찾아!
강설은 치우를 바라보았다.
치우는 소둥에서도 설홍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었다. 사실상 설홍의 막강한 우군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믿을 만한 전우였다.
문득, 지금까지 너무 혼자서 많은 것을 짊어지려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떠날 때가 되면, 떠나야 하니까.’
언제까지 모든 것을 대신할 순 없었다.
그가 사라지더라도, 멀쩡히 지낼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연습이 필요해 보였다.
강설이 설홍의 뒷모습을 눈에 담았다.
어떤 남자와 즐겁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끄덕.
강설이 치우에게 말했다.
“그럼, 부탁할게.”
“그래.”
* * *
설홍은 치우가 잠시 자리를 비우자 혼자가 되었다.
하지만 딱히 당황하지는 않았다. 이제는 연회의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고 엉거주춤 서 있지도 않았다.
다분히 귀족적인 몸짓과 눈웃음으로 다른 이들을 대할 수 있었다. 하나씩, 배우면 되는 것이다. 스스로도 감격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그런 그녀에게 누군가 다가왔다.
“설홍, 연회는 어땠어? 즐거웠니?”
“제, 제각 오라버니….”
머리를 뒤로 넘긴, 멀끔한 인상의 제각이 미소를 머금고 곁에 섰다.
“생각보다는 별거 없지? 하하… 미안해, 준비가 좀 미흡했을까?”
“아니에요, 정말 좋았어요. 네, 정말이에요!”
설홍은 이렇게 말하며 제각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제각은 설홍에게 좋은 기억을 몇 번이고 남겨주었다.
힘들고 괴로웠던 시절엔, 위로의 글을. 아무도 찾지 않는 그녀에게 기회를 주기도 했다.
누군가 제각의 흠을 꼬집더라도, 설홍은 그녀에게 힘이 되어준 제각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설홍이 좋았다니 다행인걸. 그래, 따로 전한 얘기는 들었지?”
“아, 그 회담… 예.”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말고. 별채에서 이야기하자. 모두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아.”
“예, 오라버니.”
“그럼, 조금 뒤에 봐. 먼저 가 있을게.”
제각이 사라지자, 그 자리를 금세 치우가 대체했다.
“무슨 얘기했어?”
“벼, 별 얘기 아니었어. 회담… 그거….”
“아, 그랬군. 가자, 슬슬 다 모이는 눈치니까.”
공식적인 행사가 끝이 났으니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은 남았다. 순위권에 위치한 용화들 몇이 제각의 별채로 향했다.
그중에는 설홍도 포함되어 있었다.
별채라고 해서 무시할 게 아니었다.
그 규모 면에서 연회장과 비교해 전혀 밀리지 않았고 2층으로 이루어진 대형 별장 같은 느낌이었다.
양식은 칸과는 살짝 동떨어진 느낌.
그렇다 하더라도 고급스러움이 뚝뚝 묻어 나왔기에 모두 속으로는 꽤 놀란 상태였다.
“돈을 찍어 발랐군. 요란하기도 해라.”
“제각이 할 만한 짓이야.”
“이렇게 쓸 거면 저한테나 좀 나눠주지, 안 그래요?”
“큭큭… 틀린 말은 아니야.”
다른 유력자들이 별채에 먼저 와 있었다.
“그보다 용석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했다면서? 다들 입이 귀에 걸렸던데.”
“늘 아무것도 아닌 용화를 위해 애써주는 존재들이니까. 연회에 와서도 마음껏 즐기지도 못하니.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응,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사실은 나도야. 제각이 연극이 과하긴 한 편이야.”
“그런 거라도 해야지 어쩌겠어? 오늘 회담도 알맹이는 없을걸?”
설홍은 쓰게 입술을 깨물었다.
여기저기서 제각을 흉보는 말들이 쏟아졌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용석을 하찮게 여기는 다른 용화들의 태도 또한 마음이 쓰렸다.
설홍은 강설이 이곳에 와 줄곧 자신을 지켜봐주고 있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늘 고마움을 표시해도 모자란 존재였다.
“설홍.”
누군가 설홍을 불렀다.
“신요 언니?”
“그래, 이제야 인사하는구나. 네 주변으로 사람들이 끊임없이 모여 이야기하기 어려웠다.”
