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435
제434화
새벽이 오기 전, 쉬를렌은 평소와 달리 북적였다. 수사국의 인장을 매단 마차들이 철새처럼 이곳저곳으로 흩어졌다.
“수사국입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
“너, 너희 뭐야? 여긴 사유지야! 함부로 들어오려거든….”
“비켜!”
“이 새끼들이!”
모든 것은 지안의 입을 통해서 시작된 일이다.
“찾았습니다! 여깁니다! 여기!”
“제길… 막아! 놈들을….”
신종 마약 홈이 도시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불쑥불쑥 나타나는 도시의 어둠.
산발적인 전투와 함께, 대규모의 홈이 수사국으로 압류되고 있었다.
* * *
강설은 수사국에서 벗어나 숙소로 돌아와 몸을 씻었다. 끈적하게 달라붙은 피와 잔잔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밤의 기억을 모두 씻어냈다.
쏴아아아아아…
“후우….”
천으로 몸을 닦고 나와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개운하게 잠을 청하려던 그때.
똑똑…
“…잠들긴 그른 모양인데.”
철컥…
끼이이이…
“앗… 죄송해요. 쉬고 계신 건 알고 있었는데.”
“…아닙니다. 들어오시죠.”
“그럼….”
“흠흠… 조금 퀴퀴한 냄새가 나기는 하지만 참고 들어가지.”
마리쥬를 비롯한 귀족들이 강설의 숙소로 우르르 들어왔다.
모두 셋.
그중, 한 명은 마차가 수사국으로 복귀할 때 강설이 직접 걷어찼던 녀석이었다.
“…몸은 괜찮으신 겁니까?”
“흥… 범죄자 놈의 발악 따위야 아무렇지 않다. 다만, 귀한 몸에 흠집이 났으니 대국적으로 보아 손해이긴 하지.”
강설은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로 들어오는 귀족을 스쳐 보내며 생각했다.
‘더 세게 찰 걸 그랬나?’
힘 조절을 잘못해 너무 크게 다칠까 염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조심히 앉으시지요, 파라 님.”
“되었다! 내 몸은 내가 알아서… 윽… 거기! 거기 좀 잡아주게.”
“…그러게 편히 누워 계시라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국가적인 재난을 눈앞에 두고 꾀를 부릴 수야 없지! 부친께서 한심하다고 여기실 것이다.”
아무래도 이 귀족의 이름은 파라인 듯하다.
마리쥬가 목소리를 가다듬고, 인물들을 소개했다.
“이쪽은 은사자회가 융통하는 자금 중 상당 부분을 책임져 주시는 파라 님이십니다. 휘슬로 가문이시죠.”
“휘슬로라면….”
“예. 해양 보존식을 유통하여 막대한 부를 축적한 가문이죠. 파라 님은 휘슬로 가문의 일인 후계자이십니다.”
“쓸데없는 소리를… 부친께서는 재물은 항시 천박한 것이며 단지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라 말했으니.”
우쭐하는 파라 휘슬로.
강설은 턱을 쓰다듬으며 대강 어찌 돌아가는 상황인지 가늠했다.
‘산시 가문이 결집하고 휘슬로가 뒷배가 되어주는 격인가?’
정치적인 영향력은 전자가, 막대한 자금은 후자가.
마리쥬 홀로 이끌어야 하는 집단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알짜배기가 있는 듯했다.
“그리고 이쪽은 마듀인 가문의….”
“솔카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별말씀을. 저도 소문이 자자한 분을 직접 뵈니 황송하군요.”
“흥… 황송까지야. 겸양들이 좀 지나치군.”
파라는 전형적인 미운 아이였다.
강설은 그런 자들을 한두 번 본 것도 아니라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어차피 한 번 보고 말 사이니까.
“한데, 어째서 이 늦은 시간에 방문을….”
“지안… 통칭 ‘의회’에 소속된 남작으로 수뇌부의 일원이었죠. 맞나요?”
“저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그자의 정보가 꽤… 아니, 정확했어요.”
“그 말은….”
