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404
제403화
후우웅…
후우우웅…
창을 회전하던 화그무가 다리를 구부렸다가 활짝 폈다.
파아아아아앙-!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는 화그무. 그는 지금, 용화들이 잔뜩 모여있는 장소로 향했다.
적 앞에서 등을 보이는 행동은 그의 생애에 있어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설령 그것이 전략적으로 필요한 일이라고 하여도.
그의 오만함은 무언가에 억눌려, 실리를 취했다.
강설은 잠시 생각하다, 손가락을 튕겼다.
따아악-!
[절기 : 어둠살이를 사용합니다.]
[어둠살이를 소환합니다.]
휘오오오오오…
어둠에서 일어난 거체가 설홍과 진려를 끌어안아 올렸다.
“천천히 따라와.”
강설이 있는 곳이 가장 안전한 장소였다. 그러니 그들을 이곳에 내버려 둘 수 없었다.
“가지.”
끄덕…
파아아앙-!
두억시니와 강설, 그리고 카렌과 카루나가 동시에 뛰어올라 화그무가 떠나간 곳으로 향했다.
“크아아아악-!”
“우우욱….”
풀썩…
등룡제에 참여했다가 휘말린 방문객과 용화들이 한데 엉켜 피고름 인형과 싸우고 있었다.
그리고, 화그무가 또 무언갈 꾸몄다.
꿀럭… 꿀럭…
피고름 인형에게 당해 쓰러진 용화들의 피가 화그무에게로 빨려 들어갔다.
“우쭐했는가?”
화그무의 기운은 피를 빨아들일수록 거대해졌다.
두억시니가 말했다.
“놈은 제힘의 2할도 채 내지 못하고 있었다. 놈이 모든 힘을 되찾기 전에 쓰러트리지 못하면 다음엔 수천 배의 노력이 필요할 거야.”
도깨비가 어깨를 으쓱했다.
“뭐, 우리가 죽는 것쯤은 당연하고.”
찌릉…
찌르릉…
광야령을 울려보았지만, 아무런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소용없다. 이미 죽은 자의 피니.”
신선한 피를 얻게 되면 그만큼 완전한 부활에 가까워질 테지만, 지금은 달리 방도가 없었다.
두억시니와 강설의 벽을 뚫고 나아가기가 어려웠다.
으지지직…
[화그무가 혈청(血淸)을 흡수합니다.]
[화그무의 힘이 거대해집니다.]
휘오오오오…
핏빛 기운을 모아 더더욱 거대해지는 화그무.
으지지직…
이제는 커다란 용포로도 그의 덩치를 감쌀 수 없었다.
으지지직…
용포가 찢어지며, 그 안에서 용의 육체가 드러났다.
아니, 반은 인간이고 반은 용이라 볼 수 있는 용인(龍人)의 몸이.
주둥이가 길게 뻗어 나온 화그무가 씨익 웃었다.
“그따위 기물로 용의 힘을 언제까지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느냐?”
[화그무의 봉인된 힘이 일부 해방됩니다.]
손을 번쩍 들어 올리는 화그무.
휘오오오오오오-!
[화그무가 혈계(血系) : 강제 회수를 사용합니다.]
[화그무의 모든 피가 서서히 그에게로 모입니다.]
[강제 회수가 발동한 상황에서는 그 어떤 행위로도 그 시간을 단축할 수 없습니다.]
이로써, 악룡의 부활이 그 서막을 알렸다.
화그무는 완전하고, 신속한 부활을 포기하는 대신, 일부분이라도 서서히 힘을 되찾으려 했다.
“으아아아악!”
“으으윽….”
모든 용화의 머리가 일부 하얗게 셌다. 그들의 생명력을 화그무가 빼앗고 있었다.
“자… 시간을 줄 테니 보여 봐라. 너희가 나의 지배를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을.”
강설이 안색을 찌푸렸다.
스르륵…
쿵…
쿵…
그의 뒤에서 용인이 된 화그무만큼 거대한 자가 나타났다.
“전에 본 용보다는 훨씬 작군.”
“그렇지?”
아쉬운 듯한 표정의 쟈마드와 맞장구를 치는 강설까지.
또 어디서 나타났는지도 모르는 저 심상치 않은 녀석 때문에 기가 찬 화그무는 뇌전이 흐르는 창으로 땅을 찍었다.
파지지지직…
콰아아아아아아앙-!
일대 자체가 증발하며 커다란 구덩이가 만들어졌다.
“피해에에에!”
“물러나라!”
인간을 초월한 압도적인 힘을 경계해 물러나는 용화들.
그들은 지금 끊임없이 그들을 위협하는 피고름 인형과 이성을 상실한 용화들 때문에라도 전투에 가담할 수 없었다.
