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290
제289화
모험 33-(특수) ‘엄숙한 도서관’
당신은 귀계와 현계를 어지럽히고 있는 장본인인 야차를 쓰러트리기 위해 그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현재, 훌륭한 조력자인 오르고의 후예 하문이 가세해 한결 나은 상황이 되었습니다.
하문은 야차의 검을 상대하기 위해선 만상 도서관의 지식이 필요하다며 당신의 일행을 만상 도서관으로 인도했습니다.
당신은 이곳에서 조력자 하문이 목표로 설정한 서적을 전부, 혹은 일부라도 획득해야 합니다.
목표 : 하문의 서적 목록 중 1권 이상 획득.
주의, 이 모험은 매우 위험합니다.
주의, 이 모험은 시시각각 상황이 변화합니다.
현재 남은 시간 「알 수 없음」
도서관에 입장하자마자 들어온 풍경은, 연기처럼 보이는 이용객들이었다.
흰 연기가 마치 사람처럼 뭉쳐 걸어 다니는 모양새였다.
“쉬이….”
하문이 검지를 입술로 가져갔다.
그리고는 입구 바로 앞에 있는 안내 표지판에 적힌 문장을 가리켰다.
이곳 1층 열람실에서는 많은 인원이 오고 가기에 이용객 여러분께 보다 정숙함을 요구합니다.
독서에는 침묵 이외의 태도가 필요치 않으며 이를 어길 시 사서에게 경고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정도 이상의 소란을 일으켰을 경우, 즉시 배제될 수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출입증 없이 도서관에 머무는 이용객 또한 즉시 배제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떠들거나 무단으로 들어온 게 들키면 흠씬 때려죽여서 쫓아낸다.
대강 그런 식의 내용인 것 같았다.
어느 도서관에서나 있을 법한 규칙.
그러나, 하문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슥슥…
하문은 준비해 온 메모용 종이에 글을 적었다.
– 이거 큰일 났군요.
강설 일행의 표정이 의문으로 채워졌다.
– 층계별 규칙인 한 차례 더 바뀐 것 같습니다.
“…….”
– 번역본이 쓸모없어졌군요. 자, 이제부터는 기지를 이용해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모두의 표정을 한마디로, 아니 한 부호로 설명하자면 물음표였다.
점심 제공 모임으로 알고 나왔는데 자신 빼고 전부 도시락을 싸 온 듯한 당혹스러움이 그들에게 찾아왔다.
슥슥…
– 1층은 소위 말해 불필요한 정보. 즉, 찌꺼기들이 모이는 장소입니다. 이곳에서는 원하는 책을 얻을 가능성이 없습니다. 우리가 찾아야 하는 책은 이곳보다 위층에 있을 겁니다.
설홍이 하문의 메모용 종이를 빌려 답했다.
– 위층으로 향하는 문은 어디에 있는가?
슥슥…
– 지형은 그때그때 바뀌기 때문에 지도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각 층계의 구조 또한 같지 않으니 길을 외워둘 필요까지는 없을 겁니다.
슥슥…
– 5층에서 만나도록 합시다. 그곳은 휴식 층계이니 모두가 편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을 겁니다.
끄덕…
하문이 적은 마지막 문장을 끝으로, 일행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다섯이 딱 붙어서 이동하는 모습은 거대한 도서관을 노리고 온 도둑들 같았다.
방대한 도서관의 크기에 비해 바퀴벌레처럼 조그만 크기는 그들을 금방 좀도둑처럼 보이게 했다.
‘사서라….’
끼긱… 철컹…
끼긱… 철컹…
도서관의 구역을 일정 간격으로 오고 가는 존재가 있었다. 특이한 물질로 만들어진 골렘이 바로 그것이었다.
‘사서를 실물로 보는 건 처음이네….’
일전에 한 번 왔었으니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순찰 범위가 어떻게 설정되어 있는지는 알고 있었다.
끼긱…
철컹…
끼긱…
철커덩…
사서가 일행이 있는 곳 근처를 지나쳤다.
강설에게 선택지가 떠올랐다.
[만상 도서관 제1층의 사서가 근처를 순찰하고 있습니다. 방금, 사서 하나가 당신의 옆을 지나갔습니다. 어떻게 행동하시겠습니까?]
1. 깊게 고민할 필요 없다. 늦지 않게 서둘러 움직인다.
2. 제자리에 서서 사서가 움직이는 경로를 파악한다.
3. 지금 위치는 위험하다. 자리를 바꾼다.
