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343
제342화
그러나 강설 일행은 정확히 이틀째에 다시 따라잡혔다.
‘어째서지?’
추격자들의 속도는 지나치게 빨랐다.
까마귀가 눈이 되어주기 위해선 상대의 이목을 끌지 않을 필요가 있었기에, 그의 까마귀는 추격자들의 경로와 속도만을 관측 가능한 거리 정도에 떨어져 있었다.
‘속도는 저쪽이 훨씬 빠르다,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알 수 있지만, 뭣 때문에 속도가 붙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열대림은 공간만으로도 이동 속도에 제한을 받는다. 직진이라는 개념이 좀처럼 없었다.
꼬불꼬불과 엉망진창이라는 말이 찰떡이었다.
‘추격을 붙잡아둘 만한 수단을 전부 통과했다고?’
강설이 그들의 발길을 붙잡기 위해 마련한 수단을 전부 수월하게 통과한 듯싶었다.
쿠웅…
쿠우웅…
강설은 땅에서 전해지는 진동에서 그 이유를 짐작했다.
‘이제 알겠군. 어째서 이렇게 빨리 주파한 건지.’
크와아아아아아아아악-!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
오우거, 혹은 사이클롭스로 추정되는 마물들이 앞장서서 오크들의 길을 만들고 있었다.
그들은 숲의 포식자였다.
오우거와 사이클롭스의 피부 가죽은 질기기로는 손에 꼽혔다. 그 힘은 굳이 도구를 쓰지 않아도 어떤 두꺼운 굵기의 나무든 간에 쓰러트릴 수 있었고.
그런 그들이 선두에 서서 길을 열고 있으니, 별다른 방해 없이 강설을 착실하게 추격해온 것이다.
아니, 까마귀들이 전달한 정보에 의하면 이와 같은 무리가 잠든 자의 숲에 넘쳐났다.
‘한 무리가 아니야… 이번엔 조금 많은데?’
아직 강설의 위치를 특정하지 못한 것인지 중구난방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불안한 건 사실이었다.
탄투이누가 말했다.
“놈들이 여기까지 쫓아왔다. 추격을 떨쳐내기 위해선 여기서 승부를 걸어야 해. 잘못하다간….”
쟈마드가 그녀의 의견을 일축했다.
“걱정할 필요 없다.”
“…….”
“강설을 믿어라, 어린 용. 그는 믿을 만한 자다.”
탄투이누가 한숨을 쉬었다.
“…그렇다면 믿어보겠다. 어머니께서 너를 믿었듯이, 네가 그를 믿는다면… 나 또한 그를 믿겠다.”
강설이 발목까지 차오른 늪을 거닐며 주변 지형을 확인하고 있었다.
“…무엇을 하느냐?”
“잠깐 확인하는 중입니다.”
“확인?”
“잠깐이면 됩니다.”
잠시 이곳저곳의 나무를 두드린 후 걸어오는 강설.
“전부 살아있는 나무. 여기서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는 의견이 맞았습니다. 여기서 놈들을 털어낼 겁니다.”
“전투인가?”
“힘은 비축합니다.”
“힘을 쓰지 않고 놈들을 털어낼 수 있다고?”
“대신 좀 아슬아슬할 겁니다.”
“어찌….”
쿵… 쿵…
강설의 안색이 일변했다.
“옵니다, 뛸 준비 하십시오.”
콰직…
콰지이이익…
나무를 부수고 나타난 거인들은 모두 눈알이 하나였다.
‘사이클롭스였군.’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저기 있다! 여기다!”
쿵쿵쿵쿵쿵…
강설 일행이 뒤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쫓아!”
“붙잡아라!”
강설이 피식 웃으며 속도를 높였다.
발이 푹푹 빠지는 이곳에서 제 속도를 내기는 어려웠지만,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상대 쪽이 훨씬 이동에 장해를 겪었다.
강설 일행이 달아날수록, 오크와 사이클롭스 무리는 점점 습지의 깊은 곳까지 다다르고 있었다.
수위가 변변치 않았고 디딜 땅이 있기에 이대로라면 습지를 벗어나는 즉시 다시 거리가 좁혀질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렇게는 안 되지.’
강설은 계속해서 내달리며 주변의 나무들을 살폈다. 이곳은 어떤 나무의 군락지였다.
이곳은 평상시라면 여느 습지와 다를 바가 없겠지만, 오늘은 평상시와는 무척 다른 날일 것이다.
휘익…
강설이 뒤를 돌아보자 습지의 중앙에 난 평탄한 길을 이용해 대규모 병력이 쫓아오고 있었다.
‘조금 더… 조금만 더….’