아니, 이 싸움을 목격한 자들 중에 감히 그 안으로 발을 들일 자들은 없었다.
파파파팟-!
작은 원이 회전했다.
파지직…
강설이 아까보다 주도적으로 나섰다.
[거합 : 강 가르기를 사용합니다.]
[검집에 담긴 검을 빠르게 뽑으며 단일 대상에게 막대한 피해를 줍니다.]
[피할 수 없는 공격입니다.]
[대형인 상대에게는 50%의 고정 피해가 적용됩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공격.
창대가 잠시 휘청일 정도로 어마어마한 참격에 화그무가 당황했다.
처음 부딪혔을 당시엔, 이 정도 힘을 보일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으니까.
문제는 강설뿐만이 아니었다.
촤아아아악-!
“크으으읏….”
촤아아아악-!
“크아아아악!”
교차하며 비늘을 으깨고 자잘한 상처를 남기는 쌍둥이 기사.
그나마도 이 흑린(黑鱗)이 없었다면 그의 몸은 이미 잘게 다져졌을 것이다.
아직, 힘이 모자랐다.
콰르으으으응-!
낙뢰를 떨어트려 공간을 확보하는 사이, 누군가 그를 향해 파고들었다.
후우우웅…
대지 갑옷을 두른 쟈마드였다.
‘큿….’
화그무는 방금 낙뢰로 힘을 소모해, 이번 공격에는 쉽게 노출되었다.
그래도 반격이 아닌 방어 정도는 손쉽게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적어도, 쟈마드의 주먹을 받아내기 전까진 그렇게 생각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우우욱….”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들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소리.
그리고 처음으로 화그무가 힘에 부치는 듯한 신음을 내뱉었다.
쟈마드가 피식 웃고 거창을 피해 뒤로 물러났다.
“물렁한 녀석이군.”
이 같은 광경에, 모두가 충격에 휩싸였다.
“대… 대체 누구길래….”
“화그무가… 화그무가….”
“밀리고 있어….”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전황을 깨달은 그들이 일제히 소리를 질렀다. 비록 전투에는 참여할 수 없었지만 이렇게라도 이 고양감을 표출하고 싶어 했다.
“허억… 허억… 열등한… 열등한 것들이….”
화그무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사실은 이 모든 게, 계획이 어그러진 탓이었다.
그가 오랜 세월을 기다려 부활을 준비했지만, 어째선지 예비했던 안배들은 모두 분쇄되었다.
분명, 부활하여 조용히 힘을 키워야 했던 어둑시니는 부활하자마자 소멸했고 그슨대의 부활 또한 갑작스럽게 그의 혼이 소멸하여 이루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귀계의 사천옥을 뒤흔들어 야차로 하여금 동방에 혼란을 초래한다는 계획조차 도중에 가로막혔다.
되는 일이 없었다.
마치 운명이 그를 무너트리려는 듯했다.
그리고, 화그무는 그제야 눈앞에 선 존재가 누구인지 알아냈다.
“너구나… 네가 강설이구나. 어둑시니를 죽이고… 야차마저 죽인… 네가 강설이었어.”
만일 어둑시니와 그슨대가 모두 부활하여 화그무에게 힘을 부여받았다면.
만일 야차가 아직도 동방에 혼란을 일으키는 것으로 모자라 화그무의 편에 섰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아니, 모든 걸 떠나서 강설이 지금만큼 강하지 않았다면.
그의 소환수가 화그무가 감당할 수 있을 수준만큼만 나타났다면.
그렇다.
운명이 뒤바뀐 것이다.
이것은 부여받지 못한 운명.
누군가에 의해 뒤바뀐 운명이었다.
강설이 곧, 그의 운명이었다.
“허억… 허억… 인정할 수 없다.”
시대가 그를 버렸음을, 인정할 수 없었다.
“나는 화그무다.”
후우우욱…
그의 가슴이 붉게 물들었다.
“숨결이다! 피해에에에에!”
두억시니의 말에 모두 뒤로 돌아 내달렸다.
용의 숨결은, 그들이 공포의 대상이 된 가장 큰 이유였다.
그 불에 타면, 영원히 타오른다.
콰아아아아아아아-!
일직선으로 쭉 뻗어오는 불길.
짜아아아악-!
쿠구구구구구구궁-!
쟈마드가 손뼉을 치자 불길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거대한 암벽이 솟아났다.
콰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아앙-!
“쳇….”
불길은 암벽을 모조리 녹이고 약간은 사그라든 상태에서 강설의 앞으로 쏟아졌다.
“강설! 안 돼!”
“피해라!”
강설을 알아본 신요와 태율이 소리를 질렀지만, 강설은 듣지 않았다.
‘신유.’
– 응!
