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395
제394화
파지지지지직-!
비탄에서 피어난 빛은 그 겨울, 강설과 유림을 최후의 최후까지 몰고 갔던 힘이었다.
후욱…
숨을 한 차례 들이쉰 뒤.
파아아아아앙-!
단숨에 쟈마드에게 육박했다.
으음-!
달라진 움직임에 쟈마드가 잠시 멈칫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위태로운 것은 아니었다.
따아아아앙-!
강설의 검을 쳐낸 쟈마드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성가신 힘이군.”
파지지지직…
파앗…
힘을 해소하는 강설.
‘…엄청난 힘이다.’
전신이 펄펄 끓었다.
폭풍의 기운이 온몸을 헤집어 마력이 한순간에 전신을 감쌌다.
그러나, 강설이 체감하는 힘은 단지 폭풍의 기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신유.
그의 힘이었다.
그의 힘이 야차의 힘과 뒤섞이자 엄청난 상승효과를 가져왔다.
‘…따라갈 수 있어.’
야차의 길을.
그가 보는 세상을.
파지지직…
강설이 다시 한번 힘주자, 검에서 강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쟈마드가 한차례 그를 훑어본 후 자세를 취했다.
파아아아앗-!
‘보인다!’
푸른 선이 이어져 있다.
선을 쫓아 검을 휘둘렀다.
후아아아앙-!
카아아아아아앙!
그러나 곧장 가로막히는 검.
‘어째서?’
으드득…
“아직 미숙하군.”
퍼어어어억…
“큭….”
움직임을 꿰뚫어 보아 찾아내는 야차의 길. 그 길을 야차 혼자만 볼 수 있다는 건 아니었다.
지고의 경지에 이른 쟈마드 또한, 그 힘에 충분히 대응하고 있었다.
뒤로 한차례 물러섰지만, 강설은 조금 더 쟈마드와 부딪혀보고 싶었다.
강설은 움직이고, 신유는 이끈다. 검을 쥔 손에 딱히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다. 야차의 흐름에 몸을 맡기면, 신유에게 맡긴 검은 최적의 방향을 향해 나아갔다.
“이거 뭐야아아아!”
비탄이 비명을 질렀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움직임.
카아아앙!
카아앙!
투갑에 튕겨 나가면서도 위태롭지 않았다.
카가강!
카아아앙!
검을 휘둘러 쟈마드의 목을 노리면 쟈마드는 투갑을 이용해 손등으로 검을 막았다.
후우웅…
반대쪽 주먹이 얼굴에 아른거릴 땐 허리를 뒤로 꺾어 발을 위로 차올렸다.
당연히 쟈마드는 물 흐르듯이 횡보해 연격을 피해냈고 다음 공격에 나섰다.
카아앙!
파아아아아앗…
카아아앙!
치이잇…
땀과 핏물이 선으로 뿜어져 바닥을 어지럽혔다.
한 폭의 그림처럼, 끝없이 물감을 뿜어냈다. 자잘한 상처는 재생했고 부러진 뼈는 금방 맞춰졌다.
강설의 몸도 괴물에 가까웠지만, 쟈마드의 회복력도 그 출신에 더해 엄청났다.
주고받는 공방이 끊어지지 않았다. 쟈마드는 어느 순간부터 호흡을 끊어서 짧게 했다.
투우우웅…
파아아아아앙-!
“큭….”
후우욱…
그만큼 전투는 긴박하게 흘러갔다.
‘한 번이라도 실수하면… 확실하게 죽는다.’
강설은 지금 모든 야차의 길을 따라갔다. 그럼에도 쉽사리 우위를 점할 수 없었다.
주먹에 깃든 경력은 산을 무너트릴 정도였고 주술은 하나같이 치명적이었다.
그것이 좋았다.
지독한 긴장의 작두 위에서 춤을 추는 것이, 그런 위태로움이 즐거웠다.
상대도 진심이었다.
비록 가짜일지라도, 오래전에 머무른 모습일지라도 쟈마드는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뻐어어어억-!
