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269
제268화
스으윽…
홀린 듯, 강설은 문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그의 손은 허공을 허우적거렸을 뿐, 문이 있는 곳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제길… 볼 수는 있는데 만질 수가 없어!’
아무리 휘적거려도, 아무리 내뻗어도 문은 저 멀리에 있었다.
‘이제야 문이 보이는데… 어째서!’
저 문을 열면, 다시 모두를 만날 수 있을 텐데.
모두 이쪽에서 문을 열어주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강설! 피해에에!”
치우의 날 선 비명.
퍼뜩 정신을 차린 강설은 느껴지는 기척에 서둘러 허리를 아치 형태로 구부렸다.
후우우웅-!
그의 상반신을 노리고 휘둘러졌던 석상의 곤봉이 멋쩍게 허공을 더듬었다.
스으으으…
그 즉시, 허무의 문이 멀어지고 있었다.
눈앞에 닥친 문제를 당장에 해결하고 싶다는 마음에 너무 큰 욕심을 가졌던 것일까? 강설은 어쩔 수 없이 현실로 되돌아왔다.
‘우선은, 시련부터다.’
한눈을 파느라 이런 석상에 당한다면 그것만큼 어처구니없는 일도 없을 것이다.
“석상이 더 있다! 감각에 집중해!”
“석상이 더 있다고? 어쩐지!”
강설의 말에 확신을 얻은 치우와 혜명. 그들은 서둘러 강설이 있는 위치로 모여들었다.
후우웅…
터어엉-!
후우우우우웅…
[치우가 돌풍 휩쓸기를 사용합니다.]
[짧은 시간 원소 피해가 물리 피해로 변환됩니다.]
치우의 양쪽 팔에 와류가 휘감겼다.
타아아아아아앙-!
마치 총을 격발하듯, 치우가 석상의 가슴을 양 손바닥으로 후려치자 손바닥 모양의 직인이 석상의 가슴팍에 새겨졌다.
콰지지지지직!
치우의 공격에, 석상은 가슴의 균열을 시작으로 산산이 조각났다.
“나는 아직 안 보여! 그러니까 내가 석상들을 맡을게!”
“알았어!”
[혜명이 불통을 사용합니다.]
[짧은 시간 모든 공격이 밀치기 효과를 가집니다.]
휘리릭-!
혜명의 봉이 회전하며 석상들을 후려쳤다.
투둥!
투우우웅!
자꾸만 에워싸며 모여드는 석상들을 혜명이 밀쳐내고 치우가 조각냈다.
콰지이익-!
강설은 그사이 그들에게 보이지 않는 원숭이 석상의 숫자를 차근차근 줄여나갔다.
콰가가가가각!
타아아앙-!
“소리는 들리는데 보이지 않으니 미치겠네….”
“난 곧 보일 것 같다.”
“어어… 사실 나도!”
– 확신) 치우는 거짓말이다.
– 치우 백퍼 안 보임 ㅋㅋㅋ
그런데,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드드드드…
부서졌던 석상들의 몸이 다시 짜 맞춰져 원상태로 돌아오는 것이 아닌가.
‘이게 아니야….’
시련을 돌파하는 것이, 단순히 원숭이 조각상들을 전부 부순다 해서 될 일이 아닌 것 같았다.
왜냐하면.
드드드드드…
애써 부쉈던 원숭이 석상들 또한 눈에 보이는 석상들과 마찬가지로 피해를 수복하고 있었으니까.
“제길! 줄어들지를 않는데?”
“이럴 수가… 원숭이? 이렇게 많다니….”
혜명은 원숭이 석상을 드디어 볼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그리고 그들이 뿜어내는 수적 우위의 위압감에 당황한 듯 보였다.
‘처음보다 수가 늘었어. 어째서? 그리고 왜 원숭이인 거….’
스윽…
강설은 문득, 이 공간에 진입했을 때 기이하게 생각했던 사실을 한 가지 떠올려냈다.
그의 시선이 천장에 설치되어 있는 사슬로 가 닿았다.
사슬에는 원숭이 석상들이 잔뜩 매달려 있었다. 잔뜩 붙어있는 그 모습이 기괴하기도 했지만, 지금 중요한 건 다른 사실이었다.
사슬에 매달려 있는 석상 중, 특이한 녀석이 있었다.
그 실체를 확인하자마자 강설은 저 녀석이 이 시련을 돌파할 열쇠라는 판단이 섰다.
‘황금 원숭이!’
황금 원숭이 석상이 사슬에 매달린 원숭이들에게 둘러싸여 보호받고 있었다.
후우우웅-!
쿠지익!
“크윽… 방법이 없는 거야?”
점차 공세를 막아내기 버거워하는 치우에게 강설이 전했다.
“천장! 천장이다!”
