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406
제405화
화그무가 쓰러지자 폭주하는 메시지 창.
[스노우맨이 대단한 업적으로 변혁을 이루어냅니다.]
[영원의 세계에 크고 작은 변화가 이루어집니다.]
[화그무 최후의 날이 모두의 입방아에 오르내립니다.]
[전설이 실존함을 확인한 수많은 자들이 또 다른 전설을 찾아 헤맵니다.]
[대제국 칸의 자손들이 성공적으로 즉위하였습니다.]
[대제국 칸은 3인의 공왕(公王)에 의해 다스려집니다.]
[화그무에 의해 억눌려 있던 또 다른 악이 태동합니다.]
[동방과 귀계의 연결이 보다 긴밀해집니다.]
[비밀 미궁 ‘화그무의 속사정’이 개방됩니다.]
[이 모험은 관련 단서를 수집해야 개방이 가능합니다.]
[비밀 미궁 ‘홍천의 최후’가 개방됩니다.]
[이 모험은 관련 단서를 수집해야 개방이 가능합니다.]
[세력 : 칸과 세력 : 두억시니가 보다 원만한 관계가 됩니다.]
[이후 모든 플레이어가 거점에서 ‘전설과 닮은 역사’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후 모든 플레이어가 거점에서 ‘연어의 이야기’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대량의 모험가 점수를 얻습니다.]
[타락한 용, 화그무의 부활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추가 보상을 획득합니다.]
[대제국 칸이 새로운 역사 : 대번영의 시대를 맞이합니다.]
[역사적인 모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합니다.]
[용도를 알 수 없는 대량의 시대력을 획득합니다.]
[추가 보상을 획득합니다.]
……
한눈에 다 담을 수 없는 메시지들.
그만큼 강설이 치러온 대장정은 길었고, 또한 뜻깊었다.
아직, 메시지가 끝나지 않았다.
[최초로 대장정을 완주합니다.]
[선발대의 특전이 발동합니다.]
[현재, 판데아의 대장정 상황을 알 수 있습니다.]
[실패 : 32회, 진행 중 : 56회, 성공 : 1회(본인)]
[최초 업적 ‘니들은 나처럼 대장정 같은 거 하지 마라’를 달성합니다.]
[최초 칭호「완주자」를 얻습니다.]
[장막이 보유 중인 시대력이 대폭 늘어납니다.]
[시대에 올라탄 자들이 비밀결사 : 장막을 주시합니다.]
[아직 알려진 게 많이 없는 집단입니다. 이후 행보에 따라 악당 혹은 선지자가 될 수 있습니다.]
[비밀결사 : 장막의 성향이 혼돈 선에서 질서 선 방향으로 약간 움직입니다.]
[비밀결사 : 장막의 구성원 모두 200의 위엄을 획득합니다.]
[당신은 현재, 대제국 황제의 오랜 친우입니다.]
[최초 업적 ‘걔 어렸을 때? 말도 마’를 달성합니다.]
[최초 칭호 「친구 잘 둔 놈」을 얻습니다.]
[대장정의 최종 보상이 주어집니다.]
[늙은 용이 남긴 것을 획득합니다.]
[늙은 용이 남긴 것이 허무에 비축됩니다.]
……
메시지에 압도당한다는 말이 바로 이런 것일까. 정보의 파도에 휩쓸려 심해로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파지지지지지직…
‘…뭐지?’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누군가 하늘에서 떨어져 내렸다.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 모두 긴장하며 사태를 주시했지만 떨어져 내린 이가 누구인지 확인한 강설 일행은 긴장을 풀었다.
“허허… 결국 해냈구나.”
소천에서 만났던 용이었다.
“스승님!”
신요의 스승이기도 하며, 야차와의 싸움에 도움을 주기도 했고 화그무와의 싸움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예언했던 비범한 자.
꿀꺽…
어쩌면 그는 화그무보다도 강한 상대일 수도 있었다.
