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349
제348화
악취가 나는 두꺼비가 창을 꼬나쥐고 강설을 뒤따라 달렸다.
“뭐가 그리 급하지?”
“있어, 그럴 일이. 그래서 내가 도와줄 일이 누군가를 처형하는 일이라고?”
“…그렇다. 놈은 줄곧 나의 늪을 어지럽혀 왔고 이제야 그 심판을 받게 됐지.”
“아하….”
“이쪽이다! 어서 날 따라와.”
강설에게 선택지가 떠올랐다.
[자신을 늪지기라 소개한 이 두꺼비는 알 수 없는 사명감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가 의무를 수행해야 하기에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다만, 모든 것을 믿을 수는 없는 법이니 질문을 해볼까 합니다.]
1. 늪을 어지럽혀 왔다는 녀석은 대체 누구야?
2. 처형하는 데 왜 내 도움이 필요한 거지?
3. 꼭 처형해야만 하는 거야?
4. 너 혼자 해결할 수는 없었어?
……
강설은 의문이 잔뜩 떠오르는 선택지가 가능한 창을 보고 피식 웃었다.
그리곤, 아무런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대충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지는 알겠네. 하여튼, 너무 물렀다니까.’
선택지를 따랐다가 자신이 예상하는 결과까지 흘러가지 않을 수도 있었으니 입을 꾹 다무는 것으로 해야 할 질문을 대신했다.
강설과 늪지기는 아무런 말 없이 목적지를 향해 달려나갔다.
‘다행히 관문과 가까운 위치야.’
만일 다음 관문과 정반대의 위치였다면 무조건 실패였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시각각 위험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하아… 하아….”
얼마나 빨리 달린 건지, 강설과 두꺼비는 목적지에 도착한 후 숨을 헐떡거렸다.
“바로 저 녀석이다.”
강설은 숨을 몰아쉬며 정신을 잃고 포박당한 누군가를 바라보았다.
악어 머리를 한 녀석이었다.
아무런 말도 못 하게 입도 밧줄로 꽁꽁 묶여 있었다.
강설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자, 인장이 필요하다면 늪지기를 도와라. 녀석을 죽여, 감히 권위에 대항하는 오만불손한….”
선택지가 떠올랐다.
[늪지기는 이자를 처치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당신은 선택을 내려야 합니다. 그런데, 그전에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1. 이 녀석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지?
2. 내가 왜 이 녀석을 죽여야 하지?
3. 죽이는 것만큼은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어?
4. 다른 부탁을 대가로 인장을 받을 수는 없을까?
……
강설은 아무런 질문도 던지지 않은 채, 해야 할 일을 했다. 지금은 입씨름하는 시간조차 아까웠으므로.
서걱…
“그래… 음? 무, 무슨 짓을!”
강설이 악어의 몸을 옭아매고 있는 밧줄을 순식간에 전부 제거했다.
“뭐 하는 짓이냐! 어째서 내 말을 따르지 않는 거야? 인장을 받을 생각이 없는 거야?”
바로 그때, 악어가 눈을 떴다.
“이야… 이거 또 당해버렸네. 이래서 늪은 재밌다니까?”
“…….”
기지개를 켠 악어가 강설에게 악수를 청했다.
“반가워, 난 늪지기라고 해. 잠꾸러기에게 부탁을 받아서 늪을 정비하고 있어.”
강설이 고개를 끄덕이며 악수에 응했다.
“난 강설이다. 저 녀석은 뭐지?”
“크윽… 속지 마라! 내가 늪지기야!”
그가 주춤주춤 물러나는 두꺼비를 향해 되물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내 도움이 필요하지? 정원 관리는 잠꾸러기가 일임한 것인데.”
“그건…….”
이래서 오는 동안 질문을 던지지 않은 것이다. 금세 말문이 막혀버릴 질문이라 아마도 질문을 던졌다면 두꺼비는 도주를 택했을 것이다.
“뻔하지, 늪지기를 죽이면 잠꾸러기의 저주를 받을 테니까. 내가 늪지기를 대신 죽여준다면 그 저주를 피할 수 있을 테니까.”
