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4
제3화
‘선택지가 보이다니….’
희한한 일이었다.
어째선지 강설에게 선택지가 보였다.
마치 꼭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해결하라는 식의 힌트를 주는 것처럼.
쓸데없는 내용도 수록되어 있던 규정집마저 고시생처럼 달달 외웠던 강설이었다.
당연히 튜토리얼은 초반에 약한 캐릭터들을 통과시키기 위해서 거의 모든 선택지를 외웠었고.
그렇더라도 강설이 기억하는 부분은 체험판이었으니 정식판인 현재와 일치하지 않을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눈앞에 떠오르는 선택지를 확인하면서 그 걱정은 불식되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다행이다, 혹시나 선택지가 바뀌었으면 어쩌나 했는데….’
보이는 선택지는 체험판과 똑같았다.
끼릭.
철컥-
좌측의 레버가 당겨지고.
끼릭.
철컥-
우측의 레버까지 당겨졌다.
쿠구구구궁-
지독한 함정으로 악명이 높았던 모험, 잊힌 달의 유적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 어떻게 알았지? 화살 함정부터 해제했네;
– 뉴비라며! 뉴비라며!
‘혹시 모든 사람에게 다 보이는 건가?’
그것이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간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많은 선택지 중 어떤 선택지가 옳은지 고르는 일은 강설이 제일 잘했으니까.
[첫 번째 관문이 보입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1. 첫 번째 발판을 밟는다.
2. 두 번째 발판을 밟는다.
3. 세 번째 발판을 밟는다.
4. …
…
9. 아홉 번째 발판을 밟는다.
그래도 그 힌트가 절대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선택지가 많아도 너무 많은 경우, 기억을 확신하기 어려웠다.
– 야한 냄새가 난다… 뉴비의 냄새가 나…
– 다른 인간들은 여기서 뒤지게 얻어맞고 있네 ㅋㅋ
‘첫 번째 관문이… 순서대로 발판을 밟는 거였지?’
잊힌 달의 유적의 첫 번째 관문.
그건 문양이 그려진 발판을 순서대로 밟으며 앞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혹여 잘못된 발판을 밟으면 함정이 발동하는 형식.
아주 단순한 구조였다.
‘이건 원래 초반에 얻어맞으면서 배워야 하는 거였는데 말이야.’
게임판의 말의 HP가 닳는 것과 현실의 몸에서 혈액이 뿜어져 나오는 것은 꽤나 다른 의미일 것이다.
‘캐스터가 이래서 불리하지.’
민첩에 투자하지 않은 캐릭터들은 실수로 함정을 발동시켰을 때, 몸으로 때워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화살이 날아오면 맞고, 독이 뿜어져 나오면 들이마셔야 한다.
‘실수하면 죽을 수도 있어.’
물론 그건 최악의 최악이었다.
그리고 강설은 그 최악의 최악까지 치달은 상황을 겪을 생각은 요만큼도 없었고.
그는 지난 17년 동안 영원의 세계에 존재하는 선천 재능 대부분을 플레이해봤었다.
그 과정에서 숨겨진 장치들을 무더기로 발견한 것은 물론이고.
‘어디… 원래는 숨겨진 선택지가 그거였었지?’
…
9. 아홉 번째 발판을 밟는다.
10. [필요 : 고고학1, 신학1] 관문 앞에 쓰인 암호를 해석하고, 그 순서대로 나아간다.
11. [필요 : 함정 해제1] 눈에 띄는 함정들을 해제하며 나아간다.
치트키나 다름없는 선택지 2가지, 10번과 11번.
물론, 이 둘은 당연히 재능을 요구하는 선택지들이었다.
함정 해제는 실제로 해제하는 데에 재능이 필요했으니 11번 선택지는 사용할 수 없었고 강설에게 남은 것은 10번 선택지였다.
‘관문 앞에 쓰인 암호라….’
선택지의 문구처럼 정말 첫 발판 앞에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하지만, 읽을 수 없었다.
[알 수 없는 문구가 적혀있다.]
‘아마도 고고학이랑 신학이 없어서 그렇겠지.’
물론, 읽을 수 없다는 거지 그 내용을 알 수 없다는 건 아니었다.
강설은 이내, 문구의 내용을 기억해냈다.
– 사자는 포악하여 양보가 없고, 양은 유순하여 마지막을 자처한다. 또한 자애로운 달은 그들을 포용하며, 질투하는 늑대는 사자를 따라간다.
말장난이나 다름없는 문구.
문장 구조나 조사 일부가 틀렸을 수는 있지만, 핵심 내용은 맞을 것이다.
‘이제 기억났다.’
양보 없는 사자가 첫 번째.
사자를 질투하는 늑대가 두 번째.
자애로운 달이 세 번째.
유순한 양이 네 번째.
