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32
제31화
주사위는 쉽게 멈추지 않고 여러 번 위아래를 뒤집었다.
강설의 인터페이스에 그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 그러니까 이게 그 지역 이동 주사위인 거?
– 걍 여행 일정에서 일기 예보 같은 거지 ㅋㅋ 맑음, 흐림 이런 거
– 거점이야 이동하면 그만이긴 한데 노비라 주변에는 적당한 거점도 없어서…
– 한 마디로 적어도 모험 한 싸이클은 주사위 눈 거지같은 거 나와도 참고 돌아야 한다는 거지?
– ㅇㅇ 근데 솔직히 주사위 낮은 거 나올 확률이 지극히 낮지. 평범만 돼도 상관없으니까 1하고 2만 안 나오면 됨.
– 그럼 안심이지.
도르르르르르….
마침내, 주사위가 정지했다.
[여행 운 주사위의 눈이 2가 나왔습니다.]
[상당히 불운한 운세가 나왔습니다.]
[당신이 노비라 인근에서 진행하는 모험이 여러 가지 변수를 가집니다.]
[당신이 노비라 인근에서 진행하는 모험이 조금 더 위험해집니다.]
[당신이 노비라 인근에서 선택한 모험이 강제로 다른 돌발 모험으로 대체될 확률이 있습니다.]
[당신의 모험이 상당히 위태로워집니다.]
[하지만 이 모든 불운을 딛고 모험을 돌파하면 더 큰 기회를 얻을 것입니다.]
‘나와’님이 광기를 300만큼 후원하셨습니다!
[클리셰 말한 새끼 누구야. 너 때문에 2 나왔잖아.]
– 2밑으로만 안 나오면 됨(2 나옴)
– 포항항ꉂ(ᵔᗜᵔ*)ㅋㅋㅋㅋ포항항항포핳핳항⚓️
–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 우리의 세계는 매우 치밀하게 짜여 있습니다. 클리셰는 불운을 부른다!
강설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한 두 번째 거점이 초장부터 불길한 문구들로 서술되었다.
‘이럴까 봐 플레이어들이 준비를 단단히 하고 움직이는 거였지.’
보급, 성장, 모험 등.
많은 부분에서 시련이 닥칠 우려가 있었다.
플레이어들이 보통 최소치보다 한 단계 이상의 능력을 갖춘 상태에서 움직이는 이유가 이런 불운에 대비하기 위함이었고.
‘아무튼, 그래도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겠지. 문제가 일어나더라도 지금 정도의 수준이면 그리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고.’
쟈마드와 카루나가 있는 이상, 강설에게 해결하지 못할 문제가 생길 확률은 극히 낮았다.
노비라 주변에는 거점으로 삼을 만한 도시가 없었다.
대삼림 인근에는 노비라를 제외하면 규모가 아주 작은 마을뿐이었다.
불운을 회피하기 위해서 인프라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마을로 이동한다는 건 바보짓이었다. 그리고 어차피 그곳에서도 불운을 맞이할 가능성이 존재했다.
‘보상을 더 얻을 기회라고 생각하는 게 낫겠군.’
– 이 사람, 보상을 더 얻을 수 있으니 오히려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요?
– 얼굴에 그렇게 쓰여 있어요!
– 어림도 없지! 길 가다 바나나 밟음!
– 음식에서 머리카락 나옴!
– 방귀 뀌려다 뭔가 새어 나옴!
– 그건 주사위 1이 나와도 쉽지 않은데…
– 미안, 내가 장이 안 좋아서…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쉽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다른 건 다 참아도 모험이 강제로 선택되는 돌발 모험은 상당히 위험해서 참기가 어려웠다.
‘돌발 모험만 조심하면 된다.’
이번 일정에서 돌발 모험이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라며 강설이 노비라의 중심부로 진입했다.
“와하하하! 살아 돌아올 줄이야.”
“아저씨, 농담 아니라니까. 진짜 그때 낙오됐으면 지금쯤 시체가 조각나서 대삼림으로 흩어졌을 거야. 유적 사냥꾼 이거 못 할 짓이야.”
