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278
제277화
빠지지직-!
씨앗의 균열은 순식간에 씨앗 전체로 퍼져나갔다.
황금빛 기운이 더욱 진해졌다.
후우우우우웅…
퍼져나오는 빛에 미아를 제외한 모두가 손바닥으로 눈으로 들어오는 빛을 조금 차단했다.
쩌저저저저저적!
스으으으…
신비로운 안개와 함께, 씨앗 안에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깨어났다.
가장 먼저 그 존재를 확인한 강설을 포함해,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이 당황할 수밖에 없는 등장.
[일체분신이 탄생합니다.]
[일체분신은 사역자에게 복종하는 거울과 같은 존재입니다.]
벌거벗은 인영이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휘황찬란한 빛이 퍼져나가고 있는 인영을 향해, 강설이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스윽…
“강설! 위험한 거 아니냐?”
치우가 강설을 말리려 했으나, 강설은 손사래를 치며 걱정은 괜찮다고 전했다.
강설은 인영의 고개를 살짝 들게 했다.
“…….”
눈.
인영의 눈이 강설과 똑 닮아 있었다.
강설은 그 순간, 깨달았다.
‘이건… 나와 연결된 존재다.’
어떻게 지금 당장 이해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 일체분신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까지 머릿속에 떠올랐다.
일체분신의 입이 열렸다.
“신기하네….”
“마, 말을….”
“말했어….”
분신이 말을 하자 모두 화들짝 놀라 강설을 쳐다보았다.
강설은 으쓱하며 답했다.
“지금 내가 말하고 있는 거야.”
스으으…
허무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우르도, 이러한 일체분신의 원리에 감탄하고 있었다.
– 호오… 놀랍군. 사역자와 감응하는 독립체라니, 자아는 확립되어 있는 건가?
‘그게, 있기는 한 것 같은데 기운이 미약해.’
– 자아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험한 힘이다. 언제고 사역자에게 반기를 들지 모르는 일이니까.
‘근데, 크게 걱정할 필요까진 없는 것 같아.’
– 어째서지?
‘자아의 기운이 미약한 반면에 자각은 확실하게 각인되어 있어.’
우르가 놀랐다.
– 그 말은, 본인의 처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다는 거냐?
‘응, 그런 것 같아.’
– 그렇군…. 이제야 알겠어.
‘뭘?’
– 어째서 시간이 이렇게 필요했던 건지 말이다. 자신과 똑 닮은 피조물을 만들어내는 건 어려운 일이긴 하다만 이렇게 오래 걸릴 일은 아니거든. 하지만 절대적으로 충성하면서 스스로 사고까지 해내는 분신은 필시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하겠지. 재밌군.
스윽…
강설이 일어서자, 분신 또한 일어섰다.
몇 가지 검증을 더 보태어 한 강설은 앞으로 이 분신이 요긴하게 쓰일 것이라 확신했다.
고오오오오…
강설이 손을 내뻗자, 검은 기운이 황금 분신을 뒤덮기 시작했다.
휘리릭-!
휘리리릭-!
[일체분신이 사역자와 동화합니다.]
“맙소사….”
“저거… 강설이잖아?”
일체분신의 모습은, 눈앞에 있는 강설과 완전히 똑같았다. 옆에 있던 설홍과 치우마저도 헷갈릴 정도로 흡사했으니, 다른 이들이라면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 주인님… 그놈은… 가짜에요…
– 제가… 진짜…
강설은 분신의 몸을 쿡쿡 찌르거나 몇몇 부위의 살갗을 확인하는 등의 행동을 취하고는, 그를 빨아들였다.
휘리리릭-!
스으으…
그림자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강설의 일체분신.
– 수명은?
‘그런 건 없는 것 같아.’
– 공격을 받으면 어떻게 되지? 네게도 피해가 가나?
‘알아챌 순 있지만, 피해가 미치지는 않는 것 같아. 분신도 잠시 흩어질 수는 있어도 내가 살아서 마력을 공급하는 이상 계속 재생할 수 있는 것 같고.’
– 완벽하군! 와탈라인지 뭔지 하는 기분 나쁜 녀석이 네게 꽤 큰 선물을 줬구나.
강설은 잠시 자신의 손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아직, 활용하기도 전이었지만 분명 이 능력이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
* * *
그렇게, 시간을 넘나든 약속은 지켜졌다.
한참을 앉아서 즐겁게 이야기하던 강설 일행은 슬슬 작별을 준비했다.
