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372
제371화
신씨 가문의 4형제의 시작은 미약했다. 전대미문의 재능을 타고난 아이의 숨겨진 힘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그때까지는 신립과 신현에게 모든 관심이 집중되었다.
모두, 나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형! 나랑….”
“바쁘다, 유야. 저리 가서 종복들에게 말하면 필요한 건 전부 해줄 거다.”
“……응.”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했기 때문일까.
연무장에는 출입 엄금, 격한 운동도 할 수 없었다.
저기, 둘째 형이 지나간다.
“형!”
“아, 신유로구나. 히히히…. 형님과 대련이 잡혀있으니 좀 있다 얘기하자꾸나.”
늘 신이 나 보이는 둘째 형도 그렇게 연무장으로 쌩하니 사라졌다.
셋째 형인 강이 형은 애초에 연무장에 없었다.
‘오늘도 거기 있겠지?’
최근에야 알게 된 비밀이다.
신강이 매일 연무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건.
“허억… 허억….”
역시, 괜히 따라왔나.
…압! 하아아압!
부웅…
부우웅…
조금 떨어진 거리인데도 우렁찬 소리가 들려왔다.
놀라게 해줄 생각에 심장이 두근거리는 건지, 약한 몸이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건지 헷갈렸다.
“강이 형!”
“……유야.”
“허억… 허억… 연무장엔 안 가? 형님들은….”
“이곳이 편하다. 몸도 안 좋은 녀석이 어째서 여기까지 올라온 것이냐?”
“그야….”
셋째 형의 손아귀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갔다.
아귀가 찢어져 피가 베어져 나오는데도 붕대를 동여매고 수련을 하는 중이었다.
“손에 피가….”
“…괜찮다. 이곳은 공기가 차다. 데려다줄 테니, 내려가자.”
“기다려도 되는….”
“어허.”
“…….”
꾸중 아닌 꾸중을 들었지만, 강이 형의 말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휘청…
“어엇….”
“다리가 풀렸구나. 그러게, 무리하지 말래도. 자, 업히거라.”
강이 형의 등은 축축하게 땀으로 젖어 있었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등.
‘편안해….’
넓은 등에서 깜빡 잠이 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저택에 날 데려다준 강이 형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이 광활한 저택에서, 혼자 남겨진 처지라니.
‘그래….’
그날, 가주인 아버지에게 청했다.
형들처럼 검을 배우고 싶다고.
지나고 보니 그 말이 우리의 운명을 뒤튼 게 분명했다.
“처, 천재예요!”
“대륙에 다시 나지 않을 무재(武才)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해도 능히 대성할 겁니다!”
검을 처음 잡았던 순간을 기억한다.
‘편안해.’
그저 손이 길어졌을 뿐인 느낌.
그러나, 남들이 느끼기에는 달랐던 건지도.
검을 잡은 후 1년.
많은 일이 있었다.
형제들이 모두 검도(劍道)를 닦으니 어울리는 일이 많아졌다. 서로의 검에 대해 주제넘게 한두 마디씩 하면 언성이 높아질 때도 있었다.
나는 말을 아꼈다.
형제들을 제외한 가문 사람들은 내가 하는 말을 진리처럼 떠받들었기에, 꼭 다른 이가 걸어갈 길을 내가 정하는 것처럼 느껴졌기에.
‘무서워….’
신이 아니다.
인간이다.
그러니, 이것은 잘못된 것이었다.
마음의 병이 찾아왔다.
검을 잡기 싫었다.
쥐는 순간, 머릿속에 우주가 떠올랐다.
그 아름다운 순간을 보기 위해, 모두가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머릿속에 떠오른 우주보다, 강이 형의 땀으로 얼룩진 등판이 더 따뜻했다.
온기를 느끼지 못한 지 오래되었다.
그래도, 검을 저버리진 않았다.
매일같이 산에 올라가는 강이 형을 떠올리면, 그런 게으름조차 꼭 죄를 짓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느 날, 시비들의 뒷얘기를 엿듣게 되었다. 그들은 방정맞게도 가문의 험담을 스스럼없이 했다.
“신유 그 어린놈이 뭘 안다고… 안 그래?”
