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383
제382화
“몸에 난 흉측한 자상. 흉수는 짐작이 가군요.”
“어째서… 어째서 토키가아아-!”
유림은 울부짖으며 그의 죽음을 슬퍼했다.
그런데, 어째선지 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어라?’
마치 이미 오래전부터 내가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기라도 한 것처럼.
오히려 당연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째서지.
나는 가까운 누군가 죽었을 때도 눈물을 흘릴 수 없는 걸까.
그의 죽음은 어째서 당연한 걸까.
“의심이 맞았군요. 내부에 배신자가 있을 겁니다. 또한….”
지난 3년간 정보 수집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정보상에게서 건네받았던 의심들, 그 의심을 낱낱이 파헤쳐왔다.
“쟈마드가 웃는 얼굴에서 실각한 것이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그의 자리를….”
유현이 눈을 감고 힘겹게 말했다.
“장막의 아이가 차지했습니다.”
웃는 얼굴 쟈마드.
내가 그의 별장에서 고문을 받던 그 순간에도 그는 장막과 충돌 중이었다.
유현은 그에게 치명상을 입혔고 쟈마드는 칩거에 들어갔다.
그리고 지금, 그의 자리를 누군가 대신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유림에게 일전에 들었던 말이 있다.
– 스승님께 배운 건 나뿐만이 아니야. 내 또래의 아이도 있었어.
일명, 장막의 아이.
과거, 장막이 유림과 함께 육성하던 아이를 얼굴들이 납치해간 사건이 있었다.
듣기로, 그 아이는 유림보다 더 큰 재능을 가졌다고.
그 때문인지, 그들은 아이를 죽이지 않고 자신들의 수족으로 만들었다.
아이의 이름은….
“신유. 그 아이입니다.”
신유…
신유다.
“신유를 이대로 내버려 두면, 결국 일을 걷잡을 수 없게 되어버릴 겁니다. 천재에게 부족한 건 오로지 시간뿐이니.”
일이 급박하게 돌아갔다.
장막과 얼굴들 사이에서 무수히 많은 피가 흘렀다.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피가 흐를지 모르는 노릇.
“장막의 주인께서는 사태를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판단, 최종 회담을 끝으로, 회담 결과에 따라 전면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의 명운이 달린 일이다.
“각오는… 됐습니까?”
나는 유림을 쳐다보았다.
유림은 반대로 나를 쳐다보았다.
같은 생각을 한 것이다.
끄덕…
“…좋습니다.”
* * *
그로부터 약 3개월.
얼굴들과 장막의 회담 장소와 날짜가 결정되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회담 장소에 나와 있었다.
“유림, 강설. 잠시만 제 얘기를 들으세요.”
그는 장막의 식구들을 만나기 전, 우리를 불러세웠다. 그들과 합류하기 전에 해야 할 말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회담은 결렬될 겁니다.”
“…예?”
“스승님….”
“그들의 우두머리인 화난 얼굴을 마주한 적이 있습니다. 그자는… 대륙을 지배하려는 야욕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 또한 그의 야욕을 저지하겠다는 기치를 포기하지 않을 거고요.”
회담 결렬.
‘그럼 그 안에 모인 사람들은?’
“까딱하다간, 모두 죽을 겁니다.”
“그런….”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으세요. 충돌이 일어나면….”
그는 유림과 나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들숨과 날숨을 번갈아 호흡하며 망설인 후에야 이렇게 말할 수 있었다.
“도망치세요. 당신들은.”
“…그게 무슨!”
“스승님, 저희가 어떻게….”
“내 말을 들으세요!”
그의 손에서 압박감이 느껴졌다.
우리도 충분히 강해졌기에, 그 압박감을 견딜 수 있었지만 그래도 이런 적은 처음이었기에 당혹스러웠다.
“그대들이라도 도망쳐야 합니다. 그대들은 이곳에서 허무하게 쓰러질 만한 생명이 아니에요.”
“어째서… 우리도 장막입니다!”
“압니다. 하지만 장막이기 이전에 나와 토키의 제자이며….”
그가 웃었다.
이번 웃음은 조금 어색했다.
“장막이 마음으로 낳은 아이입니다. 설령, 일이 틀어져 장막이 패한다고 하더라도 그대들이 살아있다면… 장막은 패한 게 아닙니다.”
“…….”
“약속해주세요. 충돌이 일어나면, 그대로 회담 장소를 빠져나가 주겠다고.”
나와 유림은 모두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 앞에 벌어질 일에 어떻게 확신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누군가는 확신에 차 말한다.
“부탁입니다, 강설. 유림을 데리고 자리를 떠나주세요. 그대로 우리를 잊고 살아도 괜찮습니다.”