강설을 배웅하는 미아는 웃고 있었다.
“미아, 앞으로는 어쩔 계획이야?”
“이곳에 남아, 그림을 그릴 거예요. 그리고… 혜명을 기다릴 거예요.”
“…….”
“미련하다고 생각하지 마셔요, 혜명이 말했거든요, 언젠가 돌아오겠다고.”
“그럼 언젠가는 돌아오겠군.”
방황하던 미아는 이제 없었다.
‘많이 달라졌어.’
이렇게 엮이게 될 줄은 짐작조차 못 했었지만, 이제는 애틋하기까지 했다.
강설은 미아에게 마지막 말을 남겼다.
“평안을 얻었기를, 미아.”
“…덕분이에요, 강설. 저는 지금 행복하답니다. 당신도 언젠가 안식을 찾기를.”
그렇게 자리를 벗어나는 강설 일행.
이제 급한 일은 해결했고 자잘한 문제들을 처리해야 했다.
우선, 혜명과의 접촉이 설홍과 치우의 무엇을 바꾸어놓았는지부터.
이에 대해 강설이 그들에게 묻자, 치우와 설홍은 고개를 갸웃했다.
“당장엔 큰 변화가 없구나.”
우선, 머리칼이 일부만 변한 설홍.
그녀는 무엇이 바뀌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난….”
반면, 치우는 대답을 망설였다.
“너무 많은 게 바뀌어서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 혜명이 내게 남긴 게 너무 생생해. 어떻게 이걸 모르고 있던 거지?”
모르고 있던 게 아닐 것이다.
혜명이 자신을 떠올린 후에 깨우칠 것이라 했으니, 마땅히 그리한 것이겠지.
치우의 기운은 전과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도움을 줬구나, 혜명.’
아마 혜명이 강설을 찾았다면, 그에게도 큰 도움을 줬을 것이다.
강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우르가 말을 걸어왔다.
– 조만간 도시에 좀 들러야 할 것 같은데.
‘도시?’
– 그래, 능력 나무 말이다.
그동안 능력 점수를 잔뜩 쌓았으니 이것을 이용해 뭐라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거기다 일체분신까지 얻었으니, 이것저것 건드려 볼 여지도 있었고.
‘그러고 보니… 용쟁을 치르느라 계속 움직였구나.’
모든 신경이 설홍의 용쟁에 쏠려 있었으니 뒤로 밀린 현안들도 있었다.
‘그래도 광야령 회수가 끝났으니 당분간은 걱정이 없겠지.’
그러나 그것은 강설의 바람이었을 뿐, 실제로 이루어진 일은 아니었다.
몇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나타난 기록관들을 통해 알게 된 사실.
– 사망화, 설홍.
“…예.”
– 그대들의 실종에 관한 변명은 없는가?
그것은 설홍과 치우, 그리고 설홍의 용석인 강설이 며칠간 실종되었다는 사실이었다.
미아의 그림 속으로 사라진 후, 현실은 약간이나마 뒤바뀌었다. 이것은 그 뒤바뀐 현실을 따르는 후폭풍이었다.
‘…실종? 기록관들이 우리의 흔적을 놓쳤었구나!’
기록관들이 그림 속 과거까지 따라올 수도 없었을 테고, 뒤바뀐 현재에 설홍의 흔적을 뒤쫓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그건….”
설홍과 강설은 시선을 교환했다.
굳이 세세하게 밝힐 필요까지는 느끼지 못했으니 적당히 둘러대야 마땅했다.
설홍은 기록관에게 적당히 설명했다.
시련에 도전하다 사고에 휘말려 잠시 위치를 벗어났었다고. 기록관들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는 눈치였지만 그것을 엄밀히 검증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거기다, 그들에게는 다른 중요한 문제가 있는 듯 보였다.
– 용화여, 다음 시련 내용이 결정되었다.
“그게 무슨… 이번 시련은 한동안 용화 스스로 선택하기로 되어 있던 것 아니었습니까?”
– 분명 그러했을 것이다. 하나,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소식이 끊어졌기에 변경된 사안이 네게 전달되지 못한 것이다. 칸 제국은 현재, 역도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강설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설홍과 치우를 바라보았으나, 그들도 아는 게 없는 것 같았다.
“역도라니… 그 누가 용제 님께 반기를…”
– 마(魔)다.
“…예?”
