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281
제280화
퇴로가 막힌 병사 한 명이 추격자를 뒤돌아보며 물었다.
“…어떻게 안 거지?”
“냄새가 나거든.”
푸우우욱…
푸우욱…
“키이이….”
며칠간 도시 내부에 잠입해있던 귀신 몇이 소탕되는 소란이 벌어졌다. 내부의 적은 정말로 존재했었다.
심지어 중앙군 쪽에서도 실제로는 사망한 병사의 모습을 빌려와 해당 병사 행세를 하던 귀신까지 대거 붙잡혔다.
이날 이후, 송조에 머무는 전이자들은 태도를 명확히 했다.
대략 전이자의 1/3 정도가 송조를 떠났고 남은 인원은 중앙군과 협력했다.
나름 열성적으로 훈련에 참여했다고 볼 수도 있었지만, 사실 말만 훈련일 뿐이지 편제에 적응하는 정도였다.
그래도 남은 전이자들에게는 우습지만, 자잘한 혜택도 돌아갔다.
도시 수비와 관련된 각종 모험을 부여받았다고 하니, 그들도 이번 일에서 목숨만 건질 수 있다면 손해는 아닐 것이다.
파아악!
후우우웅!
강설을 향해 맹렬히 공격하는 코타로. 그가 손에 쥔 검은 대련용 목검이었다.
강설은 목검을 허리를 젖혀 피해낸 후 다리로 코타로의 오금을 당겨 자세를 무너트렸다.
“으윽….”
쒜에에엑-!
강설의 손날은 코타로의 목까지 도달했지만, 그 이상 나아가진 않았다.
“허억… 허억…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고개를 꾸벅 숙이는 전이자들.
전이자들은 짧은 시간에 강설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 마치 도장에 수련을 나온 사람들처럼 강설을 졸졸 쫓아다니면서 한 가지라도 더 배우려 했다.
– 아 가르쳐줄 거 없는데 ㅋㅋ
– 그러니까 소환사라니까요?
“와… 봤어?”
“어떻게 저렇게 움직이는 거지? 난 안 되던데.”
“되겠냐? 저 사람이 전이자 중에서 점수 제일 높은 거 아닐까?”
“아니지 않을까? 다른 동네는 쉬는 날 없이 싸운다는데… 이쪽 동네는 쉬긴 하잖아?”
“그렇네….”
무술을 사용하는 마법사도, 마법을 사용하는 검사도 존재하는 게 판데아의 세계관이다.
관련 능력은 파생의 파생이 전부였으니 얻고자 한다면 충분히 얻을 수 있었다.
모든 능력이 그 기본 공식을 따르니 안 된다고 좌절할 것까진 없었다. 능력치가 오르면 그것을 활용할 방법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니, 그들도 언젠간 도달할 길.
강설은 이렇게 짧게 짧게 시간을 내어 전이자들과 교류했다.
그들에게서 얻을 건 딱히 없었지만, 강설이라는 연결 고리가 존재해야만 중앙군과 전이자들이 보다 원활히 한데 섞일 수 있었으니 꾸준히 시간을 가졌다.
* * *
오후 휴식 시간이 끝이 나고, 이곳에 파견된 후 매일 가지고 있는 정기회의 시간이 돌아왔다.
회의의 진행은 중앙군 참모가 맡고 있었고 수비 상황에 따라 다양한 의제들이 오고 갔다.
“총 마흔두 마리라… 이 조그만 성에 귀신이 그만큼 들어와 있었으니 북적북적한 이유가 그거였구나.”
치우가 하품하며 말했다.
참모가 그와 관련된 안건을 말했다.
“보내주신 경계 부적은 곳곳에 배치했습니다.”
쟈마드는 이번 일로 대주술사의 면모를 확실하게 보였다. 단순히 싸움에만 능한 전투광의 모습만이 아닌, 지혜와 술법까지 겸비한 모습을.
이게 다 어둠의 생활 주술이라는 기이한 경전 때문인지도. 그것을 쟈마드도 느끼는지 술법 경전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고 시시때때로 강설을 꼬드겼다.