“죄, 죄송해요.”
“죄송할 건 아니다. 들어가자.”
“예.”
설홍에게 인사를 건네기 전, 신요는 도술을 사용해 구름으로 이루어진 자신의 분신을 만들어냈다.
금세 신요의 모습으로 화한 구름은 흐리멍덩한 눈을 하고 별채에서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웅크리고 있었다.
그 과정을 이곳의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로서는 이 일련의 행동이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다.
“자자, 다 모인 것 같으니 다들 들어가자고. 제각이 어떤 허튼소리를 할지 들어나 볼 생각이니까.”
“어머, 마침 저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다들 자신들의 대범함을 뽐내기 위해 제각을 폄훼하거나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연신 신요와 치우를 곁눈질했다.
그들의 안전장치는 바로 그 둘이었다.
도술로는 용화 중에서 필적할 자가 없다는 신요, 무력으로는 태율과도 자웅을 다툰다는 치우까지.
적으로 만나면 무척 껄끄러운 존재들이지만, 같은 입장으로 마주한다면 이렇게 든든할 수가 없는 용화들이었다.
철컹…
회담 장소에 들어서자 마련된 고풍스러운 의자, 그리고 커다란 분재를 비롯하여 제각의 재력을 뽐내는 여러 장치가 있었다.
제각이 회담용 탁자 끄트머리에 앉아 깍지 낀 손을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
“모두, 앉지.”
즉각, 반발이 일었다.
“거만하구나, 제각. 용케도 용쟁에서 살아남았다만 하위권이라지?”
“아무리 이곳의 주인이라지만 거들먹거리는 모습은 참기가 어렵네요. 주의해 주세요.”
“하하, 다들 잔뜩 화가 난 상태로 온 것 같군. 오는 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흥.”
제각은 생각보다 대범하게 그들을 상대했다. 그러는 사이 신요와 치우는 자신들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었다.
회담 장소에 들어선 후 채 1분이 지나기도 전에 도력이 온전한지, 또 기가 온전한지 확인하는 그들.
다행히, 신체에는 이상이 없었다.
‘괜한 걱정이었나?’
신요가 얕게 한숨 쉬며 마음을 놓았다.
도술을 사용할 수 있는 상태라면, 그 어떠한 위협도 능히 맞설 수 있었다.
그것은 기를 사용하는 치우도 마찬가지.
“굳이 불필요하게 서로 으르렁거릴 필요가 있을까 싶은데… 안 그래, 다들?”
“허튼수작을 부리면….”
“이야기를 하자는 것인데 도무지 얘기가 진행이 안 되는군. 걱정이 많은 모양인데, 겁을 먹은 건가?”
“…겁은 무슨!”
“하하, 농이야. 이 자리까지 와놓고 겁은 무슨….”
용화들의 시선이 계속해서 교차하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견제했고, 또한 서로가 서로를 미워하니 그것은 또 잠재적인 협력관계이다.
아직도 용쟁 와중인 100명의 용화들은 스스로 이 정도 위치까지 올라왔다는 것에 자부심이 있었다. 그 어떠한 위협도 단박에 헤쳐나갈 수 있을 거라 여기는 것이다.
“후우… 이제 좀 얘기를 시작해볼까?”
“자, 말해봐라.”
드륵…
의자에서 잠시 일어난 제각.
“먼저, 나 제각을 만나기 위해 이 자리까지 찾아와준 용화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그래도 예의는 있네요.”
“무슨 헛소리를 하려고 벌써 아양을 떠는 거지?”
제각이 옷맵시를 가다듬고 이렇게 말했다.
“허심탄회하게 얘기하지. 남은 용쟁의 과정에서 너희와 힘을 합치고 싶다.”
“…무슨 개소리를.”
“어처구니가 없네요.”
“용쟁이 경쟁이라는 걸 잊었나? 그런 얼간이가 이 자리에 존재한다고?”
“들어 보나 마나 힘이 부족하니 우리에게 신세를 지려는 모양인가 보네요. 역시 제각… 실망스러워요. 아니 실망도 과한 관심인 건가?”
용화들은 그의 말에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믿을 수 없는 자와 합심이라니, 어불성설이다.