“덕분에 홈을 상당수 회수하게 됐어요. 그 양이 대략 만 근 정도….”
“도시의 시민들이 배불리 먹을 양이군요.”
“……그렇죠.”
회수된 건 6톤 분량.
코끼리라도 키우는 건지, 잔뜩 생산해낸 마약들.
“지안은 쉬를렌에 있는 마약은 그것이 끝이라고 말했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거짓말은 아닌 것 같은데….”
“어째서요?”
“특이한 인물이기는 했지만… 간교하다고 느끼진 못했습니다.”
강설은 지안을 처음 본 순간부터 느꼈다.
– 날 죽이면 안 돼. 저 녀석을 죽여.
– 뭐?
– 내가 더 많은 걸 알고 있거든. 저 녀석은 별 볼 일 없어.
지안은 어딘가, 상당히 뒤틀려 있는 인물이다.
“그런데, 홈의 위치만 캐낸 겁니까?”
“아뇨, 의회 구성원에 대한 것들도 알아내고자 했어요. 다만….”
“다만?”
“의회 구성원 전부를 알지는 못한다고 하네요. 또, 발설한 구성원들도 이미 행방불명된 상황이에요.”
“지안이 붙잡히자마자 발설을 우려해 도주한 거군요.”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명쾌하겠죠?”
“흠….”
신종 마약이 쉬를렌에 퍼지는 것은 막았지만, 다른 도시들은 여전히 위험했다.
‘한 번에 해결될 거라 기대하진 않았지만….’
연방이란 거대한 생명체에 달라붙은 기생충들을 전부 제거하기에 1달이란 시간은 너무 촉박했다.
지안을 사로잡은 것에 만족해야 하는 것일까.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요?”
“뭐가….”
“지안이라는 자… 어째서 전부 진실만을 말할까요?”
“저도 그 점이 의심스럽긴 합니다만….”
“사실, 강설 님에게 드릴 말씀이 한 가지 더 있어요.”
“네? 무슨….”
“지안, 그자가 강설 님을 찾아요.”
“……무슨?”
납골당에서 딱 한 번 마주쳤고, 마차로 이송한 게 전부인 자다. 그런데 어째서 자신을 찾는 것일까.
“강설 님에게만 할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고 하네요. 어느 순간부터 입을 꾹 닫고 있어요.”
“흐음….”
“함께… 가 주시겠어요?”
“…하아, 어쩔 수 없군요.”
* * *
쉬를렌 수사국.
숙소로 되돌아갔던 강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자, 분주한 수사국이 일대 정전 상태에 휩싸였다.
“오셨다! 오셨어!”
“위원장님이야!”
“위에 보고해! 얼른!”
앞다투어 그를 안내하겠다고 나서는 수사관들.
“다들 왜 이러는 겁니까?”
“어머, 모르셨어요?”
마리쥬가 강설에게 귀띔했다.
“벌써 수사국의 전설처럼 되셨어요. 하룻밤 만에 얼굴도 모르는 거물을 떡하니 잡아 온 것만으로.”
“…운이 좋았을 뿐인데. 유난들이군요.”
그때,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란 수사관 몇이 강설에게 다가왔다.
“저… 인사 올립니다. 다름이 아니라, 붉은 머리를 한 여성 수사관은 같이 오시지 않으셨는지?”
그들은 뒤에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다. 그것이 꽃다발이라는 건, 그리고 생화라는 건 살짝 스치는 향기만으로도 눈치챌 수 있었다.
“…같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군요. 아쉽습니다….”
“그것보다 어떤 일로….”
“아! 오해하실 수도 있겠군요. 이번에 실종됐던 수사관 중 그녀에게 무사히 구출된 녀석들의 동료입니다.”
“…아, 그렇군요.”
카렌이 그들의 구출을 도운 것으로 알고 있기는 했다.
“정말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죽은 줄로만 알고 모두 녀석들의 가족을 볼 면목이 없었는데… 혹, 정말로 감사드린다는 말을 전해주시겠습니까?”
“모두 가족들에게 돌아갔나요?”