설홍이 물었다.
“추가 지원은?”
“중앙에서 주술사 파견에는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합니다.”
“일이 조금 커졌으니… 어쩔 수 없나?”
설홍의 말대로였다.
칸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마물의 준동 배후에 귀신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가설.
설홍은 그것을 기록관들을 통해 용궁에 고했고, 즉각적인 처리를 통해 사태의 진행 상황에 대해 전달받았다.
“귀신들이 아예 작정했나 봅니다. 다른 도시들도 귀신의 흔적이 계속해서 발견되고 있다고 하니.”
“으음… 좋지 않은데….”
몇 가지 의제에 대해 이야기를 더 나누었다.
“성에 존재하는 철포는 수리가 가능한가?”
“명하신 대로 현재 수리 중입니다. 다만, 파괴 범위가 너무 넓어서 수비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방벽은?”
“보강하고 있긴 한데… 시민들이 지쳐있습니다.”
“그럴 만도 할 테지…. 공습에서 큰 피해를 받은 것도 모자라 다음 공습에 대비해야 하니….”
수비만 하면 되니 유리하다 생각할 수 있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적들은 이쪽을 파악하고 있는 반면에, 이쪽은 적들이 언제 어디서 습격해올지 모르고 있었다.
한마디로 잔뜩 긴장한 상태를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는 것.
훈련받은 병사들이야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일반 시민들은 견뎌내기 어려운 공포였다.
“자원은 한정적인데… 시간을 오래 끌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놈들도 공습에서 큰 피해를 보았으니 서로의 전력은 비슷하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습니….”
참모가 말을 하다 말고 강설의 옆자리에 앉아 진지한 표정으로 무언갈 마시고 있는 비란을 보았다.
“비란, 근무 중에 뭘 마시는 거지?”
“용석 님께서 사주신 데다 적극 권하셔서 어쩔 수 없이….”
비란은 강설을 향해 한쪽 눈을 여러 번 깜빡였다.
“…보통 남들에게 들키지 않고 하지 않나, 그런 건?”
“시정하겠습니다.”
“아니, 그런 걸 시정하지 말고… 음… 아니야. 심문은?”
“결국 불지 않았습니다.”
“고문이 부족했던 거 아니야?”
“실제로 보시면 참담할 걸요, 저도 가자마자 토했습니다. 칸에서 파견된 고문 전문가들은 진짜 대단하더라고요… 비위가 진짜….”
“시민의 목숨을 조금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강설이 가만히 회의 내용을 들으며 생각에 잠겼다.
‘놈들은 어디서 온 걸까?’
여기서 이 말의 의미는 2가지였다.
칸 전역을 곤란하게 할 정도의 귀신들이 갑자기 등장했으니 첫째로는 그들이 어디에서 왔는가이고 둘째로는 그들이 어떤 방법으로 송조에 스며들 수 있었는가다.
“성벽을 넘어온 거 아닐까?”
“발각됐을 겁니다. 경계 병력은 공습 전후로 꽤 많은 수를 유지하고 있고 그 때문에 피로가 누적된 것도 있습니다.”
“그럼 성문으로 당당히… 들어올 순 없었겠지.”
“…예.”
치우와 참모의 이야기를 듣던 강설은 잠시 멍하니 듣다가 뭔가를 떠올리자 참모에게 곧장 말했다.
“하수도.”
“…네?”
“지하를 통해 이곳까지 스며든 거라면?”
“하수도 관리는 매일 진행되고 있습니다. 담당자가 이상을 눈치챘다면 분명… 아!”
“전이자들까지 현혹한 놈들입니다. 분명….”
참모의 눈알이 맹렬히 회전했다.
그리고 서류를 뒤적여 밝혀진 귀신의 명단을 확인했다.
“있습니다….”
참모는 귀신이 흉내 낸 사내의 직업을 가리키며 말했다.
“하수도의 정화 시설을 담당하는 담당자로 분한 귀신이 있었습니다!”