“…너,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냐?”
강설은 애초에 늪지기가 악어였음을 알고 있었다.
정확히 어떤 생김새인지 특징은 가물가물했지만 적어도 두꺼비는 아니었다. 하루아침에 종이 달라질 일은 없을 테니까.
더더군다나 강설에게 한 부탁의 내용도 굉장히 수상했고 말이다.
“이이… 이러면 너까지 처형해주마!”
팟-!
휘릭…
강설이 뒤로 돌며 발을 쭉 뻗었다.
파아아앙-!
강설의 발과 두꺼비의 몸이 맞닿는 순간, 두꺼비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개굴-!”
두꺼비가 내뱉은 비명에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어쨌든, 공격은 봉쇄했다.
스윽…
알 한쪽이 깨진 작은 안경을 눈가에 얹는 늪지기가 이렇게 말했다.
“보내줘, 한 번만 봐주자고.”
“…죽을 뻔한 거 아니야?”
“죽기는 누가? 다 장난친 거지, 장난. 그렇지?”
늪지기가 순박한 미소로 두꺼비를 맞이하자 그는 몸을 부르르 떨다가 늪으로 사라져버렸다.
“왜 보내준 거지? 널 위협한 거 아니야?”
“늪에 사는 녀석들은 게을러서 저렇게라도 활동해줘야 해. 안 그럼 늪이 썩거든.”
“…….”
“방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
“…잘 아네.”
“허허… 늪에 사는 녀석들은 자세히 보면 귀엽다고. 그냥 좀 거친 것뿐이야. 아무튼… 날 구해줘서 고마워, 인간! 네가 날 구해준 인간 중 두 번째야.”
강설은 오래전 늪지기를 구한 적이 있었다.
늪지기의 부탁은 그의 낙천적인 성격과 정반대로 정말 토악질이 나오는 난이도였다.
궂은일을 주로 하는 늪지기답게 그에 걸맞은 일을 플레이어에게도 떠넘겼으니까.
그런데 이런 부탁을 패스하고 다른 일로 대체할 수 있는 상황이 종종 벌어졌는데, 그게 바로 늪지기의 구원이다.
찰리도 오래전, 그를 구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었다.
“늪지기, 인장을.”
“아, 그렇지! 도움을 받았으면 나도 도움을 줘야겠지. 자, 여기!”
츠즈즈즈즛-!
손등에 늪의 문양까지 새겨졌다.
[늪지기의 인장을 획득합니다.]
[잠꾸러기가 당신과 독대할 것입니다.]
마지막 인장까지 획득.
일단 탈출로는 확보했다.
쿵…
쿠우우웅…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천공 용 아자닉이 지하 정원에 난입합니다.]
그사이, 유적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아자닉을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제길….”
“어우, 무슨 소리지?”
“늪지기, 망상 연꽃을 받을 수 있을까?”
“물론이지! 날 도왔으니까!”
늪지기에게서 마지막 독초를 챙겨 품에 넣은 강설은 다음 관문을 향해 내달렸다.
“어… 어어… 자, 잘 가!”
“그래! 잘 있어!”
다음 관문까지 전속력으로 뛰어 도착한 그는, 앞선 관문에서 했던 작업을 똑같이 해내려 품을 뒤적였다.
바로 그때.
콰지지지지직-!
두 번째 관문이 무너졌다.
검고 윤기 나는 비늘.
노랗고 불길한 파충류의 눈까지.
그 눈이 아주 멀리 있는 마지막 관문, 즉 강설이 있는 곳에 닿았다.
천공 용 아자닉이 그가 태어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강설을 바라보았다.
“…거기구나.”
강설은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온몸이 얼어붙는 듯한 공포를 느꼈다.
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앙-!
푸스스스스스…
잠든 자의 숲은 아자닉도 처음 방문하는 곳이다. 더더군다나 이렇게 숨겨진 유적이 있었다는 것조차 몰랐고 말이다.