크와아아아악!
도저히 못 참겠는지 사이클롭스가 쥐고 있던 몽둥이를 집어 던졌다.
후우우우우웅-!
파아아아아아아악-!
별 타격 없이 습지에 틀어박히는 몽둥이. 몽둥이는 괜히 오크들의 진로만 방해했다.
‘됐어!’
강설이 손가락을 튕겼다.
따아아악-!
휘리리릭-!
코코와 쿠쿠루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건….”
“타세요!”
코코와 쿠쿠루는 훌륭한 이동 수단이었지만 늪지의 지형과는 맞지 않아 소환을 미뤄왔다.
그러나 지금은 쭉 뻗은 길이 나 있었기 때문에 소환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큭….”
“코코! 쿠쿠루! 최대한 빨리 건너편에 도달해야 한다!”
크르르륵…
파아아앗-!
코코와 쿠쿠루가 내달리고 있었지만 뭔가 상황이 극적으로 변한 건 아니었다.
여전히 쫓기고 있었고, 여전히 위치가 노출되었다.
탄투이누는 상황이 그리 좋지 않음을 직감했다.
그녀는 굳게 마음을 먹고 말했다.
“내가 길을….”
“조용, 달리는 데 집중하시길.”
“…….”
강설이 소지품에서 이틀 전에 손에 넣은 자루를 꺼내 주둥이를 찢었다.
주둥이를 찢는 사이에 이미 선택지는 떠올랐다.
[습지를 통해 많은 병력이 추격해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
선택지는 볼 필요도 없었다.
이미 대응 방안을 다 정해두었으니.
푸스으으으으으으으…
빠른 속도로 내달리고 있었으니, 당연하게도 주둥이가 찢어진 자루는 그 안에 있는 것들을 토해낼 수밖에.
쏟아지는 발목 으적이의 잔여물을 확인한 탄투이누는 강설이 이틀 전 했던 말을 떠올렸다.
– 역겹더라도 어쨌든 이런 거에 환장하는 녀석들도 있습니다. 그걸 위해섭니다.
부글…
부글…
그들이 흘리고 간 잔여물이 물과 닿자 거품이 일기 시작했다.
‘…반응이 왔다.’
이 습지엔 대표적으로 두 종류의 나무가 자생하고 있다. 미리 정찰을 통해 확인했으니 그건 확실했다.
그중 하나는 눈물 나무.
부글… 부글…
눈물 나무가 발목 으적이의 잔여물을 게걸스럽게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푸화아아아아악-!
“뭣….”
“물이다! 물이 차오른다!”
오크들이 그제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수위가 낮을 땐 잘 못 느꼈지만, 물이 차오르기 시작하자 주변이 온통 언덕이었다. 즉, 그들은 지금 커다란 구덩이 안에 고립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어째서! 어째서 물이 차오르는 거냐!”
“모른다! 달려! 일단 달려라!”
발목 으적이의 잔여물에 반응을 보인 눈물 나무는 양분을 섭취하면 막대한 양의 수분을 배출하는 나무다.
먹은 게 있으면 반대로 토해내는 게 있어야 하는 게 자연의 순환.
물론, 평상시라면 눈물 나무라고 할지라도 적당히 식사량을 조절해 수위가 크게 불어나지 않았겠지만, 가장 좋아하는 먹이인 발목 으적이의 잔여물이 도착하자 그것들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수위가 빠르게 차올랐다.
촤아아아아아아아…
“푸헙… 푸허어업….”
“나, 난 헤엄을 못 쳐!”
“물이… 물이 불어난다고!”
“헤엄을 칠 줄 아는 녀석은 다른 녀석들을 지탱해라! 그리고 나무를 붙잡아! 휩쓸리지 마라!”
질척했던 땅은 온데간데없고 마치 수심이 깊은 강에 뚝 떨어진 듯한 착각을 일으킬 만큼 급격한 변화였다.
그만큼 눈물 나무의 뿌리 부분에서 엄청난 양의 물이 쏟아져나온 것이다. 그것들은 아예 수도꼭지라도 된 것처럼 물을 뿜어댔다.
그들이 불어난 물에 어쩔 줄 모르는 사이, 이미 강설과 탄투이누는 반대편에 도달했다.
코코와 쿠쿠루가 속도를 높인 보람이 있었다.
“하아… 하아… 좋은 꾀였다, 강설. 하지만… 놈들도 쉽게 당하진 않는군.”
탄투이누가 탄식 섞인 말을 내뱉었다.
그도 그럴 것이 기대했던 것보다는 수확이 적었다.
