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285
제284화
강설이 자신의 얼굴에 손을 올리고 더듬었다. 그를 지켜보는 치우와 진려가 당황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당황한 듯한 행동이었다.
“강설, 왜 그래?”
“…모르는 얼굴이야.”
“정말?”
“어.”
진려가 눈을 가늘게 떴다.
“미남형인데… 혹시 잊고 있던 원래 얼굴이라든지 그런 건 아닌….”
“확실히, 미남이긴 하네.”
“앗! 그렇다고 원래 미남이 아니었다는 말은 아니었어요!”
그녀의 말대로 강설의 지금 모습은 굉장한 미남으로 뒤바뀌어 있었다.
‘처음 본다…. 이런 얼굴은.’
생판 처음 본 얼굴이 그의 얼굴을 대체하고 있었으니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차라리 치우처럼 한없이 본질에 가까워지거나 진려처럼 어렸을 적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바로 알아차렸을 텐데 생뚱맞은 모습으로 변하니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대체 누구지? 아예 모르는 사람의 얼굴이라니… 설마 내 말인가?’
그렇다 할지라도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미남이었지만 특징다운 특징이랄 게 없었고 눈 밑에 눈물점이 있다는 것 말고는 외관상의 특별한 점이 없었으니까.
‘이게 내 영혼에 새겨진 흔적이라고? 이 남자가? …어째서?’
귀계에서의 모습은 영혼에 새겨진 각인. 타인이든 자신이든, 그 영혼을 침범하여 흔적을 남길 정도로 강렬했다는 것이다.
강렬하다는 건 그만큼 인상적이라는 말일 텐데, 어째서 기억에 없는 것일까.
하다못해 닮기라도 했으면 추론이라도 해볼 텐데 전혀 닮은 구석도 없었다.
강설은 사실, 이곳이 귀계라는 걸 알게 된 직후 내심 긴장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가면을 쓰고 지냈던 천상에서의 모습을 내비칠까 봐.
그 모습이 꼭 강설의 뭔가를 특정할 것이라 볼 수도 없겠지만, 광기 상인인 쟈넷을 비롯하여 누군가 그를 지켜보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는 이상에야 그때의 모습은 드러내지 않는 편이 좋았다.
이 때문에 걱정하는 상황이었는데, 나타난 건 영문을 알 수 없는 남자의 모습이라니.
헥헥…
치우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뭔가가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사실 그건 강설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에 온 직후, 아직도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그 때문이었다.
“…설홍은 어딨지?”
치우가 주변을 촐랑촐랑 뛰어다녔다.
빵빵한 엉덩이와 차진 살은 날렵한 치우의 본모습을 떠올리기 어렵게 했다.
“아! 저도 찾아볼게요! 저, 그… 새, 생물의 모습은 하고 있겠죠?”
진려도 아장아장 주변을 수색했다.
강설도 사방으로 까마귀를 풀어 확인하려 했다.
순식간에 떠오르는 수십 개의 시야.
그렇다 해서 무조건 수색에 유리한 것도 아니었다. 주변 지형이 암벽 지대였기에 설홍이 딱 달라붙어 이동하고 있다면 오히려 직접 찾는 쪽이 발견하기 쉬울 수도 있었다.
‘그건 그렇고… 귀계의 풍경이 실제로 보면 이렇다는 건가?’
삭막하기 이를 데 없는 주변 풍경.
풀은 물 한 방울 빨아들이지 못한 것처럼 메말라 있었고 모래바람은 계속해서 불어왔다.
후우우우웅…
뜨겁고 건조한 바람이 지나가고 난 후, 입 안에 씹히는 모래가 상당히 불쾌한 느낌을 가져다주었다.
귀계의 풍경에 관해 가장 적합한 표현을 고르자면 온통 회색 일체 세상일 것이다.
저벅…
저벅…
‘발걸음 소리!’
까마귀도 일행도 난항을 겪고 있는 와중, 사각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도 저쪽에도 길이 있었던 모양.
헥헥…
“설홍인가! 설홍!”
헥헥…
치우는 재빨리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에 내달려갔다.
“기다려, 치우!”
“설홍이 분명해! 알 수 있다! 그 녀석의 냄새가 나!”
꼬리를 맹렬히 회전하며 달리는 치우.
“같이 가요!”
진려 또한 치우를 따라 뛰었다.
치우와 진려는 이곳에서 꺾여 들어가, 모습을 확인하기 어려운 곳에서 걸어오고 있는 누군가를 향해 갔다.
곧, 그들의 모습 또한 그 꺾이는 부분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곧장 되돌아왔다.
헥헥…
“이런! 설홍이 아니다! 누구지?”
“모, 모르는 사람이 오고 있어요! 귀신은 아닌데….”
