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31
제30화
가장 먼저 그 의미를 알아차린 것은 백상아리였다.
하지만 아직 자신보다 강자를 직접 만나본 적 없는 그는 싸우기도 전에 겁을 먹는 행동은 보이지 않았다.
단지, 아까와는 달리 신중해졌을 뿐.
“네가 그 60만 점인지 뭔지 그 새끼냐?”
“그것도 중요한가?”
“대답해!”
“비슷하긴 하지.”
2위와 모험 점수 차이를 2배 가까이 벌린 미지의 인물.
강설이 정체를 밝히자 정원철은 크게 당황했지만, 오로지 혓바닥 하나만으로 길드를 세운 인물답게 상황을 모면하려 습관적으로 말을 내뱉었다.
상대가 아직 손을 쓰기 전에 선수를 친 것이다.
“하하하! 한동안 꽤 찾아다녔는데 이렇게 뵙게 되는군요. 다 알고 계시다니 말씀드립니다. 거두절미하고 저희와 함께하는 건 어떠실까요? 최고의 대우를 보장해드리겠습니다.”
“최고의 대우?”
강설이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아 정원철은 필사적으로 떠들었다.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뒤바뀐 세상, 법도 규칙도 없는 불모지에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 아니겠습니까? 오직 태어나면서부터 지녔던 것들로 삶이 결정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 판을 새롭게 짜는 거죠!”
“…그래서?”
“우리가 그 선구자가 되는 겁니다!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을 받아들여서 덩치를 불리고 그들 위에 서서 모든 걸 손에 넣는 겁니다. 마치 신대륙을 발견한 사람들처럼!”
“너희는 왜 다른 사람들 위에 있는 거지?”
“그건… 그게….”
달변가인 정원철도 이 순간만큼은 잠시 망설였다.
백상아리가 대답을 대신했다.
“우리에겐 힘이 있으니까.”
“힘….”
“힘을 가진 자가 말하는 것이 곧 법이 된다. 이 세상의 새로운 규칙이지. 폭력이 곧 권력이야.”
“재밌군. 폭력 위의 폭력이 있을 수 있음을 아나?”
“아, 물론. 그리고 그 폭력의 정점은 우리가 차지할 것이고.”
정원철은 강설의 반응이 긍정적이라 여겼는지 말을 덧붙이려고 했다. 하지만 강설의 대답이 먼저였다.
“근데, 나는 그딴 덴 관심 없다.”
“…….”
“내 질문은 너희들이 반성하는지에 대한 여부 하나였고 그 답은 이미 들었다. 그래서 내 답도 이미 정해졌다.”
강설이 움츠린 한여명과 한노을을 바라보고 말했다.
“이 둘을 제외하고, 이곳에 있는 자들은 모두 죽는다.”
“역시! 개 같은 새끼! 결국엔 이럴 줄 알았어.”
“어차피 저 새끼 혼자야! 왜 겁부터 먹어!”
“나, 나는 죽기 싫어! 내가 왜!”
아무도 반성하지 않으니, 구원의 동아줄을 내릴 필요도 없었다.
백상아리는 그래도 물량으로는 자신들이 유리하다 판단했는지, 자세를 잡았다.
“건방진 새끼… 역시 넌 여기서 죽어야겠어.”
백상아리가 움직이기 직전, 강설이 쟈마드와 카루나에게 말했다.
“모두 죽여.”
그 순간, 쟈마드와 카루나가 동시에 튀어 나갔다.
쟈마드는 백상아리에게로, 카루나는 일행을 엄호하며 가까이에 있는 적들부터 차례차례 쓰러트렸다.
후우웅…
[카루나가 월광충천(月光衝天) 1단계, 현월(弦月)에 돌입합니다.]
스릉-
서걱!
푸화아악-!
머리 하나가 떠오르며 피로 바닥을 물들였다.
쒜에엑-! 쒜엑-!
본 적도 없는 빠른 움직임에 악인들의 사지가 날아다녔다.
서걱-!
“끄아아악! 팔! 파알!”
“도망쳐! 도망치라고!”
후우웅-!
콰지이익!
쟈마드가 도망치는 자들을 향해 잡히는 대로 뭔가를 집어 던졌다.
죽은 자들의 시체 또한 쟈마드에겐 무기였다.