“하하하! 부인이 태중에 아이가 있는 녀석도 있었는데… 병원에서 극진히 간호받고 있을 겁니다! 꼭… 감사하다고 전해달라고 하더군요.”
“그랬군요….”
강설은 희미하게 웃으며 답했다.
“꼭 전하겠습니다.”
꽃들을 넘겨받아 챙기는 강설.
“보기 드물게 웃으시네요.”
“웃음이 헤픈 편입니다.”
“아까 저희가 찾아갔을 때는….”
“무뢰배가 한 명 껴 있지 않았습니까.”
“…죄송하게 생각해요. 마음 같아서는 쥐어박고 싶긴 했는데 그자의 부친께서 은사자회에 꽤 영향력 있는 분이셔서….”
“산시 가문도 다른 가문의 눈치를 보는군요.”
“가문이 아니라 돈줄의 눈치예요.”
“뭐, 어쨌든. 다음에도 거슬리면….”
“알아요. 그땐 쥐어박으셔도 돼요. 어쩔 수 없죠.”
강설은 금방 자리를 안내받았다. 취조실과 흡사한 방의 구조.
“그럼, 저는 밖에서 기다릴게요. 가능하면 엿들어보고요.”
“불가능할 테니 괜히 힘 빼지 마시길.”
“음… 그런가….”
강설은 지안이 기다리고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끼이이익…
“왔네? 내 친구.”
“…누가 네 친구지?”
“두 번 본 사이면 이제 친구라고 해도 되잖아.”
이래서 특이하다는 거다.
“하아… 시간 끌지 말고, 이곳에 날 부른 용건을 말해.”
“앉아. 앉으면 천천히 얘기하지.”
“빨리.”
“천천히.”
“……후.”
강설은 수사관들이 부탁한 목록의 질문을 확인하며 말을 꺼냈다.
“쉬를렌의 홈도 덕분에 찾았고 의회 구성원들은 아쉽게도 전부 놓쳤다.”
“그럴 거라 생각했어. 얼마나 빨리 움직이든 그 작자들보다 빨리 움직일 수는 없을 테니까.”
“홈은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은 건가?”
“아, 놓고 간 거 말이지? 어쩔 수 없지. 몇 시간도 안 돼서 그것들을 전부 이동시킬 수도 없고… 불태우자니 혹시 내가 누설하지 않았을 상황도 고려해야 하니까.”
“오늘의 타격이, 너희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치지?”
“꽤 아플 거야.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했으니까. 아마… 발톱이 뽑힌 정도 느낌이겠네.”
“아무런 타격이 없다는 거군.”
“미안. 아마 놈들은 더 음침하게 숨으려 할 거야.”
지안이 생글생글 웃었다.
“넌 어떻게 되먹은 놈이지?”
“나? 내가 궁금한 거야?”
“그래, 왜 이렇게 태연한 거야?”
“내 미래를 알고 있으니까?”
“미래라고? 더 많은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고문당할 미래?”
“아니, 그런 미래는 없어. 절대로.”
“…제멋대로군.”
“있잖아. 내가 왜 널 지목해서 부른 줄 알아?”
실실 웃으며 목에 맨 목걸이를 매만지는 지안.
“어째서지?”
“유일하게 말이 통해서야. 여기는 답답해… 모두, 모두 쓰레기야.”
“…말을 삼가지.”
“아니, 느낀 바를 말한 건데? 난 말이야, 거짓말을 못 해.”
“꽤 빈번하게 목격했는데.”
“앗차차, 정정. 친구한테는 거짓말을 못 해.”
“난 네 친구가 아니야.”
“그럼, 친구가 되고 싶어. 안 될까?”
“안 돼.”
“너무하네. 큭큭….”
“빙빙 돌리지 마. 왜 나인 거냐?”
지안은 의자에 몸을 파묻고 중얼거렸다.
“희귀한 생물을 본 것처럼 구경 오는 귀족들도 그들의 뒷구멍이나 닦는 수사관들도 전부 오늘을 살아가는 자들이야.”
“너는 아닌가?”
