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33
제32화
주인님이라는 호칭은 상당히 낯간지러운 느낌이었지만, 달리 정리할 짧은 호칭이 없었으니 강설은 적응하기로 했다.
– 우욱… 주인님…
– 죽일까? 마스터?
– 틀린 말은 아니지. 소환수는 원래 소환사한테 주인이라고 부름.
– 그렇지만… 주인님이라고 부르기엔 카루나가 너무 간지남인걸.
– 쟈마드는 주인님이라고 안 부르는데?
– 쟈마드가 그랬으면 스노우맨도 뜯어말렸음.
– 착한 차별 ㅇㅈ합니다.
강설이 들어선 방은 확실히 연구실이 맞는 듯했다.
아무래도 그가 찾는 차오가 이 저택의 가장 큰 방을 개조한 것인지 눈에 보이는 규모만 해도 상당했다.
물론, 강설과 카루나가 이곳이 연구실이라 판단했던 이유는 규모가 전부는 아니었다.
“온통 자료들이군.”
벽면에는 똑 부러지는 글씨체로 적힌 내용이 가득했다. 이뿐만 아니라 그림과 자세한 각주까지.
강설은 벽면에 다가가 가장 눈에 들어오는 내용을 읽었다.
아무래도 가장 큰 글씨가 눈에 들어오는 법.
큰 글씨는 이 정보의 주제일 확률이 높으니 강설도 자연스럽게 그 내용을 살폈다.
– 해결해야 하는 것들.
이곳에 적힌 내용들은 전부 차오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인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내용은 어떨까?
강설이 벽면들을 짚어가며 한참 내용을 살폈다. 그리고 판단했다.
“…내용이 전부 달라.”
즉, 차오가 괜히 ‘것들’이라고 적은 게 아니라는 듯 문제는 한 가지가 아닌 것으로 보였다.
다만, 그 내용이 뒤죽박죽이라 전부 연관이 없어 보였고 알 수 없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아예 힌트가 없는 건 아니다.’
다행히도 이 어지러운 문제들에도 한눈에 들어오는 주제는 있었다.
– 대삼림 내부에 그리즈의 비밀 연구소를 발견.
‘대삼림 인근에 그리즈의 비밀 연구소가 있다고?’
그리즈는 판데아에서 꽤 대단한 인물에 속했다.
기계공학과 더불어 각종 지식을 함양한 그는 획기적인 발명품과 기괴한 창작물을 세상에 쏟아냈다.
그리고 그것들은 대부분 엄청난 능력을 선보였다.
많은 사람이 그의 능력을 탐하니 그리즈는 대륙 각지에 비밀 연구소를 두고 떠돌아다닌다고 알고 있었다.
‘딱 한 번 그를 만났지.’
30개의 말을 육성하면서 그리즈를 실제로 본 적은 단 한 번이었다.
그 만남은 단발성이었지만, 꽤 오랜 기간 함께했다.
– 오! 매우 논리적입니다! 간만에 말이 통하는 분을 만나서 정말 기쁘군요!
강설은 당시, 그가 특이한 말투로 자신과의 만남을 기뻐하던 모습을 떠올렸다.
‘괴짜지만 천재였지. 아무튼, 그의 비밀 연구소라면 관심이 가는데….’
그의 발명품, 혹은 그가 만든 장비라든가. 그도 아니면 설계도나 도안 쪼가리라도 얻으면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름 아닌 천재가 만든 물건들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만큼 위험하긴 할 거야.’
그리즈가 비밀 연구소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그 위치가 잘 드러나지 않게 숨겨둔 것뿐만 아니라, 연구소를 지키는 존재들을 남겨뒀기 때문이었다.
그래야 마음 놓고 대륙을 떠돌아다닐 수 있었으니 그로서는 당연한 행동이었다.
물론, 지금 강설에게는 그것이 조금 부담으로 다가왔지만.
