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324
제323화
– 죽은 트롤과 몸을 같이 쓰다니, 정말 특이하네? 그나저나 인간을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였더라? 후음….
그녀는 수다쟁이였다.
혼자서 꿍얼꿍얼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 아! 기억났다! 아즈란!
강설이 싱긋 웃었다.
– 아즈란이라는 괴짜 녀석이었어! 내 말을 대충 흘려듣던 녀석이었지, 정말 괘씸했지!
허무에서 이 이야기를 듣던 우르가 혼자 키득댔다.
– 큭큭… 아즈란이라면 그럴 만하지.
우르는 서리 대공의 환영을 만난 이후, 아즈란이라는 단어를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의 이름을 들으면 기분 좋게 웃는 것은 덤이고. 지금도 그랬다.
마드리아가 부연 설명했다.
– 강했어! 그 아이. 인간이지만 깨끗한 마음을 가졌고… 또….
촤아악-!
물이 강설의 얼굴까지 튀겼다.
마드리아가 어느새 강설의 코앞까지 다가와 말했다.
– 너와 비슷한 느낌이었어. 넌 뭐야?
“빙하아귀를 돕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 정말? 다른 속셈이 있는 건 아니고?
“다른 속셈도 있습니다. 대가로 새벽녘의 수정을 받아 가려 합니다.”
– 앗! 이름까지! 어떻게 알았지?
그야 당연했다.
‘새벽녘의 수정은 당신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것이니까.’
– 아무튼! 그럼 고마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네?
“일단은 그렇습니다.”
– 음… 그래도 대주 정도 되는 자가 나서주긴 했지만… 빙하아귀는 에몬을 무찌를 수 없는걸.
마드리아의 말에 강설이 되물었다.
“어째섭니까?”
– 이리자드가 있으니까!
“…이리자드?”
쿠악하라는 두더지가 그런 이름을 내뱉었던 것 같기는 했다.
‘이리자드… 이리자드라….’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부르툴을 쳐다보자 그는 고개를 푹 숙이고 가만히 있었다.
– …몰랐구나?
“예. 이리자드가 누구입니까?”
– 그는 빙하의 원신이야.
“……예?”
– 원신이라고.
“원신….”
강설이 당황할 정도로 충격적인 사실.
“설마, 에몬의 뒤에도 원신이 있는 겁니까? 그럼 이건… 원신들간의 싸움 아닙니까?”
잘못됐다.
일이 한참이나 잘못됐다.
적당히 두더지 머리나 두들기고 수정을 집어삼킬 생각에 싱글벙글했던 강설이 도리어 머리를 망치로 맞은 듯 띵했다.
– 응! 도와주기로 한 거 무를 수 없는 거 알지? 원신과의 약속을 어기면 어떻게 되는지도.
“……이건 사기입니다.”
– 가끔 불합리한 일을 마주하면 다들 그렇게 말하곤 해. 그래도 들어봐, 네게는 좋은 소식일 테니까.
마드리아가 물로 뭔가를 창조했다.
마드리아 자신의 모습을 한 인형이었다.
– 이게 나.
촤악…
반으로 갈라지는 마드리아.
마드리아의 인형은 둘로 나뉘었다.
그녀는 그중 하나를 쥐고 이렇게 말했다.
– 이게 지금의 나. 그리고 남은 하나가 이리자드야.
“…….”
– 괜찮아, 나와 이리자드의 힘은 다른 원신들에 비해 한없이 약해졌으니까. 아마 그들이 가진 힘의 반도 내기 힘들 거야. 둘로 쪼개진 이상 반의반도 무리!
원신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존재인지를 상정한다면, 이조차도 과했다.
트럭의 반의반의 반 크기도 인간보다는 클 것이니까.
“하아….”
– 앗! 방금 일이 꼬였다고 푸념했지?
“네.”
– 솔직해! 마음에 들어!
“왜 이리자드와 당신은 적대하는 겁니까?”
– 이리자드는 내 안의 악의를 응축한 것에 불과해. 말하자면 분리하기 쉽게 만들어 놓은 악의 덩어리라고 해야 할까… 근데 그게 통제하기가 어려워져서 뛰쳐나갔다고 해야 할까….
“…두더지를 뒤에서 조종하고 힘을 나눠준 것도 그겠군요.”
– 응! 이리자드는 지금 날 찾고 있어. 오싹오싹하다고!
두더지들이 습격을 빈번하게 해오는 데도 태평하기 그지없었다.
“괜찮은 겁니까?”
– …아니. 내가 이리자드에게 도리어 흡수당해 또 하나의 악이 깨어난다는 미래가… 싫어.
원신이 막강한 존재인 이상 기본적인 예지력 정도는 있었다.
– 다만, 널 만나니까 그 미래가 점차 흐릿해지고 있어. 어째서일까? 너, 내게 뭔가를 숨기고 있는 거지?
그녀는 불안한 미래를 지워줄 강설의 존재를 보고 들뜬 게 분명했다.
