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273
제272화
지이이잉…
알아보기 힘든 형태의 문장에 빛이 들어왔다.
– 이건 아직 법구를 얻지 못했는데, 저 녀석의 머리가 딱이겠어.
[칠흑의 근원력이 작용합니다.]
휘리리릭-!
순간, 카루나의 몸을 쟈마드의 손에서 흘러나온 기운이 뒤덮었다.
[근원력 : 그림자 유희를 사용합니다.]
[그림자 유희의 대상과 시전자는 모든 능력치가 20% 상승합니다.]
[그림자 유희의 대상은 시전자와 감각을 공유합니다.]
[알려진 그림자 유희의 정보가 부족합니다.]
“이게 무슨….”
– 자, 어디 한번 시험해보자고.
팟-!
팟-!
콰아아아앙-!
동시에 양쪽으로 나뉘어 그슨대에게 뛰어드는 카루나와 쟈마드. 그들이 서 있던 자리를 그슨대가 뒤늦게 후려쳤다.
‘이게 대체….’
신기하게도, 강설에게 카루나의 감각이 스며들어왔다. 쟈마드의 감각은 밤까마귀 형상을 이루고 있었으니 그렇다 쳐도 떨어져 있는 카루나의 기운까지 느껴질 줄이야.
‘네가 말한 불사, 그 녀석의 책장에서 발견한 고대 경전이다.’
‘…뭐?’
‘말하자면 도둑질이지, 나도 처음 사용해 보는 힘이야. 왜, 도둑질이라고 하니 꺼려지나?’
콰아아아앙-!
관자놀이를 후려치는 밤까마귀.
강설이 코웃음을 흘렸다.
‘아니, 익숙해.’
쟈마드가 웃었다.
“그거 잘된 일이군.”
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앙-!
“죽인다아… 죽인다아아아!”
천수관음이라는 거창한 이름과는 달리, 그슨대는 단단한 가죽을 가진 맹수처럼 행동했다.
이성을 버리고 강인한 육체를 얻은 것일까.
카아앙-!
파아아아악!
그 판단이 옳았는지 틀렸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실제로 쟈마드와 카루나의 공격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었으니. 아니, 밤까마귀 상태인 쟈마드의 공격은 그런대로 먹혀들었으나 그렇지 않은 카루나의 공격은 여러 번 튕겨 나왔다.
‘뚫기 쉽지 않아….’
파팟-!
서로 감각을 공유하니, 보다 나은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한쪽은 틈을 벌리고, 한쪽은 공격을 쑤셔 넣는다.
콰직…
후우우우웅…
“크윽….”
그렇다 할지라도 쉽지 않은 싸움.
‘이봐, 강설.’
‘…왜?’
‘이제 네게 주도권을 넘기겠다.’
‘뭐? 어째서?’
지금껏 줄곧 그슨대와 앞장서서 싸운 것은 쟈마드였건만, 싸움의 긴장이 최고조로 달한 지금 어째서 주도권을 넘기려는 것일까.
‘그래야 하니까다.’
‘무슨….’
되돌아온 쟈마드가 밤까마귀를 이룰 때, 그는 이렇게 말했었다.
– 동화되어라, 강설. 우선은 이해가 먼저다.
당시엔 상황이 급박해 흘려넘겼었지만, 동화보다 중요한 말이 있었다.
‘이해?’
새로운 주술에 대한 이해라고 넘겨짚었었지만,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쟈마드가 갑자기 강설에게 밤까마귀의 주도권을 넘겼다.
‘나는 널 돕겠다, 어디 날뛰어 봐라.’
‘갑자기 그게… 어?’
육체의 주도권을 찾아오자 느껴지는 거대한 힘.
‘이건….’
‘그래, 너도 느꼈군.’
강설은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치직…
그의 눈이 감각을 공유하는 카루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파지지직!
들판에 번개가 내리꽂히는 듯한 감각.
모든 솜털이 쭈뼛 서게 만드는, 기이한 힘.
‘그래… 이건….’
후우우우우웅…
고개를 숙이며 그슨대의 손을 피할 때에도 카루나의 모든 것이 느껴졌다.
카루나가 움직일 때 발생하는 공기의 흐름, 근육의 움직임, 검은 파동이 향하는 방향 그리고 그의 시선이 향하는 다음 목표까지.
전부 느껴졌다.
그 순간.
[몰아(沒我)의 시간이 찾아옵니다.]
[짧은 시간 깨달음이 찾아올 확률이 대폭 상승합니다.]
흐르는 땀방울 하나까지 전부 느껴지는 이 상황.
아직, 아직이었다.