공방 중, 쟈마드의 주먹이 강설의 얼굴을 후려쳤다.
미리 대비했기에 기절하는 일은 피했지만 정신이 잠시 아득해졌다.
야차의 길을 따라 주먹을 마주 뻗었다.
파지지지직-!
콰지이익!
강설의 주먹 또한 쟈마드의 턱에 꽂혔다.
서로 주먹에 얻어맞은 와중에도 상대에게서 시선은 떼지 않았다.
싸움이 무엇인지 아는 자들이기에.
휘리리릭-!
파아아앗-!
강설은 첨예한 공방을 뒤로하고 잠시 물러났다. 잠시, 체력을 회복해야 했다.
‘턱이 부서지고 늑골이 나갔다.’
지금 같이 시초의 피가 들끓고 있을 땐 수 초면 회복되겠지만, 숨을 고르고 다음 수를 준비해야 했다.
슬슬, 야차의 부담이 몸에 누적되고 있었다.
온몸이 펄펄 끓었다.
전장에 선 것이, 그리고 그 상대가 과거의 자신이라는 것이 전신을 들끓게 만들었다.
– 설아.
신유가 말했다.
– 춥지 않아?
강설이 피식 웃었다.
“그래… 춥네.”
이미 그들은 그 겨울, 설원에 와 있었다. 마주 보던 시선이,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으지지지직…
쟈마드가 바위로 된 갑옷에 감싸였다.
그는 주술을 꼭 필요한 때에만 사용해 주술력을 보존했다.
아마, 큰 힘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강설 자신과 함께할 때 자주 사용하던 흐름이었으니까.
만일, 쟈마드가 대주술을 통해 그 힘을 일시에 해방한다면….
‘나는 막을 수 있을까?’
자신에 대한 의심이다.
또, 나약했던 자신의 환멸이다.
퍼뜩, 그런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신유와 오래전 나누었던 대화였다.
– 강이 형이 말했어. 벽을 마주하니 자신이 이상해지는 것 같다고.
이 모든 의심은 어쩌면, 그것에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닐까.
– 네가 걸어온 길이 곧 너의 증명이야. 넌 약하지 않아. 강한걸? 나와는 다른 종류의 강함이긴 하지만. 강이 형이 그랬어, 모든 길은 결국에 교차로를 만나게 되어 있다고. 네가 걷는 길도 마찬가지겠지.
‘설마… 벽을 마주한 건가?’
그의 계속된 비판과 의심이 강설을 이 자리까지 오게 했다. 어쩌면, 자신 앞에 벽이 있다는 것조차 몰랐던 건지도.
– 설아.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어?
‘…길어야 5분.’
신유에게 뜻을 전달하자, 곧 그에게서 대답이 들려왔다.
– 방법이 있어.
‘…뭐?’
– 이번엔 정말이야. 형들이 말해줬어. 분명…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어. 날 믿어줄 수 있을까?
강설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답했다.
‘믿어.’
그의 검을 직접 받았던 적도 있었다. 아름답기까지 했던 검.
– ……고마워.
강설이 쟈마드에게 눈을 돌렸다. 그는 머리를 흔들며 인상을 쓰고 있었다.
‘…저쪽도 같은 생각인 것 같네.’
– 뭐?
‘아마 곧… 끝낼 생각인 거야.’
강설은 신유만큼, 아니 오히려 신유보다도 더 쟈마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큭… 큭큭… 아쉽게 됐구나.”
“…문제가 있지?”
“미궁의 의지가 개입했다. 널 죽이라고 끝도 없이 떠들어대는군. 귀찮은 녀석… 뭐, 즐기는 건 이쯤 해도 괜찮겠지.”
“…….”
“강설, 기억하느냐? 이날의 기억을.”
지금 여기는, 강설의 멈춰진 겨울이기도 했지만 쟈마드와 만났던 뾰족 바위 산이기도 했다.
“전부, 기억하지.”
