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369
제368화
쿠웅…
쿠웅…
어디서 나타났는지, 처음부터 검을 들고 등장한 신유.
팔도 멀쩡히 두 쪽 다 붙어 있었다.
후우…
강설이 깊게 심호흡했다.
삶에 있어서 시험이라는 건 방지턱 같은 거다. 너무 빠르지는 않은지, 아니면 방지턱을 넘을 수조차 없을 정도로 느리지는 않은지 점검하는 순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유의 시험은, 강설이 앞으로 제대로 나아가고 있는가를 점검할 수 있는 중요한 과정이었다.
스으으으…
신유의 기세가 변했다.
‘…온다. 준비해.’
일전에 보았던 참격이 닥쳐올 것이다.
어둠살이도 한 번 경험한 그 끔찍한 참격이다.
스윽…
푸화아아아아아악-!
공기가 터져 나가는 듯한 굉음과 함께, 신유가 검을 휘두른 자세로 멈춰 있었다.
이미 참격은 쏘아졌다.
그렇다면….
‘…있다.’
어둠살이가 검을 횡으로 치켜올린 채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서 있다고!’
참격을 막아낸 어둠살이를 신기한 눈으로 쳐다본 신유는 이어서 검을 휘둘렀다.
휘리익…
타아아아아앙-!
신씨 형제들이 어둠살이의 몸 곳곳에 그 흔적을 새기긴 했지만, 정말로 공격을 잘 받아내는 어둠살이.
강설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어둠살이가 여우비를 사용합니다.]
[연달아 방어하면 방어로 경감된 피해의 20%가 방어 무시 피해로 전환됩니다.]
쉬이이이익…
어둠살이가 처음으로 공격을 시도했다.
신현이 가르쳐 주었던 강우검의 1절이었다.
그 지독한 찌르기다.
파아아아앙-!
신유가 어둠살이에게서 신현의 검술이 튀어나오자 짐짓 놀란 눈치로 검을 계속해서 튕겨냈다.
‘…역시.’
파아아아앙!
파아아아아앙!
어둠살이의 검이 파공음을 내뱉으며 신유를 흔들었다.
여우비가 무서운 점은 찌르기의 위력에 놀라 방어에 치중하다가는 가랑비에 옷 젖듯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쉬이익…
파아아아앙-!
휘이이익…
파아아앙!
한 번의 방어, 한 번의 회피.
신유가 형제인 신현의 검을 모를 리 없었다. 여우비를 상대하는 정석적인 방법이었다.
‘…곤란하네.’
어둠살이가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검술은 신현의 여우비였다.
이리급만큼 거대화할 수 있는 신체 조건에 폭발적인 호흡까지.
지금 그 공격이 너무도 완벽하게 막힌 것이다.
강설은 신현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 음… 2절까지는 충분히 배울 수 있겠군. 펼치는 건 1절이 한계겠지만.
– 네? 어째서….
– 나중에 직접 깨닫는 게 좋을 거다. 알아도 대비할 수 없으니.
강설은 3달여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그가 한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어둠살이는 단일 능력으로 이미 너무 강해졌어.’
그것이 절기 자체의 강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카렌의 불완전연소에서 완전연소로 이어지는 연계 절기는 전대 야차였던 유현을 일격에 쓰러트릴 수 있을 정도로 강력했다.
당연히 현재의 어둠살이도 그녀의 일격을 맞으면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타 버릴 것이다.
‘요컨대… 격에 맞는 강함이라 이거지.’
강설의 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카루나는 카렌이 지고의 벽을 깨부수며 얻은 깨달음을 함께 흡수했을 것이다. 이어진 영혼의 특성 때문에.
즉, 카렌과 쟈마드, 카루나 모두 깨달음을 얻었고 빛이 뿜어져 나오는 터널을 통과했다.
강설은 카렌, 그리고 쟈마드와의 경험을 통해 그러한 경계의 벽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실히 인지했고 자신이 아직 그 문턱에 발을 디디지 못했다는 것을 잘 알았다.
