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35
제34화
통찰안이 받아들인 정보는 방대한 메시지로 가득했다.
마치 강설에게 지금이 몹시 위험한 상황임을 경고하는 것처럼.
[과대 성장한 생명체]
등급 : 희귀
추정 레벨 : 10~14
노비라 인근에 숨겨져 있던 그리즈의 비밀 연구소. 그곳의 가장 깊은 장소에는 대륙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성된 생명 연구 시설이 존재했다. 그런데 생명력이 강한 식물들이 즐비한 이곳에 문제가 생겼다.
그리즈가 제한했던 기준치보다 훨씬 더 거대하게 자라나기 시작한 식물들. 거기에 연구소의 중앙 통제 장치 또한 식물들에 뒤덮여 제대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식물들은 마치 지능이 있는 것처럼 연구원들을 장악하고 끝없는 성장을 이루고 있다.
이대로 성장이 계속된다면, 이 개체들이 대삼림에 퍼져 나가 끔찍한 재앙이 일어날 수도 있다.
기본 능력 : [넝쿨 휘두르기 1], [불안정한 포자 1], [휘감아 삼키기 1], [매혹의 꽃가루 1], [부식성 수액 1], [급성장 1]
특수 능력 : [군체화 1]
‘그런가….’
다른 내용보다 강설의 눈길을 끈 것은 몬스터의 특수 능력이었다.
‘군체화로 이곳의 연구원 골렘을 집어삼킨 거군.’
식물, 혹은 곤충 등.
통제형 몬스터의 경우, 타인을 지배하는 능력을 종종 사용했다. 그런 능력은 사물과 오브젝트를 넘어 결국 플레이어까지 지배하곤 했다.
‘단독 모험인데 이 정도 난이도라니… 제대로 걸렸어.’
강설이 아닌 5인 파티가 왔다고 해서 지금보다 유쾌한 상황은 아닐 것이다.
“이 연구 시설 전체가 적이 됐어.”
“그런 것 같습니다, 주인님.”
카루나가 옆에서 대답했다.
이번엔 쟈마드가 아무런 설명도 없이 여기까지 자신들을 이끌고 온 아르타에게 물었다.
“왜 말하지 않았지? 우리를 속인 거냐?”
“그건 아닙니다. 저도 이제야 알게 된 사실입니다.”
“어째서… 음, 설마?”
강설과 소환수들은 아르타를 처음 만났던 당시를 떠올렸다.
이 불쌍한 골렘은 넝쿨에 칭칭 감겨 거동도 제대로 못 하는 상태로 제2 연구실에 있었다.
강설은 그가 이곳의 식물들을 더는 통제할 수 없자, 제2 연구실로 도망쳐 왔다는 것을 눈치챘다.
휘리릭-!
파아아아앙!
“크으윽….”
쟈마드가 넝쿨 공격을 받아내며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엄청난 두께의 넝쿨을 받아쳤는데도 저 정도 피해로 끝난 쟈마드가 오히려 놀라웠다.
“저장 장치에 오류가 생긴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있었던 일을 불러오겠습니다.”
“아르타! 빨리!”
[카루나가 월광충천(月光衝天) 1단계, 현월(弦月)에 돌입합니다.]
후우우웅…
휘리릭-!
다시 한번 날아오는 넝쿨.
입구가 좁았기 때문에 그나마 방어가 쉬운 편인데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서거억-!
카루나의 월광검이 용케도 넝쿨에게 반격을 가했다.
“키이이이이이이-!”
저 멀리, 중앙 통제 장치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넝쿨의 주인은 아무래도 저곳에 있는 것 같았다.
‘아니, 적은 하나가 아니야.’
이 연구 단지 전체가 적이었다. 그리고,
“주인님.”
“…봤어.”
치이이이이…
카루나가 벤 넝쿨이 서서히 재생되고 있었다.
[과대 성장한 생명체가 급성장을 사용합니다.]
– 미친;;
– 이게 말이 돼?
– 이걸 혼자서 어떻게 깨라고!