“확인해봐야겠군요.”
치우가 말했다.
“지금 발밑에 놈들이 기어 다니고 있을 수도 있다는 거야? 으… 그럼 폭약이라도 사용해서 하수구를 터트리면….”
“송조가 무너지겠죠.”
“그렇지? 결국엔 시설 피해 없이 놈들을 찾아내고 밀어내야 한다는 건데….”
강설이 이렇게 말했다.
“놈들이 하수구를 이용했다 하더라도 하수구가 근거지라는 보장은 없어.”
참모가 고개를 끄덕였다.
“공급에서 살아남은 마물의 수만 해도 하수구를 꽉 채웠을 겁니다. 그곳이 놈들의 근거지는 아닐 겁니다.”
“아무튼, 우선 놈들이 하수구를 이용한 게 맞는지부터 확인해야겠군요.”
“예. 그럼 누가….”
모두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강설을 향했다.
* * *
다음 날, 강설은 정찰을 통해 하수도에 존재하는 마물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설홍에게 보고했다.
큼큼한 냄새가 몸에 밴 것 같았지만, 며칠 지나면 냄새는 빠질 것이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마물과 귀신들의 행방이었다.
“바로 지척에 놈들이 있는 것도 몰랐다니….”
“이용한 흔적은 있지만, 확실히 근거지는 아니었습니다. 길이 어딘가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음….”
참모가 설홍의 질문에 이것저것을 답하는 사이, 설홍은 마음속으로 다음 행동을 결정한 듯했다.
“그럼, 이렇게 합시다.”
그녀의 입에서 쏟아져 온 말은 단순한 작전이 아니었다.
“이쪽이 먼저 치는 걸로. 우선 근거지를 알아내는 게 먼저입니다.”
“위험한 발상입니다!”
“어째서?”
참모는 설홍이 알아듣기 쉽게 이것저것 이유를 달아 출진에 반대했다. 그는 설홍의 의견에 다른 이들이 반대해줬으면 하는 눈초리였다.
하지만, 강설과 치우의 반응은 그의 바람과 정확히 반대였다.
“좋습니다.”
“훌륭한 생각이야.”
– 참모 표정 봐라 ㅋㅋㅋ
– 공무원 괴롭히지 마라 이녀석들아아아!
– 당장 하자!
– 참모는 2계급 특진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참모가 즉각 끼어들었다.
“조, 좁은 곳에 그 많은 인원이 갇히기라도 했다간 피해가 극심할 겁니다! 무너져내리기라도 하면….”
“그 많은 인원이라니? 수비 병력은 유지할 겁니다.”
“예? 그럼 출진을 어떻게 한다는 말씀이십니까?”
설홍이 말없이 치우와 강설을 바라보았다.
“…천재냐?”
치우가 설홍의 생각에 격하게 찬성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둘만 보내면 그것이 ‘출진’이다.
– 보병은 집을 지키고 탱크는 전장으로 가라!
“미, 미친 짓입니다. 설홍 님, 이 일은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일입니다!”
설홍이 웃었다.
“복잡한 걸 간단하게 풀어낼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승리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강설과 치우를 따라나선 이들이 조금 있었다. 비란을 비롯하여 추격에 능한 전이자 셋이었다.
처음보다 무려 3배로 불어난 인원이었지만 그래 봐야 6명이었다.
실실실 흘러가는 하수도를 따라 코를 막은 비란이 함께 따라나섰다.
“욱… 역한 냄새가 나요.”
“하수도니까요.”
“그…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더 역한 냄새가….”
“그건 마물의 배설물 냄새일 겁니다. 이 냄새는… 티코비의 배설물에 가깝겠군요.”
티코비는 피부가 매끈한 도마뱀 마물이었다.
“그걸 어떻게 아세요?”
“이쪽에 관심이 있습니다.”
그 말 이후, 비란이 강설과 조금 떨어져서 걸었다.
전이자 한 명이 발 앞에 놓인 수상한 액체 방울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쿡…
그리고 그것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만… 잘못했어요, 저 돌아가게 해주세요….”