“나는 아니야, …너도 아니고.”
“뭐?”
“우리는, 내일을 준비하는 자들이지.”
“궤변을 늘어놓을 생각이군.”
“친구여, 내 이야기를 들어 줘.”
강설은 불길한 느낌을 받았다. 이것은 악을 마주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 아니었다.
불분명함.
그것이 지안을 수식하는 말이다.
“나의 말이 네겐 아까의 질문에 대답이 될 수도 있어. 그러니까 들어 줘.”
“…말해라.”
“있잖아, 나는 구르쟌트에서 태어났어. 혹시 알아?”
“탄광 도시.”
“맞아. 잘 아는데? 아버지는 모르고, 어머니는 창부(娼婦)였어.”
“…뭐?”
“창부였다고. 처음 듣는 얘기야?”
“아니, 딱히.”
알고 지내던 친구의 가정사를 듣는 것처럼, 기묘한 기분이었다.
“아… 좋았지, 그때. 젖먹이 때부터 엄마의 삶을 이해했어. 나와 함께 살아남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걸.”
“철이 든 건가?”
“아니,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척 모르는 체한 거겠지. 난 굉장한 말썽꾸러기 자식이었어.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까진.”
“어떻게 돌아가셨지?”
“접대하다, 맞아 죽었어. 술이 잔뜩 취한 십장에게.”
“…….”
강설은 이 남자에게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다. 생글생글 웃는 모습이 전혀 친근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복수하지 않았어. 순식간에 이해했거든.”
그가 자신의 관자놀이에 총 모양 손을 겨누고 말했다.
“이 마을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의연한 척, 모르는 척해야 한다고.”
“…….”
“안 그러면, 어른들이 날 죽일 테니까.”
“복수하지 않았나 보군. 의왼데.”
“하하! 어떻게 했게? 나이가 좀 차자마자 바로 광산으로 들어가서 일을 했어.”
“적응한 건가?”
“응, 이해해보려고 했어. 종일 탄광에 틀어박혀 일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얼마나 숨이 가쁜지. 얼마나 울적한 일인지.”
“이해했나?”
“대실패! 전혀 이해하지 못했어. 할 만하더라고.”
지안의 세계는 꺼림칙했다.
과한 어둠에 던져진 등불 하나 같은 느낌.
“그래서 죽였어.”
“복수한 건가?”
“뒤늦게나마.”
“어떻게 죽였지?”
“코코로라고, 알아?”
코코로.
지구의 카나리아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새다.
광부들은 늘 가스 중독을 경계하는데, 코코로는 호흡에 이상을 느끼면 맹렬하게 지저귄다.
코코로가 지저귀면, 모두 광산을 빠져나가야 한다.
“코코로를 챙기기 위해 되돌아온 녀석을 찔렀어.”
“쫓겨났겠군.”
“하하! 쫓겨나기 전에 도망쳤지! 난 잡힌 적 없어. 이번이 처음이야.”
“…계속해 봐.”
“나쁜 녀석이 됐어. 재주가 좋았거든. 늙은 사령술사의 수발을 들면서 마법을 배웠고 뒷세계가 어떻게 굴러가는 지도 몸으로 익혔어.”
“…….”
“엄마가 죽은 후로, 살면서 단 한 번도 착한 일을 한 적이 없었어.”
지안은 그때의 느낌을 늘어놓았다.
“돈을 왕창 벌었어. 누군가를 압도적으로 찍어누를 위치까지도 갔지. 수상한 자들도 내게 접근했어. 난 더더욱 수상한 녀석인 척했고.”
“그리고?”
“문득, 떠올랐어. 엄마가 맞아 죽은 날의 기억이.”
“…뭐?”
“엄마가, 말했어. 퉁퉁 부은 얼굴로, 나한테.”
지안은 창부의 마지막을 연기했다.
“지안, 엄마 만나러 올 땐 착한 일을 하고 오기로 약속해.”
“…….”
“기억났어. 하필, 기억이 나버렸어. 나, 약속한 게 기억이 나버렸어.”