– 난이도 개판이네;;
현재의 강설과 똑같은 심정을 느끼고 있는 시청자들이 아우성쳤다.
다만, 강설과 그들의 다른 점은 강설은 적어도 해결 방법을 궁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독 모험인데 혼자서 이걸 해결하라고 하는 건 말이 되지 않아, 그것도 초반에. 뭔가 해결 방법이 있을 거야.’
중후반부에는 변동이 있을지 몰라도 초반에 이런 위험한 모험에 휩쓸리면 생존할 재간이 없었다.
강설이 고심을 이어나가다가, 마음에 걸리는 한 단어를 잡아냈다.
‘잠깐만, 혼자… 혼자서?’
혼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면, 함께 해결하면 되었다. 지금, 그의 곁에는 원래부터 그의 일행이 아니었던 존재가 서 있었다.
“기억의 복구를 완료했습니다. 중대한 오류가 있었습니다. 설명을 원하십니까?”
“급해!”
“알겠습니다.”
바로, 이곳의 연구소장이자 엄청난 덩치와 박력의 기계 골렘인 아르타였다.
카루나와 쟈마드가 번갈아 가며 입구로 밀어닥치는 넝쿨 공격을 쳐내는 사이, 아르타는 빠르게 상황을 정리해서 설명했다.
“이곳의 식물들에게서 예측 못 한 과성장의 징후가 발견되었습니다. 그리즈 님에게 보고를 드리는 사이, 식물들에게 중앙 통제 장치가 장악되어 그리즈 님과의 통신이 끊어졌습니다. 이 괴이한 생명체는 완벽하게 지성을 가지고 있으나 매우 공격적입니다.”
“그 결과는?”
“연구원들은 삽시간에 저 식물들의 넝쿨에 지배당해 기능을 정지했고, 저는 위험에서 회피하기 위해 제2 연구실로 피난한 것입니다. 그 후에 손님을 만난 겁니다.”
상황이 다급해져 갈수록 강설의 말이 점점 짧아졌다.
“아르타.”
“네.”
“혹시, 놈들에게 약점이라 할 만한 게 있어?”
“식물의 약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병충해에 약하고 불에 잘 탑니다.”
“저만한 군체가 전부 타오르면 이곳도 무사하지 못할 텐데… 그럼 다른 방법은….”
“그건 아닙니다.”
“뭐?”
“중앙 통제 장치에 접근할 수만 있다면, 대규모 화재 대응 장치를 가동할 수가 있습니다.”
“연기를 전부 빨아들인다?”
“예.”
즉, 저 중앙 통제 장치에 접근만 할 수 있다면 이곳을 한꺼번에 불 질러 처리할 수 있다는 얘기.
강설은 한 가지 문제가 해결되자, 다음 문제를 떠올렸다.
“아르타, 전투가 가능해?”
“공격 행위는 그리즈 님의 허가 없이는 불가능하지만, 방어 행위는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강설은 이 문제의 핵심을 알아채고 물었다.
“이곳에 잠든 골렘들은?”
“연구원들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물론, 가능합니다. 단, 그들은 넝쿨의 구속에서 벗어날지라도 작동이 한 번 중지했기에 그리즈 님이 설정한 문제를 맞혀야 움직일 겁니다.”
“비밀번호 찾기 질문이라 이거군….”
“네? 그게 무엇입니까?”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데 중앙 통제 장치 아니, 하다못해 가까운 골렘에게 가려 해도 불이 필요할 것 같은데….”
“제게 여분의 기름이 있습니다.”
“그건 다행이네.”
– 스노우맨 도랐다 진짜 ㅋㅋㅋ
– 상황판단 개빠름 ㅋㅋㅋ
– 쟈마드랑 카루나가 개쩌는 거지;; 저 얘기를 할 동안 둘이서 넝쿨 쓱싹하는 중 ㅋㅋ
– 인간 VS 자연이구나!
[‘그리즈의 비밀 연구소’의 주요 내용이 변경됩니다.]