그 모습을 본 비란이 패닉에 빠졌다.
– 사, 살려줘…
– 이상한 놈들이….
전이자는 쩝쩝거리며 그 액체의 맛을 음미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떫군요. 체액입니다. 이쪽으로 나간 게 분명하군요.”
“맞게 온 것 같군요.”
“계속 가보죠.”
전이자들은 생각보다 솔선수범해서 이 일에 나섰다. 코타로는 자신이 따라나서지 못한 것에 대해 크게 아쉬워했지만, 그가 추천한 다른 전이자들이 훨씬 도움이 될 거라 말했다.
그 전이자들이 바로 이들이었다.
저벅…
저벅…
근처에서는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전부 빠져나갔습니다. 눈치챈 걸까요?”
“잠입한 귀신들이 전부 걸러졌으니 연락도 끊겼을 겁니다. 수상함을 느꼈다면 바로 빠져나갔겠죠.”
“제발 놈들이 흔적을 남겼어야 할 텐데요….”
“그러길 바랍니다.”
강설은 조용히 추격자의 뒤를 따르며 생각에 잠겼다. 병영에서 붙잡힌 귀신이 누설한 말이 자꾸만 맴돌았다.
– 야차(夜叉)가 경계를 무너트렸으니, 귀왕은 몰락할 것이다.
‘설마 귀계에 구멍이 뚫린 건가?’
정령들의 고향이 정령계이듯, 귀신들의 고향 또한 존재했다.
그곳은 귀계라 불리는 영역.
일반적인 귀신들은 그곳에서 살아갔다.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소멸하지 않기 위해서.
그런 귀신들이 칸 전역에서 벌인 조직적인 움직임이 마음에 걸렸다.
‘으음… 야차는 이 일과 어디까지 관련이 있는 거지?’
혹, 야차가 경계를 무너트렸다는 게 사실이더라도 그게 의도된 것은 아닐 것이다.
‘…야차는 이성이 없는 존재니까.’
괜히 강설의 통제에서 벗어났겠는가.
아무튼, 진상을 알기까지는 그 무엇도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
화아악…
하수구 밖으로 빠져나온 일행.
추격자가 난색을 표했다.
“음… 흔적이 드문드문 끊겨있군요.”
“잠시만요!”
후우웁…
[비란이 그날의 바람을 사용합니다.]
[일정 범위에 원하는 공기의 기억을 끄집어냅니다.]
휘이이이이익-!
마치 공기로 된 인영이 그대로 멈춰 있는 것처럼 그 자리에 드러났다.
“이런 재주가 있었습니까?”
“일부러 귀에 바람 분 게 아닙니다. 호흡이 과하다고요.”
“이해하겠습니다.”
흔적은 깊은 산길로 이어졌다.
도시와는 조금 떨어진 위치에, 쉽게 말해 산골짜기나 다름없는 곳까지.
“맙소사….”
크르르르르…
커엉!
커어어엉!
골짜기를 가득 메운 마물들.
족히 수백은 되어 보이는 수였다.
상대의 규모가 이 정도라면, 강설이라 해도 아무런 피해 없이 쓸어버리기 곤란할 수 있었다.
수백의 마물. 마물의 크기가 제각각인 것을 고려하면 충분히 송조를 위협할 수 있는 규모였다.
강설은 설홍 옆에 붙어있는 분신을 통해 이 사실을 전달했다. 대답은 곧이어 들려왔다.
–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구나. 그렇다면… 주변에 뭐가 보이지?
쏴아아아…
문고리가 특이한 버려진 민가 두어 채, 그리고 3번에 걸쳐 떨어지는 폭포. 그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로 마물들이 목을 축이고 있었다.
설홍은 부관들을 통해 이 이야기를 전달했다.
– 북서쪽 골짜기, 3번에 걸쳐 떨어지는 폭포, 문고리가 특이한 집 중에서 한 가지만이라도 아는 시민을 찾아! 빨리!
잠깐의 소란.
10분여의 시간이 흐른 후, 설홍이 말했다.
