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262
제261화
드르륵…
드륵…
쿵-!
“어이쿠, 괜찮으십니까?”
“사, 살살 좀 몰아줄래? 마차가 너무 흔들리는데.”
“길이 험해서 이거 참… 쉽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왜 교외까지 나와서는… 하고 투덜거리는 마부. 일정 기간 돈을 지불하고 대절한 마차였기에 그리 편안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봇짐을 메고 아장아장 걸어서 이동했던 지난 시절에 비하면 아주 훌륭하게 성장했다고 볼 수 있었다.
“…….”
“흠…….”
행선지가 도깨비 거리라는 게 정해지고 나서부터는 일행은 통 말이 없었다.
‘도깨비 거리는 그다지 유쾌한 곳은 아니니까.’
도깨비 거리에 대해 말하자면 슬럼, 번영의 뒷면에 자리한 낙후된 곳이었다. 대체로 홍연의 범죄자들은 이곳의 출신들이 매우 많았다.
때문에 도깨비 거리 출신들을 고깝게 보는 시선도 분명히 존재했다.
험악한 인생을 살아가는 자들이 수두룩하기에 천시받는 것인지, 천시받기에 험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인지 가끔 알 수 없기도 했다.
원인과 결과의 선후가 뒤범벅되어 그 꼬인 선을 풀 수 없는 곳이 바로 이들이 향하는 도깨비 거리였다.
‘범죄의 온상이기도 하고… 그곳의 환경을 보면 안 좋은 마음이 드니까.’
측은지심이든 거부감이든, 건강한 감정으로 남지 않고 후유증처럼 두통을 몰고 왔기에 도깨비 거리를 찾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덜덜덜…
“흐음….”
치우가 팔짱을 끼고 다리를 떨다가 침묵을 깨고 물었다.
“꼭 거기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어?”
“치우는 도깨비 거리가 싫어?”
“싫을 것까지야… 그냥 거기 놈들은 다들 학을 떼잖아. 온갖 치졸한 놈들도 한가득이고.”
“맞아, 대다수가 그렇지. 그래도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야.”
“유신이랑 친해?”
“응, 왕래는 종종 했었어. 최근엔 조금 어려웠지만.”
유신.
‘유신은 처음 들어봤는데.’
설홍과 친하다고 했으니 아마 설홍의 또래가 아닐까.
아니, 그렇지 않더라도 칸에서도 몇 번 활동했던 강설이 이름을 모른다는 건 최근에야 이름이 알려진 사람일 수도 있다는 얘기.
물론, 이 모든 건 추측일 뿐이었다.
‘도깨비 거리는 나도 잘 알지 못하니까.’
강설이 둘에게 물었다.
“유신이란 사람이 유명합니까?”
치우가 대신 답했다.
“유명하다고 해야 하나… 도깨비 거리에서 자선 활동을 벌이는 사람이니까.”
“그런 사람이 한둘은 아니잖아?”
도깨비 거리는 그간, 수많은 자선가가 지원했었다. 길을 닦고, 깨진 유리창을 기웠으며 집들을 보수했다.
그럼에도 그리 나아지지 않고 원래대로 되돌아갔지만.
“그렇지. 근데 음….”
치우가 설홍의 눈치를 봤다.
유신은 그녀의 친구였기에 혹여라도 말실수했다간 설홍의 마음이 상할 수도 있기에.
이 마음을 아는지 설홍이 답했다.
“영안족이다. 유신은.”
“영안족!”
영안족.
몰락해가는 소수 부족답게 그 수도 많지 않았을뿐더러 이제는 수가 점차 줄어드는 양상이었으니, 드넓은 칸 제국에서 그들 중 하나인 유신을 마주쳤으니 소문이 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영안족이라….”
영안족은 어쩌면 칸의 역사와도 닮아 있었다. 기이한 능력으로 용과 함께 일어났던 종족이지만 그들의 기이한 능력은 역설적이게도 평범한 제국민들이 자행하는 차별의 훌륭한 근거가 되어주었다.