“그게 유적의 매력이지. 너보다 약한 새끼들도 출퇴근하는 느낌으로 다녀오는 게 유적이고 너보다 강한 새끼들도 아차 하면, 목이 날아가는 게 유적이야.”
유적 사냥꾼의 도시 노비라.
유적이 즐비한 대삼림의 인근에 자리한 유일한 도시 규모의 집단.
‘전이자들이 주민들이랑 잘 섞여들었나 보군.’
노비라의 첫인상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전이자들로 보이는 사람들도 그리 어색하지 않게 도시의 분위기에 녹아들어 있었다. 전이자들과 주민들이 서로 경계하던 콩고리와는 약간 다른 느낌이었다.
‘아마도 노비라의 특성 때문인 건가?’
험한 일을 하는 곳의 주민들은 성격이 드센 편이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겐 친구처럼 다가온다.
노비라는 유적 사냥꾼들의 생활로 경제가 일어난 곳이기에 유적 사냥을 중요한 사업으로 여긴다.
이 유적 사냥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은 다름 아닌 인력이다.
‘대규모 전이자들이 유입됐으니, 노비라도 활기를 얻은 거군.’
유명한 유적 사냥꾼은 강설이 만났던 보르고처럼 수많은 사람을 이끈다.
다양한 직종을 가진 주민들과는 달리, 전부가 전투직인 전이자들의 유입은 노비라에게 축복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강설은 노비라의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가장 먼저 모험가 협회를 찾았다. 그는 노비라 커뮤니티에 남겨진 글들을 확인했다.
(New)[‘아니대체제발’ 님의 게시글]
[게시일 : 일주일 전]
[제목 : 유적 포식자 아재 진짜 살갑게 구시네.]
죽은 자기 아들 닮았다면서 오지게 챙겨줌 ㅡㅡ. 진짜 귀찮고 어이없어서 나도 챙겨주는 중.
– 둘이 결혼해!
– 상남자의 도시 노비라.
– 옛날에 공사장에서 일 가르쳐주던 아저씨랑 말투 판박이임 ㅋㅋ
– 나도 이번에 유적 나갔다가 죽을 뻔한 거 겨우 살려주심. 평생 충성 예정 ^^7
(New)[‘노비라의 패권’ 님의 게시글]
[게시일 : 일주일 전]
[제목 : 5대 유적 사냥꾼 중에 하나가 터질 줄이야]
보르고 뒤진 거 확정이랜다 ㄹㅇ 어메이징! 이새끼 마을에서 지나다닐 때마다 남몰래 팬티에 쉬 조금씩 싸서 말렸는데 대박이네. 누가 보르고 에피 터트린 거냐?
– 30명 이상 끌고 다니는 보르고가 전이자따리한테 터졌겠냐? ㅋㅋ
– 아! 근가, 그럼 다른 놈들 중에 누가 터트린 거지? 근데 규모가 줄어든 데는 없는디?
– 보르고가 명성이 좀 딸려서 그렇지 잔인함이랑 무력으로는 1티어였는디… 아무튼 보르고 쪽 애들 터트린 사람이 전이자든 유적 사냥꾼이든 엄지 척!
– 김밥 한 줄 놓고 갑니다 (@)))))))) 복 받으실 거예요!
‘보르고가 사라지고 뭔가 일어나는 모양이군.’
강설은 유적 사냥꾼 에피소드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기에 다른 내용을 주로 살폈다.
(New)[‘버스잘타요’ 님의 게시글]
[게시일 : 방금]
[제목 : 여유 있는 사람, 나 좀 꽂아줘. 얘들아….]
아직 이번 모험 못 정했다.
원래 지난번에 같이 모험 나갔던 유적 사냥꾼이 이번엔 같이 가기 싫대 힝… 서러워ㅠㅠ
– 대체 얼마나 못 했길래; 어지간하면 데려갈 텐데
– 몰라, 잠자리가 별로라고 투덜댄 거 걸렸나 봐.
– 어이쿠. 깍쟁이셨군요 ㅅㄱ
– 이곳은 마초의 도시 노비라! 어수룩한 자들은 살아남을 수 없지! 콩고리라도 가시든지!
– 콩고리도 최근에 뭐 터졌다는데? 거기도 흉흉함.