강설이 천장을 언급하자, 혜명이 눈살을 찌푸렸다.
“나도 보여.”
“나도, 이번엔 정말이야.”
파아아악-!
콰자자작!
치우는 농담이 아니라는 듯 원숭이 조각상의 머리를 후려쳐 날려버렸다.
모두가 원숭이 조각상의 존재를 인지하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상황이 금방 호전될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머뭇거리는 사이 원숭이 석상들이 떼로 몰려든 것이다.
“천장까지, 한 번에 간다.”
까드득…
치우가 이를 꽉 깨물고 바람을 모았다.
후우우우우웅…
그의 몸이 금빛으로 빛났다.
[치우가 선풍각을 사용합니다.]
[발차기에 적중한 상대는 높은 확률로 넘어집니다.]
[상승하는 바람이 발생합니다.]
후우우우우우웅-!
회전하는 치우의 몸.
그러나 부딪히는 것은 아무도 없었다.
애초에,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해 사용한 능력이 아니었으니.
콰아아아아…
막대한 바람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치우가 회전을 멈췄다.
“지금!”
그가 소리치자 강설과 혜명이 각기 치우의 양손에 신형을 얹었다.
“으아아아!”
[치우가 연계 : 용오름을 사용합니다.]
[일정 범위 내의 적에게 원소 공격력에 기반한 폭풍이 타격을 줍니다.]
콰아아아아아아-!
그 힘으로 높게 상승하는 강설과 혜명.
둘은 천장까지 금세 올라설 것처럼 보였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턱!
턱!
원숭이 석상이 그들의 진로를 방해한 것.
애써 만든 기회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제길!’
토산이 쌓이듯, 원숭이 석상들이 무리의 어깨를 밟고 강설과 혜명을 노렸다.
순간, 강설과 혜명의 시선이 교차했다. 그 찰나는 정말로 신기한 감각을 가져왔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아.’
눈빛에서 전해지는 의지만으로, 서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확히 느껴졌다.
정신의 힘이라는 와탈라의 무기를 얻게 된 그들은, 이전과는 다른 완벽한 교감에 다다랐다.
마치 한 몸처럼.
휘릭-!
휘릭-!
강설은 몸을 회전해 바닥을 향하고 혜명은 반대로 천장 쪽을 바라봤다.
“가!”
투우웅-!
맹렬히 내뻗은 혜명의 손.
강설은 마주 손을 내뻗어 혜명의 손을 밀어젖혔다.
그의 몸이 다시 한번 크게 상승했다.
촤르르르륵-!
추락하는 혜명을 뒤로한 채, 강설은 재빨리 사슬을 낚아챘다.
[깨달음! 능력이 강화됩니다.]
[지속 : 공명이 지속 : 이심전심으로 강화됩니다.]
촤륵-!
촤르륵!
사슬을 순식간에 건너뛴 강설.
황금 원숭이 석상이 당황하여 다른 원숭이 석상들의 틈바구니로 숨으려 했다.
스릉-!
강설이 검을 앞으로 쭉 내뻗었다.
‘제길, 모자라!’
사슬에 얽매인 탓, 주변 원숭이 석상들이 방해한 탓에 공격이 조금 짧은 감이 있었다.
하지만, 그가 휘두른 검은 비탄이었다.
“잡을게!”
휘리릭-!
마치 뱀처럼 늘어나 원숭이들 사이를 돌파하는 비탄.
이렇게 되면 힘은 약해지더라도 상대에게 닿을 수는 있었다.
타아아앙-!
정확히 황금 원숭이의 미간에 때려 박히는 검첨.
“내가 잡았어!”
쩌저저적…
콰자자자자작!
그 일격으로 황금 원숭이의 몸에 실금이 그어지더니 쩌저적 하고 갈라졌다.
우뚝-!
모든 석상이 순식간에 정지했다.
“허억… 허억….”
“하아아… 휴우우….”
후우웅…
쿵-!
자세를 바로 하며 바닥으로 내려온 강설.
지상에선 석상들이 한데 모여 모습을 변화하고 있었다.
철컥…
철컥…
그들은 몸을 구부리고 차곡차곡 포개어졌다.
드드드드드드…
천장의 한쪽이 개방되며, 석상들이 그곳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변했다.
* * *
한편, 고초를 겪고 있는 것은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아악! 아아아아악!”
끔찍한 비명을 내지르며 머리를 걸상에 치댄 채로 괴로워하는 여인.
강설 일행을 그림 속으로 들여보낸 영안족 여인 미아였다.
“하아… 하아아….”
과거가 아닌 현재에 존재하는 미아는 파리해진 안색으로 변화를 겪고 있었다.
물밀듯이 밀려드는 새로운 기억들.
기존의 기억에 덧씌워지는, 유물회 3인방과의 일화들.
