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39
제38화
그의 정령 주머니가 초록, 빨강, 주황빛에 휩싸였다.
후아아앙-!
빛이 서서히 잦아들며 어설펐던 이전의 형태와는 달리 세 가지 색으로 빛나는 허리띠가 탄생했다.
[다중 정령함 허리띠(미완성)가 삼정(三精)으로 변화합니다.]
‘삼정….’
정령 주머니가 진정한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삼정(三精)]
등급 : 희귀
적정 레벨 : 10 – 20
방어력 : 30
내구력 : 140/140
무게 : 0.2kg
세 정령의 기운이 서린 허리띠. 그리즈가 설계하고 스노우맨이 완성했다.
기본 능력 : 근력 + 10, 민첩 + 10, 체력 + 10
특수 능력 : 정령의 가호(고유) 작용. 정령을 흡수할 때마다 변화한다.
‘세상에’님이 광기를 300만큼 후원하셨습니다!
[오 시팔 이게 뭐람?]
– 뭔가 있어 보이는 템이 나왔다.
– 실제로 있잖아;
– 저거 차고 클럽 가면 인기 쩔겠는데;
– 너 클럽 안 가봤지?
– 죄송합니다, 그냥 상상해봤습니다.
허리띠 삼정.
뭔가 중국집 이름 같기도 한 이 허리띠에는 고유 효과가 달려있다.
‘초반에는 거의 없는 고유 효과가 있다고?’
능력치가 붙는 경우나 속도 그리고 활력과 관련돼있는 효과는 종종 있었지만, 전투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능력이 장비에 달린 경우는 드물었다.
이런 장비들은 중반 이후에나 본격적으로 등장하는데 각기 고유의 특수한 능력을 지녔다.
그러한 고유 능력들은 저마다 특색 있는 효과를 발휘했다.
‘정령의 가호, 음… 이런 원리인가?’
대충 강설이 이해한 그대로 정령의 가호 효과를 설명하자면, 원소 보호막과 같은 역할을 했다.
급작스러운 마법 저격에 당하는 경우를 방지할 수 있는 능력.
‘정령함에 채운 정령의 종류만큼 막을 수 있는 원소 종류와 충격량까지 늘어난다고….’
일곱 종류의 정령을 모으면 일곱 종류의 원소 공격을 짧은 시간 동안 막을 수 있었다.
이론상으론 1초 안에 쏟아지는 7개의 마법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막을 수 있는 마법은 하위, 중위 마법이 한계였지만 그 정도만 해도 초반 상대 캐스터 입장에서는 욕이 나오는 성능일 것이다.
“어? 허리띠가 변했어요. 거기 정령함이 있는 거예요?”
“맞습니다. 특이한 장비라.”
“신기하네요, 만져 봐도 돼요?”
“안 됩니다.”
“아… 예.”
– 놉
– 처신 잘하라고!
– 철-벽!
– 감히 나를 넘보려 하다니, 100만 년은 이르다!
– ㅋㅋㅋ 머쓱;;
– 구설수 방지 ㅋㅋ
한서령은 불티의 정령들이 자리를 잡고 잠을 청하자 눈꺼풀이 무거운지 꾸벅꾸벅 졸았다.
“제가 불침번을 서겠습니다. 먼저 주무셔도 됩니다.”
“정말요? 어쩐지 몸이 너무 피곤해서요…. 오늘 너무 돌아다녔나?”
“그래서 그럴 겁니다.”
“그럼 감사히… 깨우시면 그때부터는 제가 설게요.”
“예.”
한서령이 하품을 하며 큰 이파리 위에서 돌아누웠다.
강설이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스윽…
– 안 돼!
– 청불! 청불 주의보!
– 이런 거 19세잖아!
강설이 품에서 꺼내든 물건은 책이었다. 그리즈의 다중 정령함 설계도와 해석본 말이다.
– ??? : 흐흐흐… 네 잠든 모습을 앞에 두고 몰래 독서를 해주마.
– ??? : 독서는 마음의 양식… 흐흐흐… 어떠냐!
