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405
제404화
화그무는 자신하던 숨결이 정체불명의 인물에 의해 가로막히자, 큰 혼란에 빠졌다.
“이게 무슨….”
파아앗-!
두억시니를 포함한 5명의 괴물은 얼음을 딛고 뛰어올라 화그무를 노렸다.
“감히이!”
콰르르르르르릉-!
벼락이 그의 주변으로 한차례 떨어지자, 그들의 공격은 곧바로 이어질 수 없었다.
적어도 화그무가 숨결 이후에 찾아오는 무기력을 재정비할 시간은 번 것이다.
‘이럴 리가… 이럴 리가 없어. 일이 어그러졌다고 한들 나는 용이다.’
나는 악룡이다.
나는 이들이 숨을 쉬기 전부터 존재해온 동방의 전설이다.
‘그런데 어째서….’
으지지직…
몸이 점차 비대해졌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다소 불안정할지라도 본모습인 용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 터.
문제는 그럴 만한 시간이 주어지냐는 것이 첫째였고, 용의 모습을 되찾는다고 한들 저들을 제압할 수 있느냐가 둘째였다.
“어딜 보는 거야?”
푸우우욱…
붉은 기사의 검이 허벅지를 파고들었다. 기척을 읽기 가장 어려운 상대였다.
“크으으윽….”
후아아아앙-!
“어라?”
콰아아아아아앙-!
돋아난 꼬리가 그녀를 저 밑으로 추락시켰다.
파아아악-!
그 꼬리를 붙잡는 누군가.
“내려와서 얘기하지.”
후우우우우웅!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이번에 추락한 것은 화그무였다. 쟈마드가 그의 꼬리를 붙잡고 바닥으로 내던진 것.
그 추락은 지독하게 볼썽사나웠다.
“그런….”
“화그무가… 이렇게….”
“전설이잖아… 용이잖아.”
미물들이여 보지 마라.
그 눈에 현재를 담지 마라.
‘날… 그렇게 보지 마!’
두려움이 좋았다.
그것은 곧, 경외와 한 발자국 차이였으니까.
동방을 한차례 손에 넣은 후부터는, 단 한 번도 그린 적 없었다. 이렇게 몰락한 미래 따위는.
“죽여주마아… 죽여주마아아아아아!”
으지지직…
화그무의 몸에서 날개 형상이 더욱 선명하게 나타났다. 비록 결계 때문에 자유로운 비행은 불가할지라도 쓰임새는 있을 것이다.
콰르으으으으응-!
[화그무가 권능 : 의도하는 하늘을 사용합니다.]
[화그무가 날씨를 조율합니다.]
[현재의 날씨는 폭풍우(暴風雨)입니다.]
[폭풍우는 하나의 영역입니다. 화그무는 폭풍우 안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폭풍우의 흐름을 거스르는 자는 폭풍에 진입한 순간부터 지속적인 피해를 입습니다.]
[폭풍은 점차 확대되며, 영역 안의 모든 적을 집어삼킵니다.]
쿠우우우우우우우우웅…
붉은 비가 멈추었다.
피고름 인형들은 철퍼덕 녹아내려 지면에 흡수되었다.
대신, 화그무를 중심으로 거대한 폭풍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훙… 후우우우웅…
“피해에에에에-!”
누군가의 외침과 동시에, 용궁 중앙에 거대한 폭풍이 생겨났다.
“죽어라, 하루살이들이여.”
콰아아아아아아아아-!
“안 돼!”
휘말려 폭풍에 찢어지는 병사들.
심지어는 한쪽 귀퉁이에 방치되었던 거병의 파편들까지 남김없이 폭풍에 찢어졌다.
쿠우웅-!
두억시니가 팔을 걷어붙이고 손뼉을 쳤다.
짜아아아악-!
[두억시니가 백귀야행(百鬼夜行)을 사용합니다.]
[온갖 귀신들이 일어나 갖가지 소란을 일으킵니다.]
……
휘오오오오오…
이히히히히히히히…
귀신의 형상을 한 기운이 폭풍을 감쌌다.
끼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
“쳇… 소용없군. 폭풍이 점차 커질 거다. 화그무… 결단을 내렸군.”