나는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와의 약속 이후, 우리는 장막의 식구들과 합류했다.
“어이! 꼬맹이! 더 컸잖아!”
“스읍… 너보다 더 큰 거 아니야? 꼬맹이가 아닐걸?”
“우, 웃기지 마! 아직 나보다는 작다고. 애야, 애!”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 멍청아.”
키리와 질리악.
【오랜만이다! 정말 더 컸잖아! 인간은 역시 깜빡한 잡초처럼 쑥쑥 큰다니까!】
비탄이 아장아장 다가와 내 손을 잡고 흔들었다.
유림과 나는 피식 웃으며 비탄에게 안겼다.
【…어서 와.】
잠시 그 온기를 누렸다.
“너희들이 그 꼬마들이구나.”
“아!”
【인사해, 대산이야.】
비탄이 굵직한 선의 장정을 소개했다.
다부진 근육이 그가 단련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걸 증명했다.
외부 활동 인원이었기에 여태 마주할 일이 없었다.
꽤 바글바글한 장막.
그래도 조금, 빈자리가 느껴졌다.
원래였다면 이곳에 토키가 있었을 것이고 리안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자리에, 그런 쓸쓸함을 한 번에 녹여 없앨 사람이 나타났다.
“카하하핫-! 오랜만이다, 얼간이들아!”
“카렌!”
“얼마나 틀어박혀 있던 거냐, 너! 죽은 줄 알았다고!”
붉은 머리의 여인.
시원하게 이를 드러내며 웃는 미소까지.
보는 순간, 그녀라는 사람을 알게 되었다.
굉장히, 투명한 사람이었다.
저벅…
저벅…
‘…강하다.’
유현과 비슷한 기세.
아니, 어쩌면 그보다 위.
그녀 역시, 낯설지 않았다.
“너희가 그 아이들이구나.”
“…네.”
유림조차 처음 볼 정도로 두문불출했던 그녀.
“있잖아, 나는… 음? 아, 생각해보니 알 필요 없겠어. 그럼 자기소개는 이만!”
역시, 듣던 대로 제멋대로다.
그래도 강자라는 건 의심할 수조차 없었다.
그녀가 앞으로 걸었다.
“회담 장소로 가지.”
촤아아…
촤아아아아…
파도가 치는 벼랑 위에 지어진 성.
성이라 해봤자 그리 크지도 않은 크기였지만 회담에 참가하는 인원들을 세어봤을 땐 그래도 큰 편이었다.
“나 왔어! 문 열어!”
끼기기기기긱…
제멋대로인 저 부탁에 트집 한 번 잡지 않고 문이 열렸다.
쿵…
“흥.”
장막은 태연하게 걸었지만, 실상은 잔뜩 날이 서서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우리는 거대한 귀빈실로 안내받았다.
실내에 빛은 들어오지 않았다.
오로지 초에 켠 불만이 주변을 밝히고 있었다.
기괴한 가면을 쓴 자들이 즐비했다.
모두 식탁에 앉았다.
“카하핫… 그래도 대접은 신경 썼네. 어이, 화난 얼굴! 어서 나와, 회담이라며?”
스으으으으…
어둠이 깔렸다.
그리고 어느샌가, 카렌이 앉은 가장 상석의 맞은편에 누군가 앉아 있었다.
“…우르.”
어째서일까.
이곳에서 들리는 이름, 얼굴이 모두 낯이 익었다.
환상통과 환청, 그리고 기시감은 나를 떠나지 않았다.
회담은 차분하지 않게 진행되었다.
“포기할 수 없다.”
“말 같지도 않은!”
타아아앙-!
카렌과 우르 외에는 모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회담이 결렬되리라는 것이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유림의 덜덜 떨리는 손.
그녀의 손을 꼭 잡아 쥐었다.
곧, 충돌이 일어날 것이다.
바로 그 순간.
푸화아아아악-!
푸우우욱-!
“끅….”
“킥….”
카렌과 우르의 심장이 동시에 꿰뚫렸다.
동시에 서로의 심장을 꿰뚫은 것이다.
카렌의 검은 불타오르며 우르의 심장에 박혔고, 우르가 만들어낸 마법이 카렌의 가슴에 구멍을 뚫었다.
머리칼이 쭈뼛 섰다.
이건, 결렬 신호다.
모두 결과를 본 후 1초를 넘기지 않은 때에, 움직임을 시작했다.
“이야아아아-!”
스릉!
스르으으응-!
동시에 검과 병기들이 뽑혀 나오고 행동이 느렸던 자들의 목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모든 게, 천천히 진행되었다.
아니, 나에게만 세상이 멈춰 보였다.