그것에 얻어맞은 이들은 구멍이 뚫리거나 부러져서 도주에 실패했다.
지옥도.
순식간에 2마리의 소환수가 만들어낸 광경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다.
한여명과 한노을이 신음했다.
“무슨… 이런 힘이….”
“괴물….”
정원철은 상황 판단이 빠른 자였다.
강설이 등장하고 나서부터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건 그도 이미 느끼고 있었다.
상황을 반전시킬 만한 뭔가가 필요했다.
“빌어먹을… 이러면 백상아리가….”
랭킹 1위와 2위의 싸움이니 적어도 용과 호랑이의 싸움 정도는 될 것이다.
그 틈을 봐서 행동하기로 마음먹은 정원철은 백상아리와 쟈마드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백상아리가 바위 부수기를 사용합니다.]
[백상아리가 연계 : 고기 다지기를 사용합니다.]
투두두두두!
마치 기관총이 쏘아대듯, 엄청난 연타가 백상아리의 손끝에서부터 완성되었다.
강철도 부러뜨리는 그의 손의 위력을 봤던 정원철은 쟈마드가 외통수에 걸렸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턱. 턱.
백상아리의 양손은 곧, 자유를 잃었다.
쟈마드가 그의 양 손목을 나누어 붙잡고 있었다.
“이… 이거 놔!”
“발버둥 치는 모습이 꼭 벌레 같구나, 인간이여.”
모험 점수가 2배 차이가 난다는 건, 실제 무력에선 2배는커녕 10배 이상의 무력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의미를 백상아리는 이제야 뼈저리게 느꼈다.
“감히… 감히 날 그렇게 부르지 마!”
“무력함에 떼를 쓰는 건 어린아이나 하는 짓이지. 어른이라면… 마땅히 목숨을 구걸해야 하는데도.”
“이….”
쫘아아악-!
백상아리의 양팔이 종이처럼 찢겨나갔다.
뼈가 보일 정도의 끔찍한 몰골이었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악!!!”
“폭력… 폭력을 좋아하나? 나도 마찬가지야.”
백상아리는 게거품을 물며 바닥에 떨어졌다.
발로 수영하듯 바닥을 박차고 도망치려 했지만, 쟈마드에게서 멀어질 수는 없었다.
쟈마드는 마치 두려움이 형상화한 것처럼 악귀와 같은 기세를 풍겼다.
“폭력 위에 폭력이 놓인다라. 아주 좋은 말이야. 하지만, 네가 그 폭력의 꼭대기는 아닌 것 같구나.”
“으아아아아… 오지 마!”
폭력은 결국, 폭력에게 무너진다.
쟈마드는 백상아리의 목을 붙잡고 허공으로 띄웠다.
“켁… 케엑….”
그의 발만 움직이는 모습이 정말 상어처럼 보였다.
쟈마드는 그의 발길질을 잠시 쳐다보다가 말했다.
“그런데 말이야, 네가 언급한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압도적인 폭력의 정점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그것은 폭력일까?”
“사, 살려줘….”
쟈마드가 악마처럼 웃었다.
“틀렸어. 질서다.”
콰직!
백상아리의 몸이 축 늘어졌다. 이미 가건물에 있는 사람 대부분이 죽었다.
정원철은 백상아리가 죽는 순간,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마치 자신이 저 백상아리라도 된 것처럼.
“히… 히이….”
정원철은 입으로 바람 빠진 소리를 내면서 가건물에 마련된 비밀 출구로 빠져나가려 했다.
그의 팔이 막 손잡이를 잡아당기려 할 때, 날카로운 뭔가가 접촉해왔다.
서걱-!
그의 손은 출구의 손잡이를 잡은 그대로 손목 어림에서 잘려 나갔다.
“크아아아아악!”
어느새 주변 정리를 끝마친 카루나가 그의 도주를 막은 것이다.
“으아… 으아아… 죽기 싫어….”
저벅.
저벅.
한 씨 남매와 강설이 그에게 걸어갔다.
20명이 넘는 인원 중 이제 숨을 쉬는 사람은 그들뿐이었다.
“왜… 왜 나한테만 이러는 거야!”
정원철의 울분을 담은 외침에 한여명이 답했다.
“내 동생… 건드리지 말라고 했잖아….”
“아, 안 건드릴게. 이제 그만해!”
“늦었어…, 죽여 버릴 거야….”
