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345
제344화
강설은 일단 한차례 주르륵 떠올랐던 탄크리드의 죽음과 관련된 메시지들을 확인했다.
[대지의 어머니 탄크리드가 긴 생을 끝마치고 별의 품으로 사라집니다.]
[대지의 수호자가 공석이 됩니다.]
[탄크리드는 누군가에게 그 숭고한 의무를 안배했습니다.]
[판데아의 오래된 질서가 무너집니다.]
[성향 : 부정 세력이 오랜 기간에 걸쳐 준동합니다.]
[대지의 수호자가 계속해서 공석일 경우, 모든 대지가 10년에 한 번 대흉작을 맞이합니다.]
[대흉작의 주기는 수호자 공석의 기간이 길어질 경우 계속해서 짧아집니다.]
[대풍작이 농경 주사위의 눈이 5-6이 아닌 6의 경우에만 발현하게 됩니다.]
[지하가 조금 더 어두워집니다.]
[독초의 독성이 더 진해집니다.]
[약초의 효력이 줄어듭니다.]
[광맥에 묻힌 광석의 질이 소폭 낮아집니다.]
[탄크리드의 신전에 지진 피해가 심각해집니다.]
[세력 : 천공 용 아자닉이 득세합니다.]
……
이 밖에도 자잘한 부분부터 시작하여 나름 굵직굵직한 부분까지 메시지가 쉬지 않고 떠올랐다.
‘탄크리드의 영향력이 이 정도일 줄이야….’
몇몇 초월자들은 그들을 단순히 하나의 개체로만 판단하기 어려웠다.
숨 쉬는 세계인 그들은 그 자체로 자연이자 관계였다.
그만큼, 살아생전 탄크리드의 영향력은 거대했고 그의 빈자리는 그것보다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되었다.
‘앞으로 골치 꽤나 썩겠네.’
빈자리는 누군가 채워야 하는 법.
그 영광과 고난의 영지를 아귀들이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었다.
‘그건 나중에 생각할 일이고… 일단은….’
후우우우웅…
“…….”
둥근 형태로 떠 있는 초록빛 구체.
무려 탄크리드가 죽으면서 만들어진 오브젝트였다.
별 반응은 없는 것이, 그녀의 혼은 아닌 듯했다.
“대지의 정수다.”
탄투이누의 말에 쟈마드와 강설의 시선이 그녀에게 돌아갔다.
“어머니께서 그대에게 맡긴 것은 의무만이 아니다. 분명… 그것을 이행할 힘 또한 남기신 것 같구나.”
“탄크리드의… 힘….”
쟈마드가 중얼거렸다.
“지금은 비록 잠들어있지만, 네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가져가라.”
“탄크리드의 후손은 탄투이누 너잖아.”
“나는 그녀의 혈육일 뿐, 어머니의 의지를 잇지는 못했다.”
쟈마드는 둥실둥실 떠올라 있는 초록빛 구체에 손을 갖다 대었다.
그러자, 그 초록빛은 쟈마드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쟈마드가 대지의 정수를 획득합니다.]
[깨달음 : 지고의 경지에 변화가 생깁니다.]
[깨달음이 앞당겨졌습니다.]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즉시 지고의 힘을 발현할 수 있게 됩니다.]
……
쉽게 말해, 쟈마드가 진정한 지고의 경지에 조금 더 일찍 조금 더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카렌이 꽤 오래 허무에 틀어박혀 있었다는 걸 감안하면 엄청난 어드밴티지였다.
탄크리드가 쟈마드와 강설에게 남긴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 푸른빛의 거대 알.
한눈에 딱 봐도 안에 미니 탄크리드가 들어있을 것만 같은 예감이었다.
다만, 용들의 부화 시기는 꽤 느긋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탄크리드가 이 알을 얼마나 품었느냐에 따라 그 시기가 달라질 것이다.
‘가만, 애초에 이게 부화할 수는 있는 거야?’
강설이 탄투이누에게 물었다.
“탄투이누, 용의 후손은 용에게서 깨어나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 용은 비룡과는 달리 세상에 나고부터 세상을 깨우친다. 그런 용에게 세상을 가르쳐줄 이 또한 용인 게 정당하지.”
“그렇다면 이건….”
“하나, 나의 어머니 탄크리드께선 미래를 염려하셨다. 나는 그녀의 후손을 지킬 수 없다.”
“…….”
“어머니는 너와 저 트롤에게 미래를 맡겼다. 난 그 뜻에 따르겠다.”
– 아니, 저기요… 부화가 가능할까요?
– 에디슨, 당신이 옳았어…
강설이 인상을 썼다.
“그… 부화라는 게 일단은 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
“우리는 저 알을 품을 방법이 없습니다.”
