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325
제324화
꾸르르륵…
브론의 물 구슬은 점차 그 크기를 불려갔다.
“도망쳐! 날아온다!”
“땅으로 숨어야 해!”
“그거야! 그거!”
브론이 키득거리며 손바닥을 폈다.
“인사 대신이다, 두더지들아!”
“끼이이이익!”
“온다아아아! 와!”
“숨어!”
[브론이 폭포 주술 : 집중호우를 사용합니다.]
[수분을 사용한 물 화살을 만들어 내어 목표지점을 타격합니다.]
[물화살의 관통력은 지혜와 지능, 물 화살의 개수에 영향을 받습니다.]
[최대 1분 동안 유지할 수 있습니다.]
[수분이 부족하면 주술이 해제됩니다.]
쏴아아아아아!
마치 촉수를 뻗어오듯 물 구슬에서 만들어진 화살이 두더지들을 향해 날아갔다.
“끼이이이이익!”
“끼이익! 끼이이이익!”
“무서워! 무서워!”
“숨어!”
푸우우욱…
“끽….”
푸화아아악!
“으….”
단숨에 몸에 구멍을 뚫어버리는 물 화살.
몸에 커다란 구멍이 생겨난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큰 문제였지만, 브론의 주술은 이런 극지에서 더 큰 효과를 발휘했다.
쩌저저저적…
“아아아아아아아악!”
“얼었어! 얼었어!”
“끊어줘! 사, 살려줘!”
“시, 싫어! 무서워!”
“끼이이이익!”
관통당한 상처가 얼어붙어 내부에서 팽창했다.
그 결과…
으지지직…
“끼아아아악!”
두더지의 멀쩡했던 근육과 뼈가 끊어져 너덜거렸다. 심각한 상처를 입은 두더지들의 수가 엄청나게 불어났다.
‘이게 대해일의 브론….’
실제로 그 힘을 목격한 건 처음이었지만, 단 한 수만으로도 그가 어떤 실력을 지녔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괴물이다.’
이제껏 만났던 트롤 중 가장 강한 존재가 바로 브론이 아닐까.
특히나 그는 이런 대규모 군대를 상대하는 상황을 한두 번 경험해본 것이 아닌 듯, 능숙하게 두더지들을 요리했다.
“숨었다!”
“안 맞아!”
성채로 대피하지 못한, 그렇다고 토굴로 숨어들지도 못한 두더지들이 브론을 비웃었다.
그야 탁 트인 장소에서 벗어나면 브론의 물 화살은 피하기가 쉬웠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광역 주술 아니, 광역에 특화된 능력들이 가지는 맹점이었다.
어느 정도의 살상력을 지닌 능력들은 소모되는 마력 양도 심각했지만, 그 효과가 일정하지 못했다.
최소한의 마력으로 살상이라는 최대의 효율을 내는 게 광역 능력이었고, 조금이라도 값이 엇나가면 살상은커녕 상대에게 상처 하나 내기 힘들었다.
지형, 날씨, 상성, 구도와 지질뿐만 아니라 저항력까지.
단일 개체를 상대로 한 결전 능력들과는 달리 모든 환경이 장애 요소였다.
지금 같은 경우도 그랬다.
두더지들이 엄폐물을 찾아 숨기 시작하자 급속도로 살상자가 줄어들었다.
‘내가 나서야겠군.’
브론에게도 다른 방법이 있겠지만, 가장 간단한 방법은 강설 자신이 브론을 보조하는 것이다.
저벅…
파츠즈즈즈즈즛…
쟈마드를 받아들인 강설이 땅에 손을 얹었다.
대해의 지주가 슬쩍 힘을 보였으니, 대지의 지주인 쟈마드 또한 어느 정도는 힘을 드러내야 했다.
[대지 주술 : 폭파채굴을 사용합니다.]
[대지에 충격파를 발산하여 목표를 향해 나아갑니다.]
[목표에 도달하면 강한 충격파를 발산하여 지형을 파괴합니다.]
[이때, 파괴된 지형에 광석이 존재하면 피해가 150%로 적용됩니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땅을 타고 지룡이 꿈틀대는 것처럼 설산의 눈과 돌이 튕겨 나왔다.
두두두두두-!
“끼이익!”