부르르…
몸을 떤 미아는 유리알 같은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아아… 아아아… 모든 것을… 모든 것을 알게 됐어.”
과거에 그녀를 찾아왔던, 3인의 유물회의 진정한 정체를.
아니, 그것은 과연 맞는 표현일까?
그들에 대한 기억들이 그림을 통해 과거를 바꾸었기에 만들어진 새로운 기억일까?
그게 아니면 그들이 그림으로 들어간 것이 원래부터 정해진 시간의 길을 밟아오며 마주한, 정해진 운명인 걸까?
만일 그렇다면, 그들의 운명 또한 미리 정해진 것은 아닐까?
아직은, 답을 알 수 없다.
덜컥…
덜컥…
푸스스스…
잔뜩 모여 있던 그녀의 그림들이 꽃잎이 되어 흩날렸다.
그슨대가 과거의 미아가 미처 챙기지 못하고 남겨두고 간 그림을 전부 불태웠기에 벌어진 일.
“안 돼… 가지 마!”
과거를 붙잡고 사는 그녀에게 있어서 더없이 소중한 건 그림이었다.
기억의 조각이나 마찬가지인 그녀의 그림.
이번 시도를 마지막으로, 그녀는 힘을 잃었기에 남은 그림이 소멸하면 그녀에겐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
“으흑… 흑… 내게서 빼앗아 가지 마. 그 사람의 흔적을….”
흩어지는 그림을 붙잡고 한참을 흐느끼던 미아. 강설에겐 태연한 척 굴었지만, 사실 그녀는 병들어 있었다.
마음에 자리한 깊은 병은, 그녀를 피폐하게 만들었다. 저주받은 삶을 그녀 스스로 다시 한번 저주하게 했다.
눈물을 쏟아내면, 근심이 비워질까.
그러나 아직, 사라진 그림보다도 더 큰 근심이 그녀에게 자리하고 있었다.
“맙소사… 안 돼…. 이대로는… 이대로는….”
광야령을 얻기 위해 과거를 찾아 떠난 그들. 그들은 어떻게 되는가.
미아는 서책의 마지막 장을 들춰본 사람이다.
과거에서 이어진 기억을 가졌기에, 그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있었다.
아직 바뀌지 않은 미래인가.
그도 아니라면 이미 정해졌기에 바꿀 수 없는 과거인가.
그들의 앞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그들은… 모두 죽을 거야….”
과거를 바꾸지 않으면, 모두 죽는다. 그녀의 뒤섞인 기억들엔, 그슨대에게 넝마가 되어 사망한 유물회의 3인의 모습이 떠올라 있었다.
“막아줘… 제발!”
과거를 건드린 것은, 잘못된 일이었던 것일까.
아직은, 그 답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 * *
타닥…
탁…
“자두지 않아도 되는 거야?”
“난 회복이 빠른 편이라.”
“하하하! 그 점은 같군.”
불가에 앉아 혜명과 강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두 번째 시련을 통과한 후, 계단을 통해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걸었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었다.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길게 이어진 길 때문에 강설 일행은 강행군을 해야 했다.
유적에 들어와 이것으로 이틀째가 저무는 듯한 느낌.
다음 시련이 이뤄지는 공간을 코앞에 두고서야 그들은 휴식다운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이틀째,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하는 상황은 설홍은 그렇다 하더라도 미아에게는 굉장히 괴로운 상황이었다.
강설과 혜명, 그리고 치우.
넓게 보아 설홍까지도 무인이라 볼 수 있었으니… 그들은 고단한 행군을 지속할 수 있었지만, 미아는 고열과 몸살에 시달렸다.
그 때문에 잠시라도 미아의 체력을 회복시키기 위해 잠깐의 휴식을 취하는 일행.
그 잠깐의 휴식 시간조차, 강설과 혜명은 잠들지 않았다.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생각했기에.
“하아아….”
타오르는 불씨를 보며 한숨을 쉬는 혜명.
“…고민이 있는 눈치네.”
“너무 내 마음을 잘 알아채지 말라고. 와탈라의 힘은 그런 데 쓰라고 만들….”
“아니, 한숨을 쉬길래 한 말이야.”
“…난 또.”
혜명은 한차례 미아의 잠든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고민인가.’
혜명을 움직일 때, 수도 없이 떠올랐었던 선택지.
그가 미아와 엮이고 나서부터는 어쩔 수 없이 계속해서 선택해야 했던 문제였다.
“내 얘기 좀 들어주지.”
“…얼마든지.”
“미아에 대한 얘기야. 아니, 정확히는 내 문제인가?”
“저번에 들은 것 같은데.”
혜명이 가진 고민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강설은 태연하게 모르는 척했다.
“그것과는 다른 문제. 미아의 능력에 대해 내가 말한 적 있던가?”