“그건 찾아봐야지.”
이곳까지 오면서 느꼈던 것이지만, 탄투이누는 정말로 꽉 막힌 상대였다. 좋냐 싫으냐 하면 귀찮게 하지 않아 좋았고 그 때문에 귀찮아져서 싫었다.
쟈마드가 잠시 고민하는 눈치.
강설도 이 문제는 그와 상의해야 했다.
우선, 가장 편리한 방법이 있었다.
강설과 쟈마드는 동시에 그 방법을 말했다.
“허무.”
“일단, 허무에 가져가자.”
“같은 생각이군.”
강설은 눈을 감고, 허무의 문을 떠올렸다.
그리고 손에 든 알을…
알을…
‘빌어먹을….’
알이 없다.
저번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
일단 알을 허무로 옮기는 것은 포기.
그렇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순간, 새로운 방법이 번뜩였다.
강설이 알을 들어 어딘가로 쑤욱 집어넣었다.
“딱 맞네.”
“…그렇군.”
그림자 공간이었다.
최근에는 여유가 좀 남는다 싶었는데 다행히도 딱 맞게 들어갔다.
다만, 이곳에서 부화를 위한 과정이 충족될 것인가에 대한 건 물음표였다.
“쟈마드. 혹시 이 안 따뜻해?”
“…….”
– ㅋㅋㅋㅋㅋㅋㅋ
– 질문 수준 ㅋㅋㅋㅋㅋ
– 혹시 여기 온수 나와?
– 여기 얼마야? 와, 싸다…
아무튼.
가장 큰 문제가 처리되었으니, 강설은 아까 전 떠오른 메시지 중 모험과 관련된 내용을 확인했다.
모험 33-(특수) ‘용의 복수’
대지의 어머니 탄크리드가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녀는 죽어 별이 됐지만 아자닉은 여전히 그녀의 잔재를 쫓고 있습니다.
임기응변을 발휘해 아자닉에게서 벗어나는 데 성공한 당신. 이대로 도주하기만 한다면 어쩌면 추격을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당신의 그림자 쟈마드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탄크리드의 복수를 하고자 합니다.
정말로 어리석은 판단이지만, 동시에 가장 빨리 쟈마드가 더 높은 경지로 향하기 위한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당신은 이런 바보 같은 짓에 동조하는 또 다른 바보입니다.
실패해도, 살아남는다면 괜찮습니다.
쟈마드는 모험 도중, 깨달음을 얻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목표 : 아자닉에게 타격 입히기
주의, 이 모험은 매우 위험합니다.
주의, 이 모험은 시시각각 상황이 변화합니다.
현재 남은 시간 「알 수 없음」
‘타격 입히기라… 음… 그래도 보상 아닌 보상이 있어서 다행이네.’
쟈마드가 완전히 지고의 경지에 오른다면, 아마 지금 강설의 소환수 중 가장 강력한 존재가 될 것이다.
“그런데… 그 방법이란 게 정말로 가능한 건가?”
탄투이누가 강설에게 다가와 물었다.
아까 못다 한 계획 설명을 이제라도 듣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렇습니다.”
“…상대는 아자닉이다. 긴 세월을 하늘의 패자로 군림해온 괴물. 알고 있는가?”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감히 어떻게 놈을 쓰러트린다는 말을 그렇게 쉽게….”
강설은 그녀의 말을 정정했다.
“저는 쓰러트린다고 말한 적 없습니다.”
“…뭐라고?”
– 그러고 보니 그렇네?
– 쟈마드 : 이 분노를 쏟아내지 않고서는… (꼬집기라도 괜찮음)
강설이 잠깐 쟈마드를 보고 말했다.
“저 건방진 용에게 한 방 먹이고, 도주한다. 여기까지가 제가 생각한 계획입니다만….”
“그… 그 말이 곧 쓰러트린다는 말 아닌가?”
“다른 말입니다. 후자는 지금으로선 아예 불가능한 일이고 전자는 꽤 쉬운 편이니까요.”
“그런… 쉽다니….”
“아무튼, 시간이 많지 않으니 잠시만 집중하시죠.”
촤라락-!
강설이 소지품에서 언젠가 쓰일 줄 알고 챙겨두었던 종이를 꺼냈다.
그리고 그 위에 분필과 비슷한 도구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슥…
슥…
어딘가의 약도였다.
간단한 지도의 형태였지만 꽤 세세하게 제반 사항들을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지도를 제작 중입니다.]
[지도의 완성도는 지도 제작의 영향을 받고 완성도가 높을수록 더 많은 정보를 내포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 있는 누구도 어디의 지도인지 알 수 없었으나 강설은 시원시원하게 그려나갔다.
