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335
제334화
콰지지직-!
밤까마귀의 주술로 만들어진 돌 파편이 이리자드에게 날아갔지만, 이리자드의 얼음 갑옷은 그것을 손쉽게 무효화시켰다.
어차피 갑옷의 강도를 가늠해보기 위한 탐색의 의미이긴 했지만, 그래도 아무런 타격이 없다는 건 좋은 일이 아니었다.
강설은 잠깐 스쳐 지나갔던 메시지를 보고 미간을 움찔했다.
‘시대력이라… 쉽지 않은 일이라 이건가.’
시대력은 강설과 인연이 깊었다.
이 힘은 승천을 도전하기 위해 꼭 필요한 힘이었으니까.
문제는, 그 힘을 얻을 기회를 너무 빨리 맞닥뜨렸다는 것.
시대력은 아무 모험에서나 주어지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말도 안 되는 모험이나 역사를 써 내려갈 정도나 되어야 주어지는 힘이었다.
그 말은, 지금 눈앞에 있는 이리자드를 상대하는 데 있어서 큰 곤욕을 치를 거라는 말과 대동소이했다.
사아아아아…
주변에 새하얀 운무가 짙게 깔렸다.
모두 지독한 한기를 품고 있어 닿는 것만으로도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힘.
[이리자드가 권능 : 얼어붙은 피를 사용합니다.]
[이리자드를 상대하는 대상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오한이 누적됩니다.]
[오한의 최대치는 100입니다.]
[오한이 50만큼 누적되면 행동 속도가 20% 둔화합니다.]
[오한이 80만큼 누적되면 마력 효율이 20%만큼 떨어집니다.]
[오한이 최대치에 도달하면 대상은 얼어붙습니다.]
[얼어붙은 대상은 다른 대상과 접촉하면 해빙되며 누적치가 초기화됩니다.]
[해빙될 때마다 오한 누적의 시작 수치가 10씩 증가합니다.]
[한 번 해빙된 대상은 주술 잠식에 노출됩니다.]
[결빙은 저항이 불가능하지만 오한의 누적은 특정 행동으로 저항이 가능합니다.]
권능.
이리자드의 권능을 간파한 강설이 브론에게 뜻을 전달했다.
“브론, 먼저 근원의 회전을 시작해라.”
끄덕…
브론이 강설의 의도를 눈치채고 고개를 끄덕인 후 근원의 회전을 시도했다.
휘오오오오…
근원을 회전한다는 건, 이리자드의 힘에 저항한다는 말과 같았다.
이로써, 결빙 임계점에 도달하는 시간이 달라질 것이다.
둘이 동시에 결빙 상태에 빠지게 되는 치명적인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되었다.
쩌저저적…
[이리자드가 빙하 부수기를 사용합니다.]
[양팔이 무기로 취급받습니다.]
[피해의 절반이 빙하 속성으로 전환됩니다.]
휘이이이이이…
이리자드가 팔에 힘을 모아 뼈의 동산을 후려쳤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뼈 파편이 사방으로 비산하는 모습에 밤까마귀와 브론이 황급히 벽을 만들어 대처했다.
콰가가가각-!
파파파파박!
파편은 벽을 넘지 못했지만, 이리자드는 손쉽게 벽을 파괴했다.
콰아아아아앙!
“무지막지하군….”
팟-!
벽을 부수고 뛰쳐 들어오는 이리자드.
밤까마귀가 근접전으로 전환했다.
탁-!
이리자드가 내지르는 정권을 위로 쳐올려 흘려낸 후, 다리를 노리는 공격.
– 흥.
휘리리릭-!
밤까마귀의 다리에 걸려 휘청이는 듯 보였지만, 이리자드는 도리어 다리를 차올리며 공세를 이어나갔다.
바로 그때, 브론이 노림수를 꺼냈다.
짜악-!
[브론이 폭포 주술 : 풍덩! 을 사용합니다.]