“네게 말은 안 했지만, 내게… 이따금 이때의 기억이 떠오르곤 했다.”
강설은 몰랐던 쟈마드의 생각.
“고철 뒤에 숨어서 안절부절못하는 머저리였다, 그때의 너는.”
“…알고는 있었지만 말이 조금 심하네.”
“큭큭… 잘도… 잘도….”
쟈마드의 눈이 차분해졌다.
“여기까지 왔구나. 그때의 어리숙한 녀석이….”
“…….”
“하나, 중요한 건 한 걸음이다. 전부를 쏟아라. 이제 곧, 나는 미궁에게 몸의 주도권을 빼앗기게 될 테니….”
으지지지지직…
웅혼한 산의 주술력이 그에게 모여들었다. 시련을 극복한 자에게만 주어지는 거대한 영광이.
그 아름다움이.
“죽는다면, 그전에 내게 죽어라.”
절대로 극복할 수 없을 듯한 시련도 그와 함께였기에 극복해냈다.
그러나, 이제는 홀로서기를 시도할 때다.
짜아아아악-!
쟈마드의 손뼉이 맞부딪히고 그의 주먹이 뒤로 당겨졌다.
휘오오오오오오…
최후의 신호탄인 셈이다.
“이 쟈마드에게 전부 쏟아내 봐라!”
[쟈마드가 대주술 : 돌주먹을 사용합니다.]
[대상에게 산과 그림자 복합 피해를 줍니다.]
으지지지지지지지직…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쟈마드의 손에서부터 시작된 거대한 주술.
온 세상이 바위로 가득 찼다. 아자닉이 느꼈던 공포를, 이제는 강설이 맞닥뜨렸다.
후우우우우우…
야차여, 길을 보여다오.
‘…이런.’
푸른 선은 한곳으로만 모여들었다. 거대한 돌주먹의 중심으로.
싸움을 피하지 않는 것.
그것이 길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스릉…
파아악…
강설은 최후를 향해 망설임 없이 걸음을 박찼다.
야차를 믿지 않는다면, 수많은 세월을 싸워온 신유를 믿지 않는다면….
이곳까지 도달하지 못했을 테니.
유림에게 물었다.
이 길이 맞는 것이냐고.
당연하게도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몸은 가볍고, 고난은 무겁다.
파지지지직…
검이 울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기운이, 검으로부터 흘러나왔다.
– 설아, 선조께서는 이 검을 기록에 남겨두셨어. 미완성인 채로 말이지.
시간이 천천히 흘렀다.
어쩌면 신유도, 같은 감각을 공유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것이 아니라면, 오직 의념으로 전달되는 이 말들이 머릿속 생각만큼 빠르게 전개되는 것일지도.
– 분명, 기록에는 다가오는 폭풍을 피해 도망치다 영감을 얻은 검이라고 나와 있었어.
신유의 검은, 분명히 폭풍이었다. 그러나, 그 겨울 경험한 폭풍은 두려움이 전부였다.
거칠고, 황폐했다.
– 난 바보였어. 이건 두려움으로 만들어진 검이 아니야.
신유는 신현에게 들은 말을 떠올렸다.
– 선조께서는 장난을 좋아하시는 분이었다. 기록도 중요한 부분은 일부러 비틀어 쓰셨겠지.
선조는 후손들에게 그것을 스스로 깨닫게 하고자 했던 것이다.
– 그 시절엔 마적이 들끓었다. 선조께서 머물던 화전민 부락 따위는 하루아침이면 사라졌지. …선조께서 도망친 건 폭풍으로부터가 아니었겠지. 실제로 네가 못 본 다른 기록엔 그 사실이 남아있다. 나도 거기서 알게 된 거다.
마적 떼.
천둥과 흡사한 말발굽 소리를 거칠게 흘리며 쫓아오는 마적단이었을 것이다.
그럼 이 이야기 어느 곳에도 폭풍은 없는 것인가.
– 실망했느냐?
그토록 위대한 검이, 어째서….