평범한 인간은 본디, 다른 것을 배척하곤 했으니까.
‘영안족을 만날 줄은 몰랐는데, 그렇다면….’
영안족은 머지않아 소멸이 예정된 자들답게 서로 직간접적으로 연락망이 형성되어 있었다.
가깝게 지내지는 않더라도 서로 어떻게 사는지, 어디에 사는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강설이 이 같은 사실을 꽤나 빠삭하게 아는 이유는, 그가 영안족과도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그의 말인 대덕, 혜명과.
– 혜명! 여기에 앉아봐!
– 왜 그래, 미아. 또 얼굴을 뭉개놓게?
– 아니거든! 이번엔 분명히 역작이 탄생할 거야! 물론 혜명 얼굴이 죽상이니 고단한 예술의 길이 되겠지만!
– 나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이 나를 그려도 미아 너보단 닮게 그릴 것 같은데…
– 아하하! 나도 한 번도 혜명을 직접 보지는 못했는데?
떠오르는 잔상, 작은 여자아이.
그녀가 가진 능력이 워낙에 거대했기에 성인식을 치르기도 전에 눈이 멀어버린 여아.
‘…미아.’
영안족에 대한 얘기를 듣고 나니, 문득 미아의 소식이 궁금해졌다.
‘잘살고 있을까?’
유신을 만나면 미아에 대한 소식을 좀 알아봐야겠다는, 짤막한 생각과 함께 강설은 상념에서 깨어났다.
“으음… 하나같이 골치 아픈 것들이네.”
그가 생각에 잠겼던 사이, 설홍과 치우는 용쟁의 다음 시련들을 확인하고 있었다.
이 중, 적절한 것들을 선택해 해결해나갈 계획.
그러나 아직 그 ‘적절’하다 싶은 시련을 찾지 못했다.
“…음, 육각 구렁이 사이 간 토벌, 피투성이 도적단 소탕, 동해에 출몰하는 검은 화약 해적단과의 분쟁 해결… 영 좋지 않네.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은 왜 이렇게 점수가 낮은 거야?”
방금 치우가 이야기했던 목록은 이미 강설도 전부 확인했었다.
이번 시련의 경우,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전과 달랐는데 점수 배점이 다소 특이했다.
“어떻게 물건들을 구해오는 게 전부 점수가 더 높네?”
사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토벌과 같은 경우, 용화의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부분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반대로 희귀한 물건들은 유력자의 손에 있거나 구하기 어려운 상황인 경우가 대다수였고 그 난관을 헤쳐나가는 것만 해도 평가할 부분이 상당수 존재했다.
그렇기에 희귀한 물건을 회수하는 시련들이 오히려 점수가 높았다. 물론, 그들 사이에서도 점수 차이는 존재했다.
가령, 다른 시련에 비해 점수가 한참 높은 시련은…
‘이거로군.’
광야령 회수.
달걀만 한 크기의 방울로 울릴 때 천둥과 같은 소리가 나며 마를 제압한다는 설화가 있는 전설 속의 기물이었다.
‘광야령이라….’
스윽…
치우가 두루마리를 치웠다.
“광야령을 회수하라니, 칸도 어딨는지 모르는 걸 우리가 어떻게 찾아?”
다른 이들은 광야령에 대해 떠도는 전설로만 접했을 것이다. 실제로 그것이 존재했는지, 어디에 있는지도 알지 못한 채.
‘그래… 광야령.’
강설은, 그것을 실제로 본 적이 있다.
무척 가까운 곳에서.
잠시 후.
끼이이이이익…
“외곽에서 대기하겠습니다.”
“그러세요.”
마부가 황급히 말들을 몰아 자리에서 벗어났다. 남은 건 설홍과 강설 그리고 치우뿐.
치우가 말했다.
“먹을 거라도 들고 가야 하는 거 아니야? 애들이 달라붙으면 그거라도 던져주는 게….”
“아니, 도깨비 거리에서 동정심을 보이면 위험해.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정말로 위험한 사람들도 있으니까.”