– 좌표를 특정했다. 서둘러 그곳에서 떨어져 5분 정도 왔던 길로 되돌아가도록, 강설.
“철포의 사정권에 닿습니까?”
– 간신히. 천운이다.
* * *
골짜기에 스며든 귀신들은 마치 양을 치는 목동들처럼 마물을 부렸다.
“놈들이 자멸할 줄 알았는데, 성가시게 됐어.”
“히히히… 그래 봐야 잠깐이지. 천천히 삼키면 돼. 야차가 경계를 무너트린 이상, 우린 언제든 인간들을 노릴 수 있으니까.”
“그래도 기다리는 건 싫은데… 빨리 입에 뭘 넣고 싶어.”
“킥킥킥… 놈들이 지치길 기다렸다가 들어가자고.”
수백의 마물과 100여 명에 달하는 귀신들은 말 그대로 무적의 전력이었다.
이들은 오래전, 귀신 군단에 몸담았던 존재들.
몰락한 군단의 패잔병들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오랜 세월, 인간의 피 맛을 보지 못했다. 그만큼 굶주렸으나, 긴 세월 동안 기다림을 배웠다.
그리고 긴 갈증 후에, 더 큰 쾌락이 찾아온다는 것까지.
“멍청한 놈들! 저렇게 제자리에 서서 벌벌 떨 생각밖에 못 하다니, 내가 대신 인간들 대장할까? 나한테 매일 인간을 바치면 내가 대신 꾀를 빌려줄 텐데.”
“이히히… 그럼 난 팔 하나씩만 주면 너 대신 대장할게.”
귀신들이 죄다 쾌락에만 빠진 것은 아니다.
그들도 조금 더 지혜로운 자를 따르기 마련.
무리의 대장은 이들보다는 나았다.
“소란 피우지 마라, 누가 듣기라도 하면 어쩌려는 거냐.”
“산에 있는 건 전부 잡아먹었으니까 괜찮아!”
“쯧… 아무튼 조용히 있어. 아직 상황을 알아보는 중이니까.”
“근데 왜 조용히 있어야 해? 다 죽이면 되잖아?”
“머저리, 인간들이야 다 죽이면 되지. 야차 때문이다.”
“아!”
“야차의 눈에 띄어선 안 돼. 야차는 마주치면 모두 죽일 거다.”
“맞아! 야차는 무서워….”
“야차는 강해….”
어째선지 귀신들도 야차를 두려워했다.
야차를 따라나선 게 분명한 그들이 어째서 야차를 두려워하는 것일까.
바로 그때.
하늘이 수상한 빛으로 번쩍였다.
화아아아악-!
“…뭐지?”
“윽… 눈이….”
빛이 쏟아져 내려왔다.
아니, 저건 빛이 아니었다.
불.
불이었다.
“저건… 뭐….”
콰아아아아아아앙-!
키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악!”
하늘에서 불벼락이 떨어졌다.
송조 방향에서 쏘아진 불꽃.
철포에서 작약을 터트린 설홍이 조용히 읊조렸다.
“잿더미가 되어라, 침략자들아.”
화르르르르륵-!
불바다가 된 골짜기.
간신히 살아남은 마물들과 귀신들이 비명을 질러대니 지옥이 펼쳐진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불길 너머로 어스름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콰지이익-!
푸슛-!
강설과 치우였다.
“노, 놈들이다!”
“도망쳐!”
싸워야겠다는 생각은 이미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병력의 태반이 불에 타 사라졌는데 전의 같은 게 남아있을 리가 없었다.
“허억… 허억….”
간신히 살아남은 무리의 대장이 강설과 치우를 피해 도주하려 했다.
스윽…
소름 끼치는 감각과 함께 누군가의 손이 귀신의 목을 낚아챘다.
“케에엑….”
강설이 귀신의 목을 붙들고 들어 올린 상태로 물었다.
“…어디 있어?”
“케엑… 인간… 뭐… 뭐가….”
그의 황금빛 눈이 진실을 요구했다.
“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