갈증이 해소되지 않았다.
이것은 어떠한 움직임, 혹은 공격의 활로를 찾는 그 절박함이 아니었다.
더 나은, 더 위대한 길에 다다르는 험로.
감각이 일깨워지며 각성 상태에 접어든다.
그리고 이 모든 감각이 카루나의 시선을 다시 한번 접하며 해방되었다.
치지지지지지직-!
[선지안이 공명합니다.]
[깨달음! 새로운 능력을 깨우칩니다.]
[밤까마귀 : 철새를 깨우칩니다.]
그 순간, 강설의 육체와 정신은 어딘가로 날아갔다.
[밤까마귀 : 철새를 사용합니다.]
[‘삼라만상의 쟈마드’와의 밤까마귀 형상을 해제합니다.]
[‘삼라만상의 쟈마드’는 대기 상태입니다.]
[‘월광 기사 카루나’와 밤까마귀 형상을 취합니다.]
[밤까마귀 : 철새는 현재 최대 5회까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밤까마귀 : 철새를 사용할 때마다 모든 능력치가 10%씩 상승합니다.]
어떤 준비 동작도, 어떤 불협화음도 없이 곧장 카루나와 융화한 강설.
카드드득!
급작스럽게 변한 카루나의 기운.
【어라? 나는 왜….】
비탄이 강설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인지, 비탄 또한 자리를 바꿔 어느새 카루나의 검과 합쳐져 있었다.
폭증한 기운이 비탄에 실렸다.
콰지지지직!
비탄을 휘둘러 그슨대의 손을 끊어내는 강설.
돌파를 시작했다.
콰지직!
콰지이이익!
후후훙-!
사방에서 날아드는 손, 이대로라면 공격의 흐름이 끊어질 것이다.
다시 한번, 선지안에서 벼락이 쳤다.
파지지직-!
[밤까마귀 : 철새를 사용합니다.]
[‘월광 기사 카루나’와의 밤까마귀 형상을 해제합니다.]
[‘월광 기사 카루나’는 대기 상태입니다.]
[‘삼라만상의 쟈마드’와 밤까마귀 형상을 취합니다.]
이내 시점이 뒤바뀐다.
아니, 감각을 공유하고 있었으니 그저 선택한 것일 터다.
【아아! 또!】
비탄이 투갑에 덧씌워진 상태로 비명을 질렀다.
콰직-!
콰지지직!
강설은 카루나를 노리느라 빈틈이 생긴 그슨대를 말 그대로 때려 부쉈다.
몸놀림은 아까보다 훨씬 가벼워졌고 주먹엔 더 큰 힘이 실렸다.
“크아아아악!”
이제, 위기를 직감한 것인지 비명을 지르는 그슨대.
단단한 육체는 강설 앞에서 모래처럼 부서지고 있었다.
후후훙-!
이번엔 다시 쟈마드를 노리고 날아드는 손아귀들.
파직-!
[밤까마귀 : 철새를 사용합니다.]
재차, 카루나의 기운이 솟구치자 그슨대의 움직임도 예상했다는 듯이 카루나에게로 향했다. 반복된 상황에서 뭔가 이상함을 느낀 것이다.
그러나, 강설 또한 변주를 준 것뿐이다.
[밤까마귀 : 철새를 사용합니다.]
다시금, 허술해진 틈으로 쇄도하는 쟈마드.
【우웨에엑! 어지러워!】
비탄이 잦은 이동에 어지러움을 호소했다.
그슨대의 품이 바로 코앞이었다.
하지만, 그를 가로막는 손이 아직 남아 있었다.
후우우우웅…
밀어닥치는 그슨대의 손.
그슨대는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카루나와 쟈마드를 2개의 개체로 인식했기에, 그들의 움직임이 만들어낸 일련의 흐름을.
스르으으으응-!
카루나의 검에 절단되는 그슨대의 손.
감각을 공유한다는 건, 그만큼 유기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거나 다름없었다.
“이….”
다급한 모습으로 다른 손을 끌어오는 그슨대.
그러나 그 행동은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쟈마드의 손이 크게 부풀었다.
[선지자 태세로 전환합니다.]
[모든 공격에 불길이 옮겨붙습니다.]
[충격 지점에 폭발이 일어납니다.]
[충격 지점에 뇌전이 퍼집니다.]
[충격 지점에 여진이 발생합니다.]
[지속 : 옮겨붙는 불길이 적용됩니다.]
[지속 : 뜨거움과 따스함이 적용됩니다.]
[지속 : 찌릿찌릿이 적용됩니다.]
으드드드득-!
거대해진 그의 손이 그슨대의 가슴팍으로 향했다.