“이쪽이다!”
“피해!”
콰아아아아아아앙-!
“끼이이익!”
“끄아아아!”
귀가 떨어져 나갈 듯한 굉음과 함께 암석 지대에 숨어있던 두더지들이 단체로 폭사했다.
이와 같은 일들이 곳곳에서 동시에 벌어졌다.
콰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아아앙-!
“큭큭… 손님까지 나설 필요는 없었는데 말이야.”
브론이 너스레를 떨며 강설에게 다가왔다. 이에, 강설은 으쓱하며 답했다.
“어서 빨리 쉬고 싶거든.”
“그럼 조금만 더 부탁하지.”
콰아아아아앙-!
지천을 울리는 주술의 향연.
강설이 소천의 풍경에 압도당했듯, 이질적인 모습은 낯섦과 함께 공포를 가져오곤 했다.
“이게… 강설이라고?”
“빙하아귀가… 이렇게 강했어?”
이시이와 예바는 어쩌면 이곳에 모인 자 중에 가장 상식과 가까운 자들이었다. 평균적인 전이자들의 실력뿐만 아니라 북부 연방의 인사들이 지닌 실력을 대강이라도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 그들에게 지주들의 힘은 이해하기 어려운 공포를 만들어냈다.
자신들과 같은 존재가 아닐 수도 있다는, 그런 공포를.
“빙하아귀여! 성채를 되찾을 시간이다!”
부르툴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와아아아아아아-!”
“두더지들을 말살한다!”
지금 이곳에는 브론의 빙하아귀뿐만 아니라 기존의 빙하아귀들도 함께였다.
지주 둘과 잘 훈련된 정예 대군이 갑자기 합류하게 된 건 충격적이었지만, 지금은 당면한 문제를 처리하는 게 급선무였다.
성채의 두더지들을 몰아내야 했다.
“끼이이익! 끼이익! 쏴라아아아!”
“쏴! 쏴! 화살을 쏴라!”
“맞춰라! 맞춰!”
듣기 싫은 목소리가 밤공기를 떨어 울렸다.
간신배 같은 목소리도 그 소리가 하나로 뭉친다면 장엄할 수 있다는 걸 두더지들의 목소리가 증명했다.
푸슈슈슈슈슈슈슈-!
두 지주의 활약으로 성채 인근까지 무리 없이 진격해오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온 하늘을 화살이 뒤덮었다.
“막아라!”
두 지주 전부 공격 주술을 펼치고 있었기에 급하게 방어 주술로 전환할 수는 없었다.
“빙벽을 펼쳐라!”
“예!”
그때 나선 것이 빙하아귀의 대주술사들이었다.
부르툴의 곁에는 없는, 강력한 존재들.
[집단 : 빙하아귀 주술사가 빙하 주술 : 결빙지대를 사용합니다.]
[술자를 중심으로 방향을 선택해 넓은 범위를 방어합니다.]
[방벽에 부딪히는 투사체엔 50%의 피해만을 받지만, 마법에는 2배의 피해를 받습니다.]
[방벽은 술자를 중심으로 이동합니다.]
투두두두두두!
고슴도치라도 된 것처럼 방벽에 화살이 내리꽂혔다. 화살이 발사됐을 당시 움찔했던 예바와 이시이는 지금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대규모 전투가 처음이기도 했고, 그 수준이 자신이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돌격! 성채를 되찾아라!”
“와아아아아아아아아-!”
방벽을 앞세워 돌격하는 빙하아귀를 무시할 존재는 없을 것이다.
“끽! 끼이이익! 놈을 내보내라!”
“예!”
드드드드드…
성채의 앞에 거대한 구멍이 뚫리더니 오우거에 버금가는 덩치의 두더지가 나타났다.
“크르르륵….”
이성을 잃은 듯,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고 강철로 된 입마개가 채워져 있었다.
“저게… 뭐야….”
“괴물….”
예바와 이시이가 당혹감에 몸을 떨었다.
오우거를 데려와도 저 괴물한테는 곤죽이 될 게 확실하다는 불길한 예감.
그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뒷걸음질 치게 되었다.
드드드드…
드드드드드드…
쿠우우우웅!
쿠우우우우우웅!