“다른 건 아니고, 이 녀석을 데리러 왔다.”
후우우우웅…
용은 손을 홍천의 시체를 향해 뻗었다.
스으으으으으…
검은 기운이 빨려 나와 용의 손바닥으로 흘러들었다.
“화그무야… 화그무야… 수많은 업을 쌓았구나. 도저히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강설이 물었다.
“그의 혼은 어디로 가는 겁니까?”
“이 녀석은 현계의 질서를 어지럽혔다. 내가 소천에 머무른 이유도 언젠가 찾아올 녀석의 최후를 기다리기 위해서지. 우리는 다시는 현계에 발을 들이지 않을 것이며 화그무는 오랜 세월 다른 세계를 어지럽힌 대가를 치를 것이다.”
모든 일을 순리대로 흘러가게 한 용이 거짓을 말했을 리는 없었다. 그의 도움이 없었다면 화그무는 다시금 부활해 칸을 쑥대밭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너희들의 세계와 우리들의 세계는 너무나도 떨어져 있다. 너희의 이상은 우리에게 가치 없는 일이며 우리의 이상을 너희는 이해할 수 없다.”
용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일까.
“그럼에도… 이렇게 말하고 싶구나.”
씨익…
“수고했다. 연어여. 네게 한 가지 선물을 주마.”
휘오오오오…
화그무의 영혼에서 무언가 빠져나와 강설의 눈으로 스며들었다.
“크으으윽….”
고통 내성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도무지 참기 어려운 고통이 가해졌다.
이 느낌은, 새롭게 개안(開眼)할 때마다 찾아오는 고통이었다.
[시초의 피가 새로운 피를 받아들입니다.]
[선지안(先知眼)이 용혈안(龍血眼)으로 변화합니다.]
[아직 효과를 알 수 없습니다.]
[지속 : 우수한 혈통이 작용합니다.]
……
메시지들이 주르륵 떠올랐지만, 용혈안의 효과를 아직 알지 못했기에 잇따른 효과들도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다.
강설이 눈을 가린 손을 치우자, 길게 찢어진 파충류의 눈이 잠시 나타났다 사라졌다.
“그럼, 떠나겠다.”
기이이이이잉…
피유우우우우!
용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콰르릉-!
마른하늘이 곧 어두워지며 먹구름 속으로 용을 감추었다.
남은 몫은, 사람에게 달렸다.
* * *
끄으윽…
끄으으으윽…
연신 땀이 흘러내리는 남자.
시비들은 남자의 땀에 젖은 이마를 천으로 훔쳤다.
“허억… 허억….”
“깨, 깨어나셨어요!”
“정말로 깨어나셨어요!”
“흑… 흐윽….”
죽다 살아난 것 같은 몸 상태인데도, 눈앞의 시비들은 꼭 사내가 죽은 것처럼 울었다.
“…왜들 울어.”
“말까지!”
“……엥?”
사내는 몸을 매만지며 말했다.
“왜 다들 호들갑을… 윽….”
“호들갑이라뇨! 한 달이에요!”
“…뭐?”
“한 달이나 누워계셨다고요! 아세요?”
“잠깐… 나… 무슨….”
침상에서 몸을 일으킨 남자는 치우였다.
화그무의 창에 꿰뚫려 죽음에 이를 뻔한 자.
설홍의 소중한 이였다.
“설홍! 설홍은 어디에….”
“여기 있어.”
용포를 입은 채로 차를 홀짝이는 여인.
“…설홍.”
“다들 나가 있어 줘. 혼란스러운 모양이니까.”
“예….”
시비들이 우르르 물러났다.
설홍의 말에 토를 달았다간 천주가 경을 칠 것이다.
“…나 정말 한 달이나 잠들어 있던 거야?”
“응.”
“어떻게… 된 거야, 그때 분명 화그무가….”
“화그무?”
“…어? 아닌가? 꿈이었….”
“쿡쿡….”
설홍이 웃자, 누군가 문을 열며 등장했다.