– 새로 결성한 개그 콤비인가요?
– ㅋㅋㅋㅋㅋㅋㅋ 저 강아지는 치우의 본 모습이 맞네요.
– 황구라 그런지 살갑네요 ㅎㅎ
– 확실한 시고르자브종이네요. 고귀한 혈통!
강설은 그들의 반응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들 또한 설홍의 모습이 바뀌어 있을 거라 짐작하고 있었을 텐데 이런 반응이라니.
‘설홍이 아니라고? 아니, 그녀가 맞아.’
걸어오는 자는 설홍이 분명했다.
그녀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모습이 나처럼 많이 변한 건가? 뭐… 보면 알겠지.’
스윽…
이윽고 모습을 드러내는 방문자.
강설은 방문자의 모습을 보고 어째서 치우와 진려가 당황했는지 바로 알아챘다. 지금, 강설 또한 그 당황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설홍의 모습은 완벽하게 뒤바뀌어 있었다.
진려는 성인에서 어린아이가 되었다면, 설홍은 반대로 소녀에서 성숙한 여인이 되었다.
“봐봐, 설홍인데 설홍이 아니야!”
설홍이 그대로 자란 모습은 아니었다. 약간, 이질적인 느낌이 있었다.
“…다들, 무사했구나. 다행이다.”
목소리는 설홍이 맞았으나, 그 겉모습은 다른 이가 되었으니.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망울, 탄탄하고 늘씬한 선, 겉으로 드러나는 분위기까지.
“…이런.”
설홍의 모습은 그녀의 어머니가 되어 있었다.
칼의 무희, 유화가.
* * *
“내 모습이….”
유화의 모습을 한 설홍은 당혹스러워하고 있었다. 옷이 너무 작아져 이상하게만 여겼는데 그게 모습이 바뀐 것일 줄은 꿈에도 몰랐던 듯했다.
“이게 대체….”
강설은 원래는 카렌이 입으려 했던 옷가지를 내어주었다. 곧, 진려의 도움으로 작은 옷 대신 강설이 내어준 옷으로 갈아입고 오는 유화.
신기하게도 카렌과 체형이 비슷한지 딱 맞았다.
– 와;; 장난 아니다;
– 어머니… 흑흑… 이러니 용제도 반하게 만드신 거군요…
– 부럽다, 홍천!
– 지상 최악의 폭군, 홍천!
설홍이 달라진 몸이 어색한지 연신 자신의 옷을 내려다보며 확인하다 발치에서 올려다보는 치우를 보며 물었다.
“근데 치우는 왜 강아지가 된 거야?”
“강아지가 아니다! 늑대다!”
그들이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강설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모험 33-(특수) ‘귀왕의 땅’
기섬에 남겨진 생존자들을 구출하는 데 성공한 당신은 마지막 목표만을 남겨두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귀신들을 따돌리고 일행과 함께 기섬을 탈출하는 것. 하지만 그것은 실패로 돌아간 듯합니다.
기섬에 남겨진 무언가가 당신과 일행을 빨아들여 알 수 없는 곳으로 데려왔습니다.
이곳에서는 어쩐 일인지 모두의 모습이 뒤바뀌어 있습니다.
당신은 살아남아야 하고, 돌아가야 합니다.
목표 : 생존 및 귀환.
주의, 이 모험은 매우 위험합니다.
주의, 이 모험은 시시각각 상황이 변화합니다.
현재 남은 시간 「알 수 없음」
“모두 무사하니 다행입니다. 일단, 이동부터 하죠.”
“알겠다.”
설홍이 유화의 모습으로 대화를 나누니 정말로 유화와 대화를 나누는 듯했다.
그런데, 일행이 일어난 일을 토대로 이것저것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두두두두…
황무지에서 마차 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사람인가?”
치우가 반가워하며 고개를 돌리자, 강설이 부정했다.
“그럴 리가.”
“그럼… 귀신?”
“아마도.”
“싸워야 하나?”
“일단 지켜보자. 한 대뿐이니.”
“좋아! 내 몰골이 이러니 대신 좀 대화해줄래?”
“…그래.”
두두두두…
마차는 강설 일행 가까이에서 멈췄다.
자세히 보니 짐마차였고 마차를 끌고 있는 건 말도 아니었다.
등에 두 개의 혹이 난 것이 언뜻 보면 낙타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혹에서 뼈가 튀어나와 있었고 이빨 또한 낙타의 그것보다는 더 사나워 보였다.
“워… 워….”
마부가 녀석들을 진정시키고 마차를 정차했다.
굽은 등을 가졌고 목에는 천을 두른 자. 그 얼굴은 꽤나 흉악했다.
귀신이었으니까.
