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320
제319화
북방의 휘겔텅 초입.
“하아아암-!”
“그렇게 많이 처먹으니까 졸리지!”
“이시이는 몰라! 겨울잠을 자는 짐승은 뱃속에 뭐든 잔뜩 넣어둬야 한다고!”
“…알고 싶지 않아.”
“알아둬! 나는 겨울잠을 잔다!”
이시이와 예바가 떠드는 사이 강설은 생각에 잠겼다.
‘7개월이라… 이미 일찍 돌아가기는 틀렸군.’
지금 되돌아가도 이미 늦었을 것이다.
용쟁은 다시 시작되었을 것이며 강설이 거기에 개입할 방법은 없었다.
설홍과 그녀를 돕는 자들이 힘을 내기를 바라는 수밖에.
‘그런데 어떻게 반년 넘게 잠들어 있던 거지?’
사실은 잠들어 있던 것이 아니라, 경계석의 폭발로 인해 반년 이후의 시간대로 튕겨 나온 게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들었다.
– 오, 일어났군.
‘우르?’
반가운 목소리.
동방에 처음 도착했을 때처럼 소환수들을 모두 잃은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있을 때, 때마침 우르가 목소리를 내주었다.
– 넌 폭발 이후에 경계에 잠들어 있었다, 줄곧.
‘…그래서 얼어 죽지는 않은 거네.’
– 차라리 설원에 곧장 떨어졌다면 금방 일어났겠지. 안타깝게도 그러지 못했지만.
강설은 손바닥을 오므렸다 피면서 기운을 운용했다.
스으으…
“음?”
이시이가 황급히 강설에게 고개를 돌렸다.
강설은 시치미를 떼며 그에게 물었다.
“왜?”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고개를 갸웃하는 이시이.
강설은 우르와 못다 한 대화를 마저 나누었다.
‘…카렌은?’
그가 기운을 흘려보냈을 때, 쟈마드 쪽에서는 반응이 왔으나 카렌 쪽에서는 반응이 없었다. 마치 그림자 공간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 허무로 되돌아왔다.
역시나.
‘어째서?’
– 성장을 위해서다. 격의 상승으로 얻게 된 기운을 갈무리하는 과정이다.
강설은 그 말을 듣고 이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래, 카루나도 이랬던 적이 있었지….’
요그하툰 화산에 도달하기 전, 카루나도 지금처럼 한차례 잠들어 있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대략적으로라도 남은 시간까지 알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이번엔 아니었다.
카렌이 지고에 걸맞은 힘을 얻기 위해선,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한 듯했다.
‘뭐, 쟈마드만 있어도 든든하니까. 그보다… 확인할 게 남았지.’
강설은 슬쩍 주변을 살폈다.
이번에 얻은 물건들은 느껴지는 기운도 심상치 않았기에 곁에 누군가 있다면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었다.
스윽…
“잠시 나갔다 올게.”
“엥? 나간다고?”
“…도망가는 거야? 우리가 싫은 거지?”
이시이와 예바가 울상을 지었다.
강설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침에 먹을 식재가 필요할 거 같아서. 근방을 좀 둘러보고 올게.”
“같이 가자, 그럼. 예바 일어….”
“아냐, 겸사겸사 생각도 좀 정리할까 싶어서.”
“음… 담배는 있어?”
“안 태워, 괜찮아.”
“웬일이야, 이시이. 피 같은 담배를 건네주기라도 하려고?”
“…처먹었으면 뭐라도 보답하는 게 맞잖아.”
“아… 그렇지.”
“너 들으라고 하는 말이야, 예바.”
“러시아에는 그런 문화가 없었어.”
“확실해?”
“…우리 동네는.”
이시이가 머리를 긁적였다.
“이거 또 도움을 받아서 어떡하지?”
“아냐, 나도 덕분에 잠자리를 구했는걸.”
“그래. 내일은 우리도 같이 움직일게. 보급망만 다시 연결되면 근래에 신세 진 일도 모두 갚고 말이야.”
강설이 어깨를 으쓱하며 밖으로 나섰다.
휘이이이잉…
시청자들이 그의 모습을 보며 웃었다.
– 7개월 만에 복구된 방송이 여기 맞나요?
– ㅖ 개미 털기 엄청났습니다.
– 근데 지금 뭐하는 거죠?
– 혼자 몰래 초코파이 먹으러 화장실 갑니다.