설홍은 도깨비 거리를 잘 알고 있는 듯 보였다.
거병 건도 그렇고 이런 빈민가에 빠삭하다는 것도 그렇고 그녀에겐 남다른 것들이 있었다.
정확히 설명할 순 없는 무언가가.
“위험해? 걱정하지 마. 달려들면 내가 그냥….”
“…….”
“그냥 말릴게.”
“응, 충돌은 일어나지 않는 게 좋아. 눈에 띄지 않게 유신만 보아도 되니까.”
“좋아, 그러자고.”
도깨비 거리에서 설홍의 정체가 탄로라도 난다면 그녀의 지위와 재물을 노리는 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 것이다.
“조심해서 가자, 내가 앞장을 설게.”
“길은 알아?”
“길은 설홍이 알려주면 되지!”
“응, 좋아.”
치우가 맨 앞, 강설이 맨 뒤 그리고 설홍이 그 가운데에 끼어 나란히 걸었다.
둘 사이에 있는 설홍은 혹여 누가 갑작스레 나타나더라도 건드릴 수 없었다.
스윽…
스으윽…
골목은 분위기부터 스산했다.
자꾸만 그림자 같은 것들이 골목과 골목 사이를 빠르게 지나다녔다.
“저것들 우리 쳐다보는 거지?”
“시선은 느껴진다.”
치우와 강설의 대화.
시선에서 악의까지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호의적인 시선은 아니었다.
“저, 저기….”
구걸하기 위해 서서히 다가오는 자들. 그러나 설홍은 머뭇거리지 않고 그들을 스쳐 지나갔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모습.
강설은 순간, 위압감을 뿜어낼까 고민했다.
‘조금 더 지켜보고.’
바로 그때, 가까운 곳에서 6~7살 정도의 아이들이 튀어나왔다. 여자아이와 남자아이, 남매처럼 보였다.
“돈 내놔아아아아!”
“도, 돈 줘!”
치우는 이번만큼은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아직 콧물을 먹을 나이처럼 보이는데 저런 흉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것도 웃겼지만 너무 뻔뻔하다는 것이 그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꼬르륵 소리 안 들려? 돈! 돈 줘!”
“맞아! 며칠 굶었어!”
며칠 굶은 것치고는 얼굴도 말끔하고 꽤 통통하게 살이 올랐다. 저건 분명 거짓말이었다.
“허….”
치우가 그냥 지나치려 하자, 꼬마 둘이 괴상한 짓거리를 해 보였다.
털푸덕…
“밟고 가!”
“맞아, 밟고 가!”
“돈 좀 줘! 그냥 가려면 우리 밟고 가!”
“아, 아플 텐데….”
강설에게 선택지가 떠올랐다.
[정체를 모르는 아이들이 다가와 금품을 요구합니다. 당신은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1. 대가 없는 재물을 탐하다니, 부끄러운 줄 알아라!
2. 얼마나 필요하니?
3. 우리는 돈이 없어.
4. 저런, 얼마나 굶었으면…
5. [위험 요소 : 악평, 비난, 몰매] 밟고 간다.
……
제법 살벌한 선택지도 있었지만, 굳이 강설이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다.
설홍이 싱긋 웃으며 허리를 굽혔다.
“유신을 보러왔어.”
그 말에, 마차 바퀴에 짓눌린 개똥처럼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아이들이 벌떡 일어났다.
“뭐야, 유신이랑 아는 사람이야?”
“언니 유신 오빠랑 친구야?”
– 쳇! 텄구만!
– 요즘 애들 무섭다 ㄷㄷ
설홍이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유신이 어딨는지 아니?”
“…유신에게 데려다줄게, 따라와!”
졸지에 길잡이를 얻게 된 강설 일행.
그들은 또 한참을 걸어, 행여 비가 오면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흙집에 도착했다.
문 앞을, 건장한 남자가 지키고 있었다. 척 보니, 좋지 않은 일에 몸담고 있을 것 같은 인상.
“너희는 뭐냐?”
