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43
제42화
강설이 이제껏 등장한 적 없던 등급의 아이템을 얻게 되자, 시청자들은 난리가 났다.
‘현재의 우리’님이 광기를 200만큼 후원하셨습니다!
[부비적… 부비적… 어? 부비적… 부비적…]
– 눈을 비비고 계시군요. 마침,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 헐 누가 나 지켜보고 있는 줄;
– 불세출? 불세출이 뭔데?
‘개쩐다’님이 광기를 300만큼 후원하셨습니다!
[불세출이 이렇게 빨리 뜬다고?]
– 저 벨트 차고 소개팅 나가면 상견례까지 프리패스
– 아직 불세출 뜬 적 없지 않음?
– 모르지 난 얘 거만 봐서…
– 너두? 나두…
– 불세출! 불세출이야!
– 우와아… 미친 이렇게 나오는 거였구나;
– 유물 발굴해서 얻는 거 아니었어?
– 사탄들의 아이템에 루시퍼 등장이라…
– 저거 뭔데 ㄷㄷ 무서워…
아홉 정령을 허리띠에 오롯이 담자, 불세출이 탄생했다.
불세출은 판데아에서 그 존재가 유일하며 어지간해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더군다나 여정의 초반부일 경우에는 더더욱.
‘벌써 불세출이 나올 줄이야….’
이건 강설도 예상하지 못했다.
대충 무지개의 효과가 강화되겠거니 생각했는데, 보물을 뛰어넘은 장비가 완성될 줄이야.
‘대체 어떤 능력이지?’
강설은 처음 얻게 된 불세출 등급의 아이템인 허리띠를 확인했다.
불세출(不世出) : 우주
등급 : 불세출
적정 레벨 : 10 – 30
방어력 : 40
내구력 : 150/150
무게 : 0.1kg
아홉 정령의 기운이 서린 허리띠.
그리즈가 설계하고 스노우맨이 완성했다. 막대한 기운이 담긴 이 허리띠는 존재 자체만으로 완벽하다. 가치를 헤아릴 수 없다.
기본 능력 : 모든 능력치 + 15
특수 능력 : 다재다능(고유) 작용, 정령의 장막(고유) 작용, 선택 정령 능력 강화, 원소 피격 피해 10% 감소.
– ……졸업?
– 어… 초중반은 졸업이라고 볼 수 있을 듯?
– 위 장비는 평소 성실히 허리에 얹혀 있어 그에 따른 공로로 조기 졸업을…
– 나 불세출 처음 봐… 나 같은 친구 있니?
– 나도 실제로는 처음 봐….
– 허리띠인 게 조금 아쉽긴 한데 아예 장비 한 칸 고정이라고 생각하면 괜찮은 듯?
– 허리띠만 존나 좋아서 상대적으로 뭔가 다른 장비가 구려 보여.
– ㅋㅋㅋ 다 벗고 벨트만 차도 다른 양민 유저 학살할 듯.
– 오히려 벨트만 차는 게 더 무섭잖앜ㅋㅋㅋ
‘고유 능력이 또 추가됐다고?’
특수한 보물들만 가지고 있는 고유 능력.
그 능력 하나하나가 특색 있고 강력했으니, 이 고유 능력 하나만 추가됐더라도 강설은 만족했을 것이다.
그는 다재다능이라는 고유 능력의 설명을 읽어나갔다.
‘전투 중, 활동할 때마다 일정 확률로 발동하는 능력. 일시적으로 무작위 능력치가 5 상승한다. 이는 5단계까지 중첩되며 같은 능력치가 상승할 수 있다… 음….’
능력은 확실히 좋았다. 단순 계산으로 능력치를 25나 부가적으로 올려줬으니까.
하지만, 강설의 표정은 딱히 밝지 않았다.
‘활동이 어디까지 포함되는 거지?’
강설이 우려하는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었다.
소환사는 전투 중에 격렬하게 활동하지 않는 게 보통이었다.
더군다나 그는 소환술 이외의 능력에 일절 능력 점수를 주지 않았으니 멀뚱멀뚱 지켜보는 거나 날아오는 파편을 피하는 것 말고는 딱히 움직일 일이 없었다.
강설은 자신의 우려가 틀렸기를 바라며 활동이라고 적힌 부분을 눌러 적용되는 범주를 확인했다.
‘소환수… 소환수… 소환수의 활동에도 적용된다. 여기 있다!’