그리고 촘촘하게 작은 글씨로 주의해야 하는 사항 등을 적고는 지도를 내밀었다.
[정밀한 약도를 제작했습니다.]
[의외의 재능! 지도 제작 1을 깨우칩니다.]
[지도 제작 시 미적 감각이 가미됩니다.]
[읽는 이가 독도법 혹은 중급 해석을 익히고 있다면, 보다 수월하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
지도를 확인하는 쟈마드와 탄투이누.
꽤 정교한 지도에 놀란 눈치였다.
강설은 조금 멋쩍어하며 다음 지시사항을 말했다.
“이제부터 떨어져서 움직일 거야.”
“으음….”
“공격 기회는 딱 한 번뿐이야. 놈은 공격당하자마자 반격해 올 텐데 우린 그 공격을 막을 수 없어.”
“맞는 말이다. 난 뭘 하면 되지?”
“먼저 가서 정해진 위치에서 기다려, 그리고 신호하면….”
강설의 계획을 들은 쟈마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재밌군.”
반면, 탄투이누의 반응은 약간 달랐다.
“확실히 이 방법이라면 도망칠 수는 있을 거다, 하지만… 아자닉의 비늘은 모든 해로운 것들을 막아낼 수 있다. 안타깝지만 너희의 공격은 수포가 될 거다. 차라리….”
“다른 곳이었으면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여기는 지하 정원입니다. 제 계획대로만 된다면 할 수 있습니다.”
“이건… 미친 짓이다.”
“그것도 종종 듣는 말이기도 하고요.”
쟈마드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강설, 널 믿겠다. 내가 낼 수 있는 전력을 준비하지.”
“하지만….”
“가지, 용. 이미 정해졌다.”
“으으으….”
탄투이누가 못 믿겠다는 식으로 고개를 흔들며 쟈마드와 함께 사라졌다.
탄투이누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애초에 이곳에 올 계획도 아니었으니, 강설이 만일 이곳에 직접 온 것이 아니라 다른 말로 발을 디딘 거라면 분명 그냥 도주하는 쪽을 선택했을 것이다.
용에게 한 방 먹이기 위해선, 그만한 준비가 필요했다. 이 준비 과정은 지하 정원에서 결실을 맺게 되지만, 준비 자체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모된다.
“자 그럼, 일을 조금 더 편하게 해볼까.”
그리고 그 준비에 투자되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메꿀 만한 힘이, 강설에겐 존재했다.
찌이익…
강설은 정말로 오랜만에 누군가의 초대장을 찢었다.
* * *
휘오오오오오오…
운무가 깔린다.
여전히 지금 있는 불길한 배경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강설이 팔짱을 끼고 기다리고 있는데, 어딘가에서 북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둥둥…
두두둥…
북소리가 점차 가까워졌다.
이윽고 운무가 흩어지면서 가면을 쓴 이상한 녀석들이 나타났다.
“와아아아! 스노우맨이다! 스노우맨!”
“팬입니다! 팬! 잘 보고 있어요!”
“이번엔 또 어떤 기믹을 보여주실 생각이시죠? 방금까지 보다 왔어요!”
어딘가 어색해 보이는 그들.
심지어 사랑해요 스노우맨이라는 우스꽝스러운 현수막까지 들고 있었다.
‘…상인들이 아니잖아?’
이들은 상인들이 아니었다.
바로 그때.
촤아아-!
촤아아아아아-!
[당신이 수집한 광기에 누군가 관심을 드러냅니다.]
하늘에서 꽃가루가 떨어지며 누군가의 등장을 알렸다.
“…쟈넷. 점점 등장이 요란해지는 건 제 착각입니까?”
“호호호… 사실입니다.”
악귀 가면을 쓰고 화려한 복색을 한 쟈넷이 모습을 드러내자, 구경꾼들이 박수를 보냈다.
짝짝짝짝-!
“…설마 저들도 고용한 겁니까?”
“일종의 자존감 회복 서비스. 어떠신가요?”
“그럴 정도로 자존감이 낮지는 않아서….”
“이런….”
“오늘은 그 요란한 두꺼비는 보이지 않는군요?”
“처분했어요. 연비가 문제더라고요.”
쟈넷이 손뼉을 쳤다.
짝짝…
“가져와.”
“예!”
수레에 담긴 것들이 순식간에 설치된 가판에 쌓이기 시작했다.
거의 시장을 통째로 옮겨온 듯한 느낌이었다.
‘…거래 규모도 점차 커지는 건가?’
쟈넷이 쥘부채를 손에 쥐고 고개를 숙이며 물었다.
“그럼… 어떤 물건을 원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