그와 비슷한 크기의 두더지들이 두 마리나 더 튀어나오자, 성채를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맙소사….”
“키이이이이이!”
“구속을 풀어라! 놈들을 죽이게 명령해!”
성채 위에서 모든 것을 내려다보고 있는 두더지 장군. 정체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으나 평범한 존재는 아닐 것이다.
“크아아아아아아!”
울부짖는 거대한 두더지들.
그들을 지켜보던 강설이 앞으로 나서려는데, 브론이 손을 뻗어 만류했다.
“…몸은 풀게 해주라고.”
“…….”
브론이 뒤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뭘 쳐다보고 앉아있나!”
“…….”
“어서 죽여! 두더지다!”
그 순간, 빙하아귀 부족이 들끓는 용암처럼 앞으로 내달렸다.
“으하하하하하! 내가 먼저다아아아!”
후우우웅-!
내뻗어지는 두더지의 발톱.
처음으로 나선 빙하아귀는 그것을, 눈밭을 미끄러지며 피해냈고 뒤따라 나서던 자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촤르르르륵-!
“사슬을 던져라!”
“덩치가 커 봐야 두더지지!”
“으하하하!”
만상에서 보았던 광경.
강설은 그것을 다시 한번 목격하게 되었다.
야만은, 더 거친 야만에게 무릎 꿇는다.
“이쪽이다! 이 녀석!”
“하하하하! 느려! 느리잖아!”
콰직!
콰직!
두더지의 머리 위에 올라타 도끼를 연신 내려찍는 빙하아귀.
“이쪽은 살이 야들야들하군!”
“독은 쓰지 마! 저녁이다!”
“히히히히!”
콰지이이익!
콰지직!
당연히 나가떨어지는 빙하아귀도 있었다.
“커허어억!”
“어이! 뒤진 거냐?”
“푸헥… 뒤지긴 누가?”
“으하하하! 잘 따라오라고!”
광기.
빙하아귀가 어째서 오랫동안 휘겔텅을 통치해왔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들은 광기를 이용할 줄 알았다.
어쩌면 이 얼어붙은 땅 휘겔텅만이 그들의 끓어오르는 피를 차갑게 식혀줄 수 있었던 것 아닐까.
“끼이이익! 노, 놈들이 성채 가까이에 접근해!”
“쏴라! 쏴! 성채는 무적이다! 놈들은 공성 병기조차 없다고!”
그 말대로였다.
얼음 성채는 두더지의 간계로 한차례 함락되긴 했지만, 휘겔텅에서 오랫동안 악명을 떨쳐온 철옹성이었다.
빙하 아귀가 그것을 되찾기 위해선, 그만큼의 희생이 뒤따르는 것이 필연적일 터였다.
하지만, 두더지들은 여전히 실수를 저질렀다.
빙하아귀가 전투에 능한, 괴물 집단이라는 것을 망각했고 지금 그들에게는 대해일의 브론과 대지의 기둥 쟈마드가 함께였다.
후두두두두둑…
“쏴라!”
“쏴! 쏴….”
푸욱…
“어?”
퓨퓨퓨퓨퓩-!
날아드는 물 화살과 암석 파편.
모두 브론과 밤까마귀가 만들어낸 투사체였다. 그들이 쏘아낸 투사체의 정확도는 두더지들의 투박한 화살과 비교를 불허했다.
“끽! 끼이이이익!”
“아파! 아파! 가슴에 구멍 났어!”
“까아아악! 무서워! 싫어!”
대규모 주술도 큰 골치였지만, 빙하아귀의 전사들이 벌이고 있는 기가 막힌 짓거리는 아예 웃음기를 사라지게 만들었다.
“으하하하하! 이리 끌고 와!”
“성채에 부딪히게 만들라고!”
“착하지! 저기에 처박으면 된다! 우리가 널 밟고 성채로 들어갈 테니까.”
“끄아아아아아아!”
고통스러워하는 두더지를 성채에 부딪히게 해 외벽을 무너트리거나 성루까지 타고 오를 발판으로 만들 셈.
그들은 일의 정교함이나 성사 여부를 따지지 않았다. 필요하니까 해내는 수준.
두더지 군대의 지휘관은 패배를 직감했다.
잊고 있었다.