그리고 다시 처음부터 반복.
‘순서만 지키면, 다칠 일은 없다.’
강설은 사자로 시작되는 발판을 가늠하며 눈으로 길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눈이 건너편까지 전부 훑었다.
“좋아, 간다.”
당차게 사자가 그려진 발판에 발을 디뎠다.
탁.
“…….”
아무 반응이 없는 것으로 보아, 암호의 해석이 들어맞은 모양이었다.
강설은 그때부터 거침없이 걸음을 옮겼다.
탁.
탁.
타악.
‘이게아닌데’님이 광기를 100만큼 후원하셨습니다!
[야한 냄새가 났는데… 분명 났는데… 킁킁…]
– 오오오… 미쳤냐고!
– 발걸음이 웅장해진다…
– 첫 관문을 프리패스 해버리네; 어디… 설정집 보니까 저 선택지는 고고학이랑 신학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 그럼 고고학이랑 신학 베이스인가? 매니악하네 ㅋㅋ
– 이 맛이 아니야… 좀 더 굴러야 하는데…
강설의 기억력만큼은 현실에서도 주변인들이 다들 엄지를 추켜세울 정도로 특출났었다.
몇 개의 캐릭터가 지나쳤던 모험의 중요 장치를 기억하지 못할 그가 아니었다.
탁.
강설이 마지막 발판에서 발을 떼었다.
[잊힌 달의 유적의 첫 관문을 돌파했습니다.]
[보상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구리 상자가 생성됩니다.]
[관문을 피해 없이 돌파했습니다.]
[보상이 향상됩니다.]
[구리 상자가 철 상자로 향상됩니다.]
[보상을 선택하면, 모험이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쉽네.”
– 쉽다, 쉬워 ㅎㅎ
– 튜토리얼이니까 ㅋㅋ 라고 말하는 지금, 지구의 인류 중 5천만 정도가 죽었군뇨.
– 그래? ㅋㅋ;;
이제, 위험한 상황에서 발 하나가 빠져나왔다.
여기서 보상을 선택하면, 다음 모험을 진행할 수 있다. 굳이 함정의 위협을 무릎 쓸 필요도 없었고.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보상도 줄겠지….’
스노우맨은 위대한 모험 앞에서 단 한순간도 움츠러든 적이 없었다.
“계속 가야지.”
– 옵빠아아! 그거야ㅏㅏㅏㅏㅏ!@!!
– 가즈아아아아!!!
– 함께 할게!(응원만 함)
– 힘내!(열띤 응원)
달의 유적에서의 진행은 마치, 신차 구매의 딜레마와 같다.
‘그 돈이면 조금만 더 보태서 뭐 사겠다.’라는 심리.
여기까지 온 게 아까워서, 계속 가는 것이다.
달밤의 춤에선 꽤 많은 플레이어들이 계속 전진하는 것을 선택한다.
‘그것도 임계점에 도달하면 위험하지만.’
달의 유적은 플레이어의 주제를 알라는 교훈을 품고 있었다. 자신의 주제도 모르고 계속 더 높은 보상을 탐하다가는, 허망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것.
‘내가 정확하게 꿰고 있는 모험이다. 실수는 있을 수 없어.’
스으윽.
첫 관문을 넘어서자, 천장이 생겼다.
달빛이 들어오지 않아 시야를 걱정했는데, 통로 양옆에 횃불들이 켜졌다.
화륵.
화륵.
강설은 두 번째 관문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게임판을 실제로 보면 이런 느낌이군.’
통로의 양쪽 벽은 섬뜩한 가시가 박혀 있었고, 천장엔 폭이 좁은 구멍이 송송 뚫려 있었다.
발판은 모두 다른 색이었는데 붉은색, 푸른색, 검은색이었다.
‘진짜 싫다….’
두 번째 관문은 꼼수 없이 돌파해야 하는, 잊힌 달의 유적의 정수(精髓)나 마찬가지인 구간.
그야말로 함정의 총체였다.
‘이렇게 길었어?’
통로는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었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힘든 시간이 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이 끔찍한 광경을 보면 발걸음을 되돌리고 싶어 할 것이다.
하지만, 강설은 오히려 마음에 옮겨붙은 불길을 오히려 키워나갔다.
반짝반짝 빛나는 석벽에는 강설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강설의 모습은 초라했다.
낡은 거적때기를 뒤집어쓰고 다 부서져 가는 지팡이를 손에 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그를 초라하게 만든 건 따로 있었다.
목에 새겨진 검은 줄.
검은 줄은 초커라고 착각할 정도로 반듯하게 강설의 목을 감싸고 있었다.
그는 이 검은 줄이 왜 생겨났는지 알고 있었다.
‘그 번개 올가미….’
꿈에서 그를 속박했던 번개의 힘.
