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331
제330화
[고대 빙하 주술 : 한겨울을 사용합니다.]
[능력으로 얻게 되는 만년설의 양이 증가합니다.]
스산한 바람이 불었다.
“어떻게 저자가!”
“인간이 영령의 힘을 쓰다니!”
밤까마귀가 고대 빙하 주술을 사용하자 브론을 제외한 모두가 놀랐다.
“뭐냐? 어떻게 저 녀석이….”
스콜라의 물음에 브론이 멋쩍게 미소 지었다.
“이런저런 일이 있었다. 그나저나….”
[고대 빙하 주술 : 만년설을 사용합니다.]
[빙하 주술을 사용할 때마다 만년설이 누적됩니다.]
휘이이이…
“정말로 브란카와 똑같군.”
촤르르륵…
“큭….”
크롬이 휘감았던 사슬을 놓쳤다.
조금이라도 지체했으면 주술력이 역류해 그가 대신 잠식에 휩쓸릴 뻔했다.
“우쭐하지 마라!”
촤르르르륵…
또 다른 사슬이 잔뜩 생겨났다.
[크롬이 주술 잠식을 사용합니다.]
[연결된 대상의 주술을 봉쇄합니다.]
크롬은 재빨리 지팡이를 휘둘러 사슬을 밤까마귀에게 쏘아 보냈다.
파아아악!
파아아아아악!
촤르륵…
사슬들을 손쉽게 쳐내는 밤까마귀.
휘리리릭-!
하지만, 모든 사슬을 쳐낼 수는 없었다.
“킥킥! 걸렸구나!”
크롬은 강설이 위기에 빠졌다 생각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이리자드와 부딪히기 전에, 좀 더 확인해 봐야겠어.’
크롬이 지금 휘두르는 힘이 이리자드의 권능이라면 그것에 대해 좀 더 파악해두는 편이 이리자드와의 싸움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때문에, 일부러 한쪽 팔을 사슬에 내주며 시간을 버는 강설.
– 흐음… 이것이 이리자드의 힘인가?
‘빙하의 힘도 저 녀석이라 사용할 수 있는 것 같아.’
– 같은 생각이다. 이리자드라면 브란카의 힘도 봉쇄당할 거다.
만일, 지금 그가 상대하는 것이 열등한 크롬이 아닌 이리자드였다면 그 어떤 주술도 사용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끼긱…
끼기긱…
“죽어라!”
얼음으로 된 송곳이 밤까마귀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콰자자자작-!
그 순간, 강설의 앞을 가로막는 빙벽이 형성되어 송곳의 돌파를 저지했다.
“쳇….”
강설은 브란카의 주술을 여전히 사용할 수 있었다. 이 힘을 사용해 크롬을 제압하는 것도 가능했고.
‘그러면 안 되지. 조금 더 정보를 찾아내야 해.’
그래서 상대를 손쉽게 제압할 수 있는데도 끙끙대며 주술력을 움직였다.
끼긱…
끼기기긱…
‘음?’
– …대충 알겠군.
그 와중에 쟈마드가 희소식을 보내왔다.
– 이럴 땐 확보해둔 근원들이 확실히 도움이 된다.
‘그게 무슨 소리야?’
– 회전이다, 강설. 근원이 얼어붙기 전에 회전시켜.
‘…….’
– …직접 하마.
끼긱…
끼기기기긱…
쟈마드는 근원의 존재를 강설보다 명확하게 인지했다. 때문에 잠식에 보다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스으으으…
순간, 막혔던 혈이 뚫리듯 온몸 구석구석으로 근원력이 퍼져나갔다.
피가 안 통하던 몸에 혈류가 돌 듯 찌르르한 감각이 찾아왔다.
‘이거였군.’
– 확실히, 이건 주술사를 잡아먹는 힘이다.