그런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서인지 제각은 재빨리 말을 이어붙였다.
“끝까지 들어라. 이곳의 모두는, 용쟁의 끝에 도달하기 전에 결국 큰 산을 하나 넘어야 한다.”
“큰 산이라면 혹시….”
“그래, 태율이지. 모두 태율을 누를 자신이 있나?”
최강이라 평가받는 태율을 홀로는 재칠 수 없다. 모두 내심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제각이 그 부분을 꼬집은 것이고.
“…부, 붙어봐야 아는 것이지.”
“태율은 태생부터가 우리와 다르다.”
“웃기는 소리!”
“…들어나 보죠. 만일 힘을 합친다면, 어떤 방법을 이용해서 태율에게 대응하겠다는 거죠? 우리가 힘을 합친다고 한들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는 한 오합지졸에 불과할 거예요. 설마… 신요를 중심으로 뭉치겠다는 건 아니죠? 전 그렇다면 빠지겠어요.”
“진정해, 진정하라고. 방법은 이미 정해뒀으니.”
“…정해뒀다고요?”
제각이 피식 웃고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 정해뒀다고, 방법. 우리가 서로를 의심하지 않고 힘을 합칠 방법이 있어.”
“그 방법이 뭐죠?”
“그건….”
제각이 수하들에게 눈짓을 줬다.
흠칫!
순간, 용화들이 일제히 긴장했다.
장내의 분위기가 일변했기 때문이다.
“너희가 내게 복종하는 것.”
“미쳤구나! 제각!”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군요! 당신은 이….”
끼이이이익…
쿵-!
살짝 열려있던 문이 닫혔다.
그러자, 모두 안색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힘의 순환이 끊어진 것이다.
“이건… 회리강! 회리강이다!”
“거짓말! 회리강이 기까지 억누른다니!”
“아니야 이건….”
퍼엉-!
푸쉬이이…
뭔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치밀어올랐다.
“산공분이다!”
산공분은 기의 운용을 억제하는 가루다. 미미하게 공기 중으로 흩어 보냈던 산공분을 이제는 대놓고 터트린 제각.
“들이마시지 마!”
제각이 껄껄대며 웃었다.
“이미 늦었어!”
콰아앙-!
치우가 재빨리 탁자를 공중으로 차올렸다.
후두둑…
팟-!
입가에 특이한 기계장치를 매단 홍의의 무인들이 제각의 주변으로 늘어섰다.
기계장치는 그들이 산공분에 당하지 않기 위함일 것이다.
설홍은 제각의 만행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제각… 어째서….”
“히히, 설홍. 너도다.”
“…….”
“내게 복종해라.”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던 건가요?”
“그래, 사실 난 너 따위에겐 관심도 없다. 네 용석에 관심이 있지.”
“그런….”
치우가 설홍의 앞을 가로막았다.
“뒤로 숨어, 설홍.”
“치우… 산공분이….”
그 순간, 제각이 안색을 굳히고 다른 방향으로 소리쳤다.
그는 설홍이 아닌 신요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신요! 저 여자를 막아라! 신요를 막아!”
“너도 늦었어, 제각.”
그녀의 바닷물 같은 도력은 모두 봉쇄되었지만, 웅덩이만큼의 도력은 아직 남아있었다.
이조차 곧 회리강의 영향으로 사라질 테지만, 다행히 이럴 때를 대비해 준비해둔 술법이 있었다.
그 술법을 발동하는 데에는 이 웅덩이만큼의 도력으로도 차고 넘쳤다.
짝-!
[신요가 신통 : 육합성을 사용합니다.]
[목소리가 크게 울립니다.]
파지직…
별채 인근에 웅크리고 숨어있던 그녀의 분신이 발동했다.
스으으…
신요의 분신이 도력의 연결이 끊어지자 발끝부터 사라지고 있었다.
그러나, 분신은 맡은 역할을 기를 쓰고 완수하려 했다.
입을 쩌억 벌리고 공기를 그러모아 소리를 만들어냈다.
그 소리는, 하나의 문장으로 화했다.
홍연의 중심이 떠나갈 만큼, 거대하고 간절한 외침.
– 구해줘! 장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