다행히, 그런 우려는 우려로 끝이 났다.
소환수의 활동으로도 다재다능을 발동시킬 수 있다고 명시되어있으니 답답한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하마터면 버려지는 옵션이 생길 뻔했군.’
이렇게 좋은 장비에 쓸모없는 옵션이 붙었다면 스트레스로 불면증이 앓았을 것이다.
이렇게 첫 번째 옵션은 해결이 되었다.
‘그럼 다음은 선택 정령 능력 강화인가?’
선택 정령 능력 강화라고 적힌 부분을 꾹 누르자, 변화가 일어났다.
퐁 퐁 퐁!
그의 눈앞에 아홉 개의 구슬이 떠올랐다.
‘이건… 각 정령의 원소인가?’
강설은 유독 눈길이 가는 정령 원소를 쳐다보았다.
그의 시선이 머문 곳은 새카만 정령 구슬.
강설은 길게 고민하지 않고 그 구슬을 선택했다.
드레스 코드가 정해진 파티에 나갈 때는 다른 종류의 옷을 아예 고려하지 않는 것처럼, 강설의 그림자 소환사는 오로지 검은색을 추구했다.
푸스스스…
검은 구슬을 선택하자 다른 구슬들이 사라지고 검은 구슬이 부서지며 강설의 몸을 감쌌다.
[그림자의 기운이 강성해집니다.]
[검은 기운이 그림자 소환사의 능력과 상호작용을 일으킵니다.]
[최대 그림자 공간이 15% 확장합니다.]
‘…맙소사.’
최대 그림자 공간의 비율 상승.
이건 단순히 지혜의 절댓값이 오르는 것보다 훨씬 유의미했다.
앞으로 모험을 진행할수록 커지는 그림자 공간을 생각해봤을 때 장기적으로는 엄청난 효율을 가져올 것이 분명했다.
‘아니, 당장에 새로운 소환수를 얻는 데도 사용할 수 있어.’
그림자의 여유 공간이 생겼다는 것은 그런 의미였으니까.
– 좋은 거?
– 이건 좀 별로임. 출처는 내 뇌피셜.
– 그림자 소환사면 개꿀인 거 아니야? 난 잘 몰라서 뭐라 판단을 못 하겠네.
– 좋겠지 ㅅㅂ 지혜만 올린다며? 대충 비슷한 거겠지.
이로써 두 번째 옵션도 확인을 완료했다.
다른 옵션들은 한눈에 보아도 좋은 것들이었다.
정령의 장막 효율도 상승했을 것이고, 피격 원소 피해 감소는 바꿔 말하면 마법 저항력 10% 상승이라고 볼 수 있을 테니까.
– 마저 10%면 대체 이 허리띠에 양심은 어디 있는 것일까?
– 우주의 마음에는 삼각형이 있다…
– 벨트 벗고 무기로 써라 씨발. 처맞는 애도 웃으면서 맞을 거다.
– 더 때려 줘! 이게 총합 능력치 140의 아픔인가!?
– 아아 조르주! 기뻐… 기뻐요! 너무 기쁘지만… 왠지 허리띠가 이렇게 쩌는 건 좀… 그렇지 않나?
– 이후 메챠쿠챠 강해졌다.
‘이제 남은 건 칭호인가?’
강설에겐 처음인 특수 칭호였다.
자연스럽게 이 칭호가 가진 능력에 거는 기대가 배가되었다.
그가 칭호의 설명을 읽어 내려갔다.
[특수 칭호 : 불세출의 주인]
관련 업적 : 세상의 단 하나 (모험 : 잔불)
특수 능력 : ‘주인’에 도전할 자격이 생깁니다.
‘아, 이거였군.’
주인.
불세출을 일정 숫자 이상 모으면 도전할 수 있는 타이틀.
‘주인은 물론 좋은 타이틀이긴 하지만… 그만한 불세출을 전부 언제 모을 수 있을까.’
이제야 겨우 불세출 하나를 모았는데, 다른 불세출은 언제쯤 모을 수 있을지. 10년 뒤에나 열어 볼 적금 통장에 돈을 부은 느낌이었다.
‘뭐 이번에는 전보다 속도를 높이면 되겠지.’
느리다면, 빨리 가면 그뿐이다.
강설의 자가 점검이 끝이 났다.
다른 모험보다 상대적으로 길었던 색칠 공부 모험. 거기다 강설이 아닌 다른 이라면 극복하지 못했을 난이도.