주술사가 손도 못 써보고 패배할 수밖에 없는 원신의 힘. 만일 크롬과의 싸움으로 잠식을 미리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이리자드에게 속수무책으로 패했을 수도 있다.
“그만! 싸움을 멈춰라!”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자크챠가 소리쳤지만,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다. 특히나 브람은 심각한 표정으로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직, 끝나면 안 되지.’
“키이익! 어디 이것도….”
휘이이이…
강설은 크롬이 수정구를 이용해 수작을 부리려 하자, 더는 참지 못하고 그에게 쇄도했다.
파아아아아앙-!
‘…어? 원래 이렇게 빨랐….’
그때, 예측하지 못한 사태가 발생했다.
크롬의 코앞까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도달하게 된 것이다.
“끼이이익!”
밤까마귀의 주먹이 크롬의 얼굴 바로 앞까지 날아들었다.
‘이런!’
강설조차 당황할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그는 자신을 향해 뛰어드는 자크챠를 보고 재빨리 힘을 거두었다.
그리고 대신, 원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행동했다.
[기질 : 그림자 강탈이 발동합니다.]
스릉-!
카아아아아아아아앙-!
끼긱…
끼기기기긱…
어느새, 대장군 자크챠가 검을 뽑아 크롬의 전면을 막아서고 있었다.
“그만하라고… 했을 텐데.”
“아, 그렇지. 죽일 생각은 없었는데.”
강설이 대수롭지 않게 뒤로 멀찍이 물러났다.
‘쟈마드, 방금… 너도 느꼈지?’
– 그래, 이런 게 가능할 줄이야.
근원의 회전.
분명 그것이 평소와는 다른 움직임을 펼칠 수 있게 한 것이다.
뭔가 간질간질한 기분.
이런 기분은 일전에 한 번 느꼈던 적이 있었다.
‘설마….’
카렌이 야차를 상대하며 벽을 넘어섰을 때, 바로 그때 느꼈던 간질간질한 기분과 흡사했다.
‘그래… 어쩌면.’
이것이 다음 계단으로 가는 실마리가 되어줄 수 있을지도 몰랐다.
강설이 깨달음에 대해 정리하고 있는 와중, 자크챠가 뒤로 돌아 브람에게 말했다.
“브람, 이 방법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
“브람!”
브람이 잠시 자크챠의 말을 무시하다가 다시 한번 고함을 치자 그에게 다가왔다.
쿵…
쿵…
“그래… 적절한 걸 찾으신다… 뭐가 있을까?”
쿵…
쿠우우웅…
브람의 덩치는 자크챠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했다.
“응? 말해봐라.”
“…제정신인가?”
“큭큭… 제정신?”
파아아악!
자크챠의 멱을 붙잡고 끌어올리는 브람.
자크챠는 발이 땅에서 떨어졌는데도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이 브람이, 언제는 제정신으로 보였나?”
“…협상은 결렬이다. 이리자드 님의 은혜를 걷어차다니. 반드시 이 일을 후회할 것이다.”
“기대하지.”
파악…
브람을 떨치고 망토를 펄럭이며 물러나는 자크챠.
“돌아간다!”
“끼이익!”
“끼이이이익!”
정신을 차린 크롬이 강설을 지팡이로 가리키며 소리쳤다.
“두고 보자, 끔찍한 죽음을 맞이하게 해주마!”
“그래, 그래.”
“끼이이이익!”
두더지들이 황급히 물러나자 이번엔 브람이 강설에게 다가왔다.
쿵…
쿠우웅…
“인간.”
“나는 이겼는데?”
“그 힘….”
브람의 눈빛에 흉포함이 어른거리자 재빨리 브론이 나섰다.
“형제여, 불청객은 사라졌으니 이야기를 계속해도 되겠는가?”
“……해가 지면 내게 오라.”
“…그러지.”
쿵…
쿵…
브람이 휘하의 전사들과 함께 자리를 벗어나자, 브론이 강설에게 다가왔다.