“반가워요! 늑대 소년!”
“진려! 그 팔은….”
진려의 한쪽 팔이 기계로 된 의수였다.
“인사해, 쿤나 2!”
– 안녕하세요, 쿤나 2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기계 의수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칸의 기계공학의 결정체.
기계공학은 전쟁 병기뿐만 아니라 그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있잖아요, 저는 증명했어요! 중요한 일을 해냈거든요!”
“진려! 설마 네가 화그무를… 그런… 너, 강하구나?”
“…그건 아니지만. 어쨌든! 앞으로 낮잠을 마음대로 자도 괜찮다는 설홍 님의 말씀이 있으셨으니 앞으로도 쭉 낮잠을 자겠습니다!”
“깨어나자마자 듣게 되는 게 망할 태업 선언이냐고… 이거 뭔가 이상한데….”
치우가 설홍을 보며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화그무는….”
“죽었어.”
“…뭐? 누구에게….”
설홍이 싱긋 웃었다.
그 웃음을 마주하자 치우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설마… 강설이 돌아온 거야?”
“그래, 돌아왔었어.”
“……왔었다니?”
“그가 용을 쓰러트렸고… 떠났지.”
“떠나다니! 어째서! 넌 왜 잡지 않은 거야! 칸에는 그가 필요해!”
설홍이 말했다.
“알지, 그쯤은… 그런데….”
설홍은 그의 뒷모습을 떠올렸다.
“세상에도 그가 필요해.”
그녀는 벌떡 일어나 창을 내다보았다.
붙잡지 않은 것이 아니다.
붙잡을 수 없던 것이다.
그의 마지막 모습이 떠올랐다.
– 돌아오겠다고… 약속해 줄 수 있겠느냐?
돌아온 대답은 이제까지와는 달랐다.
–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설홍이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며 칸을 눈에 담았다.
“돌아올 수 없다고 말했어.”
“…….”
“…이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 말했어.”
“…그가 어디로 향했어?”
“북쪽으로. 잠깐, 치우?”
치우가 아픈 몸을 이끌고 벌떡 일어나 바닥에 머리를 찧었다.
쿵!
쿵!
계속해서 절했다.
지칠 때까지.
“고맙다. 고마워, 나의 친우여. 칸을 구해줘서… 설홍을 구해줘서… 참으로 고마웠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치우가 말했다.
“우리가 함께한 날보다! 더 빛나는 날이 네게 오기를!”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치우와 설홍, 그리고 강설.
치우는 설홍을 걱정했다.
“설홍….”
“괜찮다. 나는 괜찮다. 그에게서 모든 걸 배웠다. 부드러움만이 능사가 아님을, 때로는 정면으로 맞서야 함을, 세상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녀는 석양을 바라보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마지막으로 배운 것은, 소중한 이와의 이별이구나.”
“…다시는 볼 수 없는 거겠지?”
씨익…
설홍이 웃으며 뒤돌았다.
그녀가 어린아이였던 그때로 돌아가 답한다면 그렇다 말할 것이다.
“아니. 모든 길은 이어져 있어. 나는 새로운 시대에, 평화를 선물하겠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 보이겠다. 그리하면 언젠가… 만날 수 있을 거야. 확신해.”
확신할 수 있는 이유.
“그는 사라지지 않는다. 대륙 곳곳에서 그의 소식을 들을 수 있겠지. 상상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일이다.”
그의 소식은 그의 향기를 가져온다.
분명, 그는 가는 곳마다 떠들썩한 소란을 일으키겠지.
“그는… 이방인이니까.”
아이가 어른이 되는 이야기다.
바다 건너온 이방인이 용의 나라에 꽃을 피운 이야기다.
* * *
철그럭…
철그럭…
쿠우우웅…
풀썩 쓰러지는 기사.
검은 갑옷이 누군가를 떠올리게 했다.
“드디어… 찾았다.”
영생교에 스며들었던 남자.