4. [필요 : 산 주술] 사서의 진행 경로를 틀어막을 흙벽을 세운다.
……
처음 도서관에 방문했다면, 이 중에서 선택지를 골랐을 것이다. 제법 타당한 선택지들이 가득했으니까.
스윽…
하문이 기회라고 생각한 듯 앞으로 나서려 하자, 강설이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
그의 얼굴도 역시 물음표.
강설은 손바닥을 아래로 향하는 동작을 한 후, 쪼그려 앉았다.
하문 역시 그를 믿고 있었기에, 함부로 움직이지 않았다.
‘아직 아니야… 곧 완벽한 기회가 온다.’
대략 수 분마다 한 번씩 찾아오는 기회.
그 이전에 섣불리 행동했다간 도서관의 모든 사서가 떼거지처럼 몰려올 수 있었다.
끼긱…
철커더어엉…
갑자기, 사서들이 전부 제자리에 멈춰 섰다.
스르륵…
강설의 선택지가 변화했다.
[만상 도서관 제1층의 사서가 근처를 순찰하고 있습니다. 방금, 사서 하나가 당신의 옆을 지나갔습니다. 어떻게 행동하시겠습니까?]
1. 깊게 고민할 필요 없다. 늦지 않게 서둘러 움직인다.
2. (추가됨) 사서가 순찰 경로를 변경하는 듯하다. 이 틈을 타 움직인다.
3. 제자리에 서서 사서가 움직이는 경로를 파악한다.
4. 지금 위치는 위험하다. 자리를 바꾼다.
5. [필요 : 산 주술] 사서의 진행 경로를 틀어막을 흙벽을 세운다.
……
선택지 하나가 추가되었다.
강설이 노리고 있던 건 바로 이 순간이었다.
‘지금!’
강설이 일행에게 신호한 후, 땅에 딱 붙어 이동했다. 쪼그려 앉은 다리가 불편했지만, 사서와 마찰을 일으켰을 때의 수고가 수십 배는 고단할 테니 인내하며 출구를 찾았다.
도서관의 사서들은 수 분마다 정해진 순찰 경로를 변경했다. 동선을 어지럽게 하여 무단 이용객들이 함부로 움직일 수 없도록 하는 의도인 듯했다.
그리고 각자의 동선을 변경하는 사이, 대략 10초 정도의 공백이 생긴다. 이때는 모든 사서가 제자리에 서서 변경된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10초.
완벽하게 들키지 않고 이동하기 위해선 이 짧게 짧게 주어지는 10초의 시간을 이용해 움직여야 했다.
우뚝…
강설이 멈춰 섰다.
끼이이익…
철컹…
끼이익…
철커덩…
다시 수분의 시간이 흐른 뒤.
철커더어어엉…
사서가 움직임을 멈췄다.
이번에는 강설의 신호가 없어도 모두 재빨리 움직였다.
빛이 번쩍이며 새어 나오는 문이 바로 지척에 있었기 때문이다.
다다다닷…
– 소란을 감지했습니다.
– 소란을 감지했습니다.
사서들이 일제히 소리가 난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이미 강설 일행은 빛이 새어 나오는 문을 통해 빠져나간 후였다.
“후우….”
“하하하! 멍청이들!”
“쉿!”
“이크….”
1층과 2층은 연결되어 있었지만, 그 규칙이 따로 적용되었다.
즉, 2층에 사서가 존재하기 위해선 사서와 관련된 규칙이 안내 표지판에 적혀 있을 것이다.
“…없는데? 표지판?”
“어?”
2층에 있어야 하는 표지판이 보이지 않았다. 별다른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고.
“규칙이 없는 것 아니야?”
“그럴지도요…. 일단 흩어져서 수색해봅시다.”
2층부터는 원하는 책을 수색하면서 올라가야 했다. 하문은 도서관에 들어오기 전, 일행에게 메모 한 장씩을 넘겼다.
메모에는 하문이 필요로 하는 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야차에 관련된 게 많네.’
도서관이 방대한 크기를 자랑한다고 하여 책을 못 찾는다거나 하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그것은 만상 도서관의 특수한 기운 때문이다.
이 특이한 기운 때문에 만상 도서관은 다른 말로 인연의 도서관으로 부르곤 한다. 이용객이 바라는 책이 서적이 분명히 도서관 내에 존재한다면 그 책이 있는 장소를 지날 때 느낌이 온다.
결국 모든 책장 근처까지 가봐야 하는 수고로움은 있었지만, 분명히 책을 찾을 수 있었다.