강설은 폐부로 스며드는 찬바람을 느끼며 주둔지를 나섰다.
이정표로 삼을 만한 표식을 만들어 두고, 강설은 설원 한복판으로 이동했다.
휘이이잉…
‘북부가 악명 높은 이유가 느껴지네. 평범한 사람이라면 하루도 못 버티겠어.’
아마 이곳에 파견되어있는 이시이나 예바 또한 나름 전이자 중에서는 강한 축에 속할 것이다. 그러니까 이 한파에서 버티며 생존이 가능한 것이고.
강설이 턱을 짚고 생각에 잠겼다.
‘휘겔텅이라… 공교롭네.’
빙하아귀와는 일전에 만상 도서관에서 얽힌 적이 있었다. 그런데,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어쩐 일인지 다시 그들과 가까워졌다.
머릿속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떠올랐다.
하나는 이대로 죽 칸까지 일직선으로 향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중간중간 요소요소에 들러 성장을 겸하는 것.
‘이미 늦은 김에… 조금 더 여유를 부려도 괜찮을 것 같은데….’
안전한 여행길로 칸으로 향하면 설홍에게 조금 더 빨리 도달할 수는 있겠으나 그동안에 미뤄진 성장은 되찾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이미 반년 넘게 성장을 못 한 거니까.’
어쩌면 그동안 다른 전이자들의 수준이 크게 늘었을 수도 있었다.
‘따라 잡혔…으려나?’
그렇다면 어쩔 수 없고.
강설은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일에는 재빨리 손을 떼는 편이다.
만일 다른 전이자들에게 성장이 따라 잡혔다면 더 빠른 속도로 앞질러 갈 생각을 하면 그뿐.
‘우선… 얻은 것을 확인하자.’
강설은 소지품에서 저번에 획득한 야차의 전리품을 열어젖혔다.
당연하게도, 이번 보상은 찬란히 빛나는 플래티넘 박스. 플래티넘 박스가 출현한 것은 만상 도서관에 이어 2번째였다.
[당신은 매우 지혜롭습니다.]
[높은 지혜가 잠금장치의 원리를 순식간에 이해합니다.]
[마력을 주입하면, 잠금장치가 해제됩니다.]
끼이이익…
[야차의 유품을 확인합니다.]
[레벨이 상승합니다.]
[레벨이 상승합니다.]
[능력 점수를 획득합니다.]
[능력 점수를 획득합니다.]
[알부자의 특수 능력이 발동합니다.]
[능력 점수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능력 점수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교활한 핏빛 뱀이 발동합니다.]
[능력 점수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능력 점수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나는 놈의 특수 능력이 발동합니다.]
[능력 점수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능력 점수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능력 점수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능력 점수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불가사의(不可思議) : 야차(夜叉)를 획득합니다.]
[찢어진 눈웃음의 완갑을 획득합니다.]
[맑은 늪의 숫돌을 획득합니다.]
[부서진 양심의 허리띠를 획득합니다.]
[바람 잘 날 없는 망토를 획득합니다.]
[백금화(칸) 52개를 획득합니다.]
[용도를 알 수 없는 열쇠 2개를 획득합니다.]
[서리 안식처의 물약 3개를 획득합니다.]
……
강설은 가장 먼저 기이한 기운을 뿜어내는 야차를 확인했다.
[불가사의(不可思議) : 야차(夜叉)]
등급 : 불가사의
적정 레벨 : 없음
공격력 : 알 수 없음
내구력 : 알 수 없음
무게 : 알 수 없음
많은 검사를 종용하여 피의 길을 걷게 만든 고대의 검. 이와 한 쌍인 가면이 파괴되어 더는 정신오염을 유발하지 않지만, 각인되어 있던 검술은 모두 소멸했다. 파괴의 반작용으로 야차는 스스로를 기억할 수 없다.
기본 능력 : 알 수 없음
특수 능력 : 알 수 없음
“하아….”
– 또 나왔다, 알 수 없음!
– 도대체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음!
– 아, 반년 동안 분석글 올라오고 지랄났던 거 개웃기네 ㅋㅋㅋ
– 그 뻘짓을 왜 했는지 알 수 없음!
정보가 잠금 상태로 되어 있었다.
야차의 가면을 괜히 파괴했나 싶기도 했다.
‘아니지, 어차피 사용할 것도 아니었으니까.’