“우리에겐 행운이군. 이리자드의 힘을 조금이나마 맛본 것은.”
“잠식이라… 위험했어.”
“큭큭… 그래, 원신의 힘을 간접적으로나마 상대한 소감은?”
강설이 품에서 하얀 새가 새겨진 수정구를 꺼내며 웃었다.
“해볼 만하겠어.”
[특수 기물 도둑질에 성공합니다.]
[특수 업적 ‘도도도도도둑이야!’를 달성합니다.]
[특수 칭호 「괴도」를 얻습니다.]
* * *
해가 지기 전, 숙소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천막을 배정받은 일행.
강설은 예바와 이시이의 천막 옆에 붙은 장소를 배정받았다.
저녁이 되기 전까지는 시간이 꽤 남는 상황.
휘오오오…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수정을 바라보던 강설은 수정의 정보를 확인했다.
[불가사의(不可思議) : 새벽녘의 수정]
등급 : 불가사의
적정 레벨 : 없음
무게 : 0.1kg
전설적인 마법사에 의해 탄생한 수정.
마법사가 사라진 후 잠시 그 행방이 묘연했지만, 세상에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특수 능력 : 혹한의 힘을 내뿜는다.
굉장히 단순한 문구.
강설은 수정을 손에 쥐자마자 느껴지는 거대한 기운에 몸을 떨었다.
– 느껴진다! 느껴져! 아즈란의 힘이야!
우르는 누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진품 검증까지 손수 마쳤다.
강설은 전투 중, 브란카의 힘을 이용해 수정과 똑 닮은 얼음을 만들어내었다. 애초에 그럴 속셈이었지만 크롬을 몰아붙여 새벽녘의 수정과 그것과 똑같이 생긴 얼음을 바꿔치기했고.
‘될까 했는데… 되네.’
시의적절하게 자크챠가 끼어들어 크롬은 떠나기 전까지 이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강설은 애써 빼앗아오긴 했지만, 이를 어떻게 사용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벼려서 무기로 사용한들, 내게는 비탄이 있고….’
카렌, 쟈마드, 카루나.
모두 괜찮은 무기가 있었고 수정을 사용하여 무기를 만든다 해도 이 무기들보다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리란 보장도 없었다.
빙결과 관련된 힘과 궁합이 잘 맞았기에 빙하 주술을 사용할 수 있는 쟈마드나 얼어붙은 진리를 손에 넣은 우르가 어울렸다. 하지만 쟈마드의 주력은 대지의 힘이었고 우르는 장비를 착용할 수 없었다.
‘장비로 만드는 건 포기. 그렇다면….’
그가 인상을 찌푸렸다.
“삼켜야 한다는 말인데….”
실제로 아즈란이 새벽녘의 수정을 사용한 방법 또한 이와 같았다.
그는 수정을 삼켜 마법을 강화했다.
수정이 당연히 목구멍보단 크니 마력으로 녹아든 것이겠지만.
“삼키면… 누가?”
누가 삼킬 것인가.
강설은 당연히 우르가 삼켜야 한다고 보았다. 아즈란의 힘을 잇는 자이기도 했고.
하나, 이것이 기피되는 이유도 있었다.
‘또 무슨 문제가 일어날지….’
강설은 오래전, 남부를 떠나올 때 복용했던 영생환 때문에 한차례 골치를 앓았다.
전설의 10인이 남긴 유물은 범상치 않은 힘을 지녔기에 설령 강설이라 해도 그 힘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기란 꿈에나 가능한 일이었다.
‘우르가 수정을 삼켰다가 3년 뒤에 돌아오거나 하면 어떡하지?’
그런 끔찍한 상황이 자꾸 머릿속을 맴도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비슷한 경험을 한 번 해봤었으니까.
– 다, 방법이 있지.
우르가 강설에게 해법을 제시했다.