강설은 그에 걸맞은 보상을 획득했다.
* * *
동이 트자마자 강설은 색칠 공부의 처음 시작 지점까지 되돌아갔다.
“커어어… 푸우우….”
“컥… 커억….”
코까지 골며 아니, 거의 숨이 넘어갈 듯이 자는 마법사들. 아마도 한곳에서 오래 머무느라 피곤했던 것 같았다.
“으아아아! 응?”
“으음… 어라?”
악몽을 꿨는지 잠꼬대까지 하며 깨어난 둘이 멀뚱멀뚱 강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신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가까스로 떠올려내고는 벌떡 일어났다.
“오, 오셨습니까! 아직 검수를 맡기시지 않아서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기다렸어요, 스노우맨 님. 여기 잠시 앉으셔서 편하게 얘기라도 나누시는 게 어떨까요? 그, 그리고 스승님께는 저희가 졸고 있었다는 얘기는….”
“검수를 받으러 왔습니다.”
강설이 단도직입적으로 용건을 말하자, 양 갈래로 머리를 땋은 여 마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아, 생포인가요? 아니면 처치인가요?”
“생포인데 처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네?”
“다시 꺼낼 방법을 알지 못합니다.”
“어… 하, 한번 봐도 될까요?”
스윽.
강설이 그들에게 허리띠를 보여주었다. 이들을 완전히 믿을 수는 없으니 착용한 상태로.
“어… 음… 그러니까… 엥?”
“프린, 이게 뭐지?”
“나도 잘 모르겠는데….”
둘은 잠시 서로 얘기를 나누다 강설을 돌아보며 말했다.
“저, 혹시 잠시만 기다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문제가 있습니까?”
“저희가 아직 수련 마법사 입장인지라 정령함에 대한 지식이 깊지 않거든요. 마침, 저희 스승님께서 방문하셨는데 그분에게 보여드려도 될까요?”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근처에 계십니다. 금방이면 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강설은 기다리던 와중, 이들이 그의 말 중 하나였던 서리 대공과 관련이 있는 자들이라는 게 생각났다.
‘조디악 소속이라면… 어쩌면 내가 아는 인물인 거 아닐까?’
조디악을 만든 대마법사가 바로 그였으니, 관련 있던 인물 한 명 정도 마주쳐도 이상하지 않았다.
강설은 마법사들에게 물었다.
“혹시 그분의 존함이 어떻게 되시지요?”
“블레인 님이세요. 우박 마법의 선구자시죠. 혹시 스승님을 아시나요?”
“…아, 제가 지식이 얕아 알지는 못합니다. 이제부터 새겨두겠습니다.”
“그러실 것까지야… 마법사가 아니면 모르실 수도 있죠. 하지만 마법사들 사이에선 꽤 이름이 알려지신 분이에요.”
“어째서죠?”
강설은 턱을 매만지며 블레인이란 이름을 떠올렸다. 하지만, 딱히 기억나는 사람이 없었다.
‘하긴, 내가 모든 마법사를 아는 건 아니니까.’
마탑 집단인 조디악의 모든 마법사를 안다면 그거야말로 이상한 일이었다.
한데, 남자가 강설에게 묘한 말을 남겼다.
“혹시 서리 대공을 아십니까?”
“서리 대공?”
“네, 그 조디악의 창립자이자 전설의 대마법사인 그분이요.”
“…이름은 들어봤습니다.”
남의 입에서 직접 듣자니 꽤 낯간지러운 말이었다.
“예전, 블레인 님이 깨달음의 벽에 가로막혔을 때 서리 대공께서 그 벽을 깨주셨다고 합니다. 그 이후에 우박 마법의 선구자로 알려지셨죠.”
“아, 그 아이.”
“예?”
“아뇨, 알겠습니다. 대단하신 분이군요.”
“저희 스승님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전설의 서리 대공을 직접 보신 대단한 분이시죠!”
스승에 대한 애정이 돋보이는 제자였다.
‘블레인, 이제 기억났다. 그때 그 아이구나.’
서리 대공이 세계를 떠돌며 했던 수많은 기행은 수많은 선행과 불가피한 악행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블레인을 깨달음의 벽에서 구원한 일은 선행으로 분류되었다.
– 마법사님… 마음이… 마음이 사라져갑니다. 괴로움도… 슬픔도 느껴지지 않아요. 괘, 괜찮은 건가요?