시기와 질시는 늘 따랐지만, 그것을 직접 듣게 되었을 때의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날 욕 하는구나.’
괴롭다는 생각은 잠깐,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랬기에 그들을 만류하지 않았다.
그날 더 이상의 험담은 없었다.
하지만, 매일 같이 그 시간이 되면 그곳에서 험담했다.
어쩌면 그 험담이 그들의 노동에서 오는 번민을 해소해줄 수단이었던지도.
“신립은 장남치고는 실력이….”
“신현은 가볍게 행동하는 게 결국….”
그들은 형제들의 욕까지 일삼았다.
그리고, 결국 신강의 이름까지 들먹였다.
“신강은 안쓰럽지… 재능 있는 형제들 틈바구니에 껴서….”
“혼자 연무장도 못 드나든다며? 차마 남들에게 보이기 부끄러운 수준… 어맛!”
“이야아아아아!”
참지 못하고 뛰어들어 불같이 화를 냈다. 화를 내다 피가 쏠렸는지 결국 쓰러져서 깨어나 보니 방 안이었다.
“깨어났느냐?”
“강이 형….”
“형님들은 네가 깨어나길 기다리다 나가셨다. 좀 괜찮은 게냐?”
울컥 마음이 괴로워 그날 있었던 일을 신강에게 고자질했다.
셋째 형은 냉혹한 성격, 분명 이를 엄단할 것이다.
“그랬군.”
“…화가 나지 않나요?”
“무엇이?”
“그러니까….”
“모두 맞는 말이잖느냐?”
“…….”
강이 형의 대답은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말은 현재를 나타낼 뿐, 우리의 미래까지 결정짓지는 못한다. 그들의 말도 결국 극복해야 하는 장해일 뿐이다.”
이 말을 꺼낸 건, 순전히 이기심 때문일 것이다. 셋째 형이 화를 냈으면, 그리고
“분하지 않으세요? 형제들보다 처진다는 말이….”
“유아야.”
“…예.”
셋째 형은 말했다.
“형제는 가족이다. 경쟁자가 아니다.”
“…….”
“우리의 길은 이어져 있다. 결국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이야.”
신강이란 남자는, 거대했다.
“그 끝에는, 결국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다.”
“형….”
내가 셋째 형을 특별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
앞으로 내가 길을 걷는 데에 있어, 지침이 되어줄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마, 말해보게! 제대로 내게 설명해보란 말이야!”
“…살아있는 게 신기한 상황입니다. 이미 신체 주요 기관이 전부 썩은 상태입니다.”
“…….”
털썩…
“가주님! 가주님!”
가문은 나 때문에 웃었지만, 결국 나 때문에 울었다. 나는 이른 나이에 죽음을 앞두고 있었다.
“…….”
“깨어났느냐?”
“그 말, 자주 하지 않았나요?”
“그러니까, 자주 하게 만들지 않으면 될 노릇 아니더냐?”
“…형님들은요?”
“밖에서 네가 깨어나길 기다리고 있으시다. 불….”
“나는… 죽나요?”
“…….”
불쑥, 묻고야 말았다.
셋째 형은 멀뚱멀뚱 나를 쳐다보다가 말했다.
“그런 것 같다.”
“…….”
“신체가 썩어들어가고 감각이 끊어지는 특이병이라는구나.”
“그렇구나… 그래서 아프지 않은 거구나….”
그래도 느껴지는걸.
“모두 불러주세요.”
“…….”
“곧, 마지막일 것 같아요.”
평생, 강이 형의 눈이 그렇게 커진 모습은 처음 보았다.
뻐엉…
……
강이 형은 문을 박차고 나가 뭐라 큰 소리를 쳤다.
자세히 들리지는 않았지만, 그 소리에 가문 사람들이 우르르 달려오는 게 느껴졌다.
모두, 사뿐사뿐 걸어 무릎을 꿇고 내 숨에 귀 기울였다. 아마 저들은 알 것이다. 내 숨소리가 점차 옅어지고 있다는 것을.
“모두….”
“…….”
“고마웠어요. 받은 게 많아서 모두 갚아주고 가고 싶었는데….”