‘…재밌군.’
그가 입구를 부수는 사이, 거대한 기운이 사라졌다. 하늘에 빛나는 별이 떨어지는 듯한 감각.
본능적으로 탄크리드의 죽음을 알아챘다.
“그렇다면 후손은… 탄투이누 혹은 새로운 조력자들 손에 들어갔겠군.”
크게 상관없는 일이었다.
과정이 조금 더 추가됐을 뿐 그녀의 후손이 자신의 손에 들어오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터.
조급해할 필요는 없었다.
콰지이이이이익…
유적의 입구를 강제로 개방한 그는 잠든 자의 지하 정원으로 빨려 들어갔다.
으직…
으지지지지지직…
그의 신체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번데기에서 나비가 되는 것보다 훨씬 거대하고 역동적인 변화였다.
인간의 모습이 아닌, 고귀한 고룡의 모습으로.
눈은 불이요 날개는 바람이니 두려울 게 없었다.
“이 모습은 둔한데….”
지하 정원에 퍼져있는 기운 탓에 본래의 모습이 아닌 인간의 모습은 취할 수 없었다.
“그렇군. 그래서 탄크리드의 잔향이 남아있군. 이곳에서 쓰러진 건가?”
탄크리드의 냄새가 이곳에서 끊어졌다. 조력자라고 주장하는 얼뜨기들과 탄투이누의 냄새가 먼 곳까지 이어져 있었다.
감히 자신에게서 도주할 수 있다고 판단하다니, 그들의 어리석음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저쪽이군.”
날개를 접었다가…
파아아아아아아아아앙-!
한순간에 거체가 바람을 일으키며 날아갔다.
첫 번째 관문에 도착한 그는 잔뜩 자라난 강철 억새를 보고 코웃음을 쳤다.
“지능이 떨어지는 녀석이군.”
후우웁…
곧, 아자닉의 가슴 부분이 부풀어 오르며 붉게 달구어졌다.
푸하아아아아아아아-!
엄청난 불꽃이 강철 억새를 흐트러트렸다.
파아아아아앙-!
타닥…
탁…
“…음?”
고약한 냄새가 풍겼다.
강설이 준비한 펑펑이, 그리고 그 안에 담긴 깜빡이 꽃의 포자가 불에 타들어 가며 지독한 향을 만들어낸 것이다.
원래도 독성이 강한데 불을 만나니 아주 거친 독향을 뿜어냈다.
“흥.”
그러나 애석하게도 아자닉은 초월자 중 하나였다. 원신의 파편 이리자드가 그러했던 것처럼 아자닉에게도 권능이 존재했다.
그의 육신 자체가 바로 권능이었다.
원소를 비롯하여 날붙이나 둔기에도 높은 저항을 가진 육체. 그리고 엄청난 재생력까지.
숨에 독기가 섞여 들어오는 것을 눈치챘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은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다.
“노력은 가상하다만, 어설프구나.”
그 증거로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대신, 불을 사용하는 것은 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강철 억새의 특징 때문이었다.
용의 불길에 대부분이 녹아내렸지만, 오히려 더 단단해진 억새가 있었다. 거대해진 몸으로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선 모든 억새를 부러트릴 필요가 있었는데 도리어 단단해지니 짜증이 솟구쳤다.
뭐, 과정이 하나 추가됐을 뿐이니 이 정도는 참고 넘어가야겠지만.
휘릭…
후두두두둑-!
발톱을 휘두르자 강철 억새가 모두 수수깡 부러지듯 쓰러졌다.
아직도 남아있는 독기 탓에 코를 큼큼거리며 숲으로 이동한 아자닉.
놈들은 이곳에도 없다.
갑자기 그 사실에 짜증이 솟구친 아자닉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 다시 한번 불길을 내뱉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
숲이 그 불길의 모양대로 타들어 갔다.
흡족한 눈으로 파괴의 흔적을 바라보고 있는 그에게 누군가 멀리서 소리쳤다.
“용! 뭐 하는 짓이야!”
숲지기였다.