– 소문으로는 자리 잡은 길드 두 개가 터졌다더라.
– 길드끼리 쳐 싸움?
– ㄴㄴ 자세한 건 나도 모름.
강설은 노비라에 있는 전이자들이 대부분 유적 사냥 모험에 치중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그러던 와중, 그의 눈에 띄는 글이 있었다.
(New)[‘제정신아닌놈들’ 님의 게시글]
[게시일 : 방금]
[제목 : 님들 제정신인 거 맞아요?]
사람 목숨이 오고 가는데 웃고 떠들고 하는 게 제정신인가요? 저는 이해가 안 되네요;
– 익명인 여기서만 이러지 모험 들어가면 울고불고 난리 나는데;
– 그럼 맨날 질질 짜고 있어야 함? 오히려 그게 정신병 걸릴 듯;
– 파병 나간 군인들은 웃으면 안 되는 거?
– 공포를 극복하는 최고의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웃음이니라.
– 까놓고 말해서 이쯤 왔으면 적응할 때 되지 않았나? 우리는 님이 오히려 이해가 안 되네요^^
강설도 커뮤니티의 활발함을 기이하게 여기긴 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새로운 사건에 적응하는 방법은 다양하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뭐, 이제는 다들 깨달았겠지.’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강설은 관심 있는 글을 주르륵 살펴보고 현재 위험 지역들을 간단히 머릿속에 집어넣은 다음, 협회를 벗어났다.
꽤 이른 시간에 노비라에 도착했기 때문인지, 아직도 햇빛이 쨍쨍했다.
강설은 이곳에 온 가장 큰 이유인 차오의 실종 확인을 해결하기 위해 도시를 누볐다.
검은 로브를 즐겨 입고 큰 눈에 예쁜 얼굴, 그리고 숯처럼 검은 흑발까지. 전달받은 차오의 인상착의를 가지고 노비라를 탐문했다.
“차오라고? 특이한 이름이군. 그런 사람은 못 들어봤는데.”
“차오? 타국에서 온 사람인가요? 여자라고요? 무슨 그런 이름이 다 있나요….”
“음… 글쎄. 나는 그런 여자는 보지 못했는데.”
발품을 파는 과정이 수월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강설은 포기하지 않고 노비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차오의 소문을 긁어모았다.
그러던 중, 희망적인 소식을 듣게 되었다.
“아! 혹시, 그 여자를 말하는 건가….”
강설은 오랜 인고 끝에 실마리를 찾자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 여자를 아십니까?”
“네. 한, 한 달 전쯤이었던가? 이곳에 처음 온 것처럼 굴기에 이것저것 알려줬던 기억이 나요.”
“실례가 안 된다면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겠습니까?”
“글쎄요… 기억이 날 듯 말 듯 하네요.”
선택지가 떠올랐다.
[낯선 이에게서 차오의 흔적을 찾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사람은 쉽게 입을 열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1. 기억을 잘 더듬어 보세요.
2. 저랑 장난하는 겁니까?
3. 당신 말고 그 여자를 알 만한 사람이 있습니까?
4. [필요 : 협박 1]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네 숨구멍을 유적에 파묻어 버릴 수도 있다.
5. [필요 : 협상 1] 좋아요, 정보를 교환하도록 하죠.
6. [필요 : 금화 1닢] 기억이 날 텐데요.
팅-!
강설의 손에서 금화가 튕겨 나가 여인의 손에 얹어졌다.
여인은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금화를 받아 들었고 그 이후 속사포처럼 말을 내뱉었다.
“그러니까 그 여자가 제일 먼저 물었던 건 연구실 임대에 관한 거였는데….”
* * *
강설은 운 좋게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노비라 외곽의 버려진 저택을 찾았다.
– 일가족이 죽었던 저택이라 아무도 사지 않아서 외지인들에게 종종 임대했던 곳이에요. 제가 소개해줬는데 계약까지 했는지는 모르겠네요.
여인의 말이 사실일까.
강설은 밤이 되어 어두컴컴한 와중에 저택을 맴돌았다.
‘관리가 된 흔적은 없는데….’
거미줄이 가득한 데다 유리창은 깨져있으며 굳게 잠긴 문으로 들어갔다간 다음 날 햇빛을 보지 못할 것 같은 불길한 장소.