[피의 회담입니다! 모두 이성을 잃었고, 서로가 서로에게 칼을 겨누었습니다! 당신은 이곳에서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1. 유현에게 가세한다.
2. 카렌의 상태를 확인한다.
3. 유림을 보호한다.
4. 도주한다.
……
‘익숙한 감각.’
아수라장이 된 귀빈실에서도, 감각은 깨어났다.
섬찟한 느낌.
누군가 유림과 나를 노리고 있었다.
‘…주먹?’
날아오는 것은 무거운 곤.
그것도 맞은 편이 아닌, 장막 측에서였다.
‘큭….’
배신자다.
‘대응해야….’
투우웅-!
기세 좋게 날아들던 곤이 누군가의 검에 막혀 다시 돌아갔다.
그와 동시에, 나의 선택지들은 모조리 사라졌다.
누군가 일갈했다.
“정신 차리세요! 강설!”
“…아!”
“나와 약속했잖습니까!”
약속.
‘그래, 맞아!’
불현듯 떠오른 유현과의 약속.
“녀석들을 보호할 참인가?”
“대산… 어째섭니까?”
“장막은 애초부터 나의 집이 아니었다.”
“설마….”
그들이 어떤 대화를 나누든, 나는 유림을 데리고 그 자리를 피했다.
“설아! 멈춰!”
멈춰선 안 됐다.
감각이 경고했다.
우리가 가세한다고 하더라도 장막의 패배가 확실시됐다.
나는 유림을 지켜야 한다.
빠직-!
팔꿈치로 유리를 깨부순 후, 성을 내달렸다.
도개교는 다행히 내려와 있었다.
‘달려야 해!’
달려야 한다.
어서 이 자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디로 가려고?”
“…….”
유림의 말에 나는 벼랑 앞에서 멈춰 섰다.
촤아아…
촤아아아…
파도가 치는 바다.
장막을 떠나 어디로 향해야 하는 걸까.
저벅…
저벅…
누군가 기척을 냈다.
장막일까?
“…오랜만이야.”
이 목소리… 장막이 아니다.
돌아본 그곳엔, 가면을 쓴 자가 서 있었다. 가면은 웃고 있었다.
웃는 얼굴.
‘신유!’
신유, 장막의 아이.
“오랜만이야, 강설.”
“…나를 알아?”
신유가 내 대답을 듣고 고개를 갸웃했다.
“설마… 아직도 자각하지 못한 거야?”
“…무슨 소리야?”
이때, 그의 말과 함께 불현듯 떠오르는 루시아의 유언.
– 기시감… 잊고 있었어… 잊으면… 안….
신유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곳이 어딘지.”
신유가 가면을 벗었다.
“…….”
저 얼굴은 낯설다.
“아, 이렇게 얼굴을 보는 건 처음인가? 하긴, 나도 이렇게 성장한 내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이니까.”
“지금 무슨 소리를… 얼굴들인 너와….”
“얼굴들? 장막? 그게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전부 허상인데.”
“…허상이라고?”
찌지직…
[중급 간파가 발동합니다.]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중급 간파 발동이 실패합니다.]
……
“윽….”
[중급 간파가 발동합니다.]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중급 간파 발동이 실패합니다.]
……
뭔가, 감각이 찢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는 지금 환상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웃는 얼굴, 신유… 네가….”
“웃는 얼굴이라고? 무슨 소리 하는 거야, 강설.”
피식…
신유가 가면을 흔들었다.
“이 가면은 그런 이름으로 부르지 않아. 모르겠어?”
“…뭐?”
“너도 알잖아. 기억해 내. 이 가면의 이름을… 아니지, 굳이 그럴 필요 없나?”
휘익-!
신유의 가면이 회전하며 날아왔다.
툭…
그리고 그것은 유림의 가슴팍에 부딪힌 후, 바닥에 떨어졌다.
“그거, 원래는 네 거잖아. 맞지?”
본능적으로, 일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아니, 잘못되어감을 느꼈다.
“안 돼… 줍지 마.”
유림이 허리를 굽혀 가면을 주웠다.
그러면 안 돼.
그 가면을 네가 주워선 안 돼….
마치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과거.
움직임을 꿰뚫어 흉내 내는 재능.
내가 그녀를 운명에서 꺼내지 않았다면, 겪게 되었을 지옥들.
“나도 좋아서 여기 서 있는 게 아니야, 강설. 모든 게 뒤틀렸어.”
“…뒤틀렸다고?”
“그 가면의 원래 주인, 뒤섞인 꿈으로 인해 운명이 뒤틀리지 않았다면… 그 가면을 쓰는 건 내가 아닌 그녀였어. 그녀는 지옥 속에 살았겠지. 그렇게 탄생한 거야.”