카루나의 또 다른 분신이자 진을 그리워하는 파편.
“이런 곳에… 숨겨뒀을 줄이야….”
몬트라 부활을 위해 애써온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중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영생교의 수뇌부들과 충돌도 마다하지 않았다.
결국, 기사는 추격을 뿌리치고 원하는 것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하아… 하아….”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는 황당했다.
모든 것이 처참하게 붕괴해 있었다.
들어가는 입구를 찾을 수도, 아니 들어간다 한들 빠져나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깊이.
거대한 구덩이가 파여 있었다.
기사는 기어코, 구덩이에서 무언가를 찾아냈다.
“알카트론….”
강설이 우르를 찾아냈던 곳이다. 그와 싸웠던 곳이기도 했고.
이곳에는 한 가지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스윽…
바로 이 단지였다.
“나와라….”
휘오오오오오오…
단지의 뚜껑이 열리자 그 안에서 영혼이 나타났다.
– 뭐, 뭐야아… 나를 왜…
“네 도움이 필요하다.”
– 내가 누군 줄 알고? 나는… 토리야.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고.
토리.
알카트론에서 강설에게 도움을 주었던 영혼.
“아니, 넌 토리가 아니다.”
– 내가 토리가 아니라니? 나는 토리야!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네 진짜 이름을 말해주마.”
– 그만… 그만해! 나는 토리야!
과거에, 우르는 강설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 예상했던 것보다 알카트론의 사기가 제대로 응축되지 않아 부활도 늦어졌고 회복된 힘도 기대 이하였지. 참으로 이상한 일이지만… 어딘가에서 누수가 발생했는지도.
우르의 사기는 그에게로 흘러들지 않았다. 다른 누군가에게 빼앗겼다.
“너는 그릇이다. 이곳에서 발생하는 사기를 빨아들여 부활을 준비하는….”
– 하지 마!
“네 이름은 토리가 아니야. 넌… 탈리아드다.”
탈리아드.
그 이름이 흘러나온 순간.
파지지직-!
단지가 깨져나갔다.
그리고 토리의 고개가 푹 떨궈진 다음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 아아… 조금 이른 것 같은데.
토리 아니, 탈리아드라 명명된 그는 말투가 아까와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 황무지에서 깨어날 줄이야. 시간이 얼마나 흐른 거지?
쿵-!
검은 기사가 고개를 처박고 영혼에게 말했다.
“몬트라를… 진을 다시 만나게 해다오.”
– 몬트라? 진? 들어본 적도 없는 이름이군.
기사가 눈을 질끈 감았다.
– 그러나, 나를 깨웠으니 뭐… 관심은 가져주도록 하지. 쉬운 일이니까.
파지직…
탈리아드가 손을 접었다 폈다 했다.
그 안에서 수많은 종류의 기운이 흘러나왔다.
– 나는 과거와는 또 다른 경지에 다다랐다. 우선, 몸부터 찾아야겠군.
그의 목소리는,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한차례 울려 퍼졌던 목소리다.
– 창조란 의식의 투영, 창조란 양치보다 쉬운 일, 창조는 즐거운 일!
영혼이 기사의 품으로 빨려 들어갔다.
– 나는… 불사다.
죽음의 계절풍이 시작됐다.
* * *
삶은 계절로 나뉘어 저마다 역할을 한다.
봄과 겨울은 번갈아 가며 삶을 풍요롭게 한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면 삶도 태동할 것이다.
강설은 지금, 북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싸움. 설홍과의 이별은 아쉽지만, 그 길 위에서 웃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허무를 열어, 좀 쉬었다 가자!”
“그래.”
카렌의 부탁에 강설이 허무를 열었다.
아늑한 공간이 만들어졌다.
장막의 영역이었다.
어느 날처럼 평안하게 흘러갔다고 생각한 오후.
한 가지 사건이 일어났다.
[흔들….]
메시지 창이 처음 보는 이상한 문구를 끄집어냈다.
“뭐지? 방금….”