“으아아, 제바알! 제바아알! 나 좀 살려줘!”
정원철은 바닥을 박박 기어와 강설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지금 세상에 나 같은 놈들이 한둘인 줄 알아? 서로 어떻게든 잡아먹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알아.”
“알면! 그래! 어차피 나 같은 놈들은 계속 생겨난다니까? 법이 없고 규칙도 없으니까! 규칙을 만들려는 사람은 계속 생겨날 수밖에 없다고! 나도 피해자야!”
강설은 정보 길드에 찾아갔을 때, 정보원에게 물었다. 전이자들의 일에 왜 아무도 개입하지 않는 건지.
– 그들에겐 그들만의 규칙이 있어야 합니다.
그는 씁쓸한 표정으로 정원철의 눈을 쳐다보았다. 황금빛 눈이 그의 처절한 최후를 눈에 담았다.
“규칙이야 계속 생겨나겠지.”
“마, 맞아!”
“근데, 그래도 상관없다.”
“뭐라고?”
강설이 그에게 다짐하듯 말했다.
“그깟 규칙, 마음껏 만들어보라고 해. 마음에 들 때까지 부숴줄 테니까.”
“미친 새끼…. 너도 결국에 우리와 똑같아! 뭐든 네 마음대로 하려는 거잖아! 너도 괴물이라고!”
“괴물이라… 그럴지도.”
강설이 한여명에게 턱짓했다.
여기까지 도와줬으면 마무리쯤은 직접 하라는 몸짓. 강설은 그렇게 뒤로 돌아 걸어갔다.
옆에 있던 한여명이 강설 대신 나서며 정원철에게 대답했다.
“저 사람이 괴물이라고? …틀렸어.”
강설이 그에게 턱짓했다.
그 의미를 파악한 한여명이 검을 뽑아 정원철의 가슴에 찔러 넣었다.
“허어어어어억…….”
그리곤 울분에 찬, 한편으로는 확신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질서다.”
* * *
시청자들은 강설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자, 환호 섞인 후원을 보냈다.
‘쥐에에에엔장’님이 광기를 200만큼 후원하셨습니다!
[눈사라아아암! 믿고 있었다고오오오 ㅠㅠ]
– 냉혈한이라던 새끼들 다 나와! 종아리 걷어!
– 찰싹! 찰싹!
– 어우 잡것들 때문에 울화통이 터졌다가 씻은 듯이 나았습니다^^
– 해결해드렸습니다.(우슴우슴)
‘차원이달라’님이 광기를 300만큼 후원하셨습니다!
[스노우맨이 시발 세긴 존나 센가? 걍 쓸어버리네;]
– 콩고리 진짜 코딱지만 한 도시에서 유세 떨던 새끼들이 뭔 ㅋㅋㅋ 암행어사한테 딱 걸렸네
– 암행어사? 틀렸어! 질서다!
– 앞으로 질서좌라 부르겠습니다…. 새치기하면 질서좌한테 오체분시 당한다고….
– 77ㅓ억~ 아주 후련했다 ㅎㅎ 이거 보면서 일진한테 복수하는 상상함 ㅎㅎ
– …힘내.
이날의 사건은 시청자들에게만 화제가 된 것은 아니었다.
콩고리에 터를 잡은 모험가들에게도 큰 여파가 미쳤다.
그 반응이 즉각적으로 온 것은 익명이 보장되는 협회의 커뮤니티였다.
(New)[‘슈우퍼마켙’ 님의 게시글]
[게시일 : 방금]
[제목 : 미친, 포식자랑 정의 공중분해 실화냐?]
가슴이 웅장해진다… 뭔 일이 있던 거여 도대체… 칼부림이라도 난 겨?
– 몰라, 가건물도 폐쇄되고 별 지랄 다 났던데.
– 칼부림 난 거 맞음. 시체 무더기로 나왔음. ‘조각’으로.
– 히이이이이익! ㄹㅇ임? 정의 소문 안 좋긴 했는데 뭐 터진 거구나. 포식자는 왜 또 휘말린 거고?
– 알면 다쳐.
(New)[‘나는알고있다’ 님의 게시글]
[게시일 : 방금]
[제목 : 개 뭣 같은 정의 쳐 망해서 개꿀. 포식자도 터져서 개꿀.]