“…이 싸움에서 이길 방법은 있습니까?”
– 우선… 설산으로 돌아가야 해. 그곳으로 돌아가야 내가 온전하게 활동할 수 있어.
강설이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설산… 해보죠.”
– 어… 계획은? 생각해둔 계획은 있어?
“있습니다, 대강은.”
– 정말? 나한테만 살짝 말해줘, 응?
강설이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기다리는 거.”
마드리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 누구를?
강설은 대답하지 않고 웃었다.
모험 33-(특수) ‘두더지 잡기’
당신은 경계석의 폭발에 휩쓸려 북부의 머나먼 땅, 휘겔텅 인근까지 날아왔습니다.
이곳에서 당신은 빙하아귀와 접촉했고 그들의 오랜 싸움에 개입했습니다.
이미 늦었습니다.
얼음 두더지 에몬들은 당신의 존재를 인지했고 당신이라는 존재가 쓰러질 때까지 괴롭힐 것입니다.
이들에게서 벗어나는 방법은 한 가지뿐입니다.
빙하아귀가 이들에게 승리할 수 있게 돕는 것이죠.
목표 : 세력 에몬 괴멸
주의, 이 모험은 매우 위험합니다.
주의, 이 모험은 시시각각 상황이 변화합니다.
현재 남은 시간 「알 수 없음」
“후우우….”
출진은 신속했다.
가만히 이 임시 주둔지에 숨어있어 봤자,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땅으로 파고드는 두더지의 습성상 언제고 문제가 터질 것이다.
‘그리고 기다리는 위치로는 적절치가 않아서 말이지.’
대주(大呪).
각 속성을 지탱하는 주술사들은 마치 별처럼 빛났다.
그리고 그 별들은 서로 공명했다.
‘가까워지고 있어. 확실해… 얼마 남지 않았어.’
또 하나의 대주가 움직이고 있었다.
천천히, 설산을 향해.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할 것 같았다.
“으… 추워….”
“이시이, 마실래?”
“됐어, 전투 전에 술 마시면 죽기 딱 좋아.”
“애초에 이 전투가 죽기 딱 좋은 것 같지 않아?”
“…틀린 말은 아니야.”
강설이 빙하아귀의 진군에 따라붙은 두 명의 인간에게 물었다.
“예바, 이시이. 후회 안 해? 돌아가도 돼.”
“우릴 떼놓으려고? 아니! 냄새가 나… 냄새가 나서 돌아갈 수 없다고.”
“냄새?”
예바가 소리쳤다.
“모험의 냄새! 아… 이 얼마나 오랜만인가.”
“…위험할 수 있어.”
예바와 이시이는 함께 고개 저었다.
“전위가 아니라서 괜찮아. 지원 역할만 충실히 할 생각이야.”
“어째서 돕는 거야?”
“그야 네가 우리를 도왔잖아?”
“물론! 우리가 그다지 도움은 안 되겠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어?”
“……고마워.”
전이자들은 이따금 강설을 놀라게 했다.
아니, 정확히는 전이자 중 일부가.
가진 능력보다도 더 큰 용기를 끌어와 그를 도우려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죽지 마.”
“알았어!”
“들었지 이시이?”
“예바, 너 말하는 거야.”
“뿡.”
“뿌직.”
“애냐?”
“어른이세요?”
강설이 방금까지 이들과 대화를 나누며 느끼며 고조됐던 감정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설산이 보인다!”
“저기야!”
어느새, 설산의 지척에 도달했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세월은 흘렀지만 웅장한 기세를 자랑하는 얼음 성채.
부르툴이 강설에게 물었다.
“우리는 마땅한 공성 병기도 없습니다. 한데 어찌….”
“이곳에 야영지를 꾸린다.”
“이, 이곳에서 말씀입니까?”
“그래.”
“표적이 되기 쉽습니다! 두더지들은 수가 많아 밤이 되면 야습의 위험까지도….”
“전부 알고 있어. 그러니까 괜찮다.”
“…….”
“날 믿어라.”
“…대주 님을 믿겠습니다. 야영 준비를 해라!”
“예!”
휘오오오오…
노을이 질 때 도착한 빙하아귀들은 밤이 되도록 야영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두더지들이 눈치를 보고 있군.’
설산에 도착하자마자 어떤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 예상했었을 텐데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빙하아귀가 불리한 위치에 진을 치자 섣불리 덮치지 못하고 머리를 굴리고 있는지도 몰랐다.
어느덧, 사위가 어두워지는 밤이 되었다.
“불을 피워라.”
“예!”
그다지 좋은 판단은 아니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특히나 이시이나 예바는 불이 없으면 밤을 넘기지 못할 것이다.
강설이 해골로 장식된 의자에 앉았다. 대주에게 어울리는 의자였다.
그리고 2개의 의자가 더 준비되어 있었다.
하나의 의자엔 부르툴이 앉았고 다른 의자는 비어 있었다.
“어째서 의자를 준비하라 말씀하신 겁니까?”
“뭐, 환영 차원이지.”