즉, 자신을 소환수로 비유하자면 초월과 불멸 어딘가에 표류하고 있지 않을까.
그런 위치인 자신의 절기가 쟈마드보다, 카렌보다 강한 위력을 내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한계에 도달했다.’
한계라는 말은 바꿔 말하면 지금 낼 수 있는 최선이라는 의미다.
이 정도면 최선을 다했다는 말이 부족하지 않으리라.
강설이 심각하게 전황을 확인하는 사이, 전투 중 예측하지 못한 사태가 발생했다.
쿠구구구궁…
갑작스럽게 땅이 울렸다.
‘뭐지?!’
짜악-!
팟-!
강설은 화들짝 놀라 손뼉을 쳐 어둠살이를 물러나게 했다.
신유가 벌인 행동이라 생각했기에 반사적으로 나온 결단이었다.
하지만…
신유 또한 의아함을 느끼고 있었다.
‘녀석이 아닌가?’
땅 위의 진동이 한차례 땅을 울렸을 뿐 더 이상의 이상 현상은 나타나진 않았다.
결국, 다시금 충돌하는 둘.
파아아앗-!
강설은 여우비가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어둠살이에게 신호를 보냈다.
어둠살이가 시초의 가죽에 포갰던 검을 뽑았다.
후우우우웅…
“……!”
신유가 어둠살이의 이어지는 동작에 방어하려던 자세를 무르고 곧바로 뒤로 물러나려 했다.
[어둠살이가 거합 : 강 가르기를 사용합니다.]
[검집에 담긴 검을 빠르게 뽑으며 단일 대상에게 막대한 피해를 줍니다.]
[피할 수 없는 공격입니다.]
[대형인 상대에게는 50%의 고정 피해가 적용됩니다.]
신현의 여우비에 이어 신립의 [거합 : 강 가르기]까지.
이미 영역 밖으로 벗어나기엔 늦었다고 판단했는지, 신유는 결국 검을 막았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찌르르 울리는 참격의 여파.
강설은 흙먼지가 피어오르는 전장의 상황을 살폈다.
‘쳇….’
어둠살이는 지쳤는지 녀석의 검이 땅을 내려찍은 상태 그대로였고 공격을 허용한 신유의 몸은 군데군데 균열이 가 있었다.
‘…부족해.’
그러나 그것이 다였다.
거합은 신립도 연이어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힘이 소모되는 검술이다.
장기전이 되면, 당연히 기본기가 압도적인 신유가 장난감 다루듯이 어둠살이를 쓰러트릴 게 뻔했다.
‘여기서 승부다.’
짜아아악-!
끼기기긱…
강설의 요구에 어둠살이의 몸이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부서져도 좋다.
‘모두 불태워라, 어둠살이.’
미궁에서 보낸 지난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지금의 일격이 강설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쿠지지직…
어둠살이의 검이 다시금 위로 치솟아 오르며 사선 올려베기.
[어둠살이가 거합 : 소나기를 사용합니다.]
[거합을 연이어 3회 사용합니다.]
[거합의 연계 능력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피할 수 없는 공격입니다.]
[대형인 상대에게는 55%의 고정 피해가 적용됩니다.]
[거합의 재사용 대기시간이 300% 늘어나며 재사용 대기시간 동안 능력치가 20% 하락합니다.]
움직임을 유지하는 동안 정신을 잃지 않을 폐를 지녔고, 엄청난 근력까지 가진 어둠살이만이 할 수 있는 공격.
신현과 신립의 검을 부족한 공부로 응용한 것이다. 미완이고, 불완전했다.
푸화아아악-!
두 번째 참격이 날아오는 순간, 신유의 검이 어둠살이의 검과 똑같은 느낌의 검술을 사용했다.
‘…아.’
강설이 고안해낸 이 미완의 검은, 누군가가 이미 완성해둔 것이다.
푸화아아아아아아악-!
어둠살이의 몸이 날아갔다.
