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265
제264화
모험 33-(특수) ‘그때 그 시절’
당신은 특수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영안족 여인인 미아의 기괴한 힘에 이끌려 그녀의 그림에 붙잡혀왔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건, 당신이 의도한 일입니다.
지금 이곳은 오래전 과거, 신비한 방울 광야령이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았을 무렵입니다. 당신은 이곳에서 과거의 미아를 만났고, 그녀가 곧 광야령을 목격하게 되리란 걸 이곳에 오기 전 알게 됐습니다.
이곳에서, 광야령의 행방을 찾아야 합니다.
목표 : 광야령 탐색.
주의, 이 모험은 매우 위험합니다.
주의, 이 모험은 시시각각 상황이 변화합니다.
현재 남은 시간 「알 수 없음」
이 모험에, 대련이라는 글자는 어디에도 들어가 있지 않았다. 거기다가 혜명의 이름 또한 언급되어 있지 않았고.
즉, 혜명과의 대련은 이 모험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전혀 필요하지 않은 일이었다.
스윽…
하나, 그럼에도 강설은 혜명의 앞에 섰다.
이것은 그에게 있어서 어쩌면 이번 모험보다도 중요한 일이었다.
이때의 혜명과 비교했을 때, 자신은 어디까지 왔는지.
승천에 임박했을 당시의 혜명과 지금 그의 수준이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 해도 혜명은 혜명이다.
‘꼭 확인해봐야겠어.’
그런 강설의 투지를 느낀 것인지, 혜명이 슬쩍 웃었다.
“땀을 좀 흘리겠는걸. 미아, 멀리 떨어져 있을래?”
“여기보다 더?”
“응, 한참 더 가야 할 거야.”
“…알았어. 그럼… 그려도 돼?”
“으음….”
“응? 그릴래!”
“…좋아.”
“히힛….”
평소의 혜명은 미아가 그림으로 현상을 남기는 것을 싫어했다. 미아가 가진 힘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그도 알고 있었기에.
그러나 그의 걱정은 적어도 기우가 아니었다.
미아의 부탁에 못 이겨 그림으로 남겼던 한때를 노려, 강설 일행이 찾아오게 되었으니.
“만났을 때부터 알고 있었어.”
“뭘 말이지?”
“힘을 감추고 있다는 거 말이야.”
“…….”
“하하! 부정은 안 하네. 역시 특이한 사람이야. 유물회도 다시 볼 일이네. 지금까지 골동품 수집가들인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너 같은 사람도 있다고?”
“이런저런 설명까지 해줘야 시작할 수 있는 거야?”
“아! 그래. 미아, 신호 부탁해.”
“응… 그러면….”
후우웁…
이 소리는 숨을 삼키는 소리가 아니었다.
혜명의 뿜어내던 기운이 그의 몸으로 되돌아가는 움직임이었다.
“시자악-!”
작은 몸에서 있는 힘껏 내뱉은 신호.
그리고 그 신호에 화답하듯, 혜명의 공세가 시작됐다.
“일단은 가볍게….”
휘릭-!
[혜명이 번뇌장(煩惱障)을 사용합니다.]
[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잔영을 남기고 잔영은 본신의 움직임을 따라 합니다. 잔영은 본신의 최대 10%의 공격력을 가집니다.]
스으으으…
일순, 혜명이 여러 명으로 나뉘어 보이는 듯한 착각.
[혜명이 삼매(三昧)를 사용합니다.]
[삼매에 빠지게 되었을 때 기공(氣功)이 흘러나옵니다.]
[기공은 고정 피해를 입힙니다.]
후우우웅…
혜명의 눈에서 황금빛 정광이 흘러나왔다.
“하앗-!”
휘리릭-!
봉이 강설의 가슴을 겨냥하여 찔러왔다.
치지지직…
타아앙!
“호! 검으로 변하다니!”
비탄이 어느새 검으로 화해 봉을 돌려보냈다.
휘리릭…
강설도 밤까마귀를 뒤집어썼다.
순간, 거대해지는 강설의 기운.