“…아니. 부족에서 내쳐졌다는 것만 들었었지.”
혜명은 굳은 표정으로 설명했다.
“미아의 그림은 위험해.”
“…….”
“과거를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지. 듣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히지?”
“부족에서 내쳐진 이유를 알겠네. 일개 영안족이 지킬 수 있을 만한 힘이 아니야.”
“그래, 그만큼 위험한 힘이야.”
혜명은 어쩐지 기운이 없어 보였다.
그 자신에게 확신을 갖지 못한 듯한 느낌.
“미아에겐 그림이 전부야. 그림을 그리는 순간이 가장 즐겁다고 하지. 태어나길 잘했다면서, 하하….”
일그러지는 혜명의 얼굴.
“나는… 미아가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그림을 그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
“미아의 행방을 알고 있는 자들은 계율까지 어겨가며 모두 죽였어, 하지만… 난….”
“떠날 셈이지?”
“…그래. 언젠가 난 그녀의 곁을 떠나야 해.”
그럴 것이다.
혜명은 언제까지고 미아를 지켜줄 수 없다. 혜명으로 살았던 강설은 어렸을 적, 그 방법만이 옳다고 여겼다.
혜명은 언젠가는 미아를 떠날 운명이었으니까.
‘그 판단, 틀렸을지도 몰라.’
지금에 와서 홀로 남은 먼 훗날의 미아의 모습을 돌이켜 보았다. 혜명이 떠난 후, 그림을 저버린 그녀는 뭔가 어긋나 있었다.
혜명이, 아니 자신이 미아에게 그런 미래를 선고한 것이다.
‘비슷하네.’
어쩌면 지금의 강설과 혜명의 처지는 비슷했다.
혜명은 미아를 떠날 것이고, 강설은 설홍을 떠날 것이다.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는 언젠가 올 테니까.
“미아가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세계는 멀쩡할지도 모르지.”
“…그래.”
“그렇지만, 미아가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그녀의 세계는 확실하게 어긋날 거야.”
확신하듯 말하는 강설.
그런 강설의 눈을 혜명이 마주했다.
“…어째서 확신하듯 말하는 거야?”
“그건….”
혜명의 행동을 바꾸는 것으로, 지금 그를 움직이고 있는 강설 자신의 판단을 바꿀 수 있을까?
그것은 알 수 없는 일이다.
혜명이 단지 강설의 의지로만 움직이는 말이었다면, 이런 일련의 행동들이 전부 쓰레기통에 처박힐 만큼 가치 없는 일일 테지만, 그는 인형처럼 단순하게 행동하는 평범한 말이 아니었다.
‘고집불통이었으니까.’
혜명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뭐, 생각해보니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네. 고마….”
그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강설이 그의 말을 가로채며 화제를 돌렸기 때문이다.
“이럴 수가… 서둘러, 전부 깨워야 해….”
“…뭐라고? 갑자기 그게 무슨….”
츠즈즈즛…
강설이 몸을 떨며 일어났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느껴지는 막대한 귀기가 그의 감각을 일깨웠다.
‘그슨대… 어떻게!’
아직, 유적의 문이 열리려면 하루는 남았을 텐데.
‘설마…? 강제로 유적의 문을 뚫고 들어왔다고?’
그 의심은 점점 커져만 갔다.
다른 귀기는 느껴지지 않는 것이, 기다림을 참지 못한 그슨대가 홀로 유적을 뚫고 들어온 것 같았다.
‘빌어먹을….’
강설이 그슨대가 다가오고 있는 방향을 바라보고 말했다.
“놈이… 유적의 문을 뚫고 들어왔어.”
혜명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놈이라면… 우리를 쫓던 그….”
“…그래.”
“어째서! 하루가 더 남았을 텐데… 설마 강제로 개입한 건가? 그게 가능하다고?”
강설이 광야령이 잠들어 있을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제는 광야령 획득보다도, 일행이 무사히 유적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걱정해야 할 것이다.
너무 많은 것이 달라져 버렸으니.
모든 순간이 그들을 옥죄어왔다.
그그그그긍…
입구에서부터 그슨대가 관문을 쳐부수고 있는지 유적이 진동했다.
그 순간, 강설의 시야가 일변했다.
암흑천지가 그의 사방을 메우고, 거대한 장막이 드리웠다.
강설은 발치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발이, 어둠을 디디고 있었다.
쿵…
쿵…
쿵…
거대한 문이, 신화 속 괴수에게 들이받히기라도 한 듯 뒤흔들렸다.
문 너머에서, 소리가 새어 나왔다.
– 머뭇거리는 건, 여전하군.
“너….”
– 이번에도 이 몸이 부숴줘야 하는 거냐?
문 너머에서 광소가 들려왔다.
드드드드드드…
그 웃음에 문이 세차게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