[‘그리즈의 비밀 연구소’가 ‘잠자는 숲속의 골렘’으로 변경됩니다.]
모험 5. ‘잠자는 숲속의 골렘’
비밀 연구소의 가장 깊숙한 장소인 생명 연구 단지. 이곳에 커다란 문제가 생겼습니다.
과성장한 식물들이 난동을 부리며 연구소를 집어삼킨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골렘이 작동을 정지했고 결국, 중앙 통제 장치까지 점령당했습니다.
당신은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입니다. 중앙 통제 장치까지 도달하여 화재 대응 장치를 가동하십시오. 그리고 이 식물들을 모조리 불태우십시오.
당신은 이 모든 과정에서 골렘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골렘이 많다면 더더욱 좋을 것이고요.
목표 : 과대 성장한 생명체 처치. 최대한 많은 골렘을 구출.
현재 남은 시간 「68 : 20」
“아르타, 기름을.”
“알겠습니다.”
키릭.
아르타의 허리 쪽 공간이 열렸다.
강설은 그곳에 물통처럼 생긴 통 2개를 꺼낸 후, 그것을 쟈마드에게 집어 졌다.
“무기에 불을 붙여야 해.”
쟈마드와 카루나의 무기는 보통 무기가 아니었다.
일반적인 무기에 불이 붙는다는 건 날이 상하거나 아예 못 쓰게 되어버릴지도 모르는 중대한 사안이었지만 이들의 강력한 무기에는 내구도가 조금 깎이는 정도의 수준일 것이다.
“호오… 그렇군.”
강설이 기름을 끼얹은 쟈마드의 산의 주먹과 월광검에 불을 붙였다.
화르륵…
“키이이이이!”
“놈의 움직임이 둔해졌어. 두려워하고 있는 거야.”
“앞으로 가! 저기까지!”
콰아아앙!
[카루나가 월광충천(月光衝天) 2단계, 반월(半月)에 돌입합니다.]
후우우우웅!
서걱-!
화르르륵!
“끼아아아아!”
쟈마드와 카루나가 강설과 아르타의 속도에 맞추어 앞으로 돌파했다.
사방에서 넝쿨이 휘몰아칠 것 같았지만, 불길을 휘두르자 의외로 하나 마나 한 공격만 계속되었다.
어쩌면 이 방법으로 놈을 전부 불태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너무 넓어. 그리고 불길에 적응하는 순간부터는 끝장이야.’
되도록 빨리, 골렘들을 해방하고 중앙 통제 장치에 도착해야 했다.
그때였다.
휘리릭-!
“아르타!”
아르타를 향해 사각에서 넝쿨이 날아들었다.
쟈마드와 카루나는 다른 넝쿨들을 상대하느라 그를 도울 수 없었고.
아르타가 금방이라도 넝쿨에 파손될 것 같았다.
파아앙-!
그런데, 강설의 예상과는 달리 의외의 일이 벌어졌다. 아르타가 너무도 손쉽게 넝쿨을 쳐낸 것이다.
“제 걱정은 괜찮습니다. 방어 정도는 가능합니다.”
아르타가 어째서 혼자서 제2 연구실까지 도주할 수 있었는지 이제 이해가 되었다.
모든 골렘이 이 반 정도 수준만 되더라도 강설의 군대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그들이 넝쿨의 공격을 분쇄하며 나아간 곳은, 가장 가까운 위치의 골렘이 있는 곳이었다.
아르타보다는 약간 작지만 단단해 보이는 골렘이 넝쿨에 휩싸인 채로 정지해있었다.
“쟈마드!”
“알았다.”
불이 붙은 산의 주먹이 골렘의 전신을 휘감은 넝쿨을 거칠게 뜯어냈다.
촤아악-!
지저분한 포장을 뜯는 듯한 과정도 잠시, 곧 다소 흠집은 있었지만 멀쩡한 골렘이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골렘은 고개를 살짝 들기만 할 뿐,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그것을 본 아르타가 말했다.
“역시 암호를 입력해야 합니다.”
“어디!”
“여기입니다.”