“…이건 농담이 지나친데?”
“엄살은.”
“아니, 정말로.”
타아앙-!
타당…
혜명은 봉이 가로막히자 봉으로 바닥을 찍은 후에 그것을 타고 옆차기를 구사했다.
파아아악-!
격투술에도 일가견이 있는 강설이었기에, 검을 사용하지 않고도 그것을 막아냈다.
“제법!”
혜명의 움직임이 변했다.
[혜명이 연계 : 타종(打鐘)을 사용합니다.]
[상대가 공격을 막게 되면 상태 이상 : 기절에 빠집니다.]
혜명은 이 연환 공격에 꽤 자신이 있었다. 흘러나오는 기공이 상대의 눈을 속이기에도 안성맞춤이었고 상대가 혹여 이 기술을 막으려 할 경우, 더 큰 낭패를 보게 될 테니까.
하지만.
부우우우우웅…
“피했다고?”
선지안이 있는 강설에게, 눈속임은 대부분 무력화되었다.
빠아아아악…
“크으으윽….”
봉을 걷어차 크게 밀어내는 강설.
휘릭… 휘릭…
“혜명! 괜찮아?”
“미아, 하하… 조금만 더 물러나.”
“혜명?”
“어서.”
[혜명이 고집멸도(苦集滅道)를 사용합니다.]
[일정 시간 받는 피해의 일부를 저장합니다. 저장한 피해는 상대에게 같은 피해만큼을 누적시키지 못하면 그대로 소멸하며 피해를 입혔을 경우, 누적된 피해량의 50%를 받게 됩니다.]
키이이잉-!
혜명의 봉이 기이한 소리를 냈다.
“이건 그래도 못 막겠지?”
“…….”
[혜명이 절기 : 백팔번뇌(百八煩惱)를 사용합니다.]
[108개의 법륜을 구사할 수 있습니다. 이는 하나의 흐름이며 108개의 법륜을 모두 쏟아내었을 때 일시적인 반야(般若) 상태에 이릅니다.]
혜명이 가장 먼저 얻었던 절기.
무려 황금 신상을 얻기도 전에 만들어낸 기술이다.
‘성가신 기술인데….’
한번 사용하면 어지간해서는 흐름을 끊기가 어려웠다.
끊었다 한들, 지속 시간 동안엔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었으므로 리스크도 없었고.
‘번뇌장이랑 함께 쓰다니, 내가 사용하던 그대로잖아?’
혜명이 방금 구사한 능력의 흐름은 강설이 이전에 즐겨 사용했던 패턴 그대로, 이것을 직접 상대하려고 하니 상당히 빡빡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받아내 본다.’
이미 강설에게는 밤바다에서 어둠살로 이어지는 강력한 연계기가 존재했다. 그것이라면 분명 어렵지 않게 혜명의 절기를 파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강설은 그 방법을 머릿속에서 방금 지웠다.
혜명의 모든 것을 알기 위해.
그가 이룬 성취와 지금 자신의 힘을 겨루어 보기 위해.
“조금 과격할지 모르겠는데, 알아서 잘 막아봐! 하하하!”
휘리리릭…
후아아아아아앙-!
마치 쥐불놀이처럼 혜명의 봉 양 끝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며 회전했다.
휘리리리릭!
파아아아아앙-!
파아아아아아아앙-!
혜명이 움직일 때마다 법륜, 수레바퀴가 홍수처럼 쏟아졌다.
타다앙!
타아아아앙!
강설은 혜명의 수레바퀴를 쳐내는 동시에 그의 잔영에도 주의를 기울였다.
곧, 혜명의 잔영에서도 금빛 수레바퀴가 쏟아져 나왔다.
‘…이게 성가시다고.’
혜명은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강설을 몰아붙였다.
어쩔 수 없이 강설도 힘을 크게 끌어올렸다.
후아아아아앙-!
[월광충천(月光衝天) 3단계, 만월(滿月)에 돌입합니다.]
타다다당!
타아앙!
강설은 그 힘을 흘려내는 것 없이 받아내었다.