[대상의 주변 지형이 좁은 범위의 호수 지형으로 변경됩니다.]
포오옹!
그대로 호수로 가라앉는 이리자드.
짜악-!
브론이 폭포 주술 : 청새치 폭격을 사용합니다.]
[16발의 청새치 화살이 수중에 있는 적을 노립니다.]
[청새치 화살에 적용된 효과가 똑같이 적용됩니다.]
파파파파파팟-!
청새치를 닮아 위턱이 뾰족한 화살이 이리자드를 노렸다.
투두두두두두두두두두!
물보라가 일어나며 이리자드가 밖으로 빠져나왔다.
“…제기랄.”
– 끝인가?
결과적으로 브론의 공격은 이리자드의 갑옷을 꿰뚫지 못했다. 이 한수로 브론은 전투의 전략을 수정해야 했다.
밤까마귀와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는 브론.
방어로 전환하겠다는 듯했다.
짜아아아악-!
밤까마귀가 박수를 쳐 주술구를 불러냈다.
휘오오오오오오오오…
유황, 벼락, 산, 그리고 그슨대의 두개골로 만들어낸 그림자의 해골.
밤까마귀는 지금 강설과 쟈마드 둘 중 누가 주도권을 잡았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둘 모두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이리자드의 힘에 절대로 대항할 수 없을 것이니까.
화르르륵…
유황의 해골이 따닥거리며 입을 벌렸다.
– 모든 것이 불타리라…
화르르르르르르륵-!
크게 피어오르는 불꽃.
하지만, 불꽃이 옮겨붙기 전에 문제가 발생했다.
[권능 : 얼어붙은 피에 의해 유황의 영향력이 크게 감소합니다.]
‘…제길.’
첫 번째 수단부터 봉쇄당한 밤까마귀.
쩌저저저저적-!
[이리자드가 기둥 뽑기를 사용합니다.]
[얼음 기둥이 소환됩니다.]
[얼음 기둥은 무기로 사용 가능합니다.]
[회수가 가능합니다.]
이리자드의 몸뚱이만 한 거대한 얼음 기둥이 이리자드의 팔 위에 소환되었다.
파아아아아앗-!
쒜에에에에에에엑!
그것을 망설임 없이 바로 내던지는 이리자드.
밤까마귀는 재빨리 몸을 움직여 기둥을 피해내고 상대를 노려보았다.
콰아아아아아앙!
쩌저저저적…
다시 이리자드에게 되돌아가는 기둥.
– 이런…
밤까마귀가 웃었다.
“너무 아껴 쓰면 없어 보인다고.”
[벼락의 근원력이 작용합니다.]
[근원력 : 낙뢰를 사용합니다.]
날아오는 얼음 기둥을 회피하면서 기둥 자체에 남겼던 벼락의 인장.
지이이이잉…
콰아아아아아아아앙-!
낙뢰의 힘과 얼음 기둥이 파괴되면서 만들어진 물리력이 이리자드를 덮쳤다.
낙뢰 자체는 쟈마드가 자신하는 근원력 중 하나였다. 그 성질이 난폭하여 파괴라는 단어와 가장 어울렸으니까.
그런데.
“어째서 멀쩡할 수 있는 거냐….”
운무가 걷히고 드러난 이리자드의 갑옷은 군데군데 흠이 있었지만 어쨌든 멀쩡했다.
이리자드는 예의 그 문장을 다시 내뱉었다.
– 끝인가?
유황도 벼락도 소용이 없었다.
이리자드에게 상태 이상은 먹혀들지 않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순수 파괴력으로만 피해를 줘야 하는데 그것도 순탄치가 않았다.
근원력만 소모되어 갈 뿐, 유의미한 타격은 전무했다.
그나마 유황과 벼락이기에 이 정도 효과라도 낼 수 있었지 사용하기에 익숙하지 않은 그림자와 빙하의 힘은 어림도 없었을 것이다.
사용할 만한 건, 역시 산의 힘뿐이다.