차분한 아르타와는 달리 강설은 다급하게 외쳤다.
아르타가 강설에게 골렘의 다리 쪽에 있는 입력 장치를 가리켰다.
곧, 입력 장치에 떠올라 있는 문제를 본 강설의 얼굴이 황당한 표정으로 물들었다.
“…무슨 문제가 이따위야?”
선택지가 떠올랐다.
[골렘의 입력 장치에 떠올라 있는 문제는 이러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천재적이며 지성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인 사람은 누구인가요?’]
1. 에스라 국왕.
2. 호쥬 공작.
3. 시라 공주.
4. 그리즈.
5. 수석 마법사 슐라.
……
문제의 정답은 어차피 정해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강설이 입력 장치를 조작해 4번을 눌렀다.
‘그리즈는 지독한 나르시스트야.’
그는 자기 자신을 가장 완벽한 사람이라고 여겼다.
‘제발, 작동해라.’
끼긱…
방금까지 가만히 있던 골렘의 눈에서 갑자기 푸른빛이 쏟아져 나왔다.
“반갑습니다, 인간. 저는 이곳의 연구원 알베르-23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알베르-23을 작동시켰습니다.]
[잠들어 있는 골렘을 구출했습니다. (1/20)]
아르타가 알베르를 통제했다.
알베르는 곧 일행에 합류해 넝쿨을 방어했다.
휘리릭-!
타아악!
큰 덩치 둘이 넝쿨을 방어하자, 아까보다는 수월한 것 같았지만 괴물이 불길을 두른 무기에 적응한 것인지 공격해오는 넝쿨의 숫자가 점점 많아졌다.
‘이건 땅따먹기, 아니 전쟁놀이나 마찬가지야.’
너무 늦기 전에 최대한 많은 골렘을 동료로 만들어 중앙 통제 장치까지 가야 했다.
일행은 거침없이 맹진했다.
골렘을 구하는 속도도 점차 빨라졌다. 어차피 입력 장치에 입력해야 하는 답이 전부 그리즈와 연관된 것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달려!”
“독액이다! 막아!”
강설을 향해 거대한 꽃이 독을 내뿜었다.
액체는 화살처럼 날아왔다.
치이이익…
결론부터 말하자면 독액은 강설에게 닿지 않았다.
“괜찮으십니까, 손님?”
“…감사합니다.”
“중앙 통제 장치까지 안내하겠습니다.”
골렘 중 하나가 앞서 한쪽 팔을 희생하면서 그를 보호했기 때문이다.
골렘의 숫자는 계속 불어만 갔다.
[골렘의 입력 장치에 떠올라 있는 문제는 이러했습니다. ‘대륙에서 가장 빠른 말은?’]
1. 성기사 람포드 경의 애마 스링글
2. 오무드와 지라의 정략결혼 선물로 바쳐진 구르눙
3. 세스즈 철갑 기사단장의 철갑마
4. 모래 약탈단의 단장 고라의 말
5. 그리즈의 크라모토-7(개량형)
……
[호툰-11을 작동시켰습니다.]
[잠들어 있는 골렘을 구출했습니다. (9/20)]
[골렘의 입력 장치에 떠올라 있는 문제는 이러했습니다. ‘향후 대륙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만한 신진 세력은?’]
1. 비밀 수호자
2. 그리즈의 기계 군단
3. 트롤 부족 연맹
4. 조디악
5. 추방자들의 낙원
……
[기리타-7을 작동시켰습니다.]
[잠들어 있는 골렘을 구출했습니다. (10/20)]
연구 단지의 중심으로 향하는 그들은, 마치 쇄빙선이 빙하를 가르며 나아가는 것 같았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지금은 무서울 정도의 기세였다.
“거의 다 왔습니다.”
이제, 시야에 들어올 만큼 중앙 통제 장치가 가까워졌다.
그런데.
“이봐, 위험해!”
쟈마드의 고함과 함께, 중앙 통제 장치의 근처에서 갑자기 거대한 꽃이 무더기로 튀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