전투의 환경이라는 건 그것을 극복한 자들에겐 그저 풍경일 뿐이라는 것을.
“…후퇴해라!”
“끼이이이익!”
“끼이이이이이익! 도망쳐!”
“이제 도망갈 수 있어!”
그리고 명을 내린 지휘관은 성루에 남아 활에 시위를 매겼다.
뿌드드득…
“가기 전에, 환영 선물은 해야겠지.”
그가 노리는 건 밤까마귀도, 브론도 아니었다.
이 화살을 피해낼 수 없는 자.
“잘 가라, 부르툴.”
피이이이이이이이잉-!
전장을 가로지르는 파공음.
그 화살이 음험하다는 것을, 강설과 브론이 가장 먼저 눈치챘다.
그러나 상대도 만만치 않은 자인지 그들의 간격에서 벗어난 곳에서 사격을 해왔기에 개입할 수 없었다.
콰자자작-!
대주술사들이 형성한 방벽의 일부를 깨트리고 안으로 파고드는 화살.
방벽을 통과하며 일차적으로 힘이 줄어들었다지만 여전히 위협적인 화살이었다.
부르툴은 황급히 방어 주술을 전개했다.
파자자작-!
그마저도 손쉽게 깨트리고 날아드는 화살.
그도 그럴 것이 부르툴은 일전의 전투에서 입은 부상을 아직 온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화살은, 이제 코앞이었다.
“으아아아아앗!”
그때, 나무 방패를 쥔 누군가 부르툴의 전면으로 돌진해왔다.
이시이였다.
파아아앙…
콰자자자자자자작-!
나무 방패와 화살이 닿자마자 방패는 산산조각이 났고 이시이는 바닥을 수차례 굴렀다.
“칫….”
결과를 짐작한 두더지 지휘관은 병사들을 따라 물러났다.
“커헉… 으후….”
죽을 것같이 아팠지만, 죽지는 않았다.
그리고, 부르툴은 살아남았다.
부르툴이 이시이를 돌아보았다.
“…인간.”
예바가 이시이에게 날 듯이 다가왔다.
“이시이! 이 멍청한 새끼야!”
“허억… 허억… 내가 막았어, 봤지?”
“독종 새끼! 뭐하러 나서! 진짜로 뒤지는 줄 알았다고!”
“히히… 업적 떴어, 부럽지?”
“뒤져! 그냥 뒤져!”
“아악!”
브론이 그들을 잠시 바라보다가 강설에게 말했다.
“…재밌는 녀석들이군.”
“나도 그렇게 생각하던 참이야.”
우르르르르르…
두더지들이 설산을 빠져나가는 소리만 한동안 계속되었다.
“시시한 녀석들. 언제고 싸움을 피하기만 하는군. 뭐… 그럼….”
끼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성루를 타고 넘어간 빙하아귀가 성문을 열었다.
“귀환인가.”
브론을 따라 빙하아귀의 대군이 얼음 성채로 걸어 들어갔다.
쿠우우우웅…
잠시 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성문이 닫혔다.
눈에 파묻힌 두더지들의 사체만이, 전투의 결과를 말해주었다.
휘겔텅.
피가 어는 땅.
그곳의 오랜 지배자가 돌아왔다.
…죽음에서.
끼이이이익…
성채의 지배자가 앉는 의자엔 그들이 이 땅을 지배했을 당시 사냥했던 거대한 괴수들의 뼈가 장식되어 있었다.
브론이 그것들을 잠시 바라보고는 의자에 앉았다.
휘오오오오…
제왕의 위엄이, 그가 자리하자 전당을 가득 메웠다.
빙하 아귀의 고위 전사들과 부르툴을 비롯한 강설 일행이 전당에서 그의 소감을 기다렸다.
권좌에 올린 팔꿈치.
이마를 그 손에 얹는다.
자연스러운 동작.
그는 이 성채의 진정한 주인이었다.
“그럼… 집 청소부터인가?”
극지의 공포, 빙하아귀의 첫 행보는…
“두더지 사냥을 시작하자.”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피에 굶주린 빙하아귀가 울부짖었다.
[세력 : 빙하아귀가 강성한 상태를 유지합니다.]
[주변에 적대 세력이 없을 경우, 세력이 황금기를 맞이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