“그만! 그런 말 말아라.”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미 정신을 잃고 쓰러진 상황이라 첫째 형이 대신 답했다.
늘 듬직한 첫째 형.
대단하다고 생각해.
“웃어라, 유아야. 즐거웠잖느냐?”
어떻게든 마지막 가는 길, 웃게 해주려는 둘째 형.
“…….”
그리고 말이 없는 셋째 형까지.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서… 미안해요.”
첫째 형이 입을 꾹 다물다 답했다.
“누구라도 이 길의 끝에 도달한다면, 모두 그곳에 있는 것이다. 그러니 신유, 너도 그 자리에 있는 거야. 네 꿈은, 아니 형제들의 꿈은 계속해서 나아갈 거다. 모두 쓰러지지 않는 한… 길은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부탁이 있어요.”
우리 형제는 늘 함께였다.
늘, 그러니까 늘이란 말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까지도 포함하는 말이다.
물이 흐르고 산이 그곳에 있는 것처럼, 당연하다.
그러니까.
“울지 마세요. 우리, 함께니까.”
마지막 말은 솔직히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도 뭔가 내뱉기는 했다.
“안녕, 형제여….”
투우욱…
그날, 약속을 지킨 사람이 형제 중에 단 한 사람도 없었다는 걸 나는 나중에 알게 되었다.
* * *
강설은 신유의 얘기를 계속해서 들었다.
이 중 대부분을 듣기는 했으나, 자세히 알지는 못했던 것들도 있었다.
– 죽음은 꿈 같았고 나는 어느 날, 셋째 형의 손이 되었어.
“형제들이 전부 놀랐겠군.”
– 둘째 형은 웃다가 졸도했었어.
“…….”
– 나는 다시 가족이 된 거야.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는 의심이 남아 있었어.
“의심?”
무엇을 의심한다는 것일까.
– 나는 정말 신유일까?
“…뭐?”
– 신유의 기억을 가진 손은 아닐까? 그리고 그런 의심이 칠흑의 미궁의 끝에 도달했을 때…
그리고 미궁의 끝에 도달했을 때, 깨닫고야 만다.
신유는 자신을.
– 사라졌어. 오직 형들 생각밖에 없었어. 남겨진 형들을 구해야겠다는 생각.
그리고 형제들을.
형제들을 위하는 자신의 마음을.
그는 신유다.
– 나는 신유야. 신씨 집안 막내. 내가 귀신 들린 손이 아니라 신유로 존재할 수 있는 건 형제들이 있기 때문이야.
“…떠난 신강을 원망해?”
– 우리의 꿈은 이어진다! 이곳에서 모두 멈출 순 없어. 누군가는 나아가야 해. 강이 형은 그걸 위해 나간 거야.
그가 날카로운 검이 되어, 장애물을 찢고 나아간다. 지금 신유가 머무는 이곳에 형제들이 있으나 그곳에도 형제들이 있다.
그렇다면 어째서…
“신유, 어째서 너는 떠나지 않는… 아니, 떠날 수 없는 거냐?”
– 내가 떠나면, 사실이 되잖아.
“…….”
– 형들은… 미궁에서 죽은 게 사실이 된다고.
죽음 이후에도 늘 형제와 함께했던 자, 신유.
‘…이제는 족쇄가 되었군.’
죄책감, 아쉬움, 회한, 부정.
모든 감정이 뒤섞인 신유는 나아갈 수 없다.
넘어진 형제들이 걱정되어, 앞으로 한 발짝도 걸을 수 없다.
강설이 벌떡 일어나 말했다.
“선택은 네가 하는 거다, 신유.”
– 난 선택할 수 없어. 난 손이니까.
“그건 변명일 뿐이다. 언젠가,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올 거야. 과거인지, 미래인지를.”
멈칫한 신유가 바닥에 글씨를 적었다.
– 넌 선택했어?
강설이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미궁에서 나갈 거야. 될 수 있다면 널 데리고 말이지. 그러니까….”
그는 집념으로 타올랐다.
신유에게 향하는 집념만이, 그를 구할 마지막 희망이었다.