“…너희들, 인간이야?”
움찔…
설홍을 비롯한 일행이 경계 어린 눈빛으로 귀신을 바라보았다.
“키히히… 너무 경계하지 말라고. 귀신의 땅에서 인간을 보는 게 오랜만이라 그래. 최근에는 야차 때문에 목숨이 멀쩡히 붙어있는 인간들이 건너오는 경우도 왕왕 생겼지만 말이야. 난 오랜만에 보는 거라고.”
“……”
“어때?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데?”
“도움이라… 당신이 뭘 도와줄 수 있습니까?”
“마차에 타면 가까운 도시까지는 태워주지.”
“대가가 있을 게 분명한데….”
“아하하… 현물이면 충분해. 금이라든가 하는 거 말이야. 너희들 가진 게 좀 있어 보이는데.”
“…그런 것들이 여기서 필요합니까?”
“그럼! 반짝이는 걸 싫어하는 자는 없으니까.”
강설이 눈을 가늘게 떴다.
선택지가 떠올랐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귀신이 나타나 가까운 도시까지 태워줄 테니 현물을 내어놓으라는 제안을 해왔습니다.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1. 아무래도 수상하니 단박에 거절한다.
2. 지불할 대가에 대해 협상한다.
3. 마차에 타는 대신 다른 조건을 제시한다.
4. 고난 중에 나타난 의인이 분명하니 의심 없이 마차에 오른다.
……
“알겠습니다. 그럼.”
“시원시원해서 좋네! 짐마차라 어지러우니 알아서 잘 구겨 타봐!”
마차에 오르기 전, 설홍이 속삭였다.
“무언가 수상하구나. 귀신이 저렇게 호의적이라니.”
강설이 싱긋 웃었다.
“생각이 있습니다. 절 믿어주시길.”
설홍이 미소 지었다.
“늘 믿는다.”
마부의 옆에 강설이 타고 2명과 1마리는 짐칸에 탔다.
두두두두…
다시 마차가 내달리기 시작했다.
일반 마차보다 훨씬 빠른 듯한 느낌이었다.
귀신이 낙타와 유사한 생명체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히히… 인간이면 이 구르도 처음 보겠네?”
“구르… 처음 봤습니다.”
보는 건 처음이다.
직접 보는 건.
강설은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이름이 어떻게 되십니까?”
“이름? 음… 정기라 불러. 살아생전의 내 이름이니까.”
남자는 죽어서 귀신이 된 유형인가 보다.
“정기, 호의에 감사합니다.”
“뭘, 귀신들이 인간을 적대하는 건 다 속이 좁은 놈들만 그래. 특히나 이곳 귀계에서는 귀신도 귀신을 믿지 못하니 인간이라 해서 다를 게 없지. 안 그래?”
“그 말 새겨듣겠습니다.”
* * *
꼬박 하루가 지나도록, 일행은 잠을 자도 강설은 잠을 자지 않았다.
다음 날이 되어, 마차는 다시 길을 떠났다.
오랫동안 계속해서 황무지만 나왔다.
“그런데, 여기엔 어쩐 일로 떨어진 거야?”
“…경계에 휩쓸린 모양입니다.”
“저런… 야차가 만든 틈에 휘말린 거구나.”
“야차에 대해 아십니까?”
“그럼! 귀계에서 그를 모르는 자가 또 있을까? 이곳에서는 귀왕만큼 유명한 자인데 말이야.”
“귀왕….”
“인간, 귀왕에 대해 알아?”
정기의 눈매가 매서워졌다.
강설은 선뜻 그렇다 답하지 않았다.
그저 알 수 없는 미소만 지었다.
“귀왕은 말이야, 조심해야 할 자야.”
“조심?”
“그래, 귀신들이 당장에 현계로 모두 뛰쳐나가지 않는 것도 귀왕의 눈치를 보느라 그런 것도 있거든.”
“흐음….”
그밖에도 정기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진실과 거짓을 교묘히 섞어서.
“그리고 또….”
“근데 말입니다.”
“응?”
“그 목을 천으로 가린 이유는 무엇입니까?”
정기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아하… 아하하… 별거 아니야, 그냥 보기 흉한 게 조금 있어서.”
거짓말.
언뜻 고개를 숙일 때 반짝 빛나는 것이 금속으로 된 뭔가를 착용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대강 짐작은 가는데… 아직은 나설 때가 아니지.’
강설이 미소 지었다.
“그렇군요.”
“그래. 아 참 그리고….”
“잠시만….”
“왜 그래?”
두두…
“소리….”
“소리?”
두두두…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소리라면….”
두두두두…
“누군가 우리를 쫓아오고 있습니다.”
“쫓아온다고? 어디… 이런! 이랴!”