야차라는 검이 얼마나 강하든, 그것을 직접 쥐고 휘두를 생각 따위는 추호도 한 적이 없었다. 유현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은 마검을 누군가 다시금 손에 쥐는 일은 없어야 했다.
다만, 직접 사용할 생각이 없다는 말이지 야차를 소지품 깊숙한 곳에 처박아두겠다는 말은 아니었다.
꼴깍…
침을 삼키며 야차를 바라보고 있는 비탄.
이시이와 예바가 있을 때는 나오지 않고 있다가 지금은 강설의 어깨 위에서 야차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배고파?”
【…배가 좀 헛헛하다.】
“갑자기?”
【이거 때문은 아니야. 음… 아닌 것 같아.】
그러면서도 괜히 시선을 검에서 떼어놓지 못하는 비탄. 마령이었던 비탄이 피를 갈구하던 때는 너무도 옛날이었다.
그 허기가 전부 성장의 원동력으로 전환되었는지, 이제는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마주했을 때 그 욕망을 감추지 않았다.
【이거 때문인 것 같기도? 처리가 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
“…먹을 수는 있어?”
【비탄이 못 먹는 건 가지랑 연근인데? 쇳조각 정도는 먹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럼 먹어볼래?”
비탄이 야차를 받아들고 잠시 고민하다 혀를 갖다 대었다.
할짝….
【오! 오묘한 맛이 나….】
“씹어먹을 수는 없어?”
【그럼 비탄 배탈 날 것 같아.】
“그럼 천천히 먹어.”
【응!】
– 세상에… 날붙이를 핥아먹는 이상한 광경이 여기 있네.
– 어울려!
– 막대 사탕 같이 들고 먹잖아ㅋㅋㅋ
– 침 범벅이 된 야차 : 죽여줘… 제발…
곧, 반응이 왔다.
[비탄이 불가사의(不可思議) : 야차(夜叉)의 소화를 시작합니다.]
……
좀 기다려 보았지만, 이 이상의 변화는 찾아오지 않았다.
아마도 야차를 전부 먹어 치워야지만 효과가 있지 않을까.
‘급할 게 없으니….’
다음은 다른 물건.
[찢어진 눈웃음의 판금 장갑]
등급 : 보물
적정 레벨 : 40 – 48
방어력 : 190
내구력 : 170/170
무게 : 1.0kg
어딘가 기분 나쁜 웃음을 짓고 있는 장갑. 그와는 별개로 안정적인 방어력을 자랑한다.
기본 능력 : 근력 + 30 민첩 + 24 체력 + 33
특수 능력 : 중무장 상태일 경우 총 방어력이 10% 상승한다.
‘오….’
고작해야 장갑에 달린 것치고는 굉장히 효율 좋은 옵션. 카루나든 카렌이든 돌아온다면 이 장갑을 들려주겠다 다짐했다.
‘기사의 방어력은 다른 직업에 비해 압도적이니까… 엄청 좋은 옵션이네.’
성능도 알 수 없는 야차보다 오히려 이 장갑이 좋게 느껴질 지경.
기분 좋게 다음 물건을 살폈다.
[맑은 늪의 숫돌]
등급 : 보물
적정 레벨 : 없음
무게 : 3kg
특수 능력 : ‘피에 절은’ 상태의 병기 날을 원상태로 되돌린다. 내구력은 알 수 없으나 여러 번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숫돌까지… 운이 좋은데?’
일명 맑은 늪.
무기를 휘두르는 직업일 경우 모험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살생을 하기 마련이었다. 그 살생이 모두 대의명분이 확실하게 악인들을 벤 것일 수는 없었고.
‘업’을 쌓다 보면 물건이든 사람이든 ‘피에 절은’ 상태가 되곤 했다. 이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하면 병기 날이 상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제멋대로 타락하곤 했다.
아마 야차와 비슷한 경우가 아닐까 싶은.
‘아직은 여유가 있지만, 나중에 가면 또 모르니까.’
모험은 적과 시련이 확실하니까 괜찮을지 몰라도 몇몇 상황들은 선악이 불분명한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어, 전이자들과 충돌하는 경우. 강설은 개인에 불과하니 집단과 충돌했을 때 이런 업을 쌓게 될 확률이 높았다.
맑은 늪은 강설의 그런 걱정을 줄어들게 했다.
다음은 부서진 양심의 허리띠와 바람 잘 날 없는 망토.