그의 뿌리나 마찬가지인 산의 힘은 다른 속성과 비교해 월등한 힘을 낼 수 있었으니까.
콰지직…
갑옷의 귀퉁이가 으스러지는 이리자드.
‘설마 통한 건가?’
쩌저적…
그러나 다시 새로운 갑옷으로 그 부위가 덧씌워졌다.
“하….”
– 폭포의 아이여, 죽음이 너를 데려가지 못했건만 어째서 다시 죽음으로 가려 하느냐.
이리자드는 브론을 향해 무미건조한 말을 던졌다.
밤까마귀와 동시에 얼어붙지 않기 위해 근원을 순환시키던 브론이 코웃음 쳤다.
“그것이 도리어 삶으로 나아가는 길이니까.”
– 어리석구나, 너희는 이다지도 나약한 것을. 원신의 그늘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까드드득…
브론이 화가 나 반박하려는데, 쟈마드가 손을 들어 그를 가로막았다.
“굳이 대화는 필요 없겠지, 어차피 살아남는 자의 말이 진실이 될 테니까.”
– 무의미하다.
씨익…
쟈마드가 웃으며 답했다.
“지금부터 네 말을 확인해 보지. 브론, 지금이다!”
“오오!”
콰지지지지직!
촤아아아아아아아아-!
대지와 대해의 벽이 솟아나 이리자드의 시선을 가렸다.
이리자드는 본능적으로 무엇을 위한 수작인지 알아차렸다.
쩌저저저적…
누적된 오한이 밤까마귀를 얼어붙게 한 것이라 판단했다. 그래서 이런 같잖은 벽으로 시야를 가린 틈에 두 주술사가 서로 접촉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콰아아아아아앙-!
이리자드가 주먹을 휘두르자, 토벽이 순식간에 허물어지고 그 앞에 꽁꽁 얼어붙은 쟈마드가 놓여 있었다.
“안 돼!”
– …형편없군.
브론이 쟈마드에게 필사적으로 접근하며 내지른 고함에 이리자드가 그들의 작태를 비웃었다.
고작,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존재들이 감히 원신의 힘에 대항하다니.
– 끝이다.
콰아아아아아앙-!
얼음을 후려치는 이리자드.
퍼서서석…
부서지는 밤까마귀의 모습에서 승패가 결정된 듯했다. 브론은 절대로 홀로 원신과 맞설 수 없었다.
“이 자시이이익!”
짜아아아악-!
[브론이 폭포 주술 : 물감옥을 사용합니다.]
[대상을 구속합니다.]
[목표가 작을수록 구속하는 힘이 증가합니다.]
부그르…
브론의 주술이 이리자드의 손으로 향했다.
– …음?
뭔가 이상했다.
분노에 찬 듯했지만, 공격이 너무 침착했다.
목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양팔을 노려왔다는 게 꺼림칙했다.
그리고, 이들의 수작을 깨닫고야 말았다.
– …제법이군.
양팔을 잠시 봉인 당한 이리자드가 고개를 돌리자, 토벽의 귀퉁이에서 밤까마귀가 튀어나왔다.
이리자드가 부쉈던 형상은 빙하의 힘으로 조각해낸 거짓 형상이었을 뿐.
진짜 밤까마귀는 애초에 토벽에 숨어 뒤를 노리고 있었다.
“이거나 처먹어라!”
밤까마귀가 주술구를 전부 뭉쳐 이리자드에게 쏘아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유황의 주술구가 파괴됩니다.]
[충격이 이어집니다.]
[과부하 상태에 빠집니다. 잠시 주술의 파괴력이 15% 증가합니다.]
[벼락의 주술구가 파괴됩니다.]
[충격이 이어집니다.]
[과부하 상태에 빠집니다. 잠시 주술의 파괴력이 15% 증가합니다.]
[산의 주술구가 파괴됩니다.]
……
휘오오오오오오오오오!
빨려드는 거대한 기운.
밤까마귀는 그 결과를 보지 못하고 얼어붙었다.