사실, 원하는 책이 만상 도서관 내에 존재하지 않을 확률은 거의 없었다.
책이 설령 다른 이의 손에서 아직 편찬되지 않았다 해도, 도서관이 지역의 정보를 빨아들여 하나의 집합으로 만들어 낸다.
도서관이 책을 유통하는 것뿐만 아니라 생산까지 해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만상 도서관의 책은 층계를 올라갈수록 더 얻기 어려운 정보들로 채워지곤 했다. 이것은 절대적인 것은 아니었다. 가끔 매우 희귀한 책이 저층에 꽂혀 있는 경우도 있었으니까.
‘그걸 이용하는 자들도 있었지.’
만상 도서관이 현계에 나타나면, 고층까지 갈 여력이 안 되는 자들은 저층을 목표로 수색을 했다.
혹시라도 귀중한 책을 얻기라도 한다면 분명 도움이 됐으니까.
꾸르릉…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꽤 오랜 시간 책을 찾아다녔다.
2층의 한 구역만을 남겨놓고 전부 수색을 끝마쳤는데, 마지막 구역에서 신호가 왔다.
‘…찾았다.’
이곳이다.
강설이 책장으로 다가가 근방에 손을 대었다.
그에게 선택지가 떠올랐다.
[당신은 책장에 손을 올립니다.]
1. 「요추를 알아야 허리가 바로 선다」를 빼냅니다.
2. 「10초 야채 손질법」을 빼냅니다.
3. 「야차의 기원」을 빼냅니다.
4. 「아차! 나의 실수!」를 빼냅니다.
……
강설은 「야차의 기원」을 재빨리 챙기고는 일행에게 되돌아가려 했다.
‘음?’
2층의 한쪽 구석에, 책더미가 우르르 쏟아져 있었다. 이질적인 느낌을 받은 강설은 그곳으로 다가가 책더미를 휘적여 보았다.
스으…
차가운 감촉.
‘안내 표지판!’
책더미 속에 안내 표지판이 감춰져 있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표지판을 감춘 게 분명했다.
강설은 책더미를 조금 더 파헤쳐 그 안에 적힌 내용을 확인했다.
“…….”
그때, 조그마한 강아지가 다가왔다.
치우였다.
치우는 책장 뒤에 있었기에 강설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 볼 수 없었다.
“뭐 좀 찾았어?”
강설은 시큰둥하게 대꾸하며 치우에게 다가왔다.
“아니, 뭐가 없네.”
“저쪽으로 가자, 내가 뭘 좀 찾았어. 근데 키가 안 닿네?”
“꺼내 달라 이거지?”
“어, 이쪽이야.”
치우가 향한 방향엔 신기하게도 모든 일행이 모여 있었다.
“강설?”
“뭐야, 벌써?”
“책은 찾았어?”
강설이 고개를 갸웃하며 치우를 향해 물었다.
“다들 있는데 왜 나보고 도와달라고 한 거야?”
“아, 그건 말이지….”
순간, 공기의 흐름이 변했다.
부우우욱…
부와아아아아악!
사람의 가죽이 찢어지며 모든 일행의 모습이 변화했다. 악령의 현신.
검고 탁한 모습으로 변한 그들이 일제히 날카로운 손을 강설을 향해 찔러왔다.
푸우우욱…
푸우욱…
“으으윽….”
그들의 팔이 강설을 여러 방향에서 관통했다.
그런데, 강설을 찌르는 데 성공한 악귀들의 웃는 낯이 한순간에 일그러졌다.
“너… 뭐야?”
“가… 짜?”
온몸을 난자당한 강설이 히죽 웃었다.
“그래, 가짜야.”
푸스스스…
강설의 모습을 한 무언가가 검은 연기로 변해 사라졌다.
“너희들처럼.”
악귀들이 고개를 돌려 출구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저기다!”
“놈이 저기 있어!”
강설은 이미 출구 앞에 서 있었다.
숨겨진 안내 표지판에 적힌 내용은 이러했다.
2층은 독립 공간으로 이어집니다.
함께 오신 일행 분을 마주치더라도 함께 다니지 않도록 주의해주십시오.
일행의 모습을 한 그것이 눈치채지 못한 사이 최대한 빨리 다음 층으로 향하십시오.
만일, 그것이 아니라 그것‘들’이라면 행운을 빕니다.
이 내용을 확인하자마자 분신을 소환해 치우로 분장한 악령을 따라가게 하고 그는 출구 방향으로 몰래 이동했다.