[밤까마귀 : 철권통치를 사용합니다.]
[그림자 손이 지속 : 옮겨붙는 불길에 영향을 받습니다.]
[그림자 손이 지속 : 뜨거움과 따스함에 영향을 받습니다.]
[그림자 손이 지속 : 찌릿찌릿에 영향을 받습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며 온몸에 금이 가는 그슨대.
쩌저저저저저저적-!
“어… 어어어….”
그슨대는 말을 잇지 못했다.
쟈마드가 그의 눈과 마주하며 작별했다.
– 미지에 온 걸 환영하마, 귀신.
“어… 으어….”
쟈마드가 허무에서 돌아왔다.
그리고 곧, 그슨대가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그슨대를 처치했습니다.]
[특수 업적 ‘쾅짝휙’을 달성합니다.]
[특수 칭호 「오른팔을 베어낸 자」를 얻습니다.]
[대장정의 중간 정산이 이루어집니다.]
[악령의 유품을 획득합니다.]
……
* * *
“허억… 허억… 같이 가 혜명!”
“늦으면 안 돼! 먼저 갈게, 치우! 미아를 부탁해!”
“제길, 알았어!”
시끄럽게 떠들어대던 황금 신상이 아까부터 조용해졌다. 그것이 혜명을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강설… 부디, 무사해라!’
강렬한 염원이 닿기를.
그가 벌어다 준 이 값진 시간을 통해 마침내 혜명은 광야령에 닿았다.
한눈에 보기에도 황홀하게 빛나는 이 방울은, 귀기와 정반대의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아니, 모든 악과 반대되는 기운을.
그리고 혜명이 얻게 된 건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후우우우웅…
지금 혜명의 몸은, 마치 모닥불이 타오르듯 불길을 휘감고 있었다. 그 불길이 찬란한 황금빛이라는 것이 모닥불과 다른 점이었지만.
광야령과 접촉하는 순간, 깨우치고 만 것이다.
황금 신상에 숨겨진 힘을.
와탈라의 진정한 힘을.
그리고 분명, 이 힘이라면….
‘추격자를 상대할 수 있어. 강설을 구할 수 있다!’
강설과 함께 추격자를 상대할 수 있다면 상황이 조금 더 희망적이겠지만, 솔직히 그것까지는 바라지 않았다.
‘어떻게든 살아만 있어 줘, 강설.’
그에게 받은 은혜와 기적을 어떻게든 갚고 싶었다.
감정의 동요는 깨달음에서 멀어지게 만들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절박함과 간절함이 만들어내는 감정의 폭풍은 그 자체로 혜명에게 또 다른 차원의 힘을 끌어내게 했다.
휘오오오오오…
파지지직…
그가 내달리는 걸음걸음마다 벼락이 치는 듯한 굉음이 들려왔다.
그것이, 짧은 시간에 강설과 헤어진 장소에 거의 다다를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저기… 저 문만 넘으면!’
콰아아아아앙-!
문을 걷어차 날려버리는 혜명.
이미 그는 거칠 것이 없었다.
지금이라도 광야령을 울리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아깝기는 했지만, 방울을 울려 강설이 목숨을 부지할 수만 있다면 이깟 방울 얼마든지 울릴 수 있었다.
“강설! 어디냐!”
싸움의 여파 때문인지, 주변 지형이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얼마나 처절하게 싸운 것인지 길은 처음의 형태를 기억하기 어려울 만큼 훼손되어 있었다.
“맙소사… 안 돼!”
추격자의 힘의 잔향이 느껴졌다.
그리고 또 알 수 없는 다른 힘까지.
이 힘에 찢겨 죽은 것일까?
“강설! 대답해! 어디냐!”
팟-!
파아앗-!
와탈라의 힘으로 부유하는 잔해들.
그리고 그곳을 날 듯이 건너뛰는 혜명.
“…혜명.”
끝을 알 수 없는 어둠 속에서, 강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혜명은 심장이 저 밑으로 떨어지는 듯한 감각을 맞이했다.
“광야령을… 광야령을 찾았어. 놈은….”
혜명은 어둠 너머를 꿰뚫어 보기 위해 노력했다.
“어디….”
그는 막상 그렇게 말을 내뱉었지만, 정답을 이미 알고 있었다.
어두운 공간 속, 부유하는 거대한 존재의 시체를 그 눈에 담고 있었으니까.
강설이 부유하는 잔해에 앉아 고개를 반쯤 돌리고 혜명에게 답했다.
“이젠… 됐어.”
처참하게 박살이 난, 그슨대의 시체가 공허하게 떠올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