“인간과 트롤을 찾고 있다, 사실대로 말하면 목숨은 살려주마.”
“이곳은 잠꾸러기님의 정원!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한 줄 알아?”
“잠꾸러기? 그런 녀석은 모른다. 열등한 생명체에게 관심을 가지고 싶진 않군.”
“…잠꾸러기님을 몰라? 너, 그럼 못 만날 텐데?”
“뭐?”
“몰라, 말 안 해!”
푸드득-!
순식간에 날아가는 숲지기.
아자닉은 굳이 붙잡아서 캐물어 봐야 뭐가 나오지 않을 것 같기에 다음 관문으로 날았다. 어차피 일행 중 인간의 냄새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아마도 이번 관문을 넘어가면 따라잡겠구나 싶었다.
또다시 강철 억새로 틀어막혀 있는 관문.
“같잖은 짓을!”
짜증이 치민 그는 발톱을 후려쳐 통로의 모든 강철 억새를 쓰러트렸다.
퍼어어어어엉-!
당연히 그 과정에서 독분이 피어오른 것은 당연했고.
쓸데없는 짓을 계속하는 도망자들이 애처롭기도 하고 또 성가시기도 했다.
어쨌거나 전부 소용없는 짓이건만.
후두둑…
몸을 털고 나온 그의 눈이 다음 관문으로 향했다.
있다.
놈이 있다.
유적의 문을 열어 탄크리드와 그 일행을 도망치게 한 쥐새끼가.
“…거기구나.”
후우우웁…
숨을 모아 불을 뿜으려던 그때, 녀석이 있던 관문이 전부 아까의 강철 억새로 가득 차올랐다. 불이 닿으면 더 단단해지기에 귀찮아질 것을 우려한 아자닉은 불을 늪지로 쏘아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
“흥, 운이 좋았군.”
아자닉이 관문까지 날아가려는 그때,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늪에 무슨 원한이 있다고! 인장 때문에 이러는 거야?”
“인장?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거냐?”
늪지기가 겁도 없이 용에게 항변하자, 아자닉이 되물었다.
“잠꾸러기님과 만나기 위해선 인장이 필요해. 그것 때문에 온 거 아니야?”
“필요 없다. 만날 생각은 없으니.”
“…헛걸음하겠군.”
“…뭐?”
“아니야, 아무것도.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늪지기가 스르륵 사라졌다.
아자닉은 자신의 시간을 빼앗은 그에게 잠시 화가 났지만, 이 지하 정원을 짓밟는 건 원래의 목적을 달성한 후에도 충분할 것이다.
그가 몸을 움츠렸다.
순식간에 관문까지 날아오르려 함이다.
그런데 순간…
“읍…?”
날개가 여느 때보다 무겁게 느껴졌다.
이제 와 느낀 건데 불꽃의 기세도 처음보다 약해진 것 같기도 하고.
“…흥.”
이와 같은 불길한 징조는 애써 무시했다.
용이다.
용은 죽기 직전까지도 용이다.
“잡아서 물어보면 될 일이지.”
후우우웅…
파아아아아아아아앙-!
순식간에 마지막 관문에 도달한 아자닉은 발톱으로 강철 억새를 난도질했다.
퍼어어어어엉-!
역시나 독분이 흘러나오는 통로.
화아아아아아-!
아자닉은 날개를 펄럭여 독분을 밀어냈지만 일부는 들이마실 수밖에 없었다. 아니, 독분이 퍼진 이상 무슨 수를 쓰더라도 들이마시지 않을 방법은 없었다.
“성가시군… 하지만 잡았다.”
이내, 날아오른다.
화아아아아아악-!
오래된 구렁을 향해 내달리는 인간이 보였다.
벌써 거의 다 도착한 모습.
아자닉은 만족한 듯 웃으며 작은 불꽃을 쏘아 날렸다.
휘오오오오…
자신을 귀찮게 했으니 바로 죽일 생각은 없었다.
불꽃이 강설을 향해 날아들었다.
“안 되지, 안 돼. 죗값을 치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