– 시무룩…
강설은 유난히 긴 허리띠 도안 내용을 계속 읽어나갔다.
‘3정 다음은….’
-이 허리띠는 3종류의 정령을 모았을 때부터 제대로 능력이 발휘되어요.
물론, 모든 종류의 정령을 다 모은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러기엔 다른 일이 바빠, 하나도 안 모았다. 이미 완성된 이론엔 흥미가 없으니까.
하지만, 혹여 후대의 사람들이 나를 평가할 때 내가 정령을 못 잡아서 그런 거라고 여길까 말한다. 후후… 정령의 생포 방법을 여기에 적어주마. 이로써 나의 천재성을 의심할 자는 없겠지.
이 내용 밑으로는 하급 정령들의 생포 방법에 대해 자세히 적혀있었다.
중급 정령부터는 정령함에 들어가지도 않았으니 이 허리띠는 애초부터 하급 정령만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어 있었다.
내용을 주르륵 읽어 내려가는 강설.
여기까지는 반복해서 읽어 전부 외운 내용이었다.
그리고 이 밑의 내용부터는 강설도 숙지만 해놓았었다.
– 번외) 섬광의 정령과 그림자의 정령에 대하여.
“으음….”
한서령이 뒤척이며 잠을 청하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강설이 다시 책의 내용을 살폈다.
– 이 부분은 경험이 아닌 지식과 구전에 의존해서 작성하는 내용이니까 너무 맹신하지는 말라.
대체 어쩌라는 건지.
– 이건 그리즈 님이 고대 요정의 서적에서 얻은 정보에 본인의 천재성을 버무린 것이다. 고대 요정의 언어는 어떻게 아냐고? 나는 12종류의 언어를 구사하지! 가장 궁금한 건 기계와 대화 없는 의사소통이지만….
놀랍게도 저 말은 허풍이 아닐 것이다. 대륙을 떠돌며 이곳저곳에서 사고를 치는 걸 보았을 땐.
– 섬광의 정령 벤타와 그림자의 정령 쉐이즈는 그 수가 다른 정령에 비해 극히 적다. 특히 쉐이즈의 경우는 목격한 사람이 거의 없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볼 수 있지. 정령들의 대부분은 바보같이 유순하지만(그래서 싫어한다), 이 둘만큼은 조심해야 한다. 이 두 정령은 사람의 생명을 노린다.
강설이 줄곧 주의하며 정령을 생포하던 이유이기도 하다.
– 대처법과 생포 방법을 적어두겠다.
우선, 둘을 발견하는 것부터가 고난이다. 허리띠에는 정령함이 총 9개가 있을 것이다. 그중 다른 정령함과 다르게 생긴 2개가 있지? 그것이 이들을 잡을 특수 정령함이다.(이놈들은 순순히 안 들어오니까 탈진 상태에서 강제로 흡입하는 정령함이다)
그중 거무튀튀한 정령함을 살펴봐라. 하얀 가루가 있지? 정기 용해제다. 정령들에겐 극독이나 다름없지. 어떻게 먹이냐고? 지금부터 방법을 일러주겠다. 우선… 잠깐, 내가 왜 이런 거까지 적어놓는 거지?
* * *
한편, 이것은 며칠 전의 일이다.
이곳으로 전송된 강설과 마주쳤던 3명의 인물이 대삼림의 숲을 거닐고 있었다.
“이우철, 그냥 근처에 싸지 뭐 하러 저기까지 들어갔었어?”
“아, 미안… 쪽팔리잖아.”
“숲인데 뭐, 됐다.”
“하하하….”
“아무튼, 얘들은 다 어디에 사는 거냐? 찾기만 하면 다 잡아들일 텐데.”
이들의 성과는 숲의 꽤 깊은 곳까지 들어왔는데도 정령함 하나를 채운 게 전부였다.
이들은 이미 열흘 넘게 시간을 보냈는데도 강설보다 뒤처진 것이다.
그들도 자신들의 부진함을 느낀 건지, 속이 타고 있었다.
이우철이 머뭇거리며 말했다.
“저기….”