강설이 두억시니에게 물었다.
“그가 무슨 짓을 하려는 겁니까?”
“이렇게 되면 공멸이다. 본신도 되찾지 못한 주제에 너무 큰 힘을 사용했어. 아마 이성을 잃겠지.”
“…….”
“확률은 반반. 녀석이 폭풍을 끝끝내 통제하여 이곳의 모든 이를 죽이고 용으로 부활하거나… 통제에 실패해 이성을 잃고 부활하지 못하거나. 문제는 후자라 할지라도 폭풍이 남길 흔적이 어마어마하다는 거다.”
우르가 강설 뒤로 걸어왔다.
“시간을 벌어주마.”
“…뭐?”
“막을 방법이 있다.”
우르의 말에 두억시니의 눈이 부릅뜨였다. 어마어마한 세월을 살아온 그녀다.
“그런 게 있을 리가 없다! 상대는 용이야! 동방의 전설 화그무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백 년을 웅크렸던 악의 웅지라고!”
그녀가 모르는 지식 따위를, 한낱 소환수가 알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나, 그녀는 알지 못했다.
우르가 수백 년을 ‘따위’로 만들 만큼 알카트론에 속박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영역 자체를 냉각시키면 폭풍의 확장을 막을 수 있다. 이 정도 폭풍이라면 어마어마한 마력이 필요할 테니 모두 거들어야겠지.”
“…….”
“다음은 네가 알아서 해라.”
우르가 쟈마드와 카렌, 그리고 카루나를 바라보았다.
“시끄러운 녀석들아, 일이다. 내 일을 거들어라.”
카렌은 우르의 말이라면 일단 귀를 막았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거절했다.
“싫어! 또 혼자 잘난 척하려는 거지? 안 봐도 뻔해.”
“나도 저 녀석 때문에 억지로 하는 거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몸으로 억지로 나서는 거라고.”
강설 때문이라는 말에 카렌이 한숨 쉬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좋아!”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서 폭풍을 가운데 두고 전방위로 흩어지는 그들.
후우욱…
“시작하지.”
쩌저적…
쩌저저저적…
새하얀 기운이 폭풍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강설은 그것을 지켜보며 때를 기다렸다.
“…가려는 것이냐?”
어느새 다가온 설홍이 물었다.
“저 폭풍으로… 들어가려는 것이냐? 또… 혼자서 위험을 무릅쓰려는 것이냐?”
“…….”
강설이 대답을 골랐다.
그 어떤 이유를 갖다 대더라도, 설홍은 그를 놓아주지 않을 것 같았다.
헝클어진 면류관, 찢어진 용포는 그녀가 그 자리까지 도달하기 위해 견뎠던 괴로움을 나타냈다.
그리고, 그 고난 끝에 영광은 없었다는 것 또한.
“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그대를 붙잡을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렇다면….”
스윽…
설홍이 강설의 품에 무언가를 건넸다.
“이건….”
“어머니라면, 그대를 지켜주실 거다.”
설홍의 손거울이었다.
소녀가 성숙한 여인이 될 때까지, 품에 안고 간직해온 물건.
“부디….”
설홍은 뒷말을 삼켰다.
그 어떤 것도 보장할 수 없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
용이 만들어낸 폭풍 앞에서는.
쩌저저저적…
폭풍이 얼음에 가로막혀 확장을 멈추었다.
“지금이다!”
우르가 소리치자, 강설이 폭풍을 향해 걸어갔다.
찌찌지지직…
폭풍에 손을 가져다 대자, 금방이라도 찢어질 것처럼 손이 흔들렸다.
그러나 그 회전이 강설의 걸음을 멈출 수는 없었다.
콰아아아아아아-!
그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폭풍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 * *
폭풍 속에 누군가 있었다.
광야에서 불현듯 마주친 석양처럼, 한 사내가 거창을 손에 쥐고 그를 맞이했다.
“…너로군. 기다리고 있었다.”
홍천의 모습을 한 화그무였다. 다시금, 인간의 모습을 한 용.
“넌 홍천인가, 화그무인가?”
“큭큭… 큭큭큭….”