두두두두두!
강설이 경고하고 나서야 구르를 재촉하는 정기. 그의 표정이 사뭇 심각해 보였다.
“무슨 일입니까?”
“그… 그… 저기, 그게….”
“도움을 드릴 수 있다면 돕고 싶습니다. 저들은 대체….”
수평선에 흑색 갈기의 구르를 탄 집단이 마차 쪽으로 내달려오고 있었다. 분명 짐마차를 노리는 것이다.
“도, 도적단이야! 붙잡히면 가진 걸 다 빼앗길 수 있다고!”
“그렇군요….”
“그렇군요는 무슨 태평하게 그렇군요야! 무슨 방법이라도 좀 생각해봐, 내가 도와줬잖아!”
“흐음….”
강설은 턱에 손을 갖다 대고 뭔가를 궁리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나 실상 정말로 대책을 떠올리고 있는 건 아니었다.
뭐, 떠올렸다면 금일 점심에는 무엇을 먹을지 정도.
그사이, 흑색 구르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다급해진 정기가 소리를 질렀다.
“야!”
“정기, 저는 흑색 구르는 그 특이한 교배 방식 때문에 귀계에서도 특정한 계층만 부린다고 알고 있습니다.”
“…….”
“흑살대라 불리는 조직이죠.”
정기가 무표정한 얼굴이 되었다.
충격보다는, 그걸 어떻게 알았냐는 반응.
“…뭐야, 너.”
“흑살대의 주요 임무는 주로 추적이죠. 아마도… 죄를 지은 자들을 노리는 경우가 많은데….”
“입 다물어, 당장 죽이기 전에.”
촤락-!
정기의 목을 가리고 있던 천을 풀어버리는 강설.
“이 땅에서, 한 번 귀왕의 뜻을 어긴 자는 목에 특이한 사슬을 매다는데… 그게….”
특이한 문양이 새겨진 사슬이 정기의 목에 매어져 있었다.
“꼭 이렇게 생겼을 겁니다.”
“…그래서?”
“왜 우리를 속였습니까?”
“큭큭… 속이다니? 내가 속죄륜을 찼다 해서 지금껏 너희에게 해코지라도 했나?”
“대가… 귀계에서 현계의 물건은 무용지물인데 받아 가서 어디에 쓰실 생각이었습니까?”
정기는 본색을 드러냈다.
“대가로 금붙이 따위를 받을 것 같았나? 천만에! 당연히 너희는 내 입속으로 얌전히 들어갔겠지!”
“흑살대는 당신을 뒤쫓고 있었던 겁니까?”
“그래, 안타깝지만 이제 와 그걸 알았다 하더라도 너무 늦었어.”
“…….”
“너흴 볼모로 삼아 빠져나가 주마! 식사는 그다음이다. 알아들었으면 얌전히 입속에 들어가는 거나 기다려!”
두두두두…
강설이 잠시 말을 멈췄다가 이렇게 답했다.
“미안합니다, 정기.”
“괜찮아. 지금 와서 빌어도 너희 앞날은 바뀌지 않으니까.”
“이제 안 게 아닙니다.”
“…뭐?”
후우우우우우웅…
강설이 갈무리하고 있던 기세를 풀어냈다.
일순, 짜릿한 힘이 정기에게 전해졌다.
정기가 상상조차 못 한 힘이.
“이게 뭔….”
“처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너… 너….”
“내려.”
강설이 정기를 걷어찼다.
콰아아아앙-!
“크아아아아악!”
소리치며 바닥으로 굴러떨어지는 정기.
– 가, 강도예요!
– 히치하이킹이라며! 히치하이킹이라며!
– 네, 여기 주문하신 히치 하이킥입니다!
강설이 고삐를 낚아채고 구르를 채근했다.
“이랴!”
두두두두두…
한데, 흑살대로 추정되는 무리는 굴러떨어진 정기에겐 일말의 관심도 없이 여전히 마차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정기를 떨어트리면 저들을 따돌릴 수 있을 거라 예상했는데, 상황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착각이었나?”
저 검은 무리는 무슨 목적에선지 처음부터 정기가 아닌 강설 일행을 노리고 나타난 것이다.
– 정기 : ????????????? 그럼 나는 왜…
– 미안… 환승인 줄 알고
– 정기는 이 일을 기억할 것입니다.
– 인간이 미안해….
그때, 고삐를 움켜쥔 강설의 손을 급하게 당기게 만드는 말이 저들에게서 흘러나왔다.
“우리는 귀왕 님의 사자다! 마차를 멈추어라!”
“귀왕? …지금 귀왕이라고?”
저들은, 귀왕의 하수인들이었다.
“귀왕 두억시니께서 우리를 보내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