– 내가 삼키기엔 위험부담이 있고 네가 삼키기엔 쓸모가 없다?
‘그래.’
– 그럼 쟤가 삼키면 되겠군.
휘오오오오…
강설의 앞에 일체 분신이 생성되었다.
그와 똑같이 생긴 형상.
“아!”
– 큭큭… 간단한 이치잖아.
가장 리스크가 없는 행동.
실제로 우르는 강설의 일체 분신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소환수였다.
강설이 잠시 망설이다, 일체 분신을 움직였다.
일체 분신이 수정을 입으로 가져갔다.
쩌적…
수정이 조각나며 가루가 되어 일체 분신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빠직…
빠지지지직…
[일체 분신이 새벽녘의 수정을 삼킵니다.]
[감당할 수 없는 힘에 얼어붙습니다.]
쩌저저저저저적…
일체 분신이 마치 냉동인간처럼 얼어붙는 모습에 강설이 안색을 찌푸렸다.
“실패인가?”
– 그럴 리가, 놈을 되돌려 보내라. 내가 녀석을 어떻게 사용할지 연구해 볼 테니.
“그래.”
휘리릭…
일체 분신을 조종해 허무의 문으로 들여보내는 강설. 사실상 이번 모험의 보상을 벌써 얻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잠시 후.
“함께 가지.”
“그래.”
강설은 브론과 부르툴, 둘과 함께 브람의 거처로 향했다.
그리고, 예상 밖의 대답을 듣게 되었다.
“돌아가라, 브론. 서리아귀는 함께할 수 없다.”
“…뭐? 지금 뭐라고….”
“다시 한번 말하지. 서리아귀는… 너희와 함께할 수 없다.”
“…….”
충격적인 대답이었다.
‘서리아귀는 애초에 이 전쟁에 끼어들 생각이 없던 건가?’
그렇다고 생각하기엔 뭔가 꺼림칙한 분위기.
강설은 조용히 분위기를 관망했다.
“역시 그런가. 너희를 추방한 나를….”
“아니, 그 때문이 아니다. 우리는….”
“뻔뻔스럽군, 브람.”
“…부르툴.”
“그 손으로 나의 어머니에게 고통을 안겨줘 놓고서는….”
“부르툴! 나서지 마라! 이건….”
“너희는 추방당해야 마땅했다! 그날… 그날 우리는….”
강설이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너희를… 믿었는데….”
부르툴의 말에 브람이 반응했다.
그것도 격하게.
“그, 그 말대로다… 우리는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고 그건 용서받지 못할 죄다.”
“그렇다면! 우리의 부름을 받아 속죄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부르툴이 희미하게 웃었다.
“…벗어나지 못했다.”
“…….”
“영령들의 저주가… 우리를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었다. 우린… 여전히 굶주렸다.”
“그런….”
강설과 쟈마드는 대강 상황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알 것 같았다.
‘피에 굶주려 동족을 살해한 건가? …그래서 추방된 거였어.’
– 흔한 일이지, 트롤이 피의 저주를 벗어나지 못하면 종종 벌어지는 일이다. 다만, 서리아귀는 너무 큰 힘을 탐했을지도.
쟈마드의 속삭임에 고개를 주억거리는 강설.
“…그럴 리 없다. 분명 방법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내게 시간을 달라고 했었잖아!”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밝혀지는 비밀들.
서리아귀의 추방은 브론과 브람 둘 사이에서 이미 오고 갔던 말인 듯했다.
“…틀렸다. 브란카가 죽은 후, 영령들을 달랠 수 있는 주술사는 없었다. 모두 위령제를 치르다 영령들의 저주에 죽고 말았지. 이제는….”
“브란카… 브란카… 또 당신인가. 도무지….”
그때, 브론이 뭔가를 깨달은 듯 중얼거렸다.
“브란카… 브란카….”
그러더니 휙! 하고 고개를 돌려 강설을 쳐다보았다.
“브란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