아마도, 그에게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300년이란 시간 동안을 홍천의 몸에 숨어 그를 타락시켰던 화그무.
“이제는… 모르겠구나.”
그는 자신이 홍천에서 화그무가 되어버린 것인지, 화그무에서 홍천이 되어버린 것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어디서부터 어그러진 것인지.
스릉…
거창을 손에 쥔 자는, 화그무이자 그를 쓰러트린 홍천이기도 했다.
“오라, 검은 자여. 내게 맞서보라.”
훙훙훙-!
거창이 휘돈다.
“전설에 파묻혀라!”
파지지지지직…
엄청난 뇌전이 거창에 깃들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후려친 땅거죽이 치솟아 폭풍에 휘말려 사라졌다.
카아아아아아앙-!
끼기기긱… 끼기긱…
강설이 야차 형상을 유지한 상태에서 그의 거창을 받아냈다.
– 윽… 무거워.
신유가 신음을 흘릴 정도로 묵직한 공격이었다.
하지만.
파지지지지직…
폭풍의 선택을 받은 건, 화그무뿐만이 아니었다.
콰아아아앙-!
크게 창을 떨쳐내는 검.
“노오오오옴!”
콰아아아아아아앙-!
서로가 충돌해 뒤로 날아갔다. 조금만 충격을 덜 흡수했다면 폭풍에 휘말려 갈기갈기 찢어졌을지도 몰랐다.
으직…
‘…음?’
강설의 품에서 무언가 박살 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설홍이 준 거울이었다.
“그… 거울….”
화그무가 깨진 거울의 장식을 보고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잠시 주춤했다가 이내 머리를 감싸 쥐었다.
“크아아아아악!”
고함을 지르며 공격해오는 그.
콰르르르르릉!
폭풍을 휘두르는 자, 화그무.
그는 하늘로 솟아올라 날씨를 다스렸으며 가뭄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비를 내렸다. 폭풍에 시달리는 자들에게는 화창한 날을 선물했었다.
그리고, 그런 모든 날이 잊혔다.
그는 이제, 악룡일 뿐이다.
“으아아아아아-!”
“하아아아아!”
콰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앙-!
검과 검이 부딪힐 때마다 어마어마한 충격이 일어나 폭풍의 허리를 들쑥날쑥하게 했다.
폭풍 밖의 사람들은 과거의 화그무에게 사람들이 빌었던 것처럼 폭풍이 멈추기를 바랄지도 모르는 노릇이었다.
콰아아앙-!
끼기기기기기기긱…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강설.
그들의 부딪힘은 마치 종소리 같았다.
한쪽은 한때 동방을 피로 물들였던 악룡 화그무, 한쪽은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강설.
둘의 만남은 종소리였다.
콰아아아앙-!
휘오오오…
강설의 몸 주변을 희미한 초록빛이 휘감았다.
– …가야.
폭풍 속에서 부딪히는 둘에게, 포근한 소리가 전해졌다.
– 아가야….
콰아아아아앙-!
화그무가 발작하듯, 손을 떨쳤다.
“그만! 그마아아아안! 내 꿈속에서 나가라!”
강설은 순간적으로, 화그무의 반응을 보고 한 가지 사실을 깨닫고야 만다.
‘설마….’
[‘유화’의 전승이 시작됩니다.]
……
갑작스럽게 시작된 유화의 전승. 손거울이 깨진 것이 화근이었다.
그런데, 전승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초록빛의 입자들이 화그무까지 휘감았다.
그들은 손에 쥔 무기를 놓지 않은 채로, 그날의 기억으로 되돌아갔다.
* * *
……
허억… 허억…
노쇠한 거구를 이끌고 달려갔다.
철퍽…
시비조차 대동하지 않았기에, 방휴만이 그를 부축했다.
화그무, 아니 홍천의 모습이었다.
엇…
추화아아악…
너무 허둥댄 탓에 바닥에 고꾸라지는 몸.
그러나 아픈 내색 없이 벌떡 일어나 달려갔다. 체통도, 신분도 잊은 채로.
허억… 허억…
끼이이이익…
으앙!
으아아앙!
으아아아아아앙!
아이의 울음.
새 생명의 탄생.