“…환영?”
“지켜봐라.”
빙하아귀는 아무리 대주의 말이라도 동요할 수밖에 없었다.
적진 바로 앞에서 진을 치고 여유를 부리다니. 단 하루라 할지라도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
강설은 눈을 감고 숫자를 헤아렸다.
“아, 생각해보니 우리를 두더지라 착각할 수도 있겠군.”
그가 예바에게 무언가를 지시했다.
“…….”
예바가 강설의 지시를 듣고 고개를 끄덕인 후, 그대로 시위에 활을 매겼다.
“진짜 쏜다?”
“쏴. 다 왔으니까.”
“에이, 몰라!”
피유유유유유유유융-!
[예바가 조명탄을 사용합니다.]
[화살과 마력을 소모하여 주변을 비추는 불빛을 만들어냅니다.]
[불빛의 크기와 문양은 바뀔 수 있습니다.]
파지이이이이이이익…
하늘에 번개라도 친 것처럼 주변이 환해졌다.
마치 대낮처럼.
“노, 놈들이다!”
“두더지들이 주변을 포위하고 있습니다!”
강설이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쥐 떼다.
두더지가 쥐 떼처럼 모여들어 설산으로 향하는 길목을 꽉 틀어막는 것으로 모자라 야영지를 반쯤 에워싸고 있었다.
“당장 무기를 쥐고 전열을….”
스윽…
부르툴의 외침에 강설이 손을 올렸다.
거기까지 하라는 제스처.
“이이….”
강설은 그것을 보며 미소 지었다.
“…왔어.”
“뭐가 왔다는….”
“안 들려?”
둥…
둥…
둥…
틀림없다.
이건 북소리였다.
사박…
사박…
그에 더해 눈 밟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왔다.
소리가 점차 가까워지자 두더지들도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었다.
“끽… 끼이익….”
“놈들… 이상해….”
“위험한… 냄새….”
지성이 더해졌다 한들, 아직 한참이나 모자랐다.
“후우우….”
눈을 잔뜩 맞았는지, 웬 눈덩이를 잔뜩 뒤집어쓴 자들이 야영지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 중 선두에 있는 자가 겁도 없이 야영지의 경계를 뚫고 강설 쪽으로 가까이 오고 있었다.
“누, 누구냐!”
“다가오면 응전하겠다!”
강설이 손사래를 치며 그들을 만류했다.
“하, 하지만….”
“내버려 둬라.”
사박…
사박…
둥…
둥…
북소리, 눈을 밟는 소리.
그리고 그 소리가 끝도 없이 이어지는 광경.
긴 행렬은 끝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눈덩이 괴인이 슬쩍 다가와 미리 준비해둔 의자에 앉았다.
“이거야 원… 손님이 주인 행세라니.”
강설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기다렸어.”
“만상 어른 아닌가?”
“때려치웠어.”
“저런… 어울리지 않기는 했지… 큭큭….”
부르툴의 안색이 굳었다.
“이 목소리….”
스윽…
얼어붙은 눈을 지탱하던 거적을 벗어서 팽개치는 자.
“오랜만이구나, 부르툴.”
“이럴 수가… 말도 안 돼….”
둥…
둥…
“잠시라도 몸을 녹이니 조금 낫군. 그럼, 긴 여정에 지쳤으니 회포는 성채에 들어가서 풀어도 괜찮겠지?”
강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브론의 병력이 일사불란하게 전열을 갖추기 시작했다.
“준비해라, 식사는 성채에서 할 것이니.”
“으하하하하하!”
“돌아왔구나! 지긋지긋한 곳으로!”
아직, 조명탄의 빛이 꺼지지 않았다.
당연히 두더지들도 이쯤 되자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끽! 끼이이이익! 노, 놈이다!”
“끼이이익! 무서워!”
“돌아왔어! 돌아왔다고! 죽었는데!”
“죽은 놈이 돌아왔어!”
“그럴 리가… 후퇴해! 성채로 돌아가!”
휘오오오오오오…
마지막 남은, 아니 마지막으로 남았던 폭포의 대주술사.
대해를 지탱하는 기둥.
“그리웠다, 쥐새끼들아.”
“브론이다! 브론이야!”
“도망쳐! 정말로 브론의 냄새야!”
대해일의 브론과 그의 병사가 휘겔텅에 돌아왔다.
두더지들은 앞다투어 성채를 향해 도주하기 시작했다.
다다다다…
[강력한 조력자 ‘대해일의 브론’이 이번 모험에 등장합니다.]
[강력한 조력자 ‘대해일의 브론’이 이번 모험에 당신의 아군으로 합류합니다.]
[세력 : 빙하아귀에 세력 : 브론의 빙하아귀가 새롭게 합류합니다.]
[세력 : 빙하아귀가 재편성됩니다.]
대해의 대주, 대지의 대주가 같은 뜻을 품고 한 자리에 모였다.
꾸르륵…
브론의 주변으로 방대한 크기의 물의 구체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휘오오오…
“지옥에서 내가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