아수라는 사방에서 그를 위협하는 수레바퀴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려주었다.
타타다다당!
타다당!
철판 위에 기름이 튀듯, 혜명의 공격은 연신 번뜩였다. 그는 절기를 펼치면서도 강설의 움직임에 감탄했다.
“하하하! 대단하잖아! 대체….”
그리고 그때, 그의 108 연격이 끝났다.
그 순간, 혜명의 몸에서 황금빛 정광이 폭발할 듯 터져 나왔다. 그의 머리가 나풀거렸다.
혜명의 연계기의 진정한 위력은 바로 지금부터다.
[혜명이 반야(般若) 상태에 이릅니다.]
[모든 능력치가 50%만큼 증가하고 영역이 강화됩니다. 깨달음과 번뜩임이 찾아올 확률이 대폭 증가합니다.]
“하아아아아앗!”
타다다다다다다당!
봉이 미친 듯이 춤을 췄다.
달밤에 광신이라도 들린 것처럼 혜명의 승복이 미친 듯이 나부꼈다.
그에 따라, 강설도 더는 여유를 부리지 못했다.
[월광충천(月光衝天) 4단계, 청월(靑月)에 돌입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20% 추가로 상승하며 상대에게 입히는 원소 피해가 30% 증가합니다.]
휘오오오오오오-!
검고 푸르스름한 기운과 함께 강설의 검도 밤공기를 휘저었다.
타다다다당!
타다다당!
카가강!
카앙!
마치 총탄이 튀듯, 어마어마한 빠르기로 공방을 주고받는 혜명과 강설.
“그, 그만….”
미아가 저도 모르게 이렇게 중얼거렸다.
이미 소란이 너무 크게 벌어졌기에 치우와 설홍 또한 가까이 와 있는 상황.
“뭐, 뭐 하는 짓….”
“이게….”
카가가강!
카가가가가가가강!
일순, 빛이 번뜩일 때마다 세상의 일부가 지워져 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놀랍도록 경쾌하고 미칠 듯이 흥겨운 몸놀림이었다.
“우… 우하하하하하하!”
혜명이 활짝 웃으며 공격을 더욱 거세게 쏟아냈다.
그때, 그의 동작이 살짝 커졌다.
그 틈을 노리고 강설의 주먹이 그의 늑골로 날아들었다.
[깨달음! 혜명의 경지가 상승합니다.]
후우웅!
빈틈으로 파고들지 못하는 강설의 주먹.
‘이런, 반야!’
[번뜩임! 다음 움직임이 강화됩니다.]
후우우우우우웅-!
해명의 손바닥이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곧 여래의 손처럼 강설에게 다가왔다.
파지지지지직!
강설도 푸른 기운과 검은 파동을 머금은 주먹을 혜명의 손바닥을 떨쳐내기 위해 휘둘렀다.
그리고 곧, 그 둘은 충돌했다.
파직…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커허어어어억….”
“푸아아아아악!”
엄청난 폭음과 함께 뒤로 나자빠져 구르는 둘.
대련은 고원에 크고 흉측한 흉터들을 남기고 그렇게 끝이 났다.
“제, 제정신이야!?”
“미쳤어!”
미아는 혜명에게, 치우와 설홍은 강설에게 달려갔다.
벌떡-!
휘이익!
그러나, 딱히 걱정할 필요는 없었던 듯했다. 둘 모두 아무렇지 않게 일어났기에.
“하아… 하아… 히야아아아… 아니, 하….”
혜명이 어처구니가 없는지 계속 헛웃음을 지었다.
“후우… 후우….”
강설은 그의 그런 반응을 예상했다.
혜명이 지금까지 성장해오는 동안, 적수를 만난 적은 없었다.
분명, 버거웠던 상대도 있기는 했지만 그런 상대와 이렇게 치열하게 싸웠던 적은 없었고 이에 더해 혜명의 성장 속도가 워낙 괴물 같았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적수들을 모두 그의 발밑에 둘 수 있었다.
“너… 대체 뭐지?”
강설은 혜명이 만나 본 상대들과는 확연히 달랐을 것이다.