– 큭큭… 폭풍은 분명 있었다. 그것만은 분명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지?
이런 신현의 말은, 신유에게 많은 것을 남겼다.
– 설아, 폭풍은 뒤쫓아 오던 게 아니었어.
폭풍은, 있었다.
– 눈앞에 있던 거야. 선조께서는… 폭풍에게서 도망친 게 아니야.
그 순간, 비탄에게서 엄청난 섬광과 뇌전이 터져 나왔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뒤쫓는 마적단도, 그들에게 짓밟힌 흔적조차도. 모두 빨아들일 그 위험한 폭풍을 향해 선조께서는 뛰어든 거야.
두려움의 검이 아니다.
– 이건, 경외의 검이야.
파지지지지지지지직-!
검이 돌주먹을 가르며 나아갔다. 검과 주술이 맞닿자, 곧 강설의 정신이 아득해졌다.
심연을 향해, 떨어져 갔다.
* * *
정신을 차린 곳은 완전한 어둠.
바로 그때, 하나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오래전, 콩고리에 한 사내가 당도했습니다.]
곧, 풍경처럼 펼쳐지는 장면.
강설이 전이되어 이제 막 적응하기 시작했던 시기였다.
[사내는 나약했지만, 차근차근 힘을 모았습니다.]
으아아아아아-!
뾰족 바위 산의 혈투가 펼쳐졌다.
[바위어금니의 지도자를 쓰러트리고….]
대삼림에서 벌어졌던 수많은 사건.
[노비라와 인접한 대삼림에서도 많은 사건이 있었죠.]
[사내가 경험한 세계는 부정과 슬픔뿐이었습니다.]
– 영웅들은 게을러. 날 구해주지 않았잖아. 날… 날….
– 나는… 악당이다.
[생명은 빛을 찾아 헤맸습니다.]
– 그리고 살아가는 동안 될 수 있으면 가끔은 선행을 하게.
– 나의 형을 죽여주시오, 쟈마드. 그 저주받은 몸을… 죽여주시오….
– 에버니, 실패해도 괜찮다. 마법사니까, 마법사는 늘 실패하는 족속들이니까.
[지쳤을 겁니다. 아니, 지쳤어요.]
[빛은 그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사내는 절망뿐인 세상을 쓸쓸히 걸어갑니다.]
강설은 천천히 걸었다.
문득, 주위에 인기척이 생겨났다는 것을 감지했다.
[주위를 둘러보세요.]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토키, 키리, 질리악.
그가 경험한 모든 말들이 하나둘씩 주위를 걷고 있었다.
강설은 멍하니 걸었다.
홀린 것처럼, 앞으로.
[모두 같습니다. 많은 것에 유린당함에도 헤쳐나갈 수밖에 없죠.]
[사내는 피폐해진 마음을 다잡고 또다시 앞을 향했습니다.]
[시련은 언제나 그의 앞에 주어졌습니다. 아, 만상이군요. 만상 도서관입니다.]
– 이들을 만상에서 추방하겠다.
[그래요, 이런 일도 있었죠.]
– 정말로… 와줬어….
[이건… 야차? 이런,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합시다. 꽤 긴 이야기가 될 테니까요.]
– 지옥에서 내가 돌아왔다.
[만상에서 시작된 인연이, 북부를 뒤엎을 줄 누가 알았을까요?]
[사내에겐 그 밖에도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포악한 용과의 추격전도, 제국의 공주와 얽힌 복잡한 사연도 말이죠.]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그를 지치게 했군요.]
잠시 후, 다시 말이 흘러나왔다.
[이제 다시, 주위를 둘러보세요.]
없었다.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사내가 걸어온 길은 누구보다 빨랐고 누구보다 거칠었습니다. 어쩌면 넘어지는 게 당연한 걸지도 모릅니다.]
– 그래, 여기서부턴 나 혼자서 걸어야 해.
[한 번쯤은, 넘어져도 괜찮잖아요?]
[넘어진다는 것도, 걷고 있다는 또 하나의 증명이니까.]