‘안무서움’님이 광기를 100만큼 후원하셨습니다!
[난 이런 거 별로 안 무서워함 ㅎㅎ 오늘 밤엔 엄마랑 자야지.]
– 엄마가 쓸쓸해하실 테니까!
– 나 무서운 거 못 보는데 여기 무서운 거 나옴?
– 일단 생긴 거로 봐서는… 근데 설마 여기 불법 침입할 생각인가?
– 팩트) 이미 계획이 아니라 실천하는 단계다.
강설은 밑져야 본전이니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저택에 침입을 시도했다.
철컥.
철컥… 철컥…
문은 잠겨 있다.
다시 한번 선택지.
[저택으로 들어갈 방법은 여러 가지 일 겁니다. 어떻게 침입하시겠습니까?]
1. 문을 부순다.
2. 지하 저장고를 확인한다.
3. 유리창을 부순다.
4. 깨진 유리창을 이용해 들어간다.
5. [필요 : 영매사] 저택의 유령에게 들어가는 방법을 묻는다.
뭔가 찜찜한 선택지가 있었지만, 강설은 그나마 들킬 염려가 적은 4번 선택지를 골랐다.
휘리릭-!
그림자 손이 연약한 강설의 손 대신 깨진 유리창을 창틀에서 들어냈다. 강설이 카루나의 도움을 받아 창을 넘어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
저택은 불빛 한 점 없는 어둠으로 가득했다.
‘생활한 흔적이 있기는 한데….’
비교적 최근, 그러니까 몇 주 전의 흔적이 보였다.
카펫에 찍힌 발자국이라든가 등불의 상태라든가.
강설은 이 안에 사람이 없다고 판단하고 소지품에서 등불을 꺼냈다.
화륵…
그제야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등불을 든 채 내부를 살펴보니 저택이 꽤 큰 편이라 혼자서는 수색이 좀 어려울 것 같았다.
‘그러면, 방법이 있지.’
휘리릭-!
강설의 손짓에 쟈마드와 카루나가 동시에 소환되었다.
“뭐냐.”
“이곳에 차오란 사람의 연구실이 있을 수도 있어. 같이 좀 찾아줘.”
“흥, 난 또 뭐라고.”
쿵… 쿵…
쟈마드는 구시렁대면서 도둑치고는 큰 발소리를 내며 다른 곳으로 사라졌다.
– 따, 딱히 널 위해 수색하지는 않을 거라고!
– 쟈마드는 아무리 봐도 츤데레야…
– 츤데레치곤 또 근육이 과해…
– 그게 갭모에인 것을…
– 선생님께선 사회에 큰 불만이 있으신 겁니까?
쟈마드와는 달리 카루나는 강설에게 고개를 끄덕인 후, 함께 수색을 이어나갔다.
그러던 중, 강설은 문득 카루나가 원래 이렇게 과묵한 성격인지가 궁금해졌다.
“카루나.”
“예.”
“넌 원래 그렇게 과묵한 건가?”
“원래라면 언제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림자가 되기 이전이겠지?”
“유적에 사도로서 남겨졌을 때는 이야기를 나눌 상대가 없어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화할 사람이 없으니 대화하지 않은 것이다.
강설은 그가 요정이라는 것을 기억해내고 다른 주제를 꺼냈다.
“그럼, 요정이었을 때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어째서? 그림자가 되었기 때문에?”
“그건 아닙니다. 단지, 사도가 되기 이전의 기억이 뿌연 안개처럼 흐릿합니다.”
“기억이 없다라….”
카루나에 대해 알려진 건 많지 않은 편이었다.
그를 소환수로 삼았던 이도 강설 말고는 없었고.
‘이제부터 하나하나 알아가면 되겠지.’
소환수에 관한 상세한 정보는 소환사에게도 중요했다.
강설은 차근차근 카루나와 쟈마드의 모든 것들을 알아낼 생각이었다.
철컥-!
카루나가 강설에게 말했다.
“주인님.”
“음?”
“아무래도 찾은 것 같습니다.”
강설은 카루나가 연 문을 향해 들어섰다.
그리고 그 안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