망토는 민첩 쪽에 관련된 옵션이었고 암살자가 사용할 법한 특수 능력까지 달고 나와 사용하기 까다로워 보였다.
‘이건 보류.’
추후에 팔든 쟁여두든 할 것이다.
[부서진 양심의 허리띠]
등급 : 보물
적정 레벨 : 44 – 50
방어력 : 120
내구력 : 130/130
무게 : 0.1kg
수상한 얼굴을 본떠 만든 장식이 인상적인 허리띠. 장식의 표정이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기본 능력 : 지능 + 25 지혜 + 25 체력 + 45
특수 능력 : 체력이 30% 이하로 하락하면 울상을 짓는다. 울상 상태에서는 잃은 체력의 100%에 달하는 보호막이 형성되며 20초간 유지된다. 20초 동안 보호막이 파괴되지 않으면 보호막의 20%에 달하는 체력을 회복한다.
‘보물 맞아?’
– 보물 맞나?
– 이게 불가사의 아니야?
– 이게 보물인 게 불가사의인데 ㅋㅋㅋㅋㅋ
– 옵션이 제한적이잖아 ㅋㅋㅋ 근데 옵션 개사기네;;
– 양심이 정말로 부서진 겁니까?
허리띠는 위기 상황에서 큰 힘을 발휘할 것 같은 효과였다.
기본 옵션들은 전부 착실하게 챙겨두었으니 이런 변수 창출이 가능한 옵션들을 최대한 가져오는 게 앞으로의 성장 방향에서도 꽤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대주(大呪) 쟈마드에게 부서진 양심의 허리띠를 착용시킵니다]
물론, 쟈마드에게.
다음으로는 칭호 확인.
[최초 칭호 : 지고의 경지]
관련 업적 : 위대한 한걸음 (모험 : 없음)
특수 능력 : 매력 + 50, 위엄 + 50, 힘을 완벽하게 갈무리할 수 있습니다.
[최초 칭호 : 유물 파괴자]
관련 업적 : 가질 수 없으면 부숴버리겠어 (모험 : 없음)
특수 능력 : 유물에 각인된 까다로운 제한 사항들을 대부분 무시합니다.
둘 다 최초 업적답게 훌륭한 옵션이었다. 힘을 갈무리할 수 있다는 건 자신을 드러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고, 유물에 각인된 제한 사항을 무시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의 폭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했다.
‘설마 갑옷도 착용이 가능하나?’
새로 얻은 완갑을 착용해보려 했지만, 그것은 희망 사항이었을 뿐 장비의 종류는 해당되지 않는 듯했다.
‘그래도 괜찮은 편이다.’
높은 등급의 장비일수록 제한 사항들이 이것저것 달려 있었으니까.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수확이네.’
강설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뭐가 어찌 됐든 살아남았고 훌륭한 보상도 획득했다.
설홍과는 멀리 떨어졌지만, 걷다 보면 닿지 않겠는가.
“반년은 더 걸리겠지만… 요 녀석!”
끼이익…!
끼이이이이익!
강설의 그림자 손에 붙잡혀서 혀를 내미는 여우. 안타깝게도 내일 아침이 될 운명이었다.
“미안.”
우드득…
강설은 설원 여우의 목을 부러트린 후 축 늘어진 녀석을 들쳐메고 주둔지로 돌아가고 있었다.
– 강설.
쟈마드가 말을 걸어오자, 강설도 주춤 멈춰 섰다.
‘느껴지지?’
– 그래, 흔적이다.
누군가, 주둔지를 찾아왔다.
아니, 꽤 다수가.
스으윽…
강설이 마치 밀려드는 안개처럼 숨어 상황을 살폈다.
– 떠났군.
강설이 재빨리 주둔지로 가 흔적을 확인했다.
이시이와 예바가 사라졌다.
“저항한 흔적은 없네. 그렇다는 얘기는….”
– 아군이든가, 저항할 엄두를 못 낼 정도로 다수이든가.
“후자겠군.”
강설의 감각은 이미 인간과는 거리가 멀었다.
남겨진 흔적들을 통해 이곳에서 있었던 일이 대강이나마 머릿속에 그려졌다.
– 누구일 것 같나?
쟈마드의 물음에 강설이 씨익 웃었다.
“지금부터 알아봐야지.”
야차 대전 이후, 강설이 등장한 첫 번째 모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