어쨌든, 강설은 다음 모험으로 그리즈의 비밀 연구소를 선택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차오가 이곳으로 갔기를 바라야겠어.’
[‘사라진 소환사’의 주요 내용이 변경됩니다.]
[‘사라진 소환사’가 ‘그리즈의 비밀 연구소’로 변경됩니다.]
[그리즈의 비밀 연구소 모험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 모험은 단독 모험이므로 동료 없이 진행됩니다.]
모험 준비는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우선 이 모험의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부터, 그리고 없다면 예측되는 상황에 대비하여 필요한 준비를 하는 것이다.
‘정보가 부족하니 신중해야겠어.’
그리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대삼림에 위치한 그의 비밀 연구소에 무슨 장치를 해뒀을지 모르니 신중하겠다는 뜻이었다.
불확실함 속에서 그가 믿는 유일한 것은 그에게 남겨진 오랜 기억과 강력한 소환수들이었다.
* * *
시간이 빠르게 흘러 휴식 기간이 종료되었다.
강설의 몸은 빛무리에 휩싸여 사라졌다.
스르르…
주변 다른 이들은 그가 사라진 자리에 한차례 눈길만 줄 뿐, 별 관심 없다는 듯이 다시 그들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지이이잉-
[다음 모험을 시작합니다.]
[다섯 번째 모험이 시작됩니다.]
[모험 5. 그리즈의 비밀 연구소]
모험 5. ‘그리즈의 비밀 연구소’
당신은 차오의 연구실에서 그리즈의 비밀 연구소로 이어지는 실마리를 찾았고, 그녀를 찾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그리즈는 천재이자 괴짜 발명가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사고방식으로는 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으며 오히려 벽에 부딪힐 것입니다.
대륙에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그리즈는 그의 비밀 연구소에 훌륭한 발명품 또는 창조물들을 숨겨두었다고 합니다. 물론, 그도 그가 창조한 보물들을 쉽게 내줄 생각이 아닌 이상 보물을 지키는 무언가를 남겨두었을 겁니다.
당신은 그리즈가 만들어낸 난관들을 돌파하며 비밀 연구소를 수색해야 합니다. 주된 목적은 차오의 흔적을 찾는 것이겠지만, 그 과정에서 찾게 되는 뜻밖의 수확물 또한 염두에 두어도 될 것입니다.
목표 : 그리즈의 비밀 연구소 수색.
현재 남은 시간 「71 : 59」
3일의 제한 시간을 가진 모험.
강설은 우선 자신의 주변부터 둘러보았다.
“…숲이군.”
숲, 끝없이 보이는 나무들.
스스스스…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그에게 묘한 충만감을 일으켰다.
하지만 기분전환도 잠시 그는 해야 할 일에 집중했다.
‘이 근처에 비밀 연구소가 있다는 거군.’
다행히도 그들의 흔적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간파가 발동합니다.]
[이 근처 나무들의 모습은 너무나 이질적입니다.]
[간파가 발동합니다.]
[이곳에 무언가를 감추고자 하는 의도가 숨겨져 있습니다.]
통찰안을 얻은 이후의 간파는 충분히 제 할 일을 해냈다. 강설은 간파가 찾아낸 흔적을 주의 깊게 살폈다.
확실히 간파가 언급한 부분인 이곳 나무들의 식생은 조금 이질적이었다.
‘이 나무들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군.’
주변 나무들과 비교해 봐도 그렇다.
크기가 제각각인 대삼림의 일반적인 나무들과는 달리, 이곳엔 높이와 크기, 그리고 형태까지 모두 천편일률적인 나무들만 빽빽하게 조성되어 있었다.
‘여기가 확실해. 그렇다면 조심해야겠어.’
그리즈의 비밀 연구소들은 방비가 상당히 철저한 편이었다. 강설은 그것을 기억하고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사삭.
사삭…
그가 빽빽한 나무속으로 들어가며 나뭇잎을 밟을 때마다 긴장감은 배가되었다.
