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305
제304화
강설은 브론과 빙하아귀를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 그들은 고장이 난 관장을 중심으로 넓게 퍼져 섰다.
관장의 곁에는 강설이 있었다.
브론은 강설이 그들을 왜 불러 모았는지, 처음부터 짐작하고 있었다.
“새로운 만상이 우리의 운명을 결정하는 자리로군.”
“브론.”
“긴장할 필요 없어, 전사들은 매 순간 다른 이의 삶을 결정짓는다. 무기와 이빨로 말이지. 그러니까 지금도 그런 순간인 거다.”
담대한 눈.
그러나 미미한 떨림이 느껴졌다.
“나와 만났을 때를 기억해?”
“아, 물론. 일이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때 처리해둘 걸 그랬나? 큭큭….”
“크하하하하!”
“푸히히히! 그랬어야 했는데 말이지요.”
빙하아귀들이 웃어댔다.
긴장감이 조금 풀어졌다.
하지만, 그 긴장은 강설의 것이 아니었다.
강설은 지금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고 있지 않았다.
“나는 만상이 되었다.”
“…알아.”
“이 말이 무슨 뜻인지도?”
“그래. 네가….”
브론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이제 우리의 신이라는 얘기지.”
일순, 빙하아귀들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처형장에 끌려온 죄인들이 꼭 이러할 것이다.
“…브론, 결정을 내리기 전에 네게 묻고 싶은 게 있어.”
“뭐든지. 뭐든지 솔직하게 답하도록 하지.”
휘리릭-!
묵직한 존재감의 쟈마드가 소환되었다.
질문은 강설이 아닌 그가 했다.
“네 욕망은 무엇이냐?”
“그건… 말했잖아, 나는 이미 한 번 죽었던 몸이고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아니! 그건 대답이 되지 못해. 솔직하지 못하군, 잘 생각해라, 브론. 넌 지금 겁을 내고 있어.”
“…겁을? 내가?”
“그래, 희망을 품을까 두려운 거다. 기대하게 될까 봐.”
“하하… 하하하… 큭… 큭큭….”
툭…
브론이 책 한 권을 땅에 떨구었다.
“이 책, 다 읽었다.”
“무슨 책이지?”
“우리가 이 안에서 빠져나왔어.”
책의 제목은 ‘빙하아귀 부족이 끝내 몰락한 이유’였다.
“심심풀이로 읽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읽지 말걸.”
“브론, 우리는 대답을 기다린다.”
“…먹을.”
브론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빌어먹을! 왜 기계가 아닌 거냐! 왜….”
“……”
“자비를 기대하게 만드는 거야! 제기랄! 제기라알!”
후우우우우우웅…
브론의 몸에서 광포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긴장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빙하아귀와 강설 그리고 쟈마드.
스으윽…
“브론…”
브론은 무릎 꿇었다.
사박…
그리고 이마를 바닥에 대었다.
“살려주십시오, 만상이여.”
“…….”
“살고 싶습니다.”
“네 욕망은?”
“후회를… 모든 걸 바로잡고 싶습니다. 돌아가야 합니다. 그들에겐 아직 내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스륵…
스륵…
다른 빙하아귀 부족이 전부 그 모습을 따라 했다.
“무슨….”
“살려주십시오. 돌아가게 해주십시오.”
“살고 싶습니다, 이렇게 빕니다.”
“신이시여… 우리는… 우리는….”
모두가 목놓아 외쳤다.
“살고 싶습니다.”
강설과 쟈마드가 눈을 감았다.
파츠즈즈즈즈즛-!
둘은 밤까마귀로 하나가 되었다.
강설이 말했다.
“브론과 빙하아귀는 들어라.”
“…….”
“너희는 돌아갈 것이다.”
돌아갈 곳.
그곳은 책 속인가, 아니면…
“삶으로.”
삶인가.
“이 모든 결정은, 내가 만상이기에 내린 결정이 아니다. 인간인 강설이 내린 결정이다.”
강설의 말은 이 모든 결정이 인간의 결정임을 말하고 있었지만, 그를 올려다보는 빙하아귀의 눈에는 신의 말씀처럼 들렸다.