– 마물과 귀신의 준동이 일어 칸 전역이 큰 도탄에 빠져 있다. 이에 용제께서는 군까지 동원하여 대륙 곳곳에 구원의 손길을 뻗고 있으나,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만큼, 마가 일어난 것이 조직적이고 거대한 움직임이라는 의미겠지.
“그럴 수가….”
– 이에 모든 용화에게 용제의 뜻을 전하게 되니, 준비하라!
“예!”
털썩…
곧장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는 설홍.
치우와 강설 또한 그녀를 따라 움직였다.
– 칸에 또 한 번의 시련이 닥쳤다. 용화들에게 명한다.
“…….”
– 만민을 살펴라.
“뜻을 받들겠습니다.”
– 이제 고개를 들라, 용제의 지엄한 말씀은 이것이 전부이다. 이에 용화들은 모두 쓰임이 있는 곳에 파견될 것이다.
용제의 말이 끝났다면, 상대는 그저 관리일 뿐이다. 치우가 발작하듯 일어났다.
“기록관!”
– …치우로군.
“시련은! 시련은 어떻게 되는 거지? 우리가 방금 시련을 끝내고 왔는데….”
– 당분간은 이전의 시련에 대해 그 어떤 조치도 취해지지 않을 것이다. 사태가 진정된 후에, 다시 진행될 것이다. 설령 시련을 극복했더라도 그 보고 또한 미룬다.
“그런… 우리 것만 받아주면 안 돼? 지금 막….”
– 그럴 수는 없다.
“치우….”
“쳇… 그럼 이번 시련은? 아니, 이것도 시련으로 치기는 하는 거지?”
만민을 살피라는 그 말조차 시련의 일부일까. 치우는 지금 그것을 묻는 것이다.
– 그렇다. 하지만 이번 시련의 경우, 그 평가 기준이 복합적이니 마음을 다해 임해라.
“…파견 지역도 순위에 따라 다른 거야?”
파견 지역도 순위에 따라 달라진다면, 순위가 높을수록 더 위험하지만 그만큼 평가에서 유리한 지역에 배정될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시작하기도 전에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치우는 지금 그 점을 꼬집는 것이다.
– 그렇다.
“제길….”
하다못해 기록관들이 광야령을 받아주기라도 한다면 단숨에 순위가 급상승해 그런 지역으로 파견될 수 있을 테지만, 안타깝게도 연락이 두절된 동안 상황이 변한 듯했다.
설홍이 이번 시련에 임하기 전 순위가 50위였으니, 아마도 50위에 걸맞은 지역에 파견될 것이다.
치우는 그것이 불만족스러웠다.
기껏 고생해가며 현실에 존재하지도 않는 광야령을 만들어 온 것이나 다름없었는데, 당장에 그 노력이 보상받지 못하다니.
하나, 설홍의 생각은 달랐다.
“치우, 평가 기준은 복합적이야. 너무 상심하지 마.”
“이건 네 일이잖아, 근데 어떻게….”
“국가가 만민을 구하는 일이야, 평가가 우선해서는 안 돼.”
기록관의 말.
– 옳은 뜻이다. 그럼, 너희는 지금부터 송조로 향한다.
“그곳에서 정확히 뭘 하면 됩니까?”
– 그곳에서 너희는…
* * *
(New)[‘송조토박이’ 님의 게시글]
[게시일 : 방금]
[제목 : 송조에서 나고자란 토박이인데]
우리 쪽 용화는 누가 오는 걸까나?
절대로 미소녀가 와야 한다고 생각한달까www
– 전이자가 토박이일 수가 있나요? 혹시 오이소박이를 잘못 말한 것은 아닌지?(쑻)
– 일본인이야?
– 러시아 사람이에요, 혹시 나 방금 일본인 취급 받은 걸까나?
– 이런…
(New)[‘송조는버려졌다’ 님의 게시글]
[게시일 : 방금]
[제목 : 송조 탈출해라, 가망 없다.]
말 그대로다.
마물이 들끓는데도 이렇다 할 대책이 없다.
폐쇄한 공방이랑 버려진 경작지가 점점 쌓여만 가고… 여하튼, 다들 살길 찾아 떠나.
– 에-? 너는…
– 나는 여기에 남는다. 이곳… 송조는 내 고향이니까…
– 그러지 마-!! 당신 절대로 함께야-!!
– …근데 누구?