아이들이 대신 대답했다.
“유신의 친구래!”
“오, 친구? 기다려봐라.”
생각보다는, 친절했다.
그 자리에 서서 괜히 흙을 툭툭 차며 기다리고 있을 때, 누군가 흙집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누구… 아!”
안대를 쓰고 문밖으로 고개만 내민 젊은 남자.
유신이었다.
“유신!”
“이 목소리… 설홍이구나, 오랜만이야.”
“응!”
유신은 그제야 밖으로 나와 설홍에게 다가갔고 설홍도 마찬가지로 유신에게 다가갔다. 둘은 정말 오랜만의 재회였는지 반가움의 포옹을 나누었다.
그리고는 반갑게 웃으며 얘기를 나누는 그들.
“아, 들어와.”
유신의 집에 초대받은 그들.
안에는 수십 명의 아이들이 있었다.
그들이 일제히 강설 일행을 쳐다보았다.
꿀꺽…
치우가 침을 삼켰다.
잠시 후.
“야야야! 귀 잡아당기지 마!”
“하하하! 신기해! 강아지 귀! 강아지 귀!”
“늑대야!”
“강아지! 간질간질!”
“흐악!”
– 치우는 끝났어.
– 이 녀석, 간택받았을지도?
– 삼촌의 재능이 있다.
치우와 강설, 그리고 비탄이 아이들과 놀아주고 있을 때 설홍은 유신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저대로 내버려 두는 게 좋겠네.’
설홍은 용쟁을 연이어 치러오며 몸과 마음이 지쳐있는 듯했다. 치우도 그것을 느꼈는지 한마디 했다.
“도깨비 거리를 들락거리는 용화는 칸에서 설홍밖에 없을 거다! 하다 하다 여기까지 오게 되다니….”
유신과의 이야기가 즐거운지, 웃음을 보이는 설홍.
“저 녀석, 즐거워 보이네.”
“그러게.”
“외출도 가끔은 좋은 것 같아, 가끔은.”
“그래?”
“용궁을 나와서도 갈 곳이 있다는 거 자체가, 설홍이 좋은 녀석이라는 거겠지.”
강설은 치우의 말을 듣고 다른 의미를 떠올렸다.
그만큼, 용궁이 설홍의 보금자리가 되어주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는 그런 의미를.
그들의 재회는 생각보다 금방 끝났다.
설홍은 유신과의 얘기를 길게 끌지 않았고 하고 싶었던, 담아두었던 얘기들을 전부 털어놓은 모양이었다.
유신은 그런 그녀의 얘기를 오랫동안 들어 주었고.
‘좋은 사람이네.’
설홍이 겉옷을 챙겨 입었다.
“고마웠어, 유신.”
“나야말로.”
강설과 치우가 아이들을 떼어 놓으며 다가왔다.
“이거 좀 놔줄래? 귀 좀 그만…. 반가웠어, 유신.”
“반가웠습니다.”
“…아이들과 잘 놀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뭐, 귀를 만지는 것 빼고는 다 괜찮았어. 그보다, 강설. 할 말 있다고 하지 않았어?”
“그래.”
강설이 유신의 곁에 다가가 말했다.
“혹시… 미아의 행방을 아십니까?”
흠칫!
눈에 띄게 동요하는 유신.
유신의 반응은 어딘가 이상했다.
그리고, 강설의 얘기를 들은 아이 중 아까 전 길을 막고 있던 아이들이 끼어들었다.
“미아 누나?”
“나 알아!”
“미아 누나라면….”
유신이 다급하게 아이의 입을 틀어막으려 했다. 하지만, 조금 늦었다.
“어제도 여기 왔었… 으읍….”
강설의 눈이 커졌다.
– 안 가면… 안 가면 안 되는 거예요?
– …미아.
‘미아가 홍연에 있다고? 어째서?’
바로 그때, 강설에게 메시지가 떠올랐다.
[새로운 정보를 획득합니다.]
[조건을 충족할 경우, 돌발 모험이 발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