브론이 고개를 들었다.
“그래, 이 모든 건… 우연도 운명도 아닌, 의지다. 그러니까 이 결정에 불만이 있으면 나중에 직접 따지러 와라.”
“그런… 강설….”
스으윽…
관장을 한차례 돌아본 강설은 만상으로서의 첫 번째 결정을 내렸다.
[빙하아귀 부족과 그들을 이끄는 브론은 이미 삶에서 퇴장한 자들입니다. 한차례 죽음을 받아들였던 자들, 만상에서조차 존재해서는 안 되는 모순된 존재들입니다. 당신은 만상으로서 이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리겠습니까?]
무수한 선택지 중, 강설은 한 가지를 골랐다.
“도서 반출 허용, 도서명 빙하아귀 부족이 끝내 몰락한 이유. 기한은….”
[‘빙하아귀 부족이 끝내 몰락한 이유’의 도서 반출을 허용합니다.]
[반출 허용 기한을 설정하여 주십시오.]
“무제한.”
[반출 허용 기한이 ‘무제한’으로 설정됩니다.]
“하하… 하….”
[지정되지 않은 도서의 반출은 중대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를 감안하고도 도서의 반출을 허용하시겠습니까?]
“그래.”
그 순간.
휘이이이이이…
빙하아귀와 브론이 눈보라에 휩싸였다.
“이들을 만상에서 추방하겠다.”
끼긱…
끼기긱…
기계장치에 불이 들어왔다.
“강설!”
브론이 소리쳤다.
그와 빙하아귀들에게 생전의 힘이 돌아오고 있었다. 서늘하고 차가운 힘이.
“어째서 이런 결정을….”
“신이 아니니까.”
신이 아니기에 어우러지는 것을 택했다.
“우리는….”
“인간은 그런 거 몰라. 이제 만상의 권한을 다시 이 기계에게 되돌려줄 거다. 그러니까 만상에서 빨리 떠나. 이 자식은 나랑은 생각이 다를 수도 있으니까.”
휘오오오오오…
빙하아귀들은 그 외곽부터 서서히 사라졌다.
활자로 흩어지는 게 아니었다.
눈보라에 휩싸여, 그 모습이 점차 흐려졌다.
조네가 크게 웃으며 그들을 위한 출구를 향해 걸어갔다.
“하하하! 이것도 내 자서전에 써야겠어! 경이롭구나, 경이로워!”
“제 이름은 빼주십시오, 조네.”
“이이! 아무튼, 즐거웠네! 강설! 언젠가 또 봤으면 좋겠군.”
산티오가 처음으로 미소 지으며 강설에게 말했다.
“얼어붙은 진리는, 소중히 다뤄주십시오.”
“…알고 계셨던 겁니까?”
“물론이지요. 다만… 그것을 당신이 취하는 게 옳다는군요.”
“누가….”
그가 양 머리를 긁적였다.
“이것도 점성술로 봤습니다.”
“하하하! 잘 있게!”
“우리가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찾아주시지요.”
“아, 자네 이름이 내 자서전에 들어가도 놀라지는 말라고.”
[매력이 발동합니다. 추가적인 호감도를 획득합니다.]
[조력자 ‘종횡무진 조네’를 얻습니다.]
[‘종횡무진 조네’의 등급은 초월입니다.]
[조력자는 모든 모험에서 등장할 확률이 있습니다.]
[그들은 호감도에 따라 플레이어에게 도움을 줍니다.]
조네가 문 건너편으로 사라지고.
[매력이 발동합니다. 추가적인 호감도를 획득합니다.]
[조력자 ‘악성곱슬 산티오’를 얻습니다.]
[‘악성곱슬 산티오’의 등급은 초월입니다.]
[조력자는 모든 모험에서 등장할 확률이 있습니다.]
[그들은 호감도에 따라 플레이어에게 도움을 줍니다.]
산티오도 문을 통해 사라졌다.
이제 남은 건, 빙하아귀 무리 조금과 브론이었다.
“강설, 그리고 쟈마드… 너희의 결정을 잊지 않으마.”