걍 얘네들은 부녀자, 노인 안 가리고 후려쳐 먹을 생각밖에 없었음. 정원철이 앞에서는 살살 구슬리고 뒤 구린 거 알 만한 사람들은 알았을 걸? 우리 길마가 그러더라고.
– 포식자랑 어울린 것도 그거 때문인가?
– 역시 끼리끼리!
– 세상이 무너지니까 똥파리들이 날뛰네 ㅅㅂ 무서워서 살겠나
– 익명이어서 다행이었지. 아녔으면 이것도 언론 통제여 ㅋㅋ
– 정의는 그렇다 치고 포식자 놈들은 어떡함? 다른 길드로 들어간 거 아님?
– ㄴㄴ 길드 마스터들끼리 무슨 연맹인가 혈맹인가 초딩같은 거 만들어서 이제 착취, 갈취 막겠다고 선포함. 안 따르면 칼 맞음.
– 오, 그건 잘했네.
(New)[‘라이징선’ 님의 게시글]
[게시일 : 방금]
[제목 : 너희들은 한씨 남매를 아는가?]
이번 사건이 한씨 자매 때문에 벌어졌다는 얘기가 돌던데 혹시 이 두 길드를 폭파한 영웅이 한씨 남매 아닐까?
– ㅂㅅ들 소식 존나 느리네 ㅋㅋㅋ
– 말해보던가
– 정확히는 한씨 남매 가 아니라 한여명일 거임. 이건 거의 확실함.
– 엥?
– 한여명이 자기가 정원철 죽였다고 했음.
– 미친 무슨 20명 가까이 있었다고 하는데 어케? 혼자서?
– ㅇㅇ 혼자서 했다고 함. 길드 마스터들이 그렇게 말했다고 하더라.
– 와… 친해지고 싶다. 정의의 사도 뭐 그런 건가?
– 한씨 남매를 건드리면 ㅈ되는 거여…
– 한씨… 한씨를 조심하시오.
(New)[‘코난’ 님의 게시글]
[게시일 : 방금]
[제목 : 유언비어 생산하지 마셈. 이 비생산적인 것들아]
한여명은 이 일에 가담하기는 했지만, 자신이 모든 일을 벌인 것은 아니며 누군가 도왔다고 말함. 물론 이건 카더라긴 함. 정확한 건 길마들만 안다더라고.
– 정보 격차 오지네;; 아무튼 한여명이 개쩌는 거 아님?
– 한여명이 그 비공개라더라
– 와;;
– 미친 비공개가 한여명이었어?
– 아닌데? 한노을이 비공개라던데?
– 뭐여 ㅡㅡ 누구 말이 맞는 거?
– 아니야. 한여명은 양자기갑공룡인데? 대흉근에서 미사일 나가.
– 뇌절 ㄴ
– 시무룩…
(New)[‘질서의 날’ 님의 게시글]
[게시일 : 방금]
[제목 : 아무튼 이제 체계가 잡혔다]
같은 한국인들끼리 등쳐먹는 짓 그만하고 생존을 위해 가자 제발…
– 한여명이 큰일 했네.
– 두 길드가 폭파된 날을 질서의 날로 제정합니다. 땅땅!
– 우린 하나야! 콩고리는 하나!
콩고리에 안정과 질서를 가져다준 강설은 지금, 콩고리에 있지 않았다.
그는 한 씨 남매가 무사할 거라는 판단이 서자, 콩고리를 벗어났다.
그리고 그들 중 한여명에게 한마디 말을 남겼다.
“다음에는 제가 당신을 부를 겁니다.”
“네? 저, 저를요? 부르신다면 당연히 가겠지만 제가 무슨 도움이 된다고….”
“그런 일이 있습니다. 아무튼,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한여명과는 커뮤니티로 연결해놨으니 그가 어디에 있든 소식이 닿을 것이다.
‘귀신의 손이 충분히 개화하면 만나겠군.’
그를 위해 나선 대가는 그때 톡톡히 받으면 될 것이다.
강설은 계획했던 대로 노비라로 향했다.
정확히 3일째가 되던 때에 그는 대삼림에 인접한 유적 도시 노비라에 도착했다.
그리고, 주사위가 굴러갔다.
[휴식 거점이 노비라로 변경됩니다.]
[거점 이동입니다. 여행 운 주사위를 굴립니다.]
도르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