그것이 그에게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긴 것이다.
꼭, 교수대에 올라갔다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온 사람처럼.
검은 흔적은 그 통증과 그 악몽을 계속해서 떠올리게 했다.
어쩌면 정말 교수대에서 살아 돌아온 것일 수도 있었다. 지금 그의 처지가 꼭 그러했으니까.
강설은 싸늘한 눈빛으로 목을 매만지며 다짐했다.
‘반드시… 다시 보게 될 거다.’
강설의 그런 다짐은 겉으로 보기엔 앞으로 진행될 시련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 무, 무승부로 하지 않을래?
– 이거 진짜 개 같은 곳인뎈ㅋㅋ 진짜 잘 생각해야 하긴 해;
생각을 마친 강설은 망설임 없이 붉은색 발판 하나를 밟았다.
철컹.
“…….”
잠시 무서운 소리가 들려왔을 뿐, 다른 반응은 없었다.
“후….”
탁.
그가 다음 걸음을 검은색 발판으로 옮겼다.
쿠그긍-
그러자 갑자기 양옆의 벽이 조금 가까워졌다.
아마 이런 식으로 계속 잘못된 발판을 밟으면, 양옆의 벽이 가까워져 사이에 낀 사람은 쥐포가 될 것이다.
두 번째 관문의 선택지는 대체로 이런 식으로 진행되었다. 그의 눈에는 아까부터 같은 선택지가 보였다.
[발판이 보입니다.]
1. 붉은색 발판을 밟는다.
2. 푸른색 발판을 밟는다.
3. 검은색 발판을 밟는다.
……
가진 재주에 따라 추가적인 선택지도 있기는 했지만, 첫 관문처럼 편법을 사용하기는 어려웠다.
‘기계공학이나 함정 해제가 있었다면 좀 수월하긴 했겠지만….’
강설은 두 번째 관문의 진행 방식을 떠올렸다.
‘색의 순서를 기억해야 한다.’
정해진 순서로 색을 밟아가며 통로의 끝에 도달해야 하는 관문. 틀릴 때마다 함정이 발동해 플레이어를 위협한다.
‘어디… 붉은색은 맞았으니까.’
탁.
철컹.
처음처럼 붉은색을 밟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럼 또 붉은색.’
철컹.
정답이었다.
2번째 순서도 붉은색 발판이었다.
‘이번엔….’
푸른색 발판에 발을 디딘 강설.
하지만, 이번엔 무사히 지나가지 못했다.
퉁!
빠아악!
“끄으으악!”
왼쪽 벽에서 주먹보다 작은 공이 튀어나와 팔뚝을 때렸다.
“끄으으….”
– 헐; 틀려보렸넹?
– 이거짘ㅋㅋㅋ 어딜 그냥 넘어가려고!
– 모르면 맞아야지!
– 푸른 발판은 아니라고요~ 검지 검지~
정말 더럽게 아팠다.
다행히 반사적으로 몸을 뒤틀어 충격을 좀 흘렸기에 망정이지, 잘못했으면 뼈가 부러졌을 수도 있었다.
“하하… 이거 꽤 재밌네.”
– 충격! 3시 12분경 재밌다, 선언!
– 그 발언ㅋㅋㅋ
– 중2병이여 완전 ㅋㅋㅋ
– 이 선수! 철구를 처맞았는데 웃고 있어요!
강설은 신음을 흘렸지만 그의 타고난 게이머의 본능은 해야 할 일을 잊지 않았다.
“빨강… 빨강… 다음은 뭐냐….”
탁.
철컹.
탁.
철컹.
강설은 붉은색 발판 두 개를 연이어 밟고는, 검은색 발판을 밟았다.
퉁!
빠아악!
“끄으으으으! 씨이발!”
또다시 공이 날아와 이번엔 오른쪽 허벅지를 때렸다.
“빨강 세 번은… 너무하잖아.”
– ㅋㅋㅋㅋㅋㅋ 발언 철회하시겠습니까?
– 에이~ 결승전에서 3연벙을 할 리가 있겠어? ㅋㅋ
– 응 안돼~ 돌아가~
고통이 극심했다.
강설은 다음에 큰 충격을 받으면 잠시 기절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어디, 누가 이길까?”
탁.
철컹.
탁.
철컹.
탁.
철컹.
세 번의 발걸음 후, 다시금 밟을 발판을 선택해야 했다.
‘…설마?’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붉은색 발판을 밟았다.
탁.
철컹.
‘…악랄한 새끼들.’
– 올ㅋㅋㅋ
– 이번엔 안 속네? ㅋㅋㅋㅋㅋ
4번 다 붉은색 발판.
이쯤 되면 그냥 붉은색 발판만 밟으며 나아가면 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
‘아니, 내가 기억하는 게 맞아.’