“…….”
“반드시… 보답하지.”
강설과 쟈마드가 씨익 웃었다.
휘오오오…
[매력이 발동합니다. 추가적인 호감도를 획득합니다.]
[조력자 ‘대해일의 브론’을 얻습니다.]
[‘대해일의 브론’의 등급은 불멸입니다.]
[조력자는 모든 모험에서 등장할 확률이 있습니다.]
[그들은 호감도에 따라 플레이어에게 도움을 줍니다.]
대해일의 브론.
지금은 명맥이 끊어진, 해일의 근원을 다뤘던 마지막 해일의 대주술사.
그가 삶으로 돌아간다.
“반드시다!”
후우우웅…
이내 빙하아귀와 브론의 모습이 눈보라에 휩쓸려 사라졌다.
“그럼 이제….”
끼긱…
강설이 기계장치에 손을 올렸다.
“관장에게 혼 날 시간인가?”
후우우우우웅…
강설이 기계장치의 수복을 명했다.
휘오오오오오오오…
만상 도서관답게, 활자가 모여들어 기계장치의 부서진 부위를 재조립했다.
철컥…
철컥…
후아아아아앙…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관장을 처음 보았던 그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찬란한 빛이.
“도서관, 조금 어지럽지 않아?”
지이이잉…
기계장치가 빛을 뿜어냈다.
드드드드드드드드…
엄청난 진동이 8층을 강타했다.
설산이 스르륵 사라지며 그 자리를 책장이 대신했다. 이 같은 과정이 모든 층에 반복되어 이루어졌다.
“그럼….”
강설은 씨익 웃고, 출구에 발을 걸쳤다.
“이만.”
[만상 도서관의 관장 대행을 포기합니다.]
[만상(萬象)이 만상의 관장직을 이어받습니다.]
[최초 업적 ‘꿈을 찾아 떠납니다’를 달성합니다.]
[최초 칭호 「퇴직자」를 얻습니다.]
……
“안녕.”
화아아아악-!
빛무리가 깃드는 출구로 몸을 던지는 강설.
관장은 그를 붙잡으려 몸을 움직였다.
후우우우…
추락한다.
출구는 끝없는 낭떠러지처럼 신기한 구조였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밖에서도 만상의 도서관의 내부가 보였다.
그리고 그 최상층에서 그를 쳐다보고 있는 관장도 보였다.
분명, 손을 흔들고 있었다.
[만상 도서관의 전 관장, 만상(萬象)이 관장으로 재임합니다.]
[비밀 미궁 ‘만상 도서관의 관리실’이 개방됩니다.]
[비밀 미궁 ‘먼지 쌓인 서고’가 개방됩니다.]
[스노우맨이 대단한 업적으로 변혁을 이루어냅니다.]
[영원의 세계에 크고 작은 변화가 이루어집니다.]
[일단의 정체를 알 수 없는 트롤 무리가 대륙을 가로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어디로 향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만상 도서관의 이용수칙이 더욱 엄격해집니다.]
[만상 도서관이 이동합니다.]
[세력 : 브론의 빙하아귀가 생성됩니다.]
[이후 모든 플레이어가 만상 도서관 8층에 입장할 시 ‘빙하아귀와 세 명의 얼간이’ 모험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후 모든 플레이어가 만상 도서관 8층에 입장할 시 ‘이야기의 가치’ 모험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대량의 모험가 점수를 얻습니다.]
[전설적인 모험가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지혜와 지능 그리고 정신력이 30만큼 증가합니다.]
[추가 보상을 획득합니다.]
[만상 도서관의 관장직을 짧게 역임하였습니다.]
[추가 보상을 획득합니다.]
[세력 : 브론의 빙하아귀를 생성하였습니다.]
[추가 보상을 획득합니다.]
……
쿠우우우웅…
“으윽….”
마치 꿈에서 깬 듯한 느낌.
하늘에서 떨어진 듯한 어정쩡한 자세였다가 몸을 일으키는 강설.
그리고 그의 앞에…
“이게… 뭐야?”
이제껏 그가 경험한 모든 모험 정산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백은의 상자가 놓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