[흔들….]
강설은 품을 뒤적였다.
뽀직…
소리는 들리는데, 품에서 나는 소리는 아니었다.
[흔들흔들….]
뽀지지지직…
메시지가, 강설이 품을 뒤적이는 게 미련한 짓이었다는 것을 알렸다.
[뭔가 깨어나려 한다.]
강설의 당황하는 모습에 그를 제외한 4명의 소환수도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
푸화아아아아아아아악-!
강설의 그림자 공간이 거센 진동을 일으키며 뭔가를 토해냈다.
[깨어났다!]
어둠에 휘감긴 거대한 알.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점은, 알의 윗부분이 날아가 있다는 점이다.
“뭐, 뭐야아아!”
“지지지지지지지… 진정해라.”
“…우르, 너까지 왜 그래?”
“…깨어날 줄 몰랐다. 용의 아이라니. 나도 처음 본다고.”
스윽…
알껍질 속에서 서서히 올라오는 무언가.
“흐읍!”
카렌이 입을 틀어막았다.
곧, 그 무언가가 앙증맞은 뿔이라는 걸 모두가 눈치챘다.
양의 뿔처럼 빙그르르 말려 있는 뿔.
그리고 그 뒤에 나타나는 조막만 한 얼굴과 순진무구한 눈망울.
“…아이잖아?”
“용이겠지.”
“저, 저… 말이라도 붙여봐야 하는 거 아니야?”
“공격하면 어쩔 생각이냐?”
아이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크아아앙!”
“흐아아아아아악!”
카렌이 기절할 듯이 놀랐다.
자그마한 송곳니가 매력적인 여자아이.
“나는 그림자의 제왕! 탄시아다! 크아아아아앙-!”
카렌을 제외하면, 모두 그렇게 놀라지는 않았다.
아이가 괴물 흉내를 내는 것에 놀랄 만한 팔푼이는 딱히 없었다.
예상외의 박한 반응에 당황한 탄시아.
“모두 고, 고개를 수, 숙이는 걸 허락하지!”
“…….”
모두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자 탄시아가 의기소침해져서 알 속으로 들어갔다.
“이상하다… 이, 이게 아닌가….”
용.
그녀는 용이다.
탄크리드가 남긴, 그녀의 마지막 유산.
단지, 그녀의 상징이었던 초록빛이 아닌 검은빛을 품고 태어났기에 조금 낯설기는 했지만 엄연히 용이었다.
저벅…
저벅…
모두가 알에 다가갔다.
탄시아의 고함이 들려왔다.
“부모님은 어디 있느냐! 냉큼 나오지 않고! 탄시아는 무척이나 외롭다! 쓸쓸하다!”
부모.
그녀의 부모인 탄크리드는 죽었다.
그녀의 누이도 행방을 모른다.
그녀에겐 가족이 없다.
쟈마드가 멈칫했다.
“흠흠….”
강설의 옆구리를 푹푹 찌르는 쟈마드. 사실, 이미 강설의 옆구리는 4인의 손가락에 의해 너덜너덜해졌다.
“난… 작은 생명체는 잘 모른다.”
강설이 한숨을 내쉬고 알에 가깝게 섰다.
“이 기운은….”
탄시아가 먼저 알아차렸다.
강설은 그녀가 흡수한 그림자의 주인이었다.
“탄시아.”
“우으으….”
잠시 머뭇거리다가 강설을 향해 뛰어드는 아이.
파아아악-!
“아빠! 무서웠어! 모두 무섭게 생겼어!”
강설이 탄시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아. 가족이야.”
생명의 봄과 죽음의 겨울이 교차한다.
시대와 시대가 교차하고 있었다.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탄시아가 소리쳤다.
“가족! 탄시아의 가족이다!”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다.
죽음이 깨어나고 삶 또한 깨어났다.
저무는 황혼인가, 떠오르는 여명인가.
“탄시아도 가족이 있다!”
장막에 새로운 가족이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