지이잉-
뒷골이 쭈뼛 서는 소리가 별안간 들려오자, 강설은 걸음을 정지했다.
[간파가 발동합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위험이 존재합니다.]
그는 시선을 천천히 돌려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쳐다보았다.
지이잉-
현대의 CCTV처럼 커다란 눈 모양의 수정이 달린 정체불명의 기계가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찾았다.’
강설은 이곳이 그리즈의 영역임을 확신했다.
그의 비밀 연구소는 언제나 주변에 이런 감시 장치들을 깔아두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처리하지?’
선택지가 떠올랐다.
[그리즈의 감시 장치가 작동 중입니다. 감시 장치가 의도대로 작동하는 게 좋은 전개는 아닐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1. 감시 장치를 무시하고 지나간다.
2. 사각이 있는지 확인한다.
3. 돌을 던져 본다.
4. [필요 : 마법사] 충격량을 가진 마법을 사용해 기능을 정지시킨다.
5. [필요 : 궁수] 활을 쏘아 파괴한다.
6. [필요 : 기계공학 1] 다가가 온전한 상태의 감시 장치를 확보한다.
‘마땅한 선택지가 없군.’
감시 장치는 파괴하는 것이 맞았다.
다만, 그 방법으로 선택할 만한 게 강설에게 없었다.
자신이 돌을 던졌다가 실패하기라도 하면 문제가 생길 테니까.
강설은 이를 소환수들에게 물었다.
“가능할 것 같습니다.”
카루나에게서 원하던 대답이 들려왔다.
강설은 이런 때를 대비해 구매해두었던 투척용 단검들을 꺼냈다.
휘릭…
카루나가 단검을 이리저리 만져보더니 자세를 잡았다.
“흡….”
팟!
쒜에에엑-!
단검이 엄청난 속도로 감시 장치를 향해 날아갔다.
콰지직-!
단검은 정확히 감시 장치의 몸통을 부숴 떨어트렸다.
– 아, 이거 뭐냐고 ㅋㅋㅋ 명중률 뭔데!
– 원거리 딜러들의 실업자 증가율, 이대로 괜찮은가?
– 저기요? 혼자서 다 하려고 하면 파티가 왜 있는 거죠?
– 이런 카루나를 가진 너란 녀석! 부럽다!
카루나에게서 또 다른 재주를 발견하자 강설은 내심 기뻤다.
“이런 것도 가능했어?”
“일단은 요정이니까요.”
“그렇긴 하지.”
그림자가 자신을 요정이라고 부르는 모습이 조금 어색했지만, 어쨌든 해결책을 마련했으니 거칠 것이 없었다.
쒜에에엑-
콰지익!
쒜엑!
콰지직!
던졌다 하면 백발백중.
단검은 그림자 손으로 그리 어렵지 않게 회수할 수 있었으니 강설이 비밀 연구소의 첫 관문을 통과하는 과정은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어느 정도를 그렇게 진행했을까, 비밀 연구소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저긴가.”
넝쿨로 뒤덮인 문.
마치 SF에서나 등장할 법한 비밀번호 입력 패드.
– 기계공학 뭔데? 판타지 아니었어?
– 마! 싸이버 펑크 모르나?
– 원래 매드 싸이언티스트들의 압도적인 기술력은 국룰이긴 해
– 정보) 원래부터 이 세계는 기계공학이 상당히 발전해 있다. 물론 마도공학이나 마찬가지지만…
강설에게 선택지가 떠올랐다.
[잠금장치가 되어있는 듯한 문입니다. 숫자가 적힌 입력 장치가 옆에 나란히 있는 것으로 보아 연구소로 들어가기 위해선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1. 위험을 무릅쓰고 문을 부숴버린다.
2. 주변에 비밀번호에 대한 실마리가 있는지 탐색한다.
3. 아무 숫자나 입력해 본다.