스릉…
[환상 절기 : 야차(夜叉)를 사용합니다.]
[야차의 감각과 감응합니다.]
[야차의 기억과 감응합니다.]
[야차의 움직임을 따릅니다.]
[야차의 힘을 얻습니다.]
[주문의 반응 속도가 증가합니다.]
……
파지지지지직…
비탄이 폭풍의 기운을 머금었다.
콰아아아아-!
순식간에 횡으로 뻗어나가는 참격.
화르르륵…
화그무가 내뱉은 숨결은 애꿎은 대지만 불태우며 사그라들었다.
“이럴 수가….”
“불을… 불을 베었어.”
강설의 힘은, 바닥부터 견고하게 쌓아 올린 탑이었다.
강설은 그 탑의 견고함을 이용해 될 수 있다면, 가장 어려운 모험을 가장 쉽게 깨부술 생각이었다.
동방에 넘어와 치렀던 모든 고난에 대해 지금에 와서 보상받는 것이다.
“저 사람! 그 사람이다!”
“야차를 죽인 자야!”
“흑요석이야! 확실해!”
“실종됐었는데… 분명 죽었다고….”
이제야 강설이 누군지 알아보는 자들.
화그무의 등에 커다란 날개 형상이 잠시 자리하고…
콰아아아아앙-!
그가 높이 뛰어올랐다.
비행은 불가능했지만, 체공은 가능한 듯했다.
후우우우우웁…
화그무는 더 큰 화염을 준비했다.
이 정도로는 아무것도 태울 수 없다면… 차라리 모든 것을 불태울 만한 화염을 끌어모았다.
“전부… 잿더미로 만들어주마….”
그르르륵…
점차 인간의 몸에서 용의 몸에 가까워지는 화그무.
그가 화염을 집약하자, 동시에 5명이 각자의 판단으로 움직이려다 멈췄다.
카렌, 카루나, 쟈마드, 강설.
그리고 두억시니까지.
모두에게 저 불길을 막을 각기 한 가지 방법쯤은 남아있는 것이다.
강설과 다른 존재들은 그것을 깨닫고 실소를 터트렸지만, 두억시니는 급박한 와중이라 그것을 깨닫지 못했다.
“강설, 놈이 공멸을 택했다. 내가 희생하지. 대신, 결계가 무너질 테니 놈이 도주를….”
스윽…
두억시니는 말을 하던 중, 강설이 손가락을 잠시 앞으로 내밀자 말을 멈추었다.
두억시니가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스르르르르…
언제부터 그곳에 서 있었는지는 몰라도 로브를 뒤집어쓴 자가 전장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로브의 이음새에 매달려 있는 장막의 까마귀 인장.
“아니지, 아니지… 마침 딱 좋은 느낌이야. 큭….”
실성한 자처럼 웃는 남자.
로브가 걷히고, 그의 새하얀 머리칼이 드러났다.
“저, 저자는….”
마침내 용화들이 있는 장소에 도달한 설홍이 강설과 남자를 번갈아 보았다.
“…강설?”
닮았다.
아니, 똑같았다.
강설과 머리칼과 동공을 제외한 모든 것이 똑같은 남자가 서 있었다.
화그무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이이이이이이이잉…
“지금 정도가, 알맞겠어.”
화그무의 숨결이 입 밖으로 토해졌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신호탄으로는 제격이야.”
후우우우우우웅…
압도적인 마력이 하얀 머리의 남자에게로 모여들었다.
쩌저적…
순간, 남자의 주변이 새하얗게 물들어 눈꽃 모양이 완성되었다.
[우르가 절기 : 사건 동결을 사용합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습니다.]
쩌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적-!
모든 것을 녹여버릴 것처럼 광포했던 화염이, 어째선지 대기와 함께 얼어붙었다.
뜨거움은 없었고, 차가움만이 남았다.
그리고 그 위대한 힘의 부활을 알아챈 자들이 존재했다.
“저… 저 눈꽃… 아즈란… 아즈란이다.”
“저자는 아즈란이야! 서리 대공이다!”
“서리 대공이 돌아왔다!”
은퇴 후, 등룡제에 초대되어 방문했다가 화그무의 부활에 휘말린 안타까운 자들. 조디악의 원로들이 우르의 발밑에 형성된 눈꽃 모양을 보자마자 숨이 넘어갈 것처럼 소리쳤다.
“내가 돌아왔다… 안심해도 좋아, 너희는 지금….”
화그무의 몸이 점차 거대해졌다. 이제 그는 허물을 벗고 용이 되려 했다.
이르고, 서글픈 부활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런 상황을 만든 존재들…
“장막의 비호 아래 있다.”
팟-!
파아아앗-!
우르를 제외한 까마귀들이 화그무를 향해 날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