“대답을 준비하고 있으라고.”
* * *
신유와의 대화 이후로 며칠간, 강설은 다음 관문으로 넘어갈 준비를 했다.
원하던 만큼 강해졌나? 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그렇다 할 것이고 그것이 원하던 방향인가? 라고 묻는다면 아니라 할 것이다.
검귀 야차를 얻었지만, 불안정한 존재인데다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었다.
이렇게 되면…
‘두 번째 관문이 중요하겠군.’
강설이 두 번째 관문에 대해 기억하는 건, 심심하고 따분한 공간에 던져진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이전 관문에 대한 정보였고 달라진 관문 정보는 신립과 신현에게 물어야 했다.
“꿈이다.”
“…예?”
“말했잖느냐? 꿈의 마수가 관문을 차지했다고.”
“…관문이 어떻게 된 겁니까?”
“히히… 그곳에 들어간 모든 이들의 꿈이 뒤섞일 거다. 네가 알고 있던 인물이 전혀 상상치도 못한 상황에서 등장할 수도 있고 이름만 같지 전혀 다른 존재일 수도 있는 거야.”
신현이 잠시 설명하다 신립에게 바통을 넘겼다.
“형님이 대신 말씀해 주시는 게 낫겠구려.”
“그곳의 시련은 너의 무의식을 개변할 것이다. 녀석의 영역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꿈이 시작된다.”
신현은 어째서 신립이 말하게 한 것일까.
“나와 형님은 놈의 영역에 발을 들인 적이 있다.”
“그렇군요.”
“형님은 그 후에 한 번 더 놈을 찾아갔지.”
“예? 어째서….”
신립이 말했다.
“꿈은 네 존재를 무너트리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거다. 꿈을 통해 과거 혹은 무의식의 인물을 끌어와 너를 괴롭히겠지. 그것은 꽤나 뚜렷하고 그럴싸하다. 잠식되는 순간, 영원히 꿈을 꾸게 되겠지.”
“그렇다면 어째서 다시 그곳을 찾은 겁니까?”
“그것이 곧 도약의 기회이기도 해서다.”
“…예?”
“네 그림자를 보아라.”
강설은 자신의 몸을 확인했다.
밤까마귀를 시도하다 어둠에 잡아먹혀 만들어진 형상.
깨져나간 얼굴의 일부가 애처롭게 보일 정도다.
“네 힘은 이곳에서 처음 봤을 때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해졌다. 하나, 그림자는 사라지지 않았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겠지.”
신립은 검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꿈에서 빠져나오면, 네가 바라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거다. 그렇게 낱낱이 해체되어 재구성되는 경험은 어디 가서도 못할 테니까.”
“관문의 가능성이 그 정도입니까?”
신현이 자세히 설명했다.
“형님의 벽력검은 미완성의 검술이었다. 3절이 통째로 실전됐었거든.”
강설도 알고 있는 사실.
‘설마….’
“그래, 벽력검은 완성되었다. 그 꿈을 통해.”
강설도 포기했던 검.
2절이 끝이었기에, 2절을 극한으로 연마했었던 기억이 있었다.
“…대체 그곳은 어떤 세상입니까?”
강설이 묻자 신립이 답했다.
“또 하나의 인생이지… 직접 경험해보아라.”
강설은 뒤로 돌았다.
그곳에 거대한 문이 굳게 닫힌 채로 존재했다.
다음 관문을 앞둔 상황.
그런데 그때, 누군가의 음 높은 고함이 전해졌다.
“기다려어어어어-!”
피에 절은 듯한 붉은 복색.
‘…누구더라?’
여인이 소리쳤다.
“루시아! 잊은 거야? 인사도 했잖아!”
함께 입장했던 여인.
강설도 기억에 남았다.
‘그런데 남자는 어디 간 거지?’
분명 옆에는 백인 미남을 끼고 있었다.
‘아니, 증표를 지닌 자들도 마주치지 못했어.’
연방 측 인물도 접촉한 기억이 없었다.
강설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남자는?”
“걔는 죽었어.”
“…후발대를 마주친 적 있나?”
루시아가 씨익 웃었다.
“걔들은 죽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