4. [필요 : 기계공학 1] 입력 장치를 분해해 구조를 알아낸다.
– 일단 비밀번호를 모르는데…
– 기계는 때리면 말을 듣는다, 부수면 되지 않을까?
– 고민의 원인은 바로 기계 그 자체! 부순다!
– 미친놈들 ㅋㅋㅋ 문과지?
– 그런다고 될 리가 있냐; 감시장치까지 있는 곳인데.
– 이건 함부로 비밀번호 누르면 큰일 날 듯 ㅇㅇ
강설이 비밀번호 패드와 문을 번갈아서 살피다가 갑자기 웃음을 흘렸다.
그리즈와 만났을 때 그가 했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리즈의 말대로군.’
그는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쟈마드에게 말했다.
“쟈마드, 이 문 좀 열어줄 수 있을까?”
“부숴도 상관없나?”
“내키는 대로.”
“그럼.”
쟈마드가 문고리를 부여잡고 있는 힘을 다해 끌어당겼다.
끼이이이이이이이이-!
마치 쇠가 구부러지는 듯한 듣기 싫은 소리가 나며 문이 우그러들었다.
– 자, 잠깐만! 그렇게 열면!
– 큰일 났다! 이런 문은 함부로 열면 안 되는데!
– 맙소사! 이 멍청한…
마침내, 문이 완전히 뜯어져 너덜너덜 그 입구가 드러났다.
“이 정도면 됐나?”
“충분해.”
강제로 문을 뜯어냈는데도 아무런 경고음이나 장치가 발동하지 않았다.
– 되네?
– 이게 된다고?
– 진짜 부수면 되는 거였어?
– This is game?
– 이 멍청한… 건 나였고.
– 그리즈 : 이걸 속네 ㅋㅋ
이건 그리즈가 괴짜라고 불리는 일면이기도 했다.
평범한 이들의 생각을 그의 손아귀에 올려놓고 인식을 파괴하는 기행을 일삼았다.
그가 강설을 만나 했던 말은 이랬다.
– 아! 비밀 연구소 말이군요! 문? 아! 애써서 만들었는데 작동을 안 해서 그냥 장식처럼 내버려 둔 겁니다. 왜 비밀 연구소의 모든 문을 그렇게 만들었냐고요? 그야, 다른 문을 만들지 않았으니까? 그보다 저는 선생님께서 아까 말씀하신 흥미로운 주제에 더 관심이 있는…
강설은 연구소의 입구를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문 옆에 제2 문이라고 적힌 것으로 봐서는 아마 입구는 이곳 말고도 다른 위치에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차오가 이곳에 오지 않았을 거란 판단은 아직 일렀다.
위이이잉-
팬이 작동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통로에는 온통 조명이 깔려 있었고 인기척은 들리지 않았다.
“무슨 냄새지?”
대삼림의 공기가 유입됐다고 판단하기엔, 지나치게 상쾌한 공기가 콧속으로 들어왔다.
‘안에서 식물이라도 키우는 건가?’
강설이 별 무리 없이 계속해서 진입했다.
신기하게도 내부에는 감시 장치가 없었다.
그렇게 통로 몇 군데를 통과했을 때, 강설은 어떤 방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 제3 연구실
연구실답게 내부는 어떤 공간을 중심으로 기계 장치들이 즐비했다.
강설은 그것들을 살펴보다 뭔가를 발견하고 미소 지었다.
‘…찾았다.’
그것은 누군가의 필체가 담긴 쪽지였다.
– 이 물건에 관심이 있어서 몰래 가져갑니다.
몰래 가져가면서 예의 바르게 쪽지를 남기다니, 대범한 사람이거나 혹은 미친 사람이거나.
강설은 쪽지를 남긴 사람이 밑에 부분에 이름까지 적은 것으로 보아 전자라고 확신했다.
– (차오)
[‘그리즈의 비밀 연구소’의 주요 내용이 변경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