대략 반절 정도의 병력을 익사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그들 외에는 전부 나무에 딱 달라붙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사이클롭스는 아직도 쿵쾅거리며 이쪽을 향해 오고 있었다.
“어서….”
“아직.”
“…….”
“아직 끝이 아닙니다.”
“…뭐?”
탄투이누가 영문 모를 눈빛으로 강설을 쳐다보았다가 다시 습지로 시선을 옮겨갔다.
사이클롭스가 그를 죽이기 위해 공포를 흩뿌리며 다가오고 있는데도 태연자약하게 물가를 내려다보고 있었으니.
크와아아아악!
사이클롭스들이 돌진해오는 위압감에 몸이 저릿저릿했지만, 덩치가 오우거보다 클 뿐 지능은 그들보다 낮은 녀석들이다.
‘슬슬 반응이 오려나?’
눈물 나무는 분명 이곳에서 주의해야 하는 나무가 맞았다. 그러나 눈물 나무만으로는 곤경에 빠질지언정 죽을 위험은 떨어졌다.
헤엄을 칠 수 있다면, 물 밖으로 빠져나오면 그만이었으니까.
하지만, 이곳에는 눈물 나무를 제외하고도 다른 나무가 살고 있었다.
강설이 중얼거렸다.
“숨을 쉬어야지, 나무야.”
강설은 또 다른 나무가 만들어낼 공포를 기다렸다.
일반적인 나무는 물에 잠기면 뿌리가 썩어 살아남지 못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곳에 수생하는 나무 중 하나인 깊은숨 나무는 물 위까지 곧게 뻗은 기근이라는 기관으로 숨을 내쉴 수 있기에 습지 환경에서도 곧잘 살아남았다.
기근은 나무를 뛰어넘는 광석에 버금가는 터무니 없는 강도를 지녔지만, 평상시에는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았다. 수위가 낮은 이상, 조금만 뻗어 나와도 나무가 숨을 쉬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물이 불어났을 땐 달랐다.
깊은숨 나무의 기근은 물 위까지 떠오르는 걸 목표로 하는데, 지금처럼 눈물 나무가 쏟아낸 물 때문에 수위가 급하게 불어난 경우엔….
‘기근을 힘차게 뻗지.’
그 긴 뿌리를 물 밖까지 내밀게 된다.
푸화아아아아아아아악-!
물속에서 일제히 뻗어 나오는 기근.
“컥… 커어어어어억….”
“이게 뭐….”
만일 생명체가 물속에 남아있다면, 그 기근에 꿰뚫려 순식간에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죽음의 꽃이 습지에 피어나는 것이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발의 살가죽을 꿰뚫린 사이클롭스도 주춤거리다 결국 넘어졌다.
푸화아아아악-!
그 덩치가 쓰러졌는데도 기근이 부러지기는커녕 사이클롭스의 심장까지 파고들었다.
“…이럴 수가.”
기근이 자라난 습지는 붉게 물들었고 과도한 공포심에 나무의 끄트머리까지 올라간 오크들을 제외하고는 모조리 죽었다.
극도로 참혹한 광경임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끔찍하군.”
탄투이누가 슬쩍 강설의 모습을 살폈다.
한편의 지옥도를 만들어낸 인간이 그것을 바라보는 모습은 용인 그녀로서도 쉽게 보기 어려운 것이다.
아마도 분명히 자신이 저지른 일을 후회하거나 벌벌 떨겠지.
그녀가 아는 인간은 대개 그러했다.
감당하지 못할 사고를 치고 숨는 존재.
탄투이누는 강설을 걱정했다.
그렇기에 관찰이다.
인간은 연약하고 지켜줘야 하는 존재.
이번 일을 통해 마음이 무너진다면 정화해주는 것이 조력자로서의 도리일 것이다.
그렇게 강설의 눈까지, 그녀의 시선이 가 닿았다.
하지만…
그녀가 생각했던 강설의 눈빛과는 거리가 먼 눈빛이 습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씨이익…
강설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썩 만족스러워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것은 어머니가 도움을 구하기 위해 찾아온 트롤도 마찬가지였다.
“꽤 괜찮은 수법이군.”
“그렇지?”
탄투이누가 당혹스러운 눈빛으로 강설에게 물었다.
“…그대는 아무렇지 않은가?”
“…음?”
[환경 피해를 이용해 대규모 병력을 처치합니다.]
[특수 업적 ‘자연사’를 달성합니다.]
[특수 칭호 「환경보호자」을 얻습니다.]
강설이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만족한 표정으로 답했다.
“갑시다. 지하 정원까지만 가면 길이 보일 겁니다.”
“…….”
탄투이누는 지금, 어머니 탄크리드가 그녀를 이들에게 인도한 이유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