비록 온전한 힘을 낼 수 없는 상황이지만, 카루나와 펼치는 호흡만으로도 능히 이런 위력을 뿜어냈으니 혜명도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뭔가를 더 감추고 있지? 후… 토할 것 같아… 우웁… 다, 다음에 다시 붙자고.”
혜명이 입을 틀어막고 조금 멀리 떨어진 곳까지 뛰어갔다.
혜명과의 대련은, 그렇게 끝이 났다.
* * *
“내가 이긴 거지?”
“나는 토 안 했는데.”
“식사에 뭘 탔구나? 어쩐지 속이….”
“네 썩은 옥수수죽을 먹었으면 싸우던 도중에 이미 승복이 토로 범벅됐을 거다.”
“…그건 맞는 말이네. 인정하지.”
– ㅋㅋㅋㅋㅋ 먼저 토했으면 진 거지.
– 나 때는 코피 먼저 터지면 진 거였는데
– 고수들의 싸움은 누가 먼저 토를 하냐로 결정됩니다.
– 고수가 되기 싫어졌어요….
– 괜찮습니다. 방구석에서 배 긁으면서 고수가 될 수는 없으니.
– 휴! 다행이네요!
한바탕 토를 하고 돌아온 혜명은 마치 혼이 빠져나간 것처럼 얼굴이 핼쑥해져 있었다.
“허… 참… 이게 말이 되나?”
치우가 그를 비웃었다.
“혜명, 그래. 졌다고?”
“…안 졌는데?”
“음음… 뭐, 그럴 수 있지.”
치우는 남을 약 올리는 것에 재능이 있었다.
“그래서, 너는 이겼어?”
“나?”
치우가 강설을 흘끔 바라보았다.
“나는 무한대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
“그게 무슨 소리야?”
“강설과는 아직 붙어보지 않았거든.”
“지금 붙어봐.”
“아니! 지금의 강설과 싸워서 이긴다 해서 내가 만족할 것 같아? 강설은 지금 피곤한 상태다. 그렇게 비겁한 조건에서 싸울 순 없지. 설홍,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응.”
설홍은 그래도 치우의 편이었다.
강설은 정말로 오랜만에 후련한 기분이 들었다.
그의 마음속에서 10인의 절대자들은 그 존재감이 점점 거대해져만 갔는데, 이는 핀 모드리아의 인형을 만났을 때 정점에 달했었다.
팔 하나를 내주고, 토키의 영혼까지 불태우고 나서야 그를 쓰러트릴 수 있었기에.
‘…제대로 가고 있는 거야.’
물론, 혜명이 황금 신상에서 막대한 깨달음을 얻고 난 이후에 싸웠다면 승부는 어려웠겠지만, 그 시점은 강설의 성장 곡선에서도 한참 뒤에 있었기에 그만큼 강설도 성장한 이후일 것이다.
잘하고 있다.
틀리지 않았다.
이런 확신이 필요한 순간에 과거의 해명과의 만남은 정말로 큰 도움이 되었다.
어쩌면 광야령보다도 이번 만남에 더 무게가 실릴지도.
“강설.”
혜명이 그를 불렀다.
“응.”
“대련하면서 한 가지 느낀 게 있는데….”
혜명은 고개를 갸웃하며 이렇게 말했다.
“네 안에 뭐가 있는 거야?”
“…내 안?”
“그래, 검고 무거운… 아무튼 답답한 뭔가가 가득 차 있는 게 느껴졌어.”
“아.”
허무.
분명 허무일 것이다.
그렇다 한들 그게 느껴지다니, 혜명의 힘은 종잡을 수 없었다.
“그거 원래, 그렇게 내버려 둬도 괜찮은 거야?”
“…뭐?”
두근…
두근…
강설은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그야… 맥동하잖아?”
쿵… 쿵…
치지지지직…
“으윽….”
곧, 찢어지는 듯한 이명과 함께 누군가의 목소리가 그의 머릿속을 헤집었다.
– …문을 열어라, 강설.
쿵…
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