“왜?”
“아까 저기까지 들어갔다가 무슨 흔적 같은 걸 본 것 같은데….”
“뭐? 진짜야!?”
“화, 확실하진 않아.”
이우철이 가져온 소식은 일행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지금, 이들에게 일의 진위보다 중요한 건 이렇게 무작정 걷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가지고 움직일 수 있다는 안도감이었다.
“뭐 해! 얼른 가자! 이러다 도망가면 어쩌려고.”
“잠은….”
“일단 확인하고 낮에 자도 되잖아.”
“그러면 같이 가 보자. 아까 저쪽에서 봤어.”
“안내해! 우리도 이것만 끝내고 나가자. 더는 짜증 나서 못 해 먹겠다.”
사삭…
이우철이 그들을 안내했다.
밤이 되어 벌레들도 달라붙고 가시풀에 몸을 긁히기도 했지만, 성과를 낼 기회가 눈앞에 있었으니 이들의 눈에 뵈는 게 있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이우철의 말은 사실이었다.
“진짜다! 진짜 흔적이야. 그런데….”
“흔적이 계속 이어지네…”
“가 볼까?”
“당연하지.”
“사람이면 어떡하지?”
“그럼 물러나면 되고.”
그들은 뭔가가 움직인 흔적을 따라 한참을 걸었다.
그런 그들의 입에서 단내가 날 때쯤, 그들은 어딘가에 도착했다.
화아악…
탁 트인 언덕.
꽃과 반딧불이 가득한 언덕에 정령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새하얗게 빛나는 그들의 모습이 꼭 별들이 땅에 떨어져 슬퍼하는 것처럼 보였다.
“맙소사….”
“대박… 대박이야….”
곧, 정령 중 하나가 일행을 발견하고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치이잉…
“어, 어어? 이쪽으로 오는데?”
“가만히 있으면 괜찮을 거야.”
“네가 어떻게 알아? 그….”
새하얀 정령은 어느새 다가와 손을 잡아끌었다.
이우철이 가장 먼저 정령과 접촉하며 말했다.
“위험하지 않은 것 같아. 우리를 반기는 것 같은데?”
“어? 어어… 그렇게 보이긴 하는데….”
“너도 와 봐. 우리한테 줄 게 있나 봐.”
“어?”
다른 정령이 다가와 다른 일행의 팔을 잡아당겼다.
일행은 몽환적인 분위기에 취해 그대로 정령들의 무리 속에 섞여들었다.
사사사…
시원한 바람이 꽃과 풀을 흔들었다.
분위기에 취한다는 게 이런 것이다 싶었다.
마치 환각을 보는 것처럼 그들은 정령들과 어우러지며 춤을 췄다.
빙글.
또 빙글.
그리고 서서히 꽃이 핀 언덕에 몸을 뉘었다. 아주 자연스럽게.
그런데, 넋이 나간 일행들과는 달리 이우철은 꼿꼿이 서 있었다.
‘어라? 내가 왜 누워있지?’
일행은 이우철을 잠시 쳐다보다가, 그들과 눈이 마주친 이우철의 눈에서 처음 보는 낯섦을 느꼈다.
아마도 그래서 입 밖으로 이런 말이 나왔을 것이다.
“너… 누구야?”
“우철이… 우철이가 아니야?”
갑자기 이우철의 입이 주욱 찢어졌다. 검은 그림자가 된 그는 그들을 보며 웃었다.
우드득…
콰가가각!
“끄아아아아악!”
* * *
콰르르릉-!
벼락이 나무에 내리꽂혔다.
짜자작…
“꺄아아악!”
“소리 지르면 위험합니다. 정령들이 놀랄 수도 있습니다.”
“저, 저기요. 방금 제가 놀란 건 안 보이셨나요?”
“한서령 씨는 놀란다고 누군가를 죽이진 않을 거 아닙니까?”
꿀꺽…
한서령은 강설의 말에 입을 꾹 다물었다. 그가 한 말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알아챘기 때문이다.
“주, 죽을 수도 있는 거예요? 여기서?”