그는 텅 빈 동공으로 강설을 쳐다보았다.
“나는 착한 일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서, 몰라. 그래도, 그날부터 막연하게 가슴속에 기대감은 품고 있었어.”
강설은, 지안에게 한 방 먹여주려던 그 순간을 문득 떠올렸다.
‘이 녀석….’
묘하게, 기뻐하는 눈치였다.
“착한 일을 할 기회가 왔어.”
“…역시, 궤변이었어.”
“…….”
드르륵…
강설이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해 문을 열려는 찰나, 지안이 발작했다.
“으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무슨.”
강설은 재빨리 그를 억눌렀다.
“킥… 케헥… 키히히히… 모르겠어? 모르겠냐고.”
“무슨 개소리를….”
“나는 코코로야.”
“…뭐?”
“코코로는 위험하면 울어. 자기가 죽을 것 같으면 운다고.”
“……너, 뭔가 알고 있지?”
지안이 히죽 웃었다.
“막지 않으면 3년 안에, 북부는 초토화될 거야. 그리고 그다음은 판데아겠지.”
“…그 말, 책임질 수 있어?”
“넌, 믿을 수 있어?”
“…….”
지안이 숨이 막혀 물기 어린 눈으로 강설을 노려보았다.
“날, 믿을 수 있어?”
강설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쿵-!
대화를 나누던 책상을 한 손으로 날려버리자, 그들 사이엔 공기만이 떠돌았다.
“감추지 마.”
“감춘 적 없어. 난 지안이야. 탄광에서 태어났고, 아버지는 없었고 엄마는 죽었어.”
“지안, 내게 바라는 게 뭐지?”
“날 도와줘. 너만이 날 도울 수 있어.”
“돕는다라… 뭘?”
“그들을 쫓아야 해.”
“너는?”
“풀어줘야지.”
“미쳤군.”
“난 미쳤어. 어디… 받아볼래?”
띵-!
갑작스럽게 동전을 튕기는 지안.
텁-!
지안은 동전을 받은 강설이 의뭉스러운 표정을 짓자 씨익 웃고 이렇게 말했다.
“앞면일까 뒷면일까?”
“뭐?”
“나는 어떤 녀석일까? 앞면이면… 괜찮은 녀석일 거고, 뒷면이면… 널 속이는 거야.”
“무슨 뜻이냐?”
“선택이 망설여지면, 동전을 들여다보라는 거야. 묻잖아, 나는 파멸을 경고하는 코코로일까? 아니면, 그냥 살고 싶어 발버둥 치는 악마일까?”
지안이 웃자, 이제까지와는 다른 선택지가 등장했다.
[중대한 기로! 당신은 의회의 남작인 지안의 협조 요청을 받았습니다. 그는 철저하게 악으로써 군림해왔으며 이는 명백한 사실입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1. 지안의 제안을 거절한다.(모험이 계속됩니다.)
2. 지안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모험 내용과 목표가 다수 변경됩니다.)
3. 선택을 유보한다.(사태가 좋아질 수도,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4. 지안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듣는다.
……
중대한 기로라니.
‘…까불고 있어.’
강설이 지안의 눈을 보며 말했다.
“네게 협조하지.”
“어? 정말? 동전은…?”
끼기기긱…
강설은 동전이 앞면인지 뒷면인지 보지 않고 그것을 짓이겼다.
“나는 네가 어떤 자든 중요하지 않아.”
“…무슨 뜻? 날 믿는다는 거야?”
강설은 냉담하게 말했다.
“널 통제할 수 있다.”
지안이 활짝 웃었다.
“역시, 너여야만 했어.”
[매력이 발동합니다. 추가적인 호감도를 획득합니다.]
[회색 조력자 ‘사령술사 지안’을 얻습니다.]
[‘사령술사 지안’의 등급은 알 수 없습니다.
[회색 조력자는 행동을 예측할 수 없습니다.]
[회색 조력자는 파멸의 씨앗이기도 하며 동시에 구원의 파발이기도 합니다.]
[회색 조력자가 합류한 모험은 그 내용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