– 아까 글 남긴 러시아 사람. 나, 송조의 호감고닉일까나?www
(New)[‘미래예측’ 님의 게시글]
[게시일 : 방금]
[제목 : 오…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깜깜해!
아무것도 안 보여! 송조는 망했어!
– 칸이 진짜 넓긴 넓나 봐, 용화가 몇 명인데 송조엔 한 명을 안 보내주냐?
– 슬슬 자경단이랑 파견 병력 조금으로는 한계가 올 텐데….
– 아니 관련 모험도 한두 번이지, 정도가 심한 거 아니냐? 평생 여기서 웨이브 막다 끝나는 거 아니야?
– 전이자가 근데 도시 지킬 이유가 있냐? 그냥 도주할까?
– 찬성
– 가지마~ 너희 없으면 송조 망해 ㅠㅠ
(New)[‘인맥좀써봐’ 님의 게시글]
[게시일 : 방금]
[제목 : 여기 용궁에 끈 좀 닿아있는 사람 없어?]
괜찮은 용화 좀 데려와 봐 ㅠㅠ 올 때 병력도 좀…
– 전이자들이 제일 스며들기 어려운 곳이 용궁인데 퍽이나 ㅋㅋㅋ
– 용화 중에 몇 명은 전이자라는데?
– 용석이겠지.
– 아 ㅎ
– 그래봐야 용화 뒤치다꺼리하는 애들인데 뭔 힘이 있겠어;;
칸의 도시 송조.
인근에 큰 산을 끼고 있으며 왕래가 어려운 탓에 그리 발달하지 못한 도시였다. 아직도 산적이 들끓고 빈번하게 상행을 노린 노략질이 이루어지는 도시 인근.
그러나, 최근엔 그 많던 산적과 도적들이 전부 와해되었다.
칸의 병력들도 따돌리는 게 가능했던 그들.
그러나 산에서 발생한 전대미문의 마물 증식 사태와 더불어 경계를 넘어오는 귀신들 탓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그들은 쉽사리 쓸려나갔다.
마물과 귀신은 곧 도시를 넘보기 시작했다.
이후 마물의 1차 대공습이 이루어졌고, 자경단과 더불어 최근 칸 전역에 일어난 사태에 대비해 파견되었던 중앙군까지 가세해서야 공습을 막아냈다.
그러나 피해가 막심했다.
마물의 위력을 확인한 전이자들의 대거 이탈 사태가 발생했고 병력에 구멍이 발생했다.
그 결과, 도시 주변의 시설들을 하나씩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다다랐다.
이제는 정말로 도시의 존망이 불투명해진 그때.
(New)[‘와씨이이이’ 님의 게시글]
[게시일 : 방금]
[제목 : 왔다! 우리도 용화 왔다아아아아!]
오오오오오! 안 떠나도 된다고! 다행이야 ㅠㅠ
– 누구 옴?
– 누구?
– 누군데?
– 설홍. 그 쪼꼬미.
– 아.
– 아씨;
– 걔가 누군데?
– 모름; 그냥 다들 한탄하길래 따라해 봄 ㅎ
(New)[‘설홍팬클럽’ 님의 게시글]
[게시일 : 방금]
[제목 : 설홍이다! 설홍이 왔다!]
미친 최고야! 설홍니뮤ㅠ 날 가져요!
– 긍까 설홍이 왜?
– 소둥 광산 모룸?
– 거기? 어둑시니 어쩌고?
– ㅇㅇ 거기 광부 구출해낸 용화 있잖아.
– 헐, 걔가 설홍임? 근데 지금 송조에 왔다고?
– 어 ㅋㅋㅋ
– 근데 설홍이 강하다는 얘기는 못 들어봤는데?
– 거병 타면 셈.
– 거병 타면 옆집 할머니도 세지 않음?
– 거병 탔는데 안 세면 그것도 문제 아닐까?
– 송조엔 거병 없자나 ㅠㅠ
끼이이익…
마차의 문이 열렸다.
척…
척-!
마차의 주변으로 주욱 늘어선 병사들이 지휘관의 움직임을 따라 경례했다.
“추웅!”
“충!”
조금 멋쩍은 듯이 내리는 설홍. 그런 그녀의 모습에 병사들이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딱히 특별할 점이 없어 보이는 그녀의 모습.
“에이 씨…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조용… 들린다.”
병사들이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끼이익……
마차에서 두 사람이 더 내렸다.
“…어?”
그 두 사람은 강설과 치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