‘귀찮게 이런 방법을 쓰지 않아도 되긴 하지만….’
이곳은 만상 도서관이다.
무력만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었고, 나타나는 존재들 또한 기괴하기 짝이 없는 것들이다. 조심하며 나아갈 필요가 있었다.
“거기 서!”
“가만 안 둬!”
“이곳에 남아! 영원히 도서관에 남아 우리와 함께하자!”
흥.
강설은 콧김을 한 번 내뿜은 다음, 다음 층계로 향했다.
‘다른 사람들은 괜찮겠지?’
1층은 함께했고 5층은 휴식 층계이니 2, 3, 4층만 따로 움직이는 것이다. 그 안에 문제가 발생할 확률은 지극히 낮았다. 더군다나 최약체였던 설홍이 유화가 남긴 힘을 깨우쳤기에 큰 걱정도 덜었고 말이다.
저벅…
저벅…
3층.
강설이 빠져나온 문을 통해, 누군가가 소리를 지르며 빠져나왔다.
“우와아아아아악! 저리 가!”
“진려?”
문을 통해 빠져나온 건 진려였다.
“헉헉… 뒤에 뭐 안 쫓아와요?”
“…네.”
“후우… 후우… 뒤에 분명 뭐 있었는데… 막, 시커먼 것들이… 아무튼… 돈 좀 빌려주실래요?”
– 날씨가 참 좋네, 돈 좀 빌려주실래요?
– 아, 맞다. 어제 나 있잖아 돈 좀 빌려줄래?
– 안타깝지만 선생님께서는… 돈 좀 빌려주실래요?
– 습관성 채무 ㅋㅋㅋ
– 이 진려는 가짜가 아닙니다.
“돈?”
“쿤나한테 건넬 돈이 똑 떨어져서…. 하마터면 악령들한테 당할 뻔했다고요.”
강설이 무표정하게 백금화와 금화가 담긴 주머니를 건넸다. 지금껏 돈을 잔뜩 모아오긴 했으나, 막상 그가 사용할 만한 물건은 경매장에는 올라오지 않았기에 예비용 장비 몇 개를 산 것이 전부였다.
“빌려주는 겁니다.”
“개처럼 일하겠습니다. 도서관을 없애버릴까요? 이봐, 쿤나… 응? 이 자식이… 대답해! 나 돈 있어!”
“됐습니다. 그런데 다른 이들은 마주치지 못했습니까?”
“마주쳤는데….”
“가짜였겠죠.”
“네, 바로 맞히셨어요. 휴… 처음엔 독립 공간이 무슨 소린가 해서 한참 고민하다가 강설 님한테 물어봤었어요.”
“…….”
“눈이 새빨개지셔서 절 쫓아오시길래 그냥 냅다 달렸습니다. 출구가 코앞이라 망정이었지….”
진려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머리를 감싸 쥐었다.
“아악! 또 표지판이 없어요!”
“네, 조심해야 합니다.”
“떠, 떨어지지 마세요.”
“제가 가짜면 어쩌려고요?”
“아이 씨! 욕할 뻔했어요! 그런 장난 하지 마세요! 쿤나한테 확인하라고 합니다?”
3층의 수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거도 아니고… 저거도 아니고… 왜 이렇게 넓은 거야! 좀 찾았어요?”
“아직 못 찾았습니다.”
“으음… 3층엔 없나?”
두 시간이 흐르도록 아무 소득이 없자 두 사람도 조금 지쳤다.
강설은 책장 앞에 서서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한숨을 쉬어봤자 인생에 좋을 게 없을 걸세.”
강설은 누군가의 대답에 화들짝 놀라 황급히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에서 멀어졌다.
옷을 꽤 멋들어지게 입은 노신사가 모자를 푹 눌러쓴 채로 웃고 있었다.
“뭐가 그리 놀라운가?”
“그야….”
기척이 없었다.
아니, 강설이 알아차리지 못했다.
감각이 날카로운 정도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그가, 노신사의 접근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다.
“자네….”
강설은 순간 당황했지만, 노신사의 복색을 보고 무언가를 떠올렸다.
‘설마….’
만상 도서관에서는 누군가와의 만남이 썩 달갑지 않은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몇몇 경우엔 오히려 제발 마주쳤으면 싶은 존재들도 있었다.
가령, 지금 그의 눈앞에 있는 노신사와 같은 존재를.
씨이이익…
노신사는 말했다.
“혹시, 좋아하는 책이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