쩌저저적…
[오한이 최대치에 도달합니다.]
[결빙! 상태에 빠집니다.]
[다른 아군과 접촉하기 전까지는 스스로 벗어날 수 없습니다.]
……
툭.
쩌저저적…
브론이 밤까마귀의 어깨에 손을 올리자, 밤까마귀를 뒤덮은 얼음이 사라졌다.
[해빙! 수치가 1만큼 증가합니다.]
[오한의 기본 수치가 10만큼 증가합니다.]
[주술 잠식의 영향을 받습니다.]
……
‘…이건?’
강설이 찌르르 울리는 듯한 기묘한 감각에 몸을 떨었다. 그가 이렇게 반응한 것은 해빙 때문만은 아니었다.
‘뭔가가….’
촤르르륵…
주술 잠식의 영향으로 손목에 얼음 사슬이 휘감겨왔다.
밤까마귀가 앞을 바라보았다.
갑옷이 부서진 이리자드가 조금 거칠어진 모습으로 그를 마주보고 있었다.
– 최후의 수단인가?
쩌저저적…
얼어붙은 브론의 어깨에 손을 올려 결빙을 해제한 밤까마귀가 그에 답했다.
“…영 거추장스러워서 말이야.”
강설과 쟈마드는 애써 모아온 주술구를 전부 폭발시켰는데도 멀쩡한 이리자드의 모습에 인상을 찌푸렸다.
압도적인 원신의 힘이 그들에게 쉽게 가는 지름길은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쟈마드, 첫 번째 계획은 실패했다.’
강설의 말에 쟈마드가 웃으며 답했다.
“그럼 두 번째 계획은 어떻게 되지?”
‘지금부터 찾아봐야지.’
파아아아아앙-!
이리자드가 밤까마귀를 향해 쇄도했다.
“큭! 내가 막지!”
브론이 밤까마귀의 전면으로 뛰어들어 이리자드의 공격을 막아야 했다.
브론을 휘감았던 사슬은 크기가 줄어들어 한쪽 팔의 일부분만을 휘감고 있었다.
근원을 순환하여 주술 잠식을 극복한 것이다.
반면, 밤까마귀의 팔에는 브론이 휘감은 사슬의 몇 배는 될 법한 큼지막한 사슬이 아직도 휘감겨 있었다.
아직, 순환을 이루지 못한 탓이다.
끔찍한 위기 상황이었지만, 희망은 있었다.
브론의 말대로 잠식의 사슬이 근원을 노리자 근원의 힘을 보다 세세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
– 근원을 움직이는 감각은 쉽사리 감을 잡기 어렵지만, 상대가 점찍어서 그 부분을 집요하게 노려오면 나도 모르게 근원에 힘이 들어가거든.
브론의 말이 맞았다.
‘회전… 이제 감이 오는군.’
“그래, 회전.”
회전, 회전하는 거다.
끼긱…
끼기기기기긱…
쟈마드와 강설은 성채에서 근원의 순환을 수행하던 도중, 한 가지의 이상 반응을 확인했었다.
브론과는 아주 다른 경우였다.
그들의 근원은 아주 크고 다채로우며 무겁기까지 하여 회전하기 매우 어려웠지만…
“강설!”
그가 아닌 그들의 근원이라는 것을.
근원의 순환을 이룰 수 있는 건 쟈마드뿐만 아니라 강설도 함께임을.
‘둘이서 하나, 하나지만 둘… 회전… 회전하는 거야.’
바퀴. 커다란 바퀴가 회전한다.
그것을 상상하여 근원과 일체화한다.
끼기기기기긱…
파아아아아아아아앙-!
이내 바퀴는 폭발적으로 앞을 향한다.
[다중 근원 : 순환의 경지를 이루어냅니다.]
[준비하세요, 위대한 한걸음이 임박했습니다.]
[유성우(流星雨)! 유성우 상태를 유지할 경우, 깨달음이 지속적으로 찾아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