휘이이이잉…
날이 갑자기 추워졌다.
[그런 사내에게, 뜻밖의 일이 벌어집니다.]
– 깜짝이야! 무슨 생각해, 설아?
[꿈속에서 소녀와 만난 것이죠.]
[소녀는 사내의 많은 면을 바꾸었습니다.]
[그들의 만남은 수많은 불꽃을 일으켰습니다.]
[또한… 아프기도 했고요.]
– 돌아가자, 함께 돌아가자….
– …내가 야차야.
[맞아요, 그녀가 아까 보았던 끔찍한 가면의 주인입니다. 놀랍지 않나요?]
[그녀의 존재는 곧, 세상의 잔인함을 나타냅니다.]
– 흑… 없었던 일로 할 수 없어, 설아. 우리에게 있었던… 나 유림에게 있었던 모든 일을… 없었던 일로 만들 수 없었어.
[이렇게나 상냥한 소녀인데도요.]
[어라?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저벅…
저벅…
강설은 이곳이 어딘지, 눈치챘다. 그토록 도달하고 싶었던 곳이기에, 알 수 있었다.
[벌써 다 왔나요? 이런, 그럼 묻겠습니다.]
[당신은 중대한 기로에 섰습니다. 이미 여기까지 온걸요.]
강설은 멈췄다.
이곳에 도착해 단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 빛을 앞두고서는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있기에.
아니, 유현을 포함한 모두가 그곳에 있었다.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녀는 웃고 있나요?]
가면을 벗은 유림이, 해맑게 웃어주고 있었다.
“…예.”
[그렇군요. 그럼, 당신은 어쩔 셈인가요?]
[이곳에서 멈출 건가요?]
강설이 고개 저었다.
그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빛을 향해 나아갔다.
[이곳은 교차로.]
[모든 길이 얽히는 곳.]
[당신은 지금 그곳에 와 있습니다.]
이곳은 쟈마드와 카렌이 마주했던 빛이 새어 나오는 터널.
그곳의 또 다른 이름, 교차로.
[달리세요.]
탁…
탁탁탁…
뜀박질을 시작했다.
“허억… 허억….”
숨이 차올랐다.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귓가에 숨소리와 땅을 박차는 소리를 제외한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것이 곧 음악이 되었다.
[잊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당신이 자유롭다는 것을.]
[당신이 무한하다는 것을.]
[장막의 까마귀여, 이제는 비상할 때입니다.]
끝없이 뻗은 활주로를 달렸다.
그 누구보다 빠르게.
그 누구보다 강하게.
발을 내디뎠다.
다다다…
“하아… 하아….”
그리고 마침내, 기나긴 터널을 빠져나왔다.
빛을 빠져나오자, 그리운 얼굴들이 보였다.
얼굴이 흐릿하지만, 모두 자신의 권속들이었다.
카렌과 카루나.
쟈마드와 우르까지.
모두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것은 한 사내의 이야기입니다.]
[아니, 당신의 이야기죠.]
그 순간, 세계가 사라졌다.
푸우우우우욱-!
뭔가를, 강하게 찌른 후다.
“큭… 큭큭… 결국 이렇게… 되는군.”
“…….”
쟈마드의 가슴을 파고든 검.
강설은 빛나는 눈으로 쟈마드와 시선을 맞춘 다음, 씨익 웃었다.
“…섬겨라.”
[당신의 이야기는 계속될 겁니다.]
[당신의 발자취가 곧 시대입니다.]
“아아… 그거 참….”
[세상을 발아래에 거느리소서. 시대의 거인이여.]
[가장 어두운 빛이여….]
쟈마드의 고개가 서서히 밑으로 꺾였다.
“그리운… 말이군.”
[시대의 거인(巨人)이 탄생합니다!]
[지고(至高)의 경지에 오릅니다!]
[전승 모험 ‘가장 어두운 빛’을 성공적으로 끝마칩니다.]
[힘의 전승이 시작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