“정령을 놀라게 한다면 그렇겠죠.”
“그런 걸 무슨 중국집에 짜장면 시키는 것처럼 당연하게 얘기해요!”
“쉿, 목소리 낮추셔야 합니다.”
“진짜….”
콰르릉-!
벼락이 다시 한번 인근의 나무를 불태웠다.
“조, 조용히 할게요. 잘못했어요.”
“…옵니다.”
“네? 뭐가 온다고요?”
“정령이요.”
지지지직… 지지직…
노란빛을 뿜어내는 존재가 땅에 전류를 흘려보내며 강설 일행이 있는 곳을 향해 걸어왔다.
“으읍… 여기서도 찌릿한데요. 위험하지 않아요?”
“위험합니다.”
“…망할.”
“가만히 있으면 최소한 죽지는 않을 겁니다.”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정전기의 정령 슈파츠. 슈파츠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땅에 전류를 쏟아냈다.
“왜, 왜 저러는 거죠?”
“아마도… 대화를 위해서?”
“대화?”
찌지직…
“흐으읍!”
강설과 한서령에게 전류가 파고들었다.
「너희는 누구야?」
전류는 슈파츠의 생각을 그들에게 물어다 주었다. 그와 동시에 강설에게 선택지가 떠올랐다.
[정전기의 정령이 말을 걸어왔습니다. 아무래도 사람에게 흥미가 생긴 것 같습니다.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1. 감히 정령 주제에… 죽고 싶어?
2. 이러지 마, 잘못했어.
3. 네가 이곳을 어지럽히는 거야? 그러면 안 돼.
4. 같이 갈래?
5. 내가 도와줄 일이 있을까?
……
강설은 그리즈가 적어둔 슈파츠의 생포 방법에 나와 있는 대로 대답했다.
“내가 도와줄 일이 있을까?”
슈파츠는 강설이 한 말을 어떻게 알아들은 건지, 그에게 다시 전류를 쏘아냈다.
찌리릿…
「도와줘? 나를?」
“그래.”
찌리릿…
「너희가 날 도울 수 있을까? 아주아주 어려운 일인데.」
“얼마든지.”
찌리릿…
「그럼, 날 따라와. 내 부탁을 들어준다면 네 부탁도 들어줄게.」
휘익…
슈파츠가 전류를 거두고 뒤로 돌아 걸어갔다.
강설은 한서령에게 고개를 끄덕여 일이 성사됐음을 알렸다.
“뭐가 뭔지… 저 꼬마가 뭘 도와달라는 거죠?”
“가 보시면 압니다.”
강설은 그리즈가 설명한 슈파츠의 특징을 떠올렸다.
– 슈파츠는 의사소통이 가능한 몇 안 되는 정령이에요. 고민이 많은 어린이와 같아요. 음… 아주, 사소한 고민을 늘 달고 살죠. 저처럼 세계 평화 내면의 다스림 같은 어려운 고민이 아니라. 아무튼, 그 사소한 고민을 해결해 주면 슈파츠는 무조건 대상을 따른답니다?
한마디로, 작은 고민을 해결해줘서 슈파츠를 얻어야 한다는 말이다.
파지직…
슈파츠는 걸음이 매우 빨랐다.
강설과 한서령은 최대한 슈파츠를 따라가기 위해 거의 뛰다시피 했다.
“헉… 허억… 아직인가요?”
“다 온 것 같습니다.”
“…동굴?”
시커먼 동굴의 입구가 그들을 반겼다.
슈파츠가 동굴 앞에서 뒤돌았다.
치지직…
「내 고민은 여기에 있어. 정말, 도와줄 거야?」
강설은 머뭇거리지 않고 동굴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서늘한 한기가 그의 몸을 감쌌다. 그럴수록 그의 입가에 미소가 짙어졌다.
“아, 슈파츠의 고민이 뭔지 알겠습니다.”
“저, 정말요?”
“근데, 간단한 고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네? 그게 무슨….”
쿵… 쿠우웅…
커다란 덩치를 가진 뭔가가 그들을 향해 걸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