분명히 순서대로 발판을 밟아야 한다.
강설은 붉은색 발판을 배제하고 푸른색과 검은색 발판 중 어느 발판을 밟아야 할지 고민했다.
“파랑!”
탁.
쿠구구궁-
양쪽 벽이 조금 가까워졌다.
처음과는 달리 갑갑한 느낌이 들 정도로 다가와 있었다.
– 땡인데욬ㅋㅋㅋㅋ
– 쟌넨! 파랑은 아니었습니다!
– 이제부터가 진짜짘ㅋㅋ
강설은 뒤를 돌아보았다.
어느새 훌쩍 멀어진 출발 지점.
아마도 지금 그가 선 곳이, 통로의 중간 지점일 것이다.
주사위를 굴리는 플레이어가 아닌, 직접 말이 되어 뛰어 본 심정은 참담했다.
‘순서를 모르면 돌아가지도 못하겠네.’
돌아가다가 양쪽 벽이 가까워지기라도 하면, 끝장이었으니까.
아마 겁이 많은 사람이라면 고통이 무서워서, 죽음이 두려워서 그 자리에 멈출 것이다.
– 아아… 이제는 틀려버린 거시에요…
– 빼도 박도 못하죠? 조졌죠?
하지만, 강설은 싱긋 웃었다.
이어지는 승리 선언.
‘공략 완료.’
그가 거침없이 걸음을 옮겼다.
탁.
철컹.
탁.
철컹.
…
붉은색 발판을 4번 연이어 밟은 강설은, 망설이지 않고 다음 발판을 밟았다.
검은색 발판에 그의 발이 닿았다.
탁.
철컹.
– …오?
– ㅋㅋㅋ 다음은 어쩔 건데?
강설은 다시 발판을 밟았다.
붉은색. 붉은색.
또 붉은색, 다시 붉은색.
탁, 철컹.
그리고 검은색.
– 이게 아닌데……
– 저기요? 예? 응?
– 반복되잖아? 뭐야!
– 누가 함정을 이렇게 대충 만들었어!
‘순서는 5개가 끝나고 반복된다.’
단순히 붉은색이 5번 이어지면 순서의 의미가 없으므로 강설은 처음부터 마지막 발판의 색으로 붉은색을 배제했고, 푸른색이 아니었으니 검은색 발판을 밟은 것이다.
이는 고인물만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규칙이 드러난 함정은, 의미를 잃는다.
강설은 이내, 달리기 시작했다.
타다다닷.
– 시마타! 들켰다!
– 이자식! 어떻게 안 거냐고 ㅠㅠ
– 조금만 더 놀다가지 않을래?
그렇게, 강설이 통로의 끝에 도달했다.
[잊힌 달의 유적의 두 번째 관문을 돌파했습니다.]
[보상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은 상자가 생성됩니다.]
[함정의 발동 횟수가 10회를 넘지 않습니다.]
[보상이 향상됩니다.]
[은 상자가 금 상자로 향상됩니다.]
[보상을 선택하면, 모험을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하아… 하아….”
어느새, 마지막 관문을 코앞에 둔 강설.
아까 묵직한 공에 얻어맞은 충격으로 몸이 심하게 떨렸다. 열도 좀 나는 것 같았고.
‘멈출 수 없어.’
금 상자에 다가간 강설은 이렇게 생각했다.
앞으로 이런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그는 같은 선택을 내릴 것이라고.
그는 금 상자를 지나쳤다.
– 미친 새끼 ㅋㅋㅋㅋ
– 여기서 더 간다고? 아까 맞은 곳에 피멍 든 것 같은데?
– 완전히 개 또라이자넠ㅋㅋㅋ
– 실례지만, 선생님께서는 고통을 즐기시는 분입니까?
– 이곳에… 오모시로이한 뉴비가 있다.
한눈에 보기에도 단단한 석문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만하지 말라, 주제를 알아라, 겸손해라.
석문에는 그런 말이 쓰여 있었다.
강설은 이 석문 앞에서 떠오른 선택지를 바라보았다.
1.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경고를 무시하고 들어간다.
2. 자신의 주제를 알고 물러난다.
이곳엔 어떠한 숨겨진 장치도 없었고, 오로지 저 선택지뿐이었다.
스노우맨은 어떤 선택을 내렸을까.
‘난 단 한 번도 2번을 고른 적이 없다.’
강설이 문을 어루만지자, 석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궁-
석문 안의 공간은, 천장이 뻥 뚫려 있어 달빛이 들었다.
또한, 공간이 널찍해 앞서 답답했던 숨통을 조금 트여주었다.
그리고.
“오만하구나. 감히 이곳에 발을 들이다니.”
달빛을 받은 갑옷을 착용한 기사가 한가운데 서 있었다.
강설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마치 오랜 친구를 마주한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