그만해.
가면을 쓰게 하지 마.
“안 돼! 유림! 가면을 내려놔!”
유림이 천천히 가면을 손에 쥐었다.
웃는 얼굴 가면.
왜 떠올리지 못했지.
왜 난 그 이름을 떠올리지 못했을까.
“흑… 으흑….”
유림이 울고 있다.
“꿈이야… 강설, 전부. 네가 겪고 느끼는 모든 건 지금 꿈속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신유가 나를 꾸짖었다.
꿈.
이것은 모든 것이 꿈.
그러나 나의 꿈은 아니다.
내가 아는 영혼들이 등장하는 건, 나의 꿈이 뒤섞였기 때문일 뿐.
내가 경험한 지옥도, 내가 겪은 아픔도 온전한 나의 것이 아니다.
장막도, 얼굴들도 처음 들어보는 것들이다.
이건… 그녀의 것이다.
유림이 중얼거렸다.
“하역장의 쓰레기장에서 발견된 여자아이.”
“그만해, 유림.”
“처음부터 너 같은 친구 따윈 없었어.”
“제발… 그만….”
“장막에게 거두어졌으나, 못된 마법사에게 인체 실험을 당하지.”
“재미없다고….”
“기억도, 생각도 도려내진 채로 얼굴들의 가면을 썼어.”
유림이 백옥같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이 손으로… 전부 죽였어. 장막의 식구들도… 나를 이용한 얼굴들도. 어때? 무서운 얘기지?”
그 어디에도 없는 그녀의 집.
이 세상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었다.
이건 이미 한차례 끝을 맺었던 이야기.
신유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강설, 잘 들어. 꿈을 자각했는데도 깨어나질 않는다. 뭔가 문제가 생겼어.”
“…….”
“유림이야, 꿈의 주인인 그녀가 우리를 이곳에 가둔 거야!”
[중급 간파가 발동합니다.]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중급 간파 발동이 실패합니다.]
……
찌지지직…
[숱한 비밀을 파헤칩니다!]
[중급 간파의 숙련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중급 간파가 최대 숙련도에 도달했습니다.]
[재능 ‘중급 간파’가 상급 간파로 승급합니다.]
[간파가 더 자주 발동합니다.]
[간파의 정확도가 상승합니다.]
[간파가 발동하는 영역이 더욱 넓어집니다.]
[간파가 현상을 조금 더 명확하게 서술합니다.]
[상급 간파가 발동합니다.]
[이곳은 지금 누군가의 꿈속입니다.]
……
모든 것이 떠올랐다.
이곳의 강설은, 진짜 강설이 아니다.
“…설아.”
유림이 나를 보았다.
그녀의 눈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왈칵 쏟아낼 것처럼 물기가 차올라 있었다.
“어째서 날 구한 거야….”
“…….”
“네 영혼들은… 하나 같이 바보들이라고. 날 그냥 내버려 두지… 날….”
그녀가 가슴팍의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행복을 가르쳐주지 말지… 지옥 속에서 살아가도록… 내버려 두지… 그랬다면….”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지금 같은 기분은 느끼지 않았을 텐데….”
칠흑의 미궁, 제 2관문에 진입했다.
이곳에서, 우리는 영혼의 꿈을 헤맨다.
이곳엔 루시아, 벨리안, 벨드레, 신유.
마지막으로 강설의 숱한 영혼들이 존재했다.
그리고… 강설이 미처 섞여들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던 하나의 영혼이 함께 뒤섞여 들어왔다.
한 명이, 더 있었다.
꿈을 꾸는 자가 한 명 더.
스윽…
유림이 가면을 썼다.
가면은 그녀의 얼굴에 맞춘 것처럼, 딱 맞았다.
“설아. 아직, 말하지 않은 비밀이 하나 있었지.”
웃는 얼굴 가면.
눈가는 찢어졌고 입꼬리는 잔뜩 올라가 있는 가면.
유현은 말했다.
– 응! 모든 강함은 이야기를 따라온대. 음… 그러니까 내가….
강해지는 덴, 언제나 이야기가 필요하다.
“설아, 나….”
이 모든 꿈은 그녀가 어떻게 그토록 강한 힘을 가질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지금 웃고 있니?”
가면은 웃지만, 가면에 뚫린 눈구멍에서는 눈물이 주르륵 흘러 내려왔다.
[자각몽으로 인해 많은 것이 뒤틀립니다.]
[야차의 존재를 인지했습니다.]
[돌발 모험 ‘야차의 꿈’이 발생합니다.]
……
유림이 가면을 쓰고 표정을 지었다.
가면 속 표정이 어떤지, 강설은 알 수 없었다.
“…내가 야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