홍천은 그 존귀한 무언가를 안아 들었다.
“…유화는?”
쿵-!
산파가 바닥에 고개를 처박고 울었다.
“으… 죽여… 죽여주시옵소서.”
홍천의 동공이 회색빛으로 물들었다. 그는 다급히 산모를 찾았다.
하아…
하아…
거친 숨을 몰아쉬는 여인.
이미 너무 많은 하혈을 해 죽음이 임박했다.
“어째서… 오셨나요….”
“유화여… 무희여… 죽음이라니… 당치도 않은….”
“…들어주세요.”
유화가 파르르 떨리는 입술로 말했다.
“설홍.”
“…….”
“그 아이의 이름. 용의 아이, 설홍….”
일부러 멀리했던 여인.
지독한 끌림으로 목적을 잃게 했던 인간. 시대의 영웅 홍천이.
그리고…
부활을 앞둔 악룡 화그무가 가장 사랑했던 여인 유화.
“아가야… 아가야….”
투우욱…
유화의 숨이 끊어지는 순간.
콰르릉-!
쏴아아아아아아…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 * *
[‘유화’의 유지(遺志)를 이어받았습니다.]
[죽은 이의 능력을 전승합니다.]
[칼의 노래를 이어받습니다.]
[당신은 칼의 노래를 이어받습니다.]
[까마귀의 직업 효과로 능력의 효과가 상승합니다.]
[귀신의 손이 가진 체질 효과로 능력의 효과가 상승합니다.]
……
콰아아아아앙-!
폭풍의 단면.
콰아아아아앙-!
검을 부딪는 자의 모습은 강설이다.
파지지지지직-!
콰아아아앙-!
다시금 검을 부딪으면 그 모습은 유화가 되었다.
화그무는 애써 힘을 끌어올렸다.
“하아아아아아아아!”
콰르르르르릉-!
그가 가진 최후의 힘.
폭풍을 휘두르는 자의 한 수다.
그리고 그에 맞서는 강설의 검. 폭풍을 향하여 내달리던 그 검이다.
콰르르릉…
섬전과 함께, 두 선이 교차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폭풍이 터져나갔다.
순식간에 폭풍을 사이에 두고 있던 수많은 이의 눈이 한곳을 바라보게 되었다.
……
동시에, 폭풍 후의 고요가 찾아왔다.
쿨럭…
화그무가 입에서 피를 쏟아냈다.
맑게 갠 하늘.
칸이 겪었던 불우한 날들이 저 햇살에 모두 씻겨나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 광경을 지켜보는 이들 중, 설홍에게 진려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 용제 홍천이 원래는 연어였는데, 화그무의 패악질에 참지 못하고 강물을 거슬러 올라 스스로 용이 되었다는 전설이에요. 웃기죠? 뱀도 아니고 연어가 어떻게 용이 돼요.
오래전, 물살을 거슬러 올랐던 연어. 스스로 용이 되었으나, 자신을 잃었다.
– 어쩌면… 어쩌면 말이에요….
시대의 전설, 용제 홍천이 입가에 피를 잔뜩 묻히고 말했다.
“유화여….”
그의 앞에는 한 사내가 서 있었다.
철컥…
사내가 검을 집어넣었다.
– 강설 님은 연어가 아닐까요?
화그무가 쓰게 웃었다.
“너는 여전히… 춤을 추는구나.”
쿠우우우우웅…
화그무이자 홍천.
홍천이자 화그무.
용의 숨이 다했다.
“화… 화그무가….”
“서, 설마….”
폭풍이 끝나고, 또 다른 연어가 강물을 거슬러 올라…
“아아… 칸이여!”
마침내, 스스로 새로운 용이 되었다.
[악룡(惡龍) 화그무의 부활을 저지합니다!]
[대장정 : 용쟁(龍爭)이 새로운 이름으로 기록됩니다.]
[대장정 : 연어와 용으로 역사에 오르내립니다.]
[황혼의 시대 연대기의 일부로 수록됩니다.]
[오래된 배를 타고 온 사내의 이야기가 떠돕니다.]
[비밀결사 : 장막이 세상에 그 감춰진 모습을 드러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