우박 마법은 서리 계열에 속하는 마법으로 그 특징과 부작용을 그대로 답습했다.
‘일정 수준 이상 경지로 나아가면 감정을 잃을 위험이 존재하지.’
소실(消失)이라 불리는 각성의 한 종류였다.
다만, 이때 깨달음을 이끌어 줄 사람이 있으면 소실의 부작용을 경험하지 않고서 한 등급 더 높은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
블레인의 입장에선 그것이 서리 대공이었고, 서리 대공이었던 강설은 어쩌다 보니 그의 은인이 된 것이다.
판데아에는 공식적으로 12 마탑이 존재한다. 각기 별자리의 이름이 붙었는데 이들을 한데 묶어 조디악이라고 일컫는다.
‘블레인… 그 사람이라면 딱히 문제가 될 건 없겠지.’
혹여 문제가 생겨도 몸을 빼내는 것쯤이야 쉬웠고,
잠시 후, 수련 마법사들이 만들어낸 작은 새가 날아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말끔한 인상의 남자가 찾아왔다.
얼굴은 30대 초반으로 보이는데 머리는 온통 하얬다. 진중한 얼굴이 그를 더 무게감 있어 보이게 했다.
스스스스… 쩌적…
남자의 걸음에 시원한 기운이 서렸다.
강설은 장성한 조카를 보듯 묘한 표정으로 그를 관찰했다.
“…수련이 부족하구나, 프린.”
“스승님 기준이 너무 높은 거예요… 이런 기초마법에서 불사조라도 원하시는 거예요?”
“마법의 길은 만족과는 거리가 먼 길이다. 그걸 알고 뛰어든 녀석이….”
“흠흠… 저기! 스노우맨 님이 기다리고 계시는데요?”
“아무튼, 좀 있다 돌아가서 얘기하자꾸나.”
“칫… 꼬장꼬장….”
블레인이 강설을 휙! 하고 돌아보더니 손을 내밀었다.
“블레인이라고 합니다. 물병자리의 파견 마법사 관리 임무를 겸임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 경계석 파손 문제로 파견된 책임자입니다.”
“스노우맨입니다.”
“아, 뾰족 바위산의 그분이군요. 소식은 먼 곳에서도 들었습니다. 도착하셨을 때 자리를 비웠기에 맞이하지 못한 점 죄송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저도 무척 아쉬웠습니다.”
– 소 스윗…
– 블레인 여기서도 훈남이네 ㄷㄷ
– 모든 걸 다 가진 남자… 하지만 스노우맨의 불세출은 갖지 못했지!
강설이 그의 손을 마주 잡았다.
보통의 마법사들은 상대와 악수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았다.
마주 손을 잡는다는 것 자체가 상대를 자신과 동격으로 인정한다고 생각했기에 지적 허영심이 가득 찬 마법사들은 종종 악수를 피했다.
물론, 그런 마법사도 있다는 것이고 블레인은 그 반대였다.
강설은 그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편하게 느껴졌다.
“환대 감사합니다, 블레인 님.”
“개인 정령함을 사용하셨다고 들었는데, 제가 그것을 잠시 확인해도 될까요?”
“네, 부탁드립니다.”
“절차상 마법을 사용해야 하는 점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후우웅…
블레인이 강설의 허리띠에 은은한 빛을 뿜어냈다.
눈을 감으며 그 반응을 읽어내던 블레인이 갑자기 표정을 와락 구겼다.
“이런… 이럴 수가.”
“왜 그러십니까?”
“이… 이 물건은 어떻게 얻으신 물건입니까?”
“인연이 있던 분에게 전해 받은 물건입니다.”
– 훔쳤잖아
– 요즘엔 맘대로 가져오는 것도 전해 받는다고 하나?
– 이런 놈들이 꼭 고수더라.
– 응, 고수더라.
“흐음… 호… 으으음….”
블레인은 계속 강설의 허리띠에 관심을 가지고 살폈다. 그러더니 갑자기 손가락을 튕겼다.
따악!
[블레인이 정신 동결을 사용합니다.]
“스….”
“왜….”
그의 뒤편에서 강설을 구경하던 마법사들이 순간적으로 굳었다. 얼굴에 미미하게 서리가 끼어 있는 것이 얼어버린 것 같았다.
정신 동결은 정신 장애 마법의 일종이었다.
강설은 황급히 뒤로 물러나며 물었다.
“무슨….”
블레인이 그에게 말했다.
“이 물건은 위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