검을 쥔 채로 또 두 동강이 난 것이다.
‘…신유.’
또다시 패배다.
그런데…
투둑…
“…….”
투두둑…
신유의 몸도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구나!’
신유의 몸은 이리의 몸을 강제로 빼앗아 사용한 것. 당연히 어둠살이와 비교했을 땐 형편없는 몸 상태일 것이다.
즉, 그의 검술은 완벽했으나 그의 몸은 부서질 수밖에 없는 몸이었다.
투두둑…
무너지는 어둠 속, 시커먼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으앗! 깜짝이야.】
폴짝 뛰어올라 비탄을 놀라게 만든 이 존재는 검은 손이었다.
귀신의 손, 신유의 본 모습이다.
신유는 손을 거미처럼 움직여 바닥에 글씨를 썼다.
– 너, 대단하다!
“…뭐?”
– 대단해! 굉장하다고!
신유의 칭찬은 강설에게 있어서 그리 좋게 들리지는 않았다. 어쨌든 신유에게 패했고 그의 몸이 부서진 건 그의 실수가 아니었기에.
–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야?
“…글쎄, 다시 해 봐야지.”
– 포기하지 않는 검사의 마음! 좋아! 좋은 것 같아!
비탄이 슬쩍 강설을 쳐다보았다.
아마도 하고 싶은 말을 꾹 참고 있을 거다.
‘이 녀석, 수다쟁이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겠지.’
강설은 신유가 수다쟁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에, 한숨을 쉬고 떠나려 했다.
그런데…
– 가는 거야? 지금 가는 거야?
“…….”
– 말동무가 필요한데….
뒤에 말 줄임표는 천천히 찍는 신유.
강설은 어차피 지금 돌아가 봐야 딱히 답이 안 서는 상황이었으니, 근처의 바위에 털썩 주저앉아 신유의 말동무를 해주기로 했다.
– 내 말동무 해 줘도 되는 거야?
강설이 한숨 쉬었다.
“하아… 방금 싸움으로 내가 미궁에 눌러앉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어. 그러니까 괜찮아.”
미궁에 눌러앉게 된다면 말동무를 해주는 일에 적응하는 것도 좋으리라.
물론, 농담이기는 했지만.
– 너는 어디서 왔어? 네가 궁금해.
신유의 물음에 강설이 고민했다.
지구라는 세계를 이 작은 손이 이해할 수 있을까.
“그게….”
강설은 포기하지 않고 지구와 전이자에 대해 설명했다.
자신이 지구라는 세계에서 건너온 전이자이며 이미 판데아 전체가 전이자를 받아들였다고.
– 뭐? 정말이야? 모르는 사람들이 찾아온 거야?
이야기가 재미있는지 흥분한 것처럼 땅을 두들기는 손.
강설은 그런 반응이 재미있어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자신은 소환사이며, 이런저런 일들을 하나부터 열까지 설명해야 했다.
대강 넘어가려 해도 고집을 부리는 신유 때문에 진땀을 뺐다.
– 쟈마드란 녀석! 대단하구나! 카렌도! 아니, 너희 모두 대단해.
강설은 눈앞에 재잘대는 듯한 어린 검사의 모습이 보이는 듯한 착각을 했다.
‘…신유.’
대화란 기묘한 것이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속에 있던 것들이 툭 하고 튀어나올 때가 있다.
“대단한 녀석들이지. 나는 발끝도 못 따라가지만.”
바로 지금처럼.
멈칫…
신유가 재빨리 글을 썼다.
– 너,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응? 아….”
신유가 손가락을 튕겼다.
– 알았다! 벽이다!
“…벽?”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일까.
– 강이 형이 말했어. 벽을 마주하니 자신이 이상해지는 것 같다고.
‘이상해져?’
강설은 잠시 생각하다 이렇게 말했다.
“난 증명해야 해. 내가….”
– 증명했잖아?
“…뭐?”
– 